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5화(15/275)
클럽 소개가 끝나고 신입생들이 망아지처럼 문을 젖히고 뛰어나왔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망아지 같았다. 네 발로 뛰어나오는 녀석이 실제로 있었다. 이런. 저걸 좀 봐라. 진짜라니까. 보이지? 다행이라고 한다면 레이먼의 주변에는 그런 놈들이 없었다. 오닉스는 인간답게 두 발로 걸어 나왔고 유타나 그의 측근 역시 망아지는 아니었다.
“도련님!”
니콜이 저 멀리서 커다란 보자기를 손에 든 채 달려왔다. 본가에 잠시 들렀다 온다더니 뭔가를 한 보따리 챙겨왔다. 본가 인심이 좋네. 아니지, 본가 인심이 아니라 내 동생 인심인가.
‘아드리안이 뭔가 줄 게 있다더니 저렇게 많이 챙겨줬구나.’
니콜이 수다스럽게 말을 뱉어냈다.
“잘 지내셨어요? 제가 없는 동안 바지는 잘 갈아입으셨고요? 밥은요? 작은 도련님께서 본가에 새로 들어온 최신 마법 서적과 재료비를 몰래 챙겨주셨답니다.”
“그 사람 몸통만 한 짐이 몰래야?”
“그럼요!”
그래, 그렇구나.
“그럼 다들 내일 보자.”
“아, 그래.”
클럽 소개가 끝난 후, 세 사람은 흩어졌다. 유타는 조금 전 예언 클럽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나 아마 그렇진 않을 테지.
왕족이 다른 왕족의 손에 죽는다는 예언이라니. 저건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말이다. 만약 강심장이 아니라면, 강한 뒷배가 있겠지.
……부럽다.
도리도리. 아니지, 이런 생각 그만하자. 옛날 성격부터 버려야지.
레이먼이 고개를 다시 크게 가로저었다. 오닉스는 그걸 보고 미쳤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레이먼도 클럽을 결정할 때였다.
학생회로 대강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곧 죽는다는 놈 옆에 있어봤자 나중에 살인범으로 몰리기 딱 좋은 거 아니야?
통상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귀찮지만 서머셋 스테디움 스턴 가까이에 붙어 그의 죽음을 저지하자! 그리고 그의 환심을 사는 거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지 않은가.
레이먼 반 스플린의 전생은 사는 내내 불우했다. 인생에 되는 일이라곤 중고차를 50만 원 정도 싸게 샀을 때뿐이었다. 그마저도 사기라는 걸 발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그뿐인가? 돈이라도 모았다 싶으면 가족 같던 놈들이 뒤통수를 치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즉, 전 유태하, 현 레이먼은 불운에 굉장히 익숙한 사내였다.
‘그런 삶을 살아온 내가 감히 금수저보다 높은 왕수저인 왕족을 구할 생각을 한다고?’
차라리 옆에서 적당히 관심을 끌고, 조언을 해주고, 정보를 주는 일이라면 몰라도 괜히 끼어들었다간 괜히 불똥을 맞기 십상이다.
게다가 서머셋은 내 왕 후보도 아니지 않은가. 아직 유타의 문제도 해결된 게 없는데.
‘게다가 유타와 친하다는 이유로 학생회에 들어갔다가, 유타랑 같이 서머셋 암살의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어.’
차라리 유타와의 우정을 깊이 다진 이후에, 서머셋과는 왕실에서 친해지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빈칸은 다음에 채울까.’
변하지 않은 왕 후보의 빈칸을 바라보며 레이먼이 한숨 쉬었다.
“왜 그래?”
유타가 물었다.
너… 아직 옆에 서 있었냐?
“아까 들었던 예언 말이야.”
레이먼이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진짜일까?”
“서머셋이 같은 왕족의 손에 죽을 거라는 예언 말이야?”
유타는 몸을 뒤로 젖히며 폭소한다거나 냉정한 낯으로 정색을 하지도 않았다. 그는 정말 평소대로 미묘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밤에 걸린 붉은 초승달 같은 눈이 레이먼의 푸른 호수에 걸렸다.
“왕족은 언제나 그런 위협을 받으니까.”
“예언 클럽에서 그런 미친 소릴 하는 게 한두 번이야?”
오닉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저 선배들 작년에는 왕족 중에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놈이 있다는 예언을 했다고. 생각을 해봐. 왕족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그런 비밀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아니 한 사람이 수십, 수백 개는 가지고 있을걸? 난 이래서 마법사들이 싫다니까. 쓸데없는 소릴 지껄이는 게.”
“하지만 너도 마법사잖아.”
“어쩌라고!”
“왜 갑자기 흥분하는 거야?”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오닉스는 결국 씩씩거리며 자릴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타도 제 방으로 떠났다.
