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37)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37화(137/275)
5학년이 되기 직전, 4학년의 시험은 특별하다. 5학년은 거의 시험을 치지 않고 여태껏 받은 성적으로 취업을 결정했기 때문에 4학년은 자신의 끔찍한 성적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의 학생들이 그렇듯 4학년 시험에서 드라마틱하게 높은 성적을 받거나 드라마틱하게 낮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혁명을 꿈꾸는 자들이 있는 법!
피데스 클래스의 수리, 말리, 판리가 그랬다. 리 삼인방으로 불리는 그들 모두 왕실 마법사를 지망했고 이번 실습 역시 왕실 행정 마법사로 다녀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성적으로는 왕실 행정 마법사가 된다 한들 원하는 부서에 들어가는 건 힘든 수준이었다.
“좋아. 이번에는 역전을 꿈꾸는 거다. 우린 할 수 있을 거야.”
판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초록 눈의 말리가 물었다.
“하지만 어떻게? 바꿀 수 있었다면 이미 바꿨겠지.”
가만히 듣고 있던 흰색 머리, 수리가 말했다.
“그럼 같이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 물리적으로 같이 앉아 있는 거 말고. 각자 공부 후에 그 내용을 요약해서 서로에게 강의해준다거나. 복습도 할 겸.”
그러자 말리가 답했다.
“하지만 우린 바보들이잖아. 바보들이 머리를 맞대봤자 바보인 건 그대로 아니야?”
수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한 명의 바보보다는 세 명의 바보가 낫겠지.”
판리가 번쩍 손을 들었다.
“동의해.”
“난 동의 안 해. 이것 봐, 벌써 의견이 나뉘잖아. 더 문제인 건 우리 모두 바보라 우리 중 누구의 의견이 맞는지 알 수 없다는 거야!”
말리는 여전히 수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판리가 해결책을 한 가지 내놓았다.
“그럼 모인 사람 전부가 바보가 아니면 해결되는 문제 아니야?”
“오?”
“똑똑한 애한테 도움을 요청하자!”
판리의 의견에 무언가 번뜩인 듯 말리가 슬쩍 말을 이었다.
“…그럼 그 똑똑한 애가 누구지?”
수리가 말했다.
“1등이겠지.”
“우리 학년 1등이라면!!”
“기프트 클래스의 레이먼 반 스플린이야!”
***
“그래서 나한테 찾아온 거라고?”
생각하는 게 너무 단순하지 않나.
밀리포레의 클럽실에 다짜고짜 찾아온 리 삼인방은 레이먼에게 그들의 선생님이 되어달라 부탁했다.
레이먼은 이 세 사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같은 실습을 들었기 때문에 얼굴이 익은 것도 있었지만 피데스 클래스에서 마당발로 유명한 3인방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넓은 인맥과 달리, 인맥이 쓸모없을 정도로 마법 실력이 좋지 않았지만. 혹시 인맥을 쌓느라 공부를 못한 건가 싶을 정도로.
“너희들을 도우면 나한테 뭐가 좋은데?”
삐딱하게 앉은 레이먼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솔직히 할 게 없긴 했다. 밀리포레에 실을 유타의 기사는 이미 완성된 참이었고, 유타가 확인만 하면 됐다. 시험 범위는 이미 모두 외우고 있었으니 더 공부할 것도 없었다.
“시간은 많은데 너희들한테 쏟을 시간이 없어.”
“불쌍한 우리를 좀 도와줄 수 없겠어?”
“난 가치 있는 것에만 시간을 쏟아.”
판리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게 무슨 뜻이야?”
“솔직히 말해줘?”
“그래.”
불길한 낌새를 알아챈 완두콩 형태의 아모르가 어깨 위에서 콩콩 뛰었다.
[ 말하면 안 돼! 그 주둥아리를 벌리지 마라, 레이먼! ]“너희들 리 삼인방으로 유명하지? 발은 넓고, 부모님들 작위도 나쁘지 않은데 하도 멍청해서 교수들도 포기하고 마법에 재능도 없고 멍청한 것들끼리 돌아다니다 보니 실력은 늘지도 않지. 그 와중에 자기 객관화는 안 돼서 왕실 행정 마법사 중에서도 우수한 사람만 들어간다는 1부서를 지망하는데, 그 부서에 들어가고 싶어서 이제야 성적을 올리려 한다는 게 멍청한 생각인 거지. 그 멍청한 생각의 끝이 나를 찾아와서 무작정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거니까 나야 시간을 쏟기 싫을 수밖에 없지 않아?”
