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4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49화(149/275)
“요새 어때?”
유타와 니콜을 물리고, 아드리안의 방에 방문한 레이먼이 그에게 물었다.
아드리안은 평소와 사뭇 다른 형님의 모습에 끔뻑끔뻑 눈을 뜨다 다시 정신을 차리곤 답했다.
“저요? 저는… 잘 지냅니다. 1등도 놓친 적 없고 수업도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그거 말고. 뭐, 누가 널 괴롭힌다거나 막. 어? 나쁜 길로 빠지게 한다거나, 그런 거 없어?”
레이먼이 일부러 더욱 크게 손을 휘저었다.
과장 섞인 행동에 도리어 당황한 아드리안이 “아뇨, 딱히 없습니다.”라고 작게 답했다.
아드리안의 생활관 방 침대에서 동생과 마주 앉은 레이먼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일기장의 유령이 그렇게 말한 걸로 봐선 분명 아드리안한테 뭔가가 있는 건데. 혹시 영법에 빠지기라도 했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레이먼은 아드리안을 데리고 클럽 하우스에 위치한 훈련장으로 향했다.
“오늘부터 내가 졸업할 때까지 매일 마법 대련을 할 거야.”
“시간 괜찮으십니까, 형님?”
“면접도 통과했고, 졸업 전까지는 따로 해야 할 것도 없으니까 괜찮아.”
해야 할 게 있긴 하지.
널 감시하는 거, 인마.
이어 레이먼은 아드리안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치고는 말했다.
“좋아. 오랜만에 동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좀 볼까? 수업 시간에 배운 걸 좀 써먹어 봐라.”
“네.”
아드리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화려한 마법을 선보였다.
애초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놈이었다.
‘제법이네. 벌써 4서클 마법도 이렇게 능숙하다니.’
마력도 방대했고. 꾸준히 노력하더니 이젠 4서클 마법까지는 거뜬히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이후부터가 어렵겠지만 레이먼은 아드리안이 영법을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서클을 사용하지 않는 영법은 탁기와 시전 속도만 봐도 대충 구분이 가니까.
‘어떠세요?’
[ 어떻긴. 그냥 평범한 마법이지. ]게다가, 아모르가 영법과 일반 마법을 구분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 아모르가 평범하단 걸로 봐선 아드리안이 사술로 빠지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 아드리안도 미숙한 부분은 있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마력 소모라든가.
“아드리안, 그 마법에 이 정도 마력은 필요 없어. 반으로 줄여라.‘
“네!”
“그리고 발은 고정시켜. 움직이지 말고 마법을 시전해. 시전자가 몸을 자주 움직일수록 불필요한 마력 소모가 커진다고. 네 마력이 방대하긴 하지만 무한대는 아니잖아.”
“네!”
“그래. 이제부터는 가볍게 서로 몸이나 풀어볼까?”
“네? 아, 네!”
이후 1시간 정도 대련을 하자 아드리안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레이먼은 앞으로도 아드리안을 봐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갔다.
***
레이먼은 왕실 마법사가 되기로 결심한 뒤 통지서의 빈칸을 채웠다.
그리고 할 일이 없던 레이먼이 한 일은 에글린턴으로 편지를 보내는 일이었다.
에글린턴의 리트리도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진로를 정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 리트리에게안녕, 리트리.
넌 어디로 가고 싶은 거야?
슬슬 정해야 하지 않아?
레이먼으로부터 ]
리트리에게 답장이 온 건 3일 후였다.
여전히 수다스러운 편지였다.
[ 절친 레이먼에게레이먼! 그동안 내가 편지를 잘 못 했지! 정말 미안해. 나도 너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학교 일정이 너무 바빠서 말이야. 알다시피 난 왕실에서 교육을 받다가 에글린턴의 2학년으로 시작을 했잖아. 휴,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가니까 따라잡기 힘들더라고, 하하하!
교류회도 요샌 거의 하지 않으니 너를 보러 갈 일이 줄어서 참 서글퍼. 요새 내 근황이 궁금한 거지? 저번에 내가 편지를 보냈을 때 내가 왕실로 가고 싶어 한다고 했었는데! 너한테 편지를 보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정해졌어! 나는 연구실로 들어가고 싶어!
