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36)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36화(136/275)
그날 이후, 유타는 매일 본성을 찾았다.
– 이제는 권력으로 협박을 할 줄 알게 되었구나.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 그래. 훌륭한 마법사라면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활용할 줄 알아야지. 허가한다.
– 예?
클레임 교수는 유타의 본성 방문을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떠나기 전, 매너스가 건네준 왕가의 문장이 찍힌 편지 한 통이 효과가 컸던 모양이다. 그렇게 유타가 매일매일 본성으로 떠나는 동안 학생들 사이에선 어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소문의 내용이 점차 과장되고 과장되어선 이젠 테디와 오닉스까지 걱정할 수준이 된 것이다.
“야, 소문 저거 괜찮은 거냐? 이러다 유타가 다음 왕이 되겠다고 소문이라도 나겠다.”
점심시간. 레이먼의 맞은편에 앉은 오닉스가 슈크림 빵 하나를 입에 욱여넣은 채 말했다. 크림이 입가에 묻은 채 진지하게 말하는 얼굴이 꼴 보기 싫었지만 레이먼은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막내 왕자가 현 왕과 매일 담소를 나눈다는 소문이 뭐 어때서. 매너스 선배가 계실 땐 더한 소문도 돌았잖아.”
“뭔 소문.”
오닉스의 옆자리에 있던 테디가 말했다.
“현 왕이 부족한 1왕자를 볼모로 팔아버리고 매너스 3왕자 전하께 왕위를 물려주려고 한다는 소문이다.”
“그게 더 심각하긴 하네. 어쨌든 유타 입장에선 저게 좋은 소문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좋은 소문이 아닐 수도 있어.”
“괜찮아. 어차피 다른 소문으로 덮어질 소문이라서.”
“다른 소문?”
“곧 알게 될 거야.”
레이먼은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접시 위에 올라와 있던 슈크림 빵을 집어 들었다.
“이봐, 오닉스. 테디.”
빵을 집어 든 레이먼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레이먼이 손가락으로 두 사람을 앞으로 불렀고 자신의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테디 베어릴의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테디 베어릴이 슬쩍 침을 꿀꺽 삼킨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학생들이 들어선 안 될 이야기라면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주말 동안 유타와 왕성에 다녀온 이후로 뭔가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묻지 않고 기다렸다. 만약 그가 자신들을 믿는다면 분명 언젠가 얘기할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디 베어릴은 직감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될 거라고. 굳을 얼굴의 테디 베어릴과 레이먼의 눈이 맞부딪쳤다. 레이먼이 천천히 입을 뗐다.
“여기 있는 검은 점 같은 게 바닐라빈이라는 건 알고 있어?”
“최선을 다 하겠-. 뭐?”
“바닐라빈이 이곳에도 있는 줄 몰랐는데 말이야.”
***
7일째 되는 날. 유타는 본성으로 마지막 발걸음을 옮겼다. 매너스가 유타를 반갑게 맞이하곤 곧장 현 왕의 방으로 향했다. 이제 문을 열어도 그때와 같은 끔찍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지 않았고 방 앞을 지키는 이들의 얼굴에도 약간의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게다가, 유타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유타 님이 국왕 전하의 병을 완전히 낫게 만들었다지?’
‘시중을 드는 하녀한테 들었는데 이제 혈색이 완전히 돌아오셨대.’
‘그 많은 마법사와 성직자도 이루지 못할 성과잖아. 전하께서 깨어나시면 엄청난 포상을 내리시겠지?’
‘대단하신 분이야.’
그들이 낯뜨거운 수군거림을 들으면서 안으로 들어선 유타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현 왕을 내려다보았다.
‘이그니스 님.’
일주일 동안 유타 역시 이그니스의 힘을 어떻게 다루는지 확실하게 배웠다.
정령의 힘은 마법을 다루는 것과 달랐다. 마법식을 연산하거나 마법진을 그리는 과정 역시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대정령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했다. 현 왕의 저주를 정화하는 내내 유타는 이그니스와 끝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그니스 님.”
뒷자리에 앉은 매너스는 유타가 왕을 치료하는 모든 순간을 바라보았다.
처음 이 자리에서 유타가 현 왕을 치료하는 광경을 보았을 때 매너스는 저도 모르는 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턴 왕국에도 정령과 계약하는 이는 드물지만 보이긴 했다. 역대급의 재능이라 불렸던 그도 중급 정령까지가 한계였다. 고위 정령이나 대정령과 계약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마법 실력은 기본이고 방대한 마력과 정령 친화력을 모두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레이먼과 대정령의 계약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유타까지 대정령과 계약을 하게 되다니.
게다가 빛의 대정령이다.
빛의 대정령은 감정의 대정령만큼이나 오랜 역사 속에서도 계약자가 없다시피 했다. 서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최근의 계약자 역시 몇십 년이 아니라 백 년은 거슬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빛의 대정령이 유타의 무엇을 보고 계약한 것일까?
매너스는 찬란한 빛을 가만 바라보았다. 치료를 하는 내내 현 왕과 유타의 주변은 금빛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저들이 있는 공간은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금빛 물결은 그들의 폭풍처럼 휘감는 동시에 따스하게 감싸기도 했다. 언뜻 보면 폭풍 같은 금물결이 그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빛에 안긴 이들의 표정은 온화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입술이 바짝 마른 시체 같던 현 왕의 얼굴엔 어느새 혈색이 완전히 돌아왔고 움푹 패어 있던 볼은 통통하게 다시 살이 붙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축복 마법을 써도 상처를 치료하거나 병을 낫게 해주는 것이지 아픈 이의 몸을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매너스 역시 정령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건 불도 물도 흙도 바람도 아닌 빛과 어둠의 대정령이었는데, 그들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특이했기 때문이다.
