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48)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48화(148/275)
면접관들은 면접을 보러 온 학생들을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렀다.
“좋습니다. 11번 학생?”
“네.”
“성적을 보니 여태까지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군요.”
“네.”
“특별히 노력한 점이 있나요?”
전생의 그가 살았던 곳의 면접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은 예의와 겸손이었다. 제아무리 훌륭한 스펙을 가졌다고 해도 언제나 겸손한 태도로 모든 일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조금 달랐다.
포레스튼에서 마법사들이 데려가고 싶은 학생들은 보통 ‘키우고 싶어지는 놈’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레이먼이 한쪽 다리를 꼬며 답했다.
“없습니다.”
“없어요?”
질문을 한 마법사가 콧방울에 걸쳐 있던 안경을 고쳐 썼다.
“네. 다른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교과서를 읽고 준비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꾸준히 1등을 차지했던 이유는 제 마법사로서의 가능성이….”
“가능성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레이먼이 씨익 웃었다.
첫 번째 질문 이후부터 면접관들은 앞다투어 11번, 레이먼에게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번에 신설된 왕실 연구실의 정령 부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대정령님께서는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정령 부서를 만들 때 위치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며 보수 의견을 내주셨는데… 정령 친화력이 높은 부지가 있고, 낮은 부지가 있기 때문에….”
“마법진 관련 수업에서 만점을 받은 기록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마법진은 무엇입니까?”
“고대의 마법진입니다. 고대의 마법진은 사용 불가한 마법진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특정 마력을 주입했을 때 발동 가능하다는 사실을 해당 수업에서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10번까지의 면접 때와 달리 11번이 답을 할 때마다 면접관들의 허벅지는 남아나질 않았다. 서로서로 자기 부서에 데려가겠다며 허벅지를 꼬집고 눈을 깜빡였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눈병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한편 진실을 모르는 레이먼은 긴 면접 시간으로 인해 면접관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총 30분의 면접 시간 중 5분여가 남은 시점. 5명의 면접관 중 가운데 앉아 있는 남자가 11번 면접자를 향해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이 마법진이 왕실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의견을 한번 내보시겠습니까?”
그가 내민 종이에는 처음 보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천천히 보시고 얘기해주세요.”
싱긋 웃으며 종이를 건넨 면접관이 등받이에 허리를 붙이자마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면접관 두 명이 찰싹 달라붙어 소곤댔다.
“저거 이번에 마탑에서 만든 거 아니에요?”
“행정부에서 검토 중인 거잖아요.”
“그걸 학생이 어떻게 알아내요.”
“우리도 지금 검토 중인 건데!”
“그래도 재밌잖아요.”
“아무리 기대를 해도 그렇지 저건 너무 갔다.”
“맞히면 어떻게 하려구요?”
“뭘 어떻게 해요? 행정부에서 맡았던 거니까 우리가 데려가야지.”
“아니죠. 저걸 할 줄 아는 거면 연구실에서-.”
그때였다. 종이를 들고 잠깐 고민하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던 레이먼이 손을 들었다.
“확인 끝났습니다.”
“크, 크흠. 그래요? 어떤가요? 개량할 곳이 있어 보이나요?”
“음…. 이 마법진, 실제로 사용해본 적 있는 마법진인가요?”
“그게 무슨 뜻이죠?”
레이먼이 종이를 손가락에 끼운 채 답했다.
“말 그대로예요. 제가 보기엔 마법진이 제대로 발동하기도 전에 실패할 것 같아서요.”
“실패할 것 같다고요?”
레이먼의 답에 면접관 다섯 명의 눈이 모두 커졌다.
마탑에서 이미 확인을 마치고 준 마법진이다.
행정부처에서 맡은 일은 그들이 준 보고서를 보고 그 마법진이 왕실에 도움이 될 것인지, 된다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만약 피해를 끼친다면 그 피해가 이익보다 작은지 큰지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마법진이 정말로 발동이 되는가?’에 대해선 고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애초에 마탑에서는 당연히 발동까지 확인하고 그들에게 보내왔을 거라 믿었으니까!
