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4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40화(140/275)
“자, 잘 들어봐. 내가 선배들한테 입수한 으스스한 포레스튼 괴담이라고!”
“그걸 4학년 때 입수하냐?”
“완전 따끈따끈한 괴담이니까 그렇지! 자자, 모여. 모여.”
중간고사가 끝난 뒤, 여유를 되찾은 포레스튼의 휴게실은 다시 생기가 돌았다.
각종 보드게임과 학생들로 휴게실 의자가 가득 찼고 텅 비어 있던 간식들이 다시 찬장을 채웠다.
레이먼은 구석 찬장에서 열심히 쿠키를 꺼내 비교하고 있는 오닉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안쪽 학생들 무리를 가리켰다.
“쟤네 뭐 하는 거야?”
“엉?”
“너는 단 걸 그렇게 처먹는데도 이 안 썩냐?”
“마법으로 보호 걸어뒀어. 너도 걸어줘?”
“됐어. 그래서 쟤네 뭐 하는 거냐고.”
레이먼이 가리킨 학생들을 본 오닉스가 말했다.
“딱 보면 알잖아. 괴담 이야기. 넌 선배들한테 들은 거 없냐?”
“뭐, 몇 개 있긴 한데. 저렇게 모여서 할 이야기는 아니던데.”
애초에 밀리포레 클럽을 운영 중인 레이먼이 일반 학생들이 입수한 괴담이나 소문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음악실의 유령이라든가, 지하 창고의 술주정뱅이 유령, 사람을 따라 움직이는 소녀 그림자까지. 들은 소문이야 많았지만 그중 쓸모 있는 건 없었다.
애당초 마법을 쓰는 세상에서 유령으로 놀랄 일이 있는 건가?
“가서 들어보자.”
“유타.”
“궁금하잖아.”
하지만 우리 왕 후보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눈치] 특성으로 슬쩍 본 유타의 속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얘길 좋아했어?’
결국 레이먼은 유타에게 끌려 학생들의 틈바구니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생들은 레이먼과 유타가 온 것도 모른 채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유령이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도, 보물찾기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바로… 그들의 교수, 클레임에 대한 이야기였다. 교수의 이야기가 어떻게 괴담이 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클레임 교수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선배들 말이… 클레임 교수님이 밤마다 아주 비밀스럽게 어디론가 향하신대.”
“어디?”
“너네 교무실 안쪽 구석에 클레임 교수님만 사용하는 창고가 있는 거 알고 있어?”
“응.”
“클레임 교수님이 일주일에 딱 한 번 야근을 하시는 날이 있는데 그날 사실 야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창고를 통해서 다른 곳으로 나간대. 그리고 그 나가는 곳이 사실은 유령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거야!”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고작 유령 같은 걸 보러 다른 세상까지 가는 마법사가 있다고?
게다가 교칙에 엄격한 클레임 교수가 창고에 그런 통로를 마련해뒀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였다.
이제 4학년으로 나름 나이도 찬 녀석들이 설마 이런 걸 믿을 리가……
하지만 레이먼의 생각과 달리, 학생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하긴, 요새 클레임 교수님이 생기 없어 보이긴 했어!”
“사실 나 클레임 교수님을 처음 봤을 때 유령인 줄 알았어. 피부가 너무 창백하잖아!”
“나도, 나도!”
“매번 회색 아니면 검은색 옷을 입으시는 것도 그래. 우리 학교 교수님들은 다들 엄청 휘황찬란하게 옷을 입으시는걸?”
“설마……지금 포레스튼에 있는 거 가짜 아니야?”
“그럼 진짜 클레임 교수님은?”
“유령 때문에 어디 갇혀 계신 거지!!”
“오, 그럴 수가!”
와. 이런 곳에서 지구 평면설 같은 소리가 나오는 거구나.
레이먼은 슬쩍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 그러지도 못했다. 더 충격적인 건 턱에 손가락을 걸고 고민에 빠진 놈들 중 한 명에 테디 베어릴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성적인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창고 안에 드나들 만한 포털이나 문이 있는 걸 본 사람은 없어?”
“나… 본 적 있어. 근데 진짜 문 같은 게 하나 더 있긴 했어!”
“정말?”
“응. 교무실 청소할 때 몰래 열어본 적도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한 학생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있는데?”
“그래서 뭘 봤는데?”
그가 말했다.
