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33)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33화(133/275)
주말 외출을 허락받은 유타와 레이먼은 흙의 날이 밝자마자 왕성으로 출발했다. 기사나 시종을 전혀 대동하지 않고 둘만 하는 외출이었다. 도착한 왕성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시종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소와 같이 분주하게 일했고 마법 기사단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훈련에 매진했다.
“네 기사는 안 데려왔어?”
생각해보니 요새 유타의 기사, 렌스가 통 보이지 않았다. 니콜이야 아드리안 곁에 붙여뒀으니 그렇다 쳐도 그놈은 왜 안 보이는 거지?
“렌스는 지금 스턴에 없으니까.”
“…스턴에 없다고?”
“1왕자 일 때문에 잠시 쿠모르에 보내뒀어. 혼자 몰래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되니까.”
유타가 웃으며 말했다. 유타는 생각보다 1왕자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수확은 있어?”
“아직. 수확이 생기면 말할게.”
본성에 도착하자마자 유타는 곧장 왕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유타의 방문 소식을 알고 있던 매너스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먼이 간단한 묵례를 건네자 매너스가 사람 좋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웃었다. 매너스는 주변 시종인들을 모두 무른 뒤, 문을 열기 전 그들에게 당부했다.
“상태가 많이 좋지 않으시다. 들어가자마자 코를 막고 눈을 감아도 상관없지만 소리만 내지 마. 눈을 감고 계셔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보지 못하시지만 소리는 잘 들으시는 것 같거든.”
“코를 막아야 하나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경우는 병원 응급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다치는 일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던 헌터에게 병원이나 환자는 익숙한 장소였고 레이먼은 놀라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코를 막아야 한다고?
“응. 아마?”
그렇게 말한 매너스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만 문을 살짝 열었다. 아주 조금만 생겨난 문틈이었건만 나와 유타는 매너스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젠장, 이게 대체 뭔 냄새야?’
시체 썩은 냄새야 친구들을 만나는 정도로 자주 맡아봤다. 하지만 이 냄새는 그런 냄새 따위가 아니라 좀 더 역겹고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냄새였다. 달콤하기도 하고 시큼하기도 한데다가 중간중간 구역감이 올라올 정도로 과한 꽃향기에 쓰레기 수거장에서만 나는 냄새가 섞여 도저히 어떤 냄새인지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 이건 역겹구나. 쯧. ]아모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레이먼의 콧구멍으로 들어오던 끔찍한 냄새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야, 어떻게 한 거예요?’
[ 네 콧구멍에 정령 가루를 박아 넣어버렸다. 너는 정령 가루 알레르기가 없으니 코가 간지럽거나 재채기가 나오진 않을 거다. 하지만 10분 이상 박아 넣고 있으면 가루에 냄새가 스며들어 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 ]‘여기 10분 이상 있을 것 같진 않아서 괜찮겠네요.’
레이먼이 코를 막지 않는 걸 확인한 매너스는 그에게 은근한 미소를 흘렸다. 이렇게나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도 왕의 앞이기에, 그리고 그 가족의 앞이기에 코를 막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는 게 고마웠기 때문이다.
“아버님, 유타가 왔습니다.”
침대 머리맡에 선 유타는 누워 있는 왕을 내려다보았다.
유타는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선 현 왕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제 어머니와 자신이 머무는 작은 별궁에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타는 그게 서운하진 않았다. 그는 매우 공평한 인간이었고, 1왕자를 제외하고선 그가 먼저 찾아가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다만, 애정이 떨어진 후궁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별궁에 머물게 하고 미쳐가는 어머니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건… 최악의 행동이었지만.
“아버님, 몸은 좀 어떠세요.”
“…….”
“말을 못하십니까?”
“그래. 듣기는 하시는 것 같은데 말은 하지 못하셔.”