레이먼의 부정적인 평에 행정부처에서 온 마법사가 말했다.
“11번 학생이 의문을 가지는 건 알겠어요. 학생은 처음 보는 마법진이니 그 발동부터 고민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마법진은 이번에 마탑에서 개발한 거예요. 발동이 되지 않을 리가 없어요.”
“그런가요.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 마법진은 방어형 마법진이죠. 발동하기 위해서는 3명, 아니 4명의 마법사가 필요할 테고요.”
정답이다.
그래서 놀라웠다. 아무리 1등만 도맡아 하던 학생이라 해도 면접자는 학생이었다.
한데 학생이 마탑의 신규 마법진을 단숨에 파악하고 발동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한다?
‘이걸 마법진만 보고 알아냈다고?’
이 정도만 해도 면접관들은 놀라 뒤집어질 상황에서 레이먼은 더 말을 이어갔다.
“4명이 모여 커다란 방어 결계를 펼치는 마법은 이미 있는 데다가 이 마법진과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결계는 마법사를 보호해주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해요. 그들은 결계로 몸을 보호하면서 다른 이들과 싸울 수 있는 거죠.”
이것도 정답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결계의 형태를 각자에게 맞출 수 있게 하는 마법진 형태가 추가로 필요한데, 이 부분.”
레이먼이 마법진의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가늘고 긴 손가락의 끝에는 육각성이 그려져 있었다.
“이거, 육각성 안쪽 선분 하나가 끊어져 있어요.”
“뭐라고?”
“확인해보세요. 제게 준 종이에 잘못 그려져 있는 게 아니라 한번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 말과 함께 11번 면접자, 레이먼의 면접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레이먼은 머리를 맞대고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면접관들을 향해 조금 전의 건방졌던 태도와 사뭇 다른 정중함으로 깍듯이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방어형 결계 마법진의 필수 요소 중에서도 신의 방패 문양이라고도 불리는 ‘육각성’은 방어형 결계 마법진의 요소들 중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발동에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육각성이 미완성인 마법진이라면 제대로 발동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확인을 마친 결과,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입을 크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레이먼이 말한 대로였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지만 육각성의 안쪽 선분 중 하나가 끊어진 채로 그려져 있었다. 다른 선분이라면 모르겠지만 육각성만큼은 끊어지거나 희미해선 안 됐다.
면접이 끝난 뒤, 1차 면접에 참가했던 마법사들은 다 함께 마탑으로 향했다.
“어라? 잠시만요?”
해당 마법진의 담당자였던 마탑의 마법사 역시 놀란 얼굴로 재차 확인했고, 결론적으로 레이먼의 말이 맞았다.
“아, 죄송합니다. 야근이 잦다 보니 그리는 과정에서 마법진이 훼손된 모양이에요. 이거 엄청 큰 실수를 해버렸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분이 찾으셨어요? 찾기 어렵지 않으셨습니까?”
쉬웠을 리가 없다.
새로운 마법진의 경우에는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짚어내기 까다로웠다.
마법진을 만든 마법사의 의도일 수도 있고, 해당 부분이 보통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마법진이기 때문에 실수인지 아닌지, 혹은 설계부터 잘못된 것인지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는 육각성이라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핵심이 틀어진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마법에 대한 지식이 있고 보는 눈이 까다로워야 했을 것이다.
당장 같은 포레스튼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들 또한 알아채지 못했던 부분이 아니던가.
즉, 11번 면접자는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신입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면접관들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마탑의 담당자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두리번거렸다.
5명이나 이곳에 왔으니 이들 중 한 명이 마법진에 대해 알아낸 거겠지?
그러나 그들은 답 대신 다른 이야기로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역시 재능이 있는 아이라니까!”
“그 친구가 그 유명한 레이먼이 틀림없어요! 소문대로 정말 쭉 1등을 지킨 모양이네요!”