“그냥 벽이었어.”
“뭐?”
“그냥 벽이었다니까. 문을 열었더니 정말 그냥 벽만 있었어. 그리고 클레임 교수님한테 걸려서 바로 나왔고.”
다른 학생이 반박하듯 말했다.
“그거 마법을 걸어둔 거 아니야?”
“그건 나도 모르지.”
“생각해보니 교수님의 창고 안에는 그거 말고도 이상한 게 많아. 예를 들어, 유령 들린 깃펜! 나 그 아티팩트를 본 적 있어.”
유령 들린 깃펜?
“그게 뭔데?”
그 말에 레이먼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무리의 중심에 있던 학생이 자신이 봤던 깃펜을 형상화 마법으로 만들어 보여주었다. 보기만 해도 부드러운 붉은 새의 깃털로 이루어진 펜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펜과 달리 끝이 뭉툭했고 잉크를 사용해 글을 적는 펜은 아닌 듯했다.
“유령 들린 깃펜은 희귀한 마법 아티팩트야. 이미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펜이지. 대신 그 죽은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있는 종이 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그럼 그 유령이 답을 해주는 건가?”
“그 유령의 흔적이 이 세상에 남아 있다면. 남아 있다고 해도 깃펜을 사용할 마력이 남은 유령만 가능해. 어쨌든 대화할 수 없는 유령과 대화가 가능하게 해주는 아티팩트는 그 깃펜뿐이야!”
“그래. 알았다. 고마워.”
“별말씀을!”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아티팩트라니. 가뜩이나 최근 머리가 복잡한 와중이었다. 속 시원하게 답을 알려줄 누군가가 있다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았을 정도로 레이먼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레이먼은 이미 깃펜 사용에 필요한 준비물을 가지고 있었다. 전 레이먼들의 필체와 일기가 남아 있는 일기장 위에 그 깃펜을 사용한다면, 그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창고의 물건 없어지는 순간 클레임 교수님이 눈치챌 거야.”
“맞아. 내가 청소하러 갔을 때도 문을 닫은 직후에 바로 교수님이 나타나셨거든.”
“진짜 유령 아니야? 클레임 교수님을 우리가 구해줘야 할지도 몰라.”
“설마!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누가 시작했는데!!”
“우리가 유령한테 수업을 배우고 있단 뜻이야?”
“그런 미친 소리를 누가 믿어?”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걸 염려한 듯, 때마침 다음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결국 클레임 교수의 유령 의혹이나, 창고 안 비밀의 문에 대한 괴담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이 모든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은 레이먼은 문이 아니라 깃펜에 흥미가 생긴 참이었다.
‘깃펜. 훔치러 가볼까.’
***
며칠 동안 레이먼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클레임 교수는 매주 나무의 날마다 야근을 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증언들을 종합해보면 그는 그날 창고의 문을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그날을 피해 깃펜을 훔칠 계획도 세워보았지만 애초에 다른 날은 창고가 잠겨 있었고 오로지 나무의 날만 창고가 열렸다. 일전에 학생 한 명이 문을 사용하려 했다는 걸 클레임이 알아챈 이후로 경계가 심해져 창고의 청소도 그가 직접 했기 때문이다.
[ 그냥 부탁하면 될 일 아니냐? ]생활복으로 갈아입은 레이먼을 보며 아모르가 물었다.
“그럼 이유를 묻겠죠? 그럼 대충 거짓말을 하겠죠? 불행 중 다행으로 레이먼 주변에는 깃펜을 쓸 만큼 친분이 있는 고인이 안 계십니다.”
[ 저번처럼 특성을 사용하면 되지 않나. ]“예. 그걸 지금 하러 가는 겁니다. 특성 사용도 앞뒤가 맞아야 후처리가 편해요. 그러니 오늘처럼 야근하고, 설득하기 쉬운 날 가는 거죠.”
[ 넌 생각이 너무 많아. ]“많아서 나쁠 건 없습니다. 아모르 님처럼 너무 없는 게 문제지.”
[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한 번을 안 지려는 놈아. ]삐졌어요? 방 밖으로 나가면서 던진 질문에 아모르는 답하진 않았지만 레이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교무실로 향했다. 희미하게 불이 들어온 모습이 창 너머로 보였다.
노크 후 한참을 기다려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무도 안 계세요?”
드르륵-.