오늘 수업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자유시간이었다. 니콜이 슥 고갤 내밀어 질문했다.
“오늘도 도서관에 가시려고요?”
레이먼은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갤 가로저으며 그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돌렸다.
“아니, 도서관은 잠깐 쉴 거야. 대신 사서 선생님이 주신 이걸로 아카데미를 돌아다녀 보려고.”
“오, 이건 포레스튼 아카데미 소개 지도네요.”
“클럽 하우스도 한 번씩 돌아보고 싶고.”
***
포레스튼 아카데미의 일부는 프랑스의 샤토와 닮아있었다. 총 4개의 거대한 고성이 있었고 그 성들을 잇는 긴 복도가 있었다.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저물어 가는 노을빛 지붕의 생활관 바로 옆에는 회백색 벽돌과 푸른 하늘빛 지붕을 가진 학습관이 있었고, 수업은 주로 학습관에서 진행되었다. 학습관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예배당을 지나 커다란 광장이 나오는데 그 광장이 있는 곳이 바로 클럽 하우스가 모여 있는 공간이었다.
신생 클럽들이 하나의 성안에서 방을 빌려 쓰는 방식이었다. 전통 있는 클럽들은 독채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웅장한 성 하나를 둘러싼 화려한 하우스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 쪽이 더 사치스러운지 알 수 없었다.
“흠.”
레이먼은 입구에서 잠시 고민하며 서 있었다. 신입생들 중에 클럽 하우스를 직접 보러온 학생들도 꽤 있었다. 선배들도 그걸 알고 열심히 호객행위 중이었고.
“어! 저기 있다! 신입생이다!”
“잡아라!!”
“미친! 다른 클럽이 신입생을 채간다! 얼른 우리 쪽으로 먼저 잡아끌어!”
“하지만 저놈 몸이 너무 안 좋은데!! 우리는 체력단련-!”
“그게 중요해?! 이번 해 인원수가 모자란다고!!”
우르르르르. 흙먼지가 레이먼의 시야를 일순 가렸다.
콜록콜록. 다시 눈을 뜨니 주변을 내려다보는 시야의, 처음 보는 공간이었다. 뭐 하는 동아리지?
생각하는 사이, 레이먼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왔다. 모습을 보아하니 이곳으로 데려온 장본인인 듯했다. 보아하니…아마 선배겠지.
“우린 마법 격투 클럽이야. 줄여서 마격 클럽이지. 유서 있는 클럽 중 하나야. 지금 네가 서 있는 하얀 원 안은 마격을 하기 위한 경기장이고 선배들이 널 납치해서 거기 세운 거야.”
“내려가도 되나요?”
처음 보는 선배가 고갤 가로저었다.
“나도 납치돼서 여기 가입한 거거든. 한 번 올라간 경기장에선 절대로 내려올 수 없어.”
“어떻게 하면 내려갈 수 있는대요?”
레이먼의 질문에 경기장에 매달리듯 엎드려 있던 선배가 앞을 바라봤다.
“저기 저 사람을 이기면.”
“그렇군요.”
괴팍하고 낡은 방식이다.
“유서 깊은 클럽인 이유가 있네요.”
레이먼이 나긋나긋 말했다.
“너무 깊어서 아예 썩어버렸네.”
“응?
“…신입생, 준비는 됐나!!”
눈앞에 선 상대는 레이먼이 한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호쾌하게 웃으며 마격 클럽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절대 후배를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며 이건 하나의 환영 이벤트 같은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이 클럽 하우스 주변을 구경하는 신입생들 대부분이 이런 행사를 이미 치른 모양이었다. 망토 끝이 어쩐지 더럽다 했다.
‘그냥 너희들이 더러운 줄 알았지.’
마음으로 그들에게 사과한 레이먼이 물었다.
“이벤트라면 상품도 있나요?”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뭔데요?”
“날 부를 수 있는 권리다.”
뭐야. 개쓰레기 같은 상품이잖아.
“네가 나를 상대해서 이긴다면 너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말한 선배가 호탕하게 웃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쓰레기 같은 상품에 레이먼이 활짝 미소를 띠었다.
[ 양심이 쓰레기 특성을 발동합니다. ]그가 말했다.
“우와, 그거 대단해요!”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감히 선배님을 이기겠어요.”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레이먼이 양손을 꽉 쥐었다.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선배님!”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
마격 클럽의 전통. 신입생들과의 마법 격투.
마법을 통한 격투이나 실상 왈패 같은 주먹질로 경기를 때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개거지 같은 전통이 이어져 온 데에는 신입생이 단 한 번도 선배를 이긴 적이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마격 클럽에서 신입생과 격투를 치르는 선배들은 모두 마격의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며 고학년이 대다수였다. 클럽의 자존심이기도 한 그들이다. 말로는 후배를 봐준다고 하지만 늘 승리는 선배들의 몫이었다.