정령에 관한 책은 대부분 계약자가 직접 작성하는데 보통은 본인이 계약한 정령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이지만 빛의 계약자는 달랐다.
[ 나는 그와 계약하긴 했지만 종종 그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찌 됐든 빛의 대정령과 계약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그가 당신을 좋아하면 된다. 그는 못생긴 얼굴을 싫어하고 설령 잘생기더라도 자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 결코 계약을 해주지 않는다. 그에겐 얼굴이 실력이다. 다시 말하지만, 얼굴이 실력이다. ]뭐 이딴 정령이 다 있나 생각했지만, 그 책을 읽을 당시의 매너스는 자신이 빛의 정령과 계약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쉽게도 정령 친화력이 너무나 떨어졌기 때문에 정령과 계약하진 못했지만.
‘빛의 대정령의 계약자를 실제로 볼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화아아-
매너스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몰아치던 빛이 서서히 한 점으로 잦아들었다. 일렁이던 흑발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유타가 뒤를 돌았다.
“형님. 끝났습니다. 이제 저주는 완전히 풀렸으니 괜찮을 거 같습니다.”
“아버님께서 언제 일어나실진 모르는 건가?”
“제 생각이지만 내일이나 사흘 뒤에는 일어날 겁니다. 다만 일어나셔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그니스 님께서 저주로 이미 망가진 서클을 일정 부분 정화하긴 했지만, 이전처럼 온전히 마력을 담을 순 없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 명심하고 있겠다. 아버님께서 깨어나면 말해주지. 일단 좀 쉬도록 해라. 이마에 땀이 맺혔구나.”
매너스가 흰 장갑으로 동생의 이마를 슥 닦아주었다.
처음으로 느끼는 가족의 정에 유타가 당황해 슬쩍 몸을 뒤로 뺐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 바로 돌아가려고?”
“네. 아무래도 시험이 곧이라서요.”
4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한 달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현 왕의 치료와 실습 때문에 제대로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다. 평소보다 공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유타는 이제부터라도 시험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알겠다. 고생했다, 내 동생.”
“……네.”
“다음엔 내가 직접 포레스튼에 들러야겠어.”
“네?”
“동생이 이 정도로 엄청난 일을 했는데 형님 된 자로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다른 걸 선물로 줄까?”
“아, 아뇨. 괜찮습니다.”
“아니면 네 어머니를 본성을 불러들이는 것도 제안해보겠다.”
“어머니를-.”
“물론 아버지가 허락해야겠지만.”
“기대하지 않고 있겠습니다. 말뿐이라도 정말 감사합니다.”
유타는 ‘그럼-.’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매너스는 유타가 떠난 뒤, 다시 현 왕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는 또 다른 동생이 서 있었다.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유리페도, 2왕자인 페인도 아닌 그 모습에 매너스가 발걸음을 멈춰 세우곤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서머셋?”
이름이 불리자 윤기 나는 흑발이 찰랑이며 남자가 뒤돌아섰다. 부드러운 얼굴에 선한 미소. 조금 전까지 업무를 보고 온 듯, 한 손 가득 서류를 쥔 그가 활짝 웃었다.
“아, 형님.”
***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냐뇨. 섭섭합니다.”
매너스와 서머셋 둘 모두 웃고 있었다. 두꺼운 매너스의 손이 먼저 서머셋을 향했고 서머셋은 그에 응해 악수했다.
“당연히 아버님의 병문안이지요. 근 일주일 동안 만나 뵙지 못했으니까요.”
“그동안 치료에 전념하시느라 누굴 안으로 들일 여유가 없었다. 미안하구나.”
서머셋이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물었다.
“최근 업무가 바빠 잘 들르지 못했는데 유타가 매일같이 찾아와 담소를 나눈다고 하더군요.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오늘은 제가 아버님을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그래.”
매너스가 활짝 웃었다. 내려가는 눈꼬리와 반대로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 호응했다.
“물론이지. 우리들의 아버지이시니 말이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서머셋은 당황한 듯 보였다. 서머셋이 기억하고 있는 현 왕이 쓰러진 뒤의 방 풍경은 삭막하기 그지없었고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악취가 풍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은은한 꽃향기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아버님의 몸이 많이 좋아지신 모양입니다.”
서머셋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매너스는 그가 현 왕을 가린 커튼을 젖힐 때쯤에서야 서머셋의 곁에 섰다. 그는 서머셋을 곁눈질하며 그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 서머셋의 얼굴에는 안도감이나 다행이라는 얼굴보다는 놀라움과 호기심이 더욱 가득해 보였다. 마치… 이 병이 어떻게 나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좋은 의원이 다녀가신 모양입니다. 아니면… 마법사라든가.”
“그래. 나쁘지 않더구나. 일주일 동안 열심히 치료한 덕택에 많이 좋아지셨다.”
“그렇군요. 건강하신 얼굴을 뵈었으니 됐습니다.”
서머셋이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가보겠습니다.”
매너스 역시 웃음으로 응수했다.
“그래. 함께 가자.”
그리고 평화로운 포레스튼으로 돌아온 유타를 반기는 건 곧 있을 중간고사와 기숙사에서 울려 퍼지는 학생들의 단말마였다.
“돌아왔다아아악! 시험 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