현 왕의 몰골은 처참했다.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수분이 모두 빠진 시체처럼 침상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콧구멍 밑으로 손가락을 대보지 않는다면 그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마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독을 먹고 이렇게까지 되진 않을 거 같고. 매너스가 아무런 조치 없이 방 안으로 들어온 걸 봐선 전염병도 아닌 것 같은데.’
그들 옆에 나란히 서 있던 레이먼이 물었다.
“언제 쓰러지신 겁니까? 상태가 이렇게 한 번에 나빠질 거라고 믿을 수가 없어서요.”
“한 번에 나빠진 게 맞아. 포레스튼 학생들의 실습이 끝나기 하루 전 쓰러지셨고 쓰러지고 몇 시간이 흐르자 이렇게 되셨다.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원을 불러봤지만 병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고 성직자들 역시 어떤 답도 주지 못했지.”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말을 남긴 매너스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눈가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유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양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을 삼키는 듯했다.
레이먼만 평정심을 유지한 채 그의 몸을 살폈다.
[ 이 인간 곧 죽을 수도 있겠구나. ]‘무슨 병인지 알 거 같습니까, 아모르 님?’
아모르가 허공을 가로질러 왕 바로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연둣빛 긴 머리카락이 왕의 얼굴을 쓸었으나 아픔에 잠식된 왕은 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한참이나 그의 얼굴을 살피던 아모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 병이 아니다. 인간들의 사술에 걸려 이렇게 되었구나. ]‘사술이라면 영법 말씀하시는 겁니까?’
[ 사악한 감정이 깃든 영법은 저주의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가 와도 이 저주는 풀지 못할 게다. ]‘이유가 있습니까?’
[ 이 저주는 침식 저주야. 정상적인 서클이 아주 썩어 문드러져 망가지고 있구나. 차라리 산산조각 나는 편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서클이 썩어 문드러지는 과정에서 몸에서는 참기 어려운 냄새가 나고 몸의 주인은 참기 어려운 고통을 참아야 하는 거지. 영법과 마법은 다르다. 이런 영법은 마법으로는 풀 수 없어. ]예상대로 영법이 맞았다. 레이먼이 물었다.
‘해결 방법은요?’
[ 간단하지. ]‘간단하다고요?’
[ 이 저주를 건 영법사를 찾으면 된다. ]…….
‘그럼 찾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아모르는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 아니, 걸었던 마법을 풀어달라고 부탁해야지. ]‘그냥 죽여버리면요?’
[ 그럼 당연히 영법은 아무도 풀 수 없게 되겠지. ]‘그게 뭐가 간단합니까!!’
이 대정령이 뭐라는 거야.
[ 아닌가? 여하튼, 이대로 두면 길어봐야 일주일이겠군. ]‘그럼 목숨이라도 연명할 순 없어요?’
[ 쯧쯧. 설령 연명한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애초에 너희들은 마법을 포기 못하지 않나.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된 자가 왕의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어도 괜찮다는 건가? ]‘저야 뭐, 아무 상관없죠.’
현 왕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일단 살아있기만 하면 누구든 정식으로 왕이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레이먼이 피하고 싶은 건 현 왕의 죽음이 아니라 왕 후보에 등록되지 않은 놈이 왕이 되는 일이었다.
[ 그렇다면 그 방법은 좀 더 고민해봐야겠군. 내 소관이 아니라서 말이야. ]‘일단 알겠어요.’
그렇게 말한 아모르가 사라지고 레이먼은 다시 유타와 매너스 두 사람을 곁눈질했다.
두 달 뒤에 왕 후보에 있는 놈들 중 왕이 될 만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매너스다. 하지만 이마저도 1왕자가 등장해 자신이 왕위를 잇겠다고 한다면…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레이먼은 일단 현 왕의 병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저 한 말씀만 올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봐.”
“정령님께서 말씀하시길 이 병은… 영법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왕실 마법사는 마법이 아니라고 했는데.”
“영법과 마법의 저주에는 아주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어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도 하셨어요. 병세를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이 저주를 건 영법사를 직접 찾아 해제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방법 외에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매너스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고 유타도 마찬가지로 뭔가 생각하는 듯 머리를 굴렸다.