너는 행정부 지망이었지? 나도 행정부가 괜찮긴 했는데 옛날 교류회 때 말이야, 네가 나한테 지긴 했지만 사실 진짜로 했으면 내가 졌을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 그래서 오히려 내가 마법을 쓰는 것보다는 보조하는 쪽으로 가고 싶어졌어.
오, 레이먼! 하지만 오해하진 마. 네가 내 진로를 바꾼 게 아니라 나도 많이 생각해본 거야. 연구실로 가면 네가 사용할 마법을 내가 개발할 수도 있는 거잖아? 마탑주님이 우리 학장님이시니까 마탑도 생각해봤는데 오닉스가 마탑에 들어가지? 으으, 걔랑 뭔가를 같이 하면 분명 나는 많이 싸울 거야. 최악이지! 그러니까 마탑이 아니라 연구실로 가야지!
아, 말이 좀 많았다! 어쨌든 나중에 만나자.
너의 절친 리트리로부터 ]
리트리는 연구실로 간다는 건가?
그럼 디찬 선배 밑으로 들어가는 건데…….
‘둘이 진짜 안 맞겠다.’
상상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조합이었다.
‘응? 그런데….’
레이먼은 리트리로부터 온 편지 밑에 있는 다른 편지를 찾았다. 이엔와 챈들러에게서 온 편지였다. 레이먼은 일단 이엔이 보낸 편지부터 읽어 보았다.
[ 레이먼 선생님께안녕하세요, 선생님. 이엔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1등도 하고 아버지와 사이도 더욱 좋아진 것 같아 감사의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어요. 다른 선생님들은 저희 아버지 때문에 늘 저에게 아부하기 바빴는데 선생님께서는 솔직하게 저를 바라봐주시고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저만 생각해주신 게 참 감사했어요. ]
……?
‘얘가 뭘 크게 오해하고 있네.’
[ 포레스튼에 입학하고 나서도 선생님과 이렇게 편지를 나누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만약 불편하시다면 답장해주지 않으셔도 서운해하지 않을게요. ]이거 무조건 서운해하겠다는 뜻 아닌가?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제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셨어요!선생님의 제자, 이엔으로부터 ]
레이먼은 이엔에게 꼭 답장해야겠다 다짐하며 챈들러의 편지를 펼쳤다. 챈들러의 편지는 대단히 짧았다. 얼마나 짧았냐면 3초 만에 전문을 다 읽고 다시 접어버릴 정도였다.
[ 레이먼에게우리 집 놀러 와
네 사랑 챈들러 ]
원래의 레이먼이라면 충분히 무시하고도 남을 내용이었지만 자신의 부탁으로 챈들러 선배가 직접 수도까지 와 이엔의 교육을 도와주었으니 차마 못 가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빠질 핑계도 없다.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은 이미 챈들러 선배한테 전해졌을 테고, 그럼 5학년 1학기가 끝난 방학 때 할 게 없다는 걸 선배도 이미 알고 있겠지.
‘이번 방학 땐 챈들러 선배한테 가볼까.’
***
2왕자가 머무는 왕성.
책상에 꼰 다리를 올려놓고 이번 1차 면접 합격자 명단을 읽어내리던 페인이 방 한가운데 놓인 소파에 앉아 있는 서머셋에게 말했다.
“유타와 레이먼이 합격했어. 이 두 명이 왕성에 오면 계획이 어그러지지 않겠어?”
“어그러지는 일은 없습니다.”
“이미 몇 개는 어그러졌잖아. 바텔바흐 공국에 아티팩트를 빼돌리지도 못했고.”
“그건 형님께서 잘 처리해주셨으니 다 끝난 일이 됐잖습니까.”
서머셋이 두 사람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테이블 위로 슬며시 올려두며 말했다.
“형님께선 아내분이 보고 싶진 않으세요?”
“보고 싶으니 얼른 끝내고 싶은 거지. 앞으로 몇 년 더 걸릴 것 같아?”
“짧아도 2, 3년은 걸리지 않겠습니까. 매너스 형님도 계시고, 1왕자 형님도 돌아오실 텐데요.”
“하긴. 그럼 난 중간에 바텔바흐 좀 다녀와야겠네. 아내 얼굴도 봐야 하고.”
“얼마든지요. 대신 말씀은 주고 가세요.”
“그래, 돌아오는 길에 선물도 가져와야 하니까.”
