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4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42화(142/275)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방법 중에는 부도덕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빼앗는 것이고, 하나는 훔치는 것이다.
그렇다. 이건 개쓰레기 같은 방법이다. 원하는 걸 얻어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이런 강압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중히 부탁하는 것이다. 그걸 원하고 있으니 거래하거나 빌려달라고. 하지만 이 방법은 부탁인 만큼 강제성도 띠지 않는데, 그럴 때에는 상대방에게 빚을 만들어두면 일이 편해진다.
대상이 보통의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라면 빚을 진 상대방은 그 빚을 해소하기 위해 일단 뭐든 해줘야 하니까.
그래서 레이먼은 유령 들린 깃펜을 얻기 위해 클레임에게 빚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바로 그의 가족을 이용해서.
‘어쩔 수 없지. 포레스튼에서 클레임 교수님은 빈틈을 잘 보이지 않지만, 딸이나 아들한테 저 정도로 맞춰주는 아빠라면 가족과 관련된 일에는 예민하다는 뜻이니까.’
[ 눈치 특성이 발동합니다. ] [ 리사 아인의 속마음이 들립니다. ] [ 리사 아인 : 우리 아들을 가르쳐달라고 말하면 분명 거절하겠지? ]한 가문의 안주인이 직접 부엌까지 와 저녁 메뉴를 정하고 그릇까지 정해줄 정도면 자신을 손님으로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는 걸 뜻했다. 처음엔 이유를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다.
“족집게 선생님이요?”
“네! 그 학생과 함께 조금만 공부해도 성적이 쑥쑥 오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그 학생이 바로-.”
“저라는 거군요.”
“그렇답니다. 레이먼 학생은 이미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더 유명해졌어요.”
내가 클레임 교수님의 아들을 가르치게 되면….
‘클레임 교수님께 깃펜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척 보니 클레임 교수는 거절할 수도 없을 거다. 집안 교육 문제는 이분이 꽉 쥐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클레임 교수님은 자식 교육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레이먼의 질문에 당황한 리사 아인에게 그가 다시 질문했다.
“이엔이 14살이 됐다고 들어서요. 14살 정도면 마법 공부도 좀 시작하고 그럴 나이 아닌가요?”
“맞아요. 그렇긴 한데….”
“그렇긴 한데….”
리사가 기다렸다는 듯 하고팠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부엌에서 나온 그들은 응접실로 갔고, 응접실로 가는 복도에서 레이먼은 멜리아와 이엔이 함께 노는 모습을 곁눈질할 수 있었다. 누가 아들 아니라고 할까 봐 이엔은 정말 클레임과 아주 많이 닮은 소년이었다.
‘멜리아는 엄마를 닮았다고 하더니 이엔은 클레임 교수를 쏙 빼닮았네.’
남색 머리카락과 창백한 피부, 그리고 가늘고 긴 눈빛까지. 이엔은 제 아버지인 클레임과 똑 닮아 있었다. 작은 차이가 있다면 아직 14살에 불과한 이엔에게는 클레임 교수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소년 특유의 천진난만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것 정도였다.
멜리아가 그의 다리에 매미처럼 매달린 장면이 두 남매의 우애가 상당히 좋다는 걸 보여줬다. 응접실에 도착하자마자 리사는 더 적극적으로 이엔의 교육에 대해 어필했다.
“이엔이 재능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클레임이 워낙 천재잖아요?”
“그렇죠.”
그녀의 말은 딱히 남편을 치켜세워주는 건 아니었다. 클레임 교수님의 어린 시절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유명했다. 포레스튼 재학 시절에 마법 수식 관련해서는 그를 따라잡을 자가 없었고 필기 시험에서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직까지 아카데미에서 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더군다나, 그가 직접 개발한 마법 수식은 아직도 아카데미 수업 자료로 쓰이고 있었다. 마법 자료에 실린 수식을 만든 이 대부분이 이미 오래전에 죽은 마법사임을 고려한다면 클레임은 불세출의 천재임이 틀림없긴 했다.
물론, 레이먼보다 못했지만.
