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5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52화(151/275)
– 내일 가자
– 내일?
– 오늘은 손님이 왔잖아. 우리 영지에 마법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챈들러 아이작은 특유의 게으름 병이 있었고, 안게트는 제 동생의 게으름 병을 이길 수 있는 형은 아니었다. 결국 ‘알겠다’라는 답과 함께 안게트는 내일 아침 9시에 정문 앞으로 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집무실로 돌아갔다.
“정말 내일 해도 되는 건가요?”
“당연하지. 내가 누구야.”
“챈들러 아이작이죠.”
“그래, 내가 챈들러 아이작이지. 최고의 게으름뱅이! 최고의 잠꾸러기!”
“다 늙은 아저씨한테 꾸러기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습니다….”
“뭐.”
‘아저씨……?’
레이먼의 단어 선택에 크게 충격받은 듯 함께 복도를 따라 걷던 챈들러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아직 25살도 되지 않은 자신에게 아저씨라니. 벌써 그런 말을 들을 나이가 된 건가?
챈들러가 서둘러 얼굴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래도 요즘 잘 먹고 잘 자서 피부가 탱탱해졌다. 살은 좀 오르긴 했지만 전보다 보기 좋다는 시종인들이 대다수였고, 연구도 하고 있지 않으니 스트레스받을 일도 적어 인상도 훤해졌다.
“레이먼. 네 눈에는 내 얼굴이 아저씨처럼 보이는 건가? 우리 겨우 3살 차이인데?”
“농담입니다, 농담. 그래서? 오늘은 뭐 하실 겁니까?”
“이 잘난 얼굴에 그런 농담은 또 처음 들어본다. 여하튼, 오늘은 유리페 후배와 같이 저주 마법에 대한 깊은 토의를 해보려고.”
저주라는 단어와 함께 챈들러가 눈을 빛냈다.
희대의 게으름뱅이는 맞지만 본인이 꽂힌 것에 대해서는 저렇게 열정적인 사람이라니.
전쟁 같은 것에 꽂히지 않은 것이 다행일 따름이었다.
한숨을 작게 내쉰 레이먼이 맑게 빛나는 눈의 챈들러를 보며 물었다.
“저주 마법에 대한 깊은 토의요?”
“저주 마법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거든. 정확히 말하면 ‘기록’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지. 왕실에서 저주 마법을 기록하는 걸 끔찍이 싫어했기 때문이야.”
“그걸로 왕실의 일원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챈들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래도 저주 마법은 큰 마력이 들어가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쥐도 새도 모르게 누군가를 죽이기 쉽지. 그래서 아예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으려고 한 거고.”
“역사에도 저주 마법으로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의문사들이 꽤 있긴 하죠.”
“맞아.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오히려 기록하고 기억해야 해. 결국 누군가는 사라진 저주 마법을 기억하고 이어받고 있을 테고 그 저주에 걸린다면 해결 방법도 알아야 하니까.”
‘빛의 대정령만 있으면 그럴 필요는 없긴 하죠.’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레이먼은 ‘그렇군요. 동의합니다.’라는 식은 수프 같은 밋밋한 대답만 뱉었다.
어차피 괴짜 같은 얼빠 빛의 대정령과 계약할 수 있는 건 지금 상황에서 유타 정도고, 유타가 매번 저주를 풀어줄 수 없는 이상 챈들러의 말이 백 번 중 51번은 맞았기 때문이다.
“너도 갈래?”
“저도요? 음.”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고. 유리페만 있어도 충분하지. 더 물어볼 것도 없고.”
[ 눈치 특성이 발동됩니다. ] [ 챈들러 아이작의 거짓을 간파합니다. ] [ 챈들러 아이작의 속마음을 읽습니다. ] [ 최근에 들은 소문 중에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보고 싶단 말이지. ]물어보고 싶은 거?
챈들러의 거짓말을 읽은 레이먼이 아무것도 모르는 듯 맑은 눈동자로 물었다.
“그렇군요. 궁금한 것도 없다 하시니 저도 방에 돌아가서 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괜히 갔다가 방해만 될 것 같고요.”
“그렇지. 별일 없었잖아, 너도?”
[ 눈치 특성이 발동됩니다. ] [ 챈들러 아이작의 거짓을 간파합니다. ] [ 챈들러 아이작의 속마음을 읽습니다. ] [ 그 소문이 진짜인지 묻고 싶은데. 괜히 확인하려 들었다가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관둘까. ]왕실에 관한 소문이면.
‘유타가 왕을 치료한 걸 말하는 건가?’