[ 오, 이런! ] [ 저놈의 주둥아리가 대단하군. 유타, 넌 저런 걸 배우지 마라. 나는 상처 받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그니스 님. 레이먼이 유독 말이 험한 거예요.’
레이먼이 쏟아낸 잔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낸 삼인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껌뻑였다. 몇 초간 정지하고 있던 그들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가운데 앉은 판리가 활짝 웃고선 레이먼의 손을 붙잡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수리와 말리도 레이먼의 손을 붙잡았다.
“이게 뭔-.”
“봐! 내가 똑똑하다고 했잖아!”
“역시 1등이라 그런지 우리를 전부 알고 있구나! 친하지도 않은데 이 정도로 알고 있다면 분명 우리 성적을 올려줄 수 있을 거야!”
“레이먼, 제발 우리를 도와줘. 우리가 성과를 내기만 한다면 너한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네 말처럼 우린 마당발이지! 우린 왕실 마법사 선배들이랑도 친하다고!”
“우리가 공부를 좀 해서 왕실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언젠가 널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너뿐만 아니라 유타도.”
수리가 간절한 눈빛으로 레이먼을 바라봤다.
‘왜 저렇게 왕실 마법사가 되고 싶어 하는 거지?’
대다수의 피데스 학생들이 왕실 마법사를 꿈꾸는 이유야 있다. 자기 가문의 마법사들이 모두 왕실 출신이라거나, 왕실 마법사를 하지 않으면 후계자 자리를 주지 않는다거나 혹은 권력이나 명예욕이 있는 경우라거나. 그러나 이 세 명은 모두 그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보였다.
‘아니면 보기와 달리 사실은 그쪽으로 욕심이 있는 건가?’
피데스 클래스에 1학년 때부터 있었으니 그쪽으로 희망한 건 아주 옛날부터란 소린데.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왜 왕실 마법사가 되고 싶은 거야?”
“응?”
“왕실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갈 곳은 많잖아. 용병이 될 수도 있고, 개인 과외 마법사가 될 수도 있지.”
“음,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 길이 가장 멋지다고 들었어.”
“나도. 그래서 다른 길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걸?”
“우린 1학년 때부터 피데스 클래스의 고정 수업만 들었어. 다른 수업이 어떤지 몰라. 그러니 왕실 마법사가 될 수밖에 없어.”
“제발 우리 성적을 올려줘!”
“부탁이야!”
세 사람의 이야길 모두 경청한 레이먼은 결심한 듯 비딱하게 턱을 괴고 있던 자세를 꼿꼿이 고쳐 앉았다. 다리를 꼰 채, 허리를 쫙 펴곤 무릎 꿇은 리 삼인방을 내려다보는 레이먼은 나름 대단한 놈처럼 보였다.
[ 이놈, 역시 허세도 대단하구나. ] [ 유타, 저런 것도 배우지 마라. ]“좋아. 너네 성적을 올려주지. 10등 안에만 들게 만들어주면 되지?”
“10등?”
“그게 가능해? 우린 한 번도 24등 위로 올라간 적이 없어!”
듣다 못한 오닉스가 테디에게 속삭였다.
“저것들, 피데스 클래스에서 대체 어떻게 버틴 거야? 거기 그래도 엘리트 클래스 아니야?”
“1학년 때 정해지고 유급만 당하지 않으면 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만약 원래 기프트였고 쭉 저 성적이었으면 피데스엔 들어가지 못했을 거다.”
리 삼인방은 테디와 오닉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듯했고, 그들은 양손을 번쩍 들곤 소리쳤다.
“10등이라니! 최고의 성적이야!”
“부탁해, 레이먼!”
“너의 은혜는 잊지 않겠어!”
그들의 목소리에 레이먼이 미소로 화답했다.
“좋아. 나도 노력하지.”
그리고 그 미소를 바라본 리 삼인방 중 그나마 눈치가 빠른 수리가 판리와 말리를 번갈아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또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건 아니겠지?’