“이엔은 자기 아빠를 따라잡고 싶은 모양이에요. 그것 때문에 아빠를 보는 것도 어색해하고 말도 제대로 못 걸고 있어요. 원래 아주 사이가 좋은 부자지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이를 어려워하더니 이제는 말도 하지 않아요. 이엔이 너무 불편해하니까 그이도 결국 교직원 숙소에서 잠시 살게 됐고….”
“그럼 교수님께서 직접 아들을 가르치면 되지 않나요? 부자간에 어색함도 풀고 더 좋을 텐데요.”
아카데미 교수의 개인 과외는 불법이지만 가족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게다가, 아빠를 뛰어넘고 싶다면 그 아빠한테 배우면 되지 않나?
하지만 레이먼의 말에 리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빠한테 배우는 건 죽어도 싫다고 하네요.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같은 대답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제가 가르쳐 드릴까요?”
그 대답이야말로 레이먼이 기다렸던 것이고.
“………네?”
레이먼의 물음에 순간 리사 아인의 눈동자가 빛났다.
“레이먼 학생이요?”
“저에 대한 소문도 이미 들으신 상태이고, 오늘 이렇게 교수님 댁에 방문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수도 있으니까요. 마법사들의 인생에 우연은 없답니다.”
“정말 괜찮은가요? 4학년이면 취직이 곧이라 바쁘지 않나요?”
“전 괜찮습니다. 성적도, 활동도 충분해서요.”
여기서 뭘 더하라고 하면 그게 미친놈들이지.
1등 성적에 이 정도 외부 활동이면 왕실 마법사를 지원해도 오버 스펙이다.
‘게다가 14살이면 아드리안이 졸업한 이후에도 아카데미에 남아 있을 테고.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보고해줄 놈 하나는 필요하니까.’
“전 아직 학생이라 공식적으로 수업을 하는 건 어렵지만 친한 교수님 댁에 놀러 와 그 아들분의 마법을 보고 조언해주는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니 거절하셔도 괜찮-.”
“그럴 리가요!”
허락해주지 않으면 별수 없다는 듯 건네는 레이먼의 말에 리사 아인이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레이먼의 양손을 붙들고 말했다.
“저희 아이를 잘 부탁드려요!”
“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
– 그렇게 됐어요.
– 뭐?
– 레이먼이 매주 흙의 날마다 와서 이엔의 마법을 봐주기로 했어요.
– 아니, 그걸 묻는 게 아니라.
– 클레임, 지금 내 말에 토를 다는 건가요?
– 아니, 그것도 아니지.
– 이엔도 동의한 일이니 당신은 일단 지켜보세요.
그때 클레임의 표정은 볼 만했다.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클레임은 리사의 단호한 결정을 거절하지 못했고, 레이먼은 흙의 날마다 클레임과 함께 그의 집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 이엔에게 이상한 걸 가르치지 마라. 마법만 가르쳐. 네 이상한 성격에 물들이지도 말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 애한테 이상한 걸 가르쳤다가는 네 성적에도 문제가 생길 거다.
– 대체 절 어떻게 보시는 겁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찾아온 첫 수업 날, 레이먼은 이엔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지난 만남에서는 리사와 대화를 하느라 이엔과는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에 사실상 대화는 처음 나누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멜리아와 달리 이엔은 매우 조용한 소년이었다.
클레임처럼 하는 말마다 토를 달거나 불만을 말하지도 않았고, 도리어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멜리아와 놀아줄 때는 그래도 말을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방에 둘만 남으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뭐, 굳이 친밀해질 필요는 없지.
“이엔. 네가 여태까지 배운 걸 보여줄 수 있어?”
“네.”
이안은 레이먼의 말에 자신이 아는 것들을 하나하나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음. 이미 1학년 이론은 다 뗐군. 이 정도면 진도가 빠른 편일 텐데. 13살에 마법에 관해 배운다 쳐도 14살에 1학년 이론을 다 떼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1학년 때는 마법 전반에 대한 기본 이론을 배우기 때문에 머리에 욱여넣어야 할 지식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자 특화 분야를 선택한 2학년보다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할 내용이 많을 정도였으니까.