유타가 빛의 대정령과 계약한 건, 귀족 사회엔 아직 제대로 퍼지지 않았다. 알고 있는 건 포레스튼의 학생들과 귀족들 중에서도 마법 사회에서 꽤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뿐.
아마 이번 방학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귀족이 알게 되겠지만, 이미 졸업한 챈들러 선배는 어떻게 벌써 알고 있는 거지?
‘알려줘서 득 볼 게 있으면 무조건 알려야지.’
챈들러 아이작은 사적으로 우리 편이지만, 가문으로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유타가 왕위에 오르기 위해선 재판과 법에 영향력이 있는 가문도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 그런 쪽으로는 아이작 가문이 적당한데.
“별일이라.”
챈들러의 속마음을 들은 레이먼이 묘한 웃음을 지은 채, 답변했다.
“고학년이 되니까 별일이 다 일어나긴 하더라고요.”
“…그래? 음, 그럼 좀 궁금해지네.”
“그런가요? 하지만 제가 따라갔다가 괜히 방해만 되는 거 아닌지.”
“아니야. 그런 건.”
“그럼 유타도 함께 데려가도 될까요?”
“나야 환영이지. 그럼 30분 뒤에 서재에서 볼까? 유타랑 1층 로비에 나오면 우리 집사가 안내해줄 거야.”
챈들러가 웃었고 레이먼 역시 순진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네, 좋아요.”
***
유타와 레이먼은 집사의 안내를 따라 아이작 가의 서재로 향했다.
서재에 이미 도착한 챈들러와 유리페는 저주 마법학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세상에. 저주 인형을 치우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여기 이 자료를 보면-.”
저주 마법학에 어마어마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유타와 레이먼은 그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가만히 들을 뿐이었다.
애초에 그런 이야기를 자세히 나누고 싶지도 않았고.
“내가 한 얘기 이해했지?”
“알았어. 챈들러 선배님이랑 친해져 볼 테니까 그만 좀 말해. 귀가 아플 지경이야.”
레이먼이 유타를 데려온 이유는 유타와 챈들러가 이야기할 시간을 더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챈들러는 저주를 거는 것보다는 어떻게 푸는지에 더 흥미가 있는 것 같았고, 그 분야에선 이미 유타를 이길 마법사는 스턴에 없기 때문이다.
4시간쯤 흐르자 유리페도 슬슬 지쳤는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때, 챈들러가 몰래 유타 곁에 붙었다.
유타와 챈들러의 키는 비슷했다. 체격은 유타가 챈들러보다 작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작은 체구는 아니었다.
챈들러는 똘똘한 후배 레이먼과 친했지만 그 옆에 항상 붙어있는 유타와는 그만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다만, 그는 유타에게 흥미가 있었다.
그는 묘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챈들러는 형용하기 어려웠고 딱히 캐낼 생각도 없었다. 하나, 최근 걸리는 점이 있다면 정보통을 통해 들은 어떤 소식이었다.
– 국왕 전하께서 얼마 전까지 침실에서 나오지 않으신 적이 있었어요. 식사도 침실에서 하시고 업무는 모두 매너스 3왕자님께서 처리하셨거든요. 다들 혹시라도 불치병에 걸리셨거나 그게 아니면……그렇고 그런 불경한 생각을 했는데요. 어느 날부터 5왕자님께서 매일같이 전하의 침실로 가셨거든요.
– 근데?
– 근데 또 일주일 지나고 나서는 발걸음이 뚝 끊기셨어요. 국왕 전하께서는 이제 침실에서 나와 밖에서 식사를 하시고요. 이제 곧 포레스튼에도 어떤 소문이 퍼질 거예요.
정보통의 소식을 들었을 때 챈들러는 두 가지 유의미한 정보를 얻었다.
‘국왕이 어떤 이유로 침실에서 나오지 못했고, 왕래가 없던 5왕자의 방문 이후 국왕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밀리포레에 실린 유타의 빛의 대정령 계약 기사를 보고, 챈들러는는 자연스레 유타가 왕의 저주를 치료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빛의 대정령과 계약만 하면 정말 모든 저주를 치료할 수 있는 건가?
“무슨 일 있으세요?”
옆에 선 챈들러가 아무것도 묻지 않자, 유타가 먼저 질문했다.
“뭔가 궁금한 게 있는 표정인데 아무 말도 안 하셔서요.”
“아, 음. 네 기사를 봤어.”
“어떤 기사요? 아, 대정령 이그니스 님과 계약한 거요?”