“행정부는 그런 것도 못 찾아내고 뭐 했나!?”
“맞아요! 저희가 좀 부족하네요. 그러니 그 애는 우리가 데려가겠습니다!”
“아니, 그게 또 왜 그렇게 되나!?”
이것들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지?
마탑의 마법사, 스코필드는 입을 다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레이먼이라면 오닉스의 친구 아닌가?’
방학 때 오닉스가 마탑에서 일을 할 때면 늘 말하는 이름이 있었다. 레이먼과 유타였다. 저번에는 오닉스와 함께 머물고 간 적도 있었으니 스코필드는 레이먼의 이름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애 이름이 왜 나오는 거지?‘
“혹시 이거, 레이먼이 알아낸 건가요?”
결국 한창 싸움 중인 그들 사이로 스코필드가 고개를 쑥 내밀고 질문했다.
“레이먼이 제 마법진을 봤습니까?”
“선생님의 마법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챈 게 바로 그 학생입니다.”
“아직 모르잖아요. 11번이 레이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레이먼이 아니면 뭐 어때요. 그렇게 우수한 학생인데.”
“그러니까 제가 데려간다는-!”
결국 그들의 싸움은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되었고,
3주가 지난 후에야 1차 면접 결과를 포레스튼에 통보할 수 있었다.
***
“레이먼, 붙었어?”
유타가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레이먼에게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너는?”
레이먼이 물었다.
“나는 당연히 붙었지. 1차에서는 보통 행정부로 많이 간다고 하더라. 난 행정부야.”
유타는 이미 레이먼도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거라 생각했다. 유타에게 온 통지서에는 [ 귀하의 합격을 축하합니다. ] 라는 멘트와 함께 배치될 부서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레이먼이 받은 통지서는 달랐다.
“나도 합격은 했는데, 어디로 갈지는 아직 안 정해졌어.”
“그게 무슨 소리야?”
“봐.”
레이먼이 건넨 통지서를 읽은 유타의 입에서 다시 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 귀하의 합격을 축하합니다. ] [ 왕실 1차 면접인 것을 알고 있으나 귀하의 활약을 마탑에서도 들었습니다. 원하신다면 특별 전형으로 마탑에도 들어올 수 있음을 알립니다. 이 통지서의 끝에 마련된 빈칸에 원하는 곳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단, 왕실을 선택할 경우 귀하의 선호 여부와 관련 없이 행정부처로 배치될 예정입니다. ]“대체 면접을 어떻게 본 거야? 1차에서 마탑까지 합격한 사람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
유타가 유쾌하게 웃으며 통지서를 돌려주었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거야?”
“왕실이지 뭐. 마탑에 가면 오닉스랑 24시간 붙어있어야 하잖아. 저 성질머리를 어떻게 받아주냐?”
“하긴. 내 생각도 그래. 오닉스의 성질머리를 받아줄 만한 성격은 테디 정도지.”
“형님!”
“레이먼 도련님!”
그때, 휴게실로 찾아온 아드리안과 니콜이 레이먼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아, 왔구나.”
“오늘 1차 면접 결과가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형님은 붙으셨겠지요?”
아드리안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 왕실 행정부서에 갈 것 같다.”
“역시. 형님이라면 1차에 바로 붙으실 줄 알았어요.”
“아드리안 도련님께서 걱정을 그렇게 하셨다구요.”
“니콜!”
아드리안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처음 봤을 때보다 확연히 컸는데도 아직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은 그대로였다.
‘저런 애를 미리 없애야 한다고?’
레이먼은 깃펜을 통해 들은 유령의 말을 상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유령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드리안.”
“네, 형님.”
슬슬 가려진 진실을 직접 확인할 때가 됐다.
이제 5학년도 거의 마무리 단계고 더 이상 취업 준비도 할 필요가 없으니.
레이먼이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질문했다.
“너 요새 좀 한가하냐?”
“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