교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클레임 교수의 책상 역시 불이 켜진 채였지만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에 갔다고 하기에는 이미 문 앞에서 30분이나 기다린 레이먼이었다. 설마…….
‘변비인가?’
그런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 그때였다. 레이먼의 눈에 문이 열린 창고가 보였다. 변비가 아니라 창고에 계신 건가?
혹시 누군가 더 있는 걸까 싶어 귀를 기울여 봤지만, 귓가로 들리는 것은 여전히 옅은 제 숨소리뿐이었다. 하지만 창고 문이 열렸다면 클레임 교수가 창고에 있는 게 아닌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창고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때 그 허무맹랑한 괴담이 맞다면 정말 문을 통해 다른 곳으로 간 건가? 아니면 정말로 어제 수업을 진행했던 클레임 교수는 진짜 클레임이 아닌 건가?
답도 알 수 없는 고민을 계속하느니 뭐라도 제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레이먼이 창고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끼익-.
창고는 문의 이음새가 낡았는지 문을 열자마자 듣기 싫은 소음이 레이먼의 귓전을 때렸다.
그리고 있었다.
정말 소문의 그 문이.
열린 채로.
하지만 벽 너머엔 그날 학생이 말했던 벽 따위는 없었다. 대신, 어디론가 연결된 것처럼 마력이 소용돌이치는 광경이 있었다. 레이먼은 확신했다. 클레임 교수가 분명 저 안으로 들어간 거라고.
넘어갈까? 넘어가야 하나?
깃펜이 목적이라면 이대로 창고에서 깃펜을 찾아 떠나면 된다. 하지만 만약, 괴담이 진실이라면? 맞다면 최근 수업을 하고 있는 클레임 교수는 가짜란 뜻이 되고 진짜는 어딘가 다른 곳에 박혀 있다는 소린데. 설마 진짜 클레임 교수님은 이 안에 갇혀 있고 왔다 갔다 하는 놈이 가짜인 건가? 클레임 교수가 도움이 필요할 가능성은?
‘가능성은 낮아. 하지만.’
확인할 필요는 있지.
‘클레임 교수 정도의 마법사라면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이건 절대 클레임 교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중요한 정보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클레임 교수를 도와준다면 분명 그 대가로 깃펜을 요구할 수 있을 거다.
[ 남을 도와줄 때 그런 변명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돕질 못하는 게냐. 피곤한 성격이구나. ]‘돕는 거 아닙니다.’
한 발.
레이먼은 미지의 소용돌이 속으로 한 발 내디뎠다.
얼마 있지 않아 푸른 마력이 그를 감쌌고, 모든 소리가 차단된 듯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음에도, 앞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둠으로 가득 찬 듯했다.
이곳에 클레임 교수님이 있는 건가?
하지만 그 어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커튼이 걷히듯 사라졌고 따뜻한 오렌지색 조명이 레이먼을 감쌌다.
곧이어 레이먼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아늑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진열된 작은 공간이었다.
‘방?’
조명 아래에 있는 공간은 꼭 누군가의 방 같았다. 가구의 크기나 얼핏 보이는 책들의 연령대를 고려해봤을 때, 성인은 물론이고 레이먼과 같은 또래의 방도 아닌 듯했다.
“여긴 어디지?”
아직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두리번거리는 레이먼의 바짓단을 고사리 같은 손이 꽉 쥐었다. 아래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이제 7살쯤 되지 않았을까 싶은 외견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아이는 짙은 남색 머리에 똘망똘망한 핑크색 다이아몬드 색의 눈으로 레이먼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눈에는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아저씨?”
“아, 아저씨?”
귀신이 가득 찬 이상한 공간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이먼의 예상과는 너무 다른 상황.
“아저씨는 누구예요?”
“어, 그게-.”
“멜리아, 누구랑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소녀의 방문이 열리고 레이먼에게 매우 매우 익숙한 얼굴이 그곳에 등장했다. 멜리아라 불린 소녀는 그 남자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긴 채 레이먼을 가리켰다.
“아빠, 아빠가 오는 곳으로 이상한 아저씨가 왔어요!!”
“클레임……교수님?”
클레임 교수님이…왜.
당황한 건 레이먼만이 아니었다. 클레임 교수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레이먼을 바라보곤 중얼거렸다.
“레, 레이먼?”
여태껏 봤던 클레임 교수의 표정 중 가장 사람다운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