그들이 레이먼 반 스플린을 선택한 것도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일부러 신입생 중에서 가장 비실비실해 보이는 놈을 고른다. 귀족이라면 같은 귀족을 상대로 붙인다.
레이먼을 보자마자 모든 선배들은 그가 스플린 가문의 자제이며 소문의 무능한 장남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공작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괜찮은 가문의 아들을 상대로 붙였다.
“역시 선배님이세요! 마법을 막는 것만 해도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정신을 차리니 보이는 건 하늘이었다. 잠깐 기절한 것이다. 레이먼이 제 완드로 쓰러진 그의 가슴을 쿡쿡 찔러댔다.
‘어라, 신입생이 완드를?’
“제 완드가 실수로 폭발하지만 않았어도 선배님의 승리셨을 텐데. 제가 완드 사용이 아직 미숙해서 그만…”
아, 기억났다. 그가 레이먼의 배에 바람 마법을 꽂기 위해 달려갔을 때 순간 무언가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그 타이밍이…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는데?’
그게 고의가 아니었다고?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으신 건 맞죠?”
하지만 거짓이라고 하기엔 이 신입생의 눈이 너무 순수했다. 하, 하긴. 레이먼 반 스플린은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마법 실력이 없다고 소문이 난 걸까?
레이먼이 낑낑대며 쓰러진 거구의 선배를 일으켜 세우려 애썼다.
“아아, 혼자 일어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 너야말로 신입생인데 벌써 완드를 완성한 모양이구나. 난 괜찮으니 돌아가면 네 완드부터 고칠 수 있도록 해.”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 그런데 선배님.”
“응?”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터는 선배를 올려다보며 레이먼이 물었다.
“이 승리도 제가 이긴 건 맞나요?”
“그렇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하긴. 후배를 상대로 선배가 나오는 승부도 냉정한 건 맞죠.”
“응?”
“그럼 제가 나중에 선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죠?”
“하하하, 그게 걱정이었구나. 그래! 당연하지. 마법사는 한 번 한 말을 지키니까.”
그 대답을 들은 이후에야 레이먼이 활짝 웃었다.
“그거 감사하네요!!”
총총총. 돌아가는 레이먼의 뒷모습에 무언가 꺼림직한 그였으나 사소한 의문은 넘기기로 했다. 의심을 하기엔 레이먼 반 스플린의 눈동자는 새끼 고양이처럼 너무나 초롱초롱했기 때문이다.
***
마격 승부가 끝난 이후 마격 클럽의 선배들은 레이먼에게 제 클럽에 들라며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들을 쇽쇽 피해 달아난 레이먼이었지만 금방 다른 선배들에게 잡혔다. 뭔 놈의 클럽이 이렇게 많은지. 너희들, 제발 공부 좀 해라.
“레이먼 반 스플린의 마법 사격이 만점이야!”
“레이먼 반 스플린의 달리기 실력은 최악이야!”
“레이먼 반 스플린의 암기 능력은 최고야!”
“신입생 레이먼은 성격이 별로인 거 같아!”
“레이먼의 성격은 정말 귀엽고 짱이라고!”
“나한테는 욕을 하던걸?!”
“개소리!”
곳곳에서 다양한 명성을 떨치며 레이먼은 선배들의 손아귀를 빠져나갔다. 그리하여 그가 도착한 곳은 클럽 하우스 중 가장 거대하고 사치스러워 보이는 건물이었다.
“…학생회.”
원래는 클럽 하우스 중 가장 큰 건물의 최상층에 있었는데 3왕자의 건의로 건물이 따로 지어졌고 그가 졸업한 이후에는 4왕자 서머셋이 이곳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들어갈까 말까.’
아, 역시. 아직은 아니야. 2학년부터 들어가는 게-.
고민하던 레이먼의 등 뒤에서 누군가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그 목소리에 레이먼이 휙 고갤 돌리자 그의 옆에는 뒷짐을 진 채 건물을 올려다보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레이먼은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 남자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레이먼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서머셋 선배님.”
“안녕. 내가 얼굴을 모르는 걸 보니 신입생이로구나.”
시원스러운 미남형 얼굴과 그에 묻히지 않는 정확히 각 잡힌 몸뚱어리.
만약 그가 전생에 헌터였다면 분명 S급 판정을 받고도 남았으리라.
레이먼 자체 판정 S급 헌터 서머셋이 웃으며 손을 뻗었다.
“클럽 소개는 들었지?”
“네.”
“그래. 날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다시 한번 소개할게.”
그가 손을 내밀었다.
“포레스튼 학생회의 학생회장 서머셋 스테디움 스턴이란다. 그래서, 신입생 네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