페인이 웃었다.
페인은 서머셋의 계획을 들을 때마다 매너스가 아닌 서머셋의 편이 선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매너스라면 이런 계획은 절대 짜지 않을 테니 말이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미소 너머로 어떤 잔인한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서머셋 쪽이 페인에게는 재밌는 상대였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형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티타임도 너무 길어지면 의심을 사니까요.”
“그래, 그래. 얼른 가봐라. 나도 할 일이 아주 많아.”
페인이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발로 툭툭 찼다.
“중요한 서류 아닌가요, 형님?”
“중요해. 중요하니까 내 족적을 남기는 거지.”
“그렇군요.”
서머셋이 피식 웃으며 성을 나섰다.
탁탁탁-
복도를 걷는 발걸음이 묵직했다.
성 내부에 마련된 정방형의 정원 중앙에는 분수가 있었고 서머셋은 정원이 바로 보이는 이 공간, 이 복도를 좋아했다.
빠르게 제 궁으로 향하던 서머셋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그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유리페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유리페와 늘 붙어 있는 마리아라는 여자가 있었다.
유리페와 정답게 인사를 나눌 만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한번 눈에 들어온 이상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다.
“유리페.”
“아, 서머셋 오라버니. 안녕하세요.”
궁중 법도를 무시하는 가벼운 손인사였지만, 서머셋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보다 서머셋이 더 신경이 쓰인 것은 유리페가 어째서 왕성에 있는지였다. 포레스튼 재학 시절엔 방학 때마다 왕성에 머물면서 온갖 소문을 캐가긴 했지만, 졸업 후에는 마리아 스웨인 가의 별장에 틀어박혀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지 않았나.
“유리페, 어쩐 일로 네가 왕성에 온 거야?”
“집에 잠시 돌아온 것뿐인데요. 굳이 질문을 받을 만한 방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유리페가 싱긋 웃었다.
맞는 말이기에 서머셋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저쪽 방향에서 나오시는 거면 페인 오라버니를 만나고 나오시는 길입니까?”
“잠시 얘기를 나누었지.”
“즐거운 시간이셨나요?”
“그렇지.”
“페인 오라버니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을 통 보질 못했는데. 한 분이라도 계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런 금수만도 못한 놈과 대화가 통하다니, 엄청나구나- 라는 의도를 다분히 섞은 말에도 서머셋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그래.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 유리페. 언제까지 머물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포레스튼의 겨울 방학이 시작되는 날 떠날 거랍니다. 여행지가 정해져서요.”
“여행지를 물어봐도 될까?”
“물론이죠. 아이작 가문의 영지로 여행을 떠날 거랍니다. 바다처럼 거대한 호수가 있다고 들어서 아주 기대되네요.”
“아이작? 챈들러 아이작을 말하는 거야?”
왕성에 들어온 이후 함께 오지 않은 학생회의 일원과 대화를 나누지 않은 지 꽤 됐는데. 그 사이에 유리페가 챈들러와 친해진 건가?
챈들러 아이작은 서머셋에게도 친해지고 싶은 상대 중 한 명이었다.
“챈들러가 널 초대한 건가?”
하지만 유리페가 챈들러와 친한 줄은 정말 몰랐는데.
“아니요. 마리아가 챈들러 선배와 조금 친분이 있을 뿐이에요. 제가 할 말은 이게 다네요. 가보겠습니다. 만나 뵈어서 반가웠어요, 오라버니.”
이번엔 드레스 자락을 손에 쥐고 예법을 갖춘 정중한 인사로 대화를 마친 유리페가 자리를 떠났다. 여전히 짧은 단발머리의 마리아가 그녀의 곁에 딱 붙어서며 말을 걸었다.
“레이먼과 함께한다는 건 일부러 말하지 않은 거지?”
“당연하지. 참, 레이먼이 우린 왜 초대한 거래?”
“아, 그것도 편지에 적혀 있었어. 뭐라더라… 아, 그래.
[ 유리페, 그리고 마리아 선배님께.두 분이 함께 지내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중략)…이번 방학 때 챈들러 아이작 선배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는데 함께하시겠어요? ]
“이유가…….”
[ 챈들러 선배가 최근 관심을 가지는 마법학 분야가 저주 마법학이거든요. ]“…특이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