“1학년 내용은 다 외운 건가?”
“네.”
“2학년 과정은?”
“시작했습니다. 반 정도 끝냈습니다.”
“잘 배우고 있네. 그럼 왜 그 선생님을 쫓아낸 거지?”
나쁘지 않은 참여도였다. 그래서 문득 궁금했다. 리사 아인의 말로는, 이엔이 늘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새로운 선생님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했으니까.
레이먼의 물음에 이엔은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
“제가 원하는 걸 해주지 못했으니 부모님께서 힘들게 벌어오신 돈을 함부로 낭비하기 싫었습니다.”
맞는 말이네.
근데 좀.
“네가 원하는 게 뭔데?”
거슬리잖아?
***
네가 원하는 걸 정확히 말해야 내가 들어주지.
레이먼의 질문에 이엔이 말했다.
“새로운 마법 수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하면 거기에 정확히 지적해줄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걸 제안드렸을 때 거기에 의견을 주시는 선생님들이 없었어요.”
“그래? 그럼 갖고 와봐.”
“예?”
“네가 만든 새로운 마법 수식이라는 거. 갖고 오라고.”
얼마나 새롭길래 그분들이 아무 말도 못 했는지 한번 보자고.
귀족들에게 마법 과외를 하는 마법사 중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마법사는 없다. 그들 대부분은 왕실이나 마탑에 입학할 성적을 가지고도 돈을 벌기 위해 교육 시장에 뛰어들었으니까. 그런 그들이 치열한 교육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출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클레임의 자식을 가르치는 마법사들이 그 정도 지식 하나 없었을까.
“이겁니다.”
이엔이 내민 수첩을 펼치자 그곳엔 마법 수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잘 썼네.”
이엔에게 그런 칭찬은 익숙했다.
그의 수첩을 본 모든 선생이 그렇게 얘기해줬기 때문이다.
– 이걸 이엔 학생이 직접 만들었다는 소립니까? 이야, 이거 천재가 또 한 번 나왔네요.
–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 14살이 있을 줄이야. 이거 지금 가장 유명한 포레스튼의 학생보다 더 똑똑한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네요. 새로운 마법 수식은 다른 마법사들과도 의견을 교환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그의 수첩을 아버지에게 들킨 적이 있었다. 그 수첩을 본 아버지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정리하느라 고생했구나.’였다.
정리하느라 고생했다니!
아버지 눈에 이 정도 수식은 새로운 축에 들지 않는다는 건가?
그래서 이엔은 그들에게 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보다 못한 사람한테 배워서는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없다.
– 이엔, 이번에는 정말 유명한 선생님을 데려왔어! 포레스튼에 재학 중인 학생인데, 학생들 사이에서 잘 가르치기로 유명한 모양이더구나! 부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쫙 퍼진 아이니까 한번 믿어보는 것도 좋을 거야.
그런데 그다음으로 데려온 사람은 더 유명한 선생도 아니고 겨우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학생이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봤자 교수인 아버지보다 더 나을 리가 있겠는가. 이엔은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다 이번에도 그를 쫓아낼 생각이었다.
수첩을 내민 이엔은 기대도 하지 않고 심드렁한 얼굴로 레이먼 앞에 서 있었다. 레이먼은 수첩을 몇 번 뒤적이고 말했다.
“잘 썼네.”
그 말을 듣자마자 이엔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속으로 혀를 끌 찼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이어진 말에 “예?”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정리하느라 애썼고.”
“예?”
“그래서? 새로운 마법 수식이 있는 페이지는 어디지? 아무리 뒤적여도 보이지 않아서.”
“……아니.”
지금 아버지랑 똑같은 말을 한 건가?
포레스튼의 4학년이면 아직 19살인 거 아닌가?
‘나랑 겨우 5살밖에 차이 안 나잖아. 그냥 모르고 하는 소리겠지?’
이에 이엔이 답했다.
“그 수첩에 있는 게 전부 다 새로운-.”
그러자 레이먼이 크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아주 불쾌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