***
현 왕이 건재하다는 소식은 왕성을 넘어 포레스튼까지 퍼져 나왔다. 그동안 있었던 현 왕의 부재가 건강 때문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회의에 등장했고 그가 오늘내일한다는 헛소문은, 사실 헛소문은 아니었지만,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레이먼은 그때에 맞춰 밀리포레에 새로운 기사를 실었다.
[ 빛이 선택한 자, 빛의 대정령이 유타를 선택하다. ] [ …역사적으로 빛의 대정령과 계약한 이는 감정의 대정령만큼이나 드물다. 빛의 대정령이 계약자를 고르는 기준은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우리 밀리포레에서는 그 대정령과 진짜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중간고사가 임박한 시점에서도 대정령과 계약한 왕족의 소식은 폭발적인 인기였다. 다들 교과서를 볼 시간에도 밀리포레를 펼쳐 들었고, 점심시간에는 빛의 대정령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번 밀리포레 봤어? 그 대정령이 진짜 인간과 대화를-.”
“지금 읽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
[ 빛의 대정령님께 이런 질문을 드렸다. 인간 중 계약자를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러자 그는 고민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 [ 내가 인정하는 인간과 계약한다. 내가 인정하는 인간은 완벽해야 한다. 그리고 정령 친화력도 갖추고 있어야 하지. ] [ 빛의 대정령과 계약한 인간은 축복 마법보다 더 고위 마법인 정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저주 중에 내가 풀 수 없는 것은 없다. 그러나 내 힘을 억지로 사용하려 드는 인간이 있다면 나는 그 인간에게 엄벌을 내릴 것이다. ]밀리포레에 실린 기사는 학생들의 입을 타고, 타고 아카데미 밖으로 퍼졌고,
“세상에! 우리 유타가 대정령과 계약을 했대! 마리아, 유타를 보러 갈까?”
“일단 지금 네가 개발하는 고문 기구부터 숨겨. 우리 시종인들이 자꾸 놀라잖아.”
유리페의 귀에도 들어가 그녀를 흥분시켰으며,
“5왕자가? 와, 대단하네. 서머셋, 너 정말 괜찮은 거야?”
“물론이지. 그걸로 뭔가 바뀌지 않을 거야.”
원래도 유타에게 큰 관심을 지니고 있던 이들의 귓가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이그니스는 화를 냈다.
‘대충 뉘앙스가 그랬잖아요.’
[ 아무리 생각해도 저놈과 계약한 이유를 모르겠구나, 아모르. ]‘응? 재밌지 않나? 우리 애들도 신나 하고.’
[ 감정 놀음하는 놈들은 이래서 싫다. 유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는 저놈을 닮지 마라. ]이 정도면 이그니스는 날 닮지 말라는 소리를 유행어로 밀고 있는 듯했다.
어쨌든 밀리포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유타를 여기저기 불러내고 그에게 많은 것을 물어댔다. 레이먼 역시 유타와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기사를 쓴 당사자라는 이유로 바쁠 법했지만, 레이먼은 도서관과 클럽실에 꼭꼭 숨어 있었다. 그는 매우 매우 바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하나로 간결했다.
‘이 새끼들.’
그가 맡은 리 삼인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멍청해!’
정말 바보였기 때문이다.
“너희는 수업을 안 들었나?”
“아니. 다 들었어.”
“자랑은 아니지만 우린 수업을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
“숙제도 꼬박꼬박 제출했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 있지? 마법의 지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혹시 머리에 집어넣자마자 날아가는 저주라도 걸려 있는 건가?
레이먼은 유타의 옆에 있으면 온갖 인간들의 방문으로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아모르를 따라온 이그니스에게 물었다.
‘그, 이그니스 님 혹시 저 새… 아니, 저놈들 머리에 저주라도 걸려 있습니까?’
[ 무슨 저주? 너는 내 계약자도 아니면서 말은 잘 거는구나. ]‘네. 역시 정령의 눈이 있으니까 편하고 좋네요. 혹시 뭐…… 멍청해지는 저주라든가, 머리에 지식을 넣을 수 없다든가. 그런 게 있나 싶어서요.’
말하면서도 말이 안 되긴 한다. 그런 애들이 포레스튼에 있을 리도 없고.
[ 흥, 그런 저주를 걸어-. ]‘하긴 없겠죠. 그런 저주. 괜히 말을 꺼냈-.’
[ -뒀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