“그 영법사를 잡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단 말이구나.”
“네.”
“알겠다.”
그럼 잡아야지, 그놈을.
***
현 왕의 방에서 나온 그들은 별궁으로 향했다. 별궁 도착 전, 정원을 가로지르는 도중 유타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영법사. 의심 가는 사람은 있어?”
“있긴 한데 아직 의심이라.”
“영법사가 아니면 정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건가.”
레이먼은 고민했다. 대정령이 그렇게 단호히 말할 정도면 답이 없는 게 맞다는 소리다. 하지만 영법사를 1주일 만에 찾는 건 도박이다. 1주일 동안 모든 전력을 총동원에 영법사를 찾는 일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영법사가 저주를 풀지 않는다면 결국 도돌이표.
‘영법사 놈들이 그 정도 예측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어.’
잡히는 순간 자결을 할 수도 있고, 오히려 저주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레이먼은 목적에 맞는, 그리고 보다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레이먼.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어?”
“어.”
“그때 엘프의 가호를 받았잖아. 그 가호가 우리 아버지에게 효과가 없을까?”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간에게 두 번이나 가호를 내려줄 것 같진 않아.”
“하지만 효과는 있을 수 있잖아. 가호가 아니더라도 그 외에 생명을 연장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고. 서클 없이 살아가는 인간도 있어. 마법사로서 삶을 이어 나갈 순 없을지 모르겠지만, 서클 없이 살아갈 방법이 없을까?”
그걸 생각 못했잖아.
“너 말 잘했다.”
지금까지 레이먼은 모든 일을 ‘마법사’ 기준으로 생각했다. 서클이 없는 마법사는 없고, 그 서클이 썩어 사람을 죽이고 있으니까.
“그래, 서클이 없다고 사람이 죽진 않지. 마법을 쓰지 못한다고 왕의 자격이 없는 건 아니야. 그보다 더럽혀진 서클을 안전하게 정화하는 건 가능한 건가.”
“아직 밝혀진 방법은 없어. 애초에 서클이 더러워진다는 개념 자체가 드무니까.”
“하긴…. 나도 포레스튼에 있는 책은 전부 다 읽었지만 그런 마법은 본 적이 없어.”
레이먼이 턱에 손가락을 걸고 골몰했다.
설마 그래서 아모르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한 건가?
더럽혀진 서클의 정화는 엘프들도 모를 거다. 엘프들은 애초에 서클이 없으니까. 하지만 마찬가지로 인간들도 그 방법을 모른다. 인간들을 서클을 가진 적은 있어도 더럽혀진 서클을 정화하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그렇다면 인간사도, 엘프사도 모두 알고 있는 존재라면 그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아모르.’
‘아모르, 아모르, 아모르.’
‘아모르, 아모르, 아모르, 아모르, 아모르!’
[ 시끄럽다, 붉은 치야!! ]‘아, 이제 왔네. 아모르 님, 알아보고 오셨어요?’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아모르가 옆으로 누운 채 답했다.
[ 알아보고 왔지. ]‘빛의 정령님한테 다녀온 거죠?’
[ 호오. 거기까지 생각했구나. 그래, 네 말대로 빛의 대정령에게 다녀왔다. 그 자식 여전히 싸가지가 없어. 나이를 그렇게 처먹었으면 좀 겸손해질 만도 한데 말이야. 쯧. ]‘그래서요? 빛의 대정령이면 서클을 정화할 수 있다고 합니까?’
[ 그딴 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돼. 할 수 있다, 그놈이라면. 대신… 녀석이 도움을 주려면 인간 세상에 그놈의 매개체가 필요해. ]‘그럼 제가-.’
[ 너로는 안 된다. ]‘왜요.’
[ 네 성깔이 너무 더럽단다. ]‘…….’
썩어들어가는 레이먼의 표정을 본 아모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 맞는 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