“그래. 이번 저주도 아마 그 힘이 큰 도움이 될 거 같아. 진짜지?”
“계약을 말씀하시는 거면 진짜예요. 들킬 거짓말을 해서 뭐 합니까.”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요? 음, 이그니스 님께서는 잘생겨서 택한 거라고 하시긴 하셨어요, 하하하. 챈들러 선배님께서도 도전은 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뭐?”
“여쭤볼까요?”
유타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질문했다. 챈들러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는 저주를 푸는 데엔 흥미가 있었지만 대정령의 비위를 맞춰주는 데에는 젬병이었기 때문이다.
‘이그니스 님.’
[ 저놈 얼굴도 나쁘진 않다만 네가 더 낫다. ]‘감사합니다.’
이그니스의 답을 들은 유타가 말했다.
“이그니스 님이 답을 주셨어요. 들려드릴까요?”
“됐다, 됐어. 근데 유타.”
“말씀하세요.”
“너 레이먼을 자꾸 닮아가는데 그거 안 좋아. 내가 레이먼을 좋아하긴 하지만 걔 성격이 좋지는 않잖아?”
유타와 챈들러의 대화가 끝나고 챈들러는 안게트에게 찾아갔다.
유타와 레이먼은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레이먼은 아드리안과 같은 방을 배정받아 남는 시간 동안 안게트가 말했던 동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드리안은 동상에 꽤 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영법이라면 연구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누가 영법을 사용했는지 알 수도 있겠죠.”
“그렇겠지.”
“영법은 형님의 얼굴도 다치게 했어요. 생명력을 이용한 영법에 대해 긍정하진 않지만 강력한 건 사실이니 누군지 알아내 구금하거나 죽여야 해요.”
10대의 입에서 ‘죽여야 한다’라는 말이 간단히 나오는 걸 들으니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꺼림칙했다. 그러나 레이먼 역시 그런 10대를 보낸 전생이 있기에 더 해줄 말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게다가 아드리안의 말은 어느 정도 정답이기도 했다.
레이먼이 물었다.
“영법에 개인적인 흥미는 없고?”
“개인적인 흥미요?”
“배우고 싶다거나.”
유령이 아드리안을 없애야 한다고 말할 정도면 아드리안이 향후 레이먼의 계획에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 사실이 영법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고.
“글쎄요. 강력하다- 그것 외엔 아직 별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 눈치 특성이 발동됩니다. ] [ 아드리안 반 스플린의 거짓을 간파합니다. ] [ 아드리안 반 스플린의 말은 진실입니다.] [ 아드리안 반 스플린의 속마음을 읽습니다. ] [ 인간의 생명력이 마력보다 강력하다는 건 여전히 믿고 싶지 않지만. ]아드리안의 말은 진실이었고 레이먼은 안심했다.
이때의 레이먼은 아드리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유령이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
다음 날, 안게트와 함께 그들은 동상이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주변을 아이작 가문 소속 기사단들이 둥글게 지키고 서 있었다.
오닉스가 질문했다.
“저 사람들은 동상 주변에 서 있어도 괜찮은 건가요?”
“저 기사단들은 마력이 없는 아이들이니 괜찮습니다. 그래도 너무 가까이 가진 마십- 레이먼 학생!”
“아, 쟨 괜찮아. 형.”
“그게 무슨 말이지.”
동상으로 다가가는 레이먼을 붙잡으려는 안게트를 도리어 챈들러가 막아섰다.
“레이먼은 포레스튼에서도 가장 우수한 학생이잖아. 그런 학생이-!”
“형, 못 들었어? 엘프의 가호를 받았다고 했잖아, 쟤.”
“아.”
엘프의 가호.
잊고 있었다.
안게트는 그제야 기억해냈다.
몇 년 전, 엘프국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서클을 포기한 포레스튼의 학생이 엘프국의 왕에게 특별한 가호를 받았다고.
“그 가호를 받으면 엘프들처럼 서클 없이 자연의 마력을 쓸 수 있어.”
챈들러가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쟤도 몸 안에 마력이 하나도 없다는 거지.”
“그런데도 마법을-.”
“쓸 수 있어.”
챈들러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레이먼도 발걸음을 탁 멈춰 섰다.
챈들러의 말대로 레이먼의 몸엔 마력이 없었다.
하지만.
‘마력이 없다는 것뿐이라면 이 동상 앞에 선 의미가 없지.’
쉬익-.
“뭐야?”
작은 바람 소리 같은 것이 들리고 몇 초 뒤, 동상을 가리키는 레이먼의 손가락 끝이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