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53)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53화(153/275)
“쟨 왜 저기서 마법을 쓰고 있어?”
오닉스가 시큰둥한 얼굴로 레이먼을 가리켰다. 팔짱을 낀 유타는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언제까지 하려나. 끝이 없을 텐데.”
그 말에 안게트가 다가와 질문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안게트는 그들에게 건넸던 요약 보고서가 아닌 수십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모두 읽은 상황이었다. 그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마력을 빼앗겼는지도 알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공자가 저런 식으로 마법을 쓰는 건 자해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때 그 마법사들도 용병단에 속한 이들로 적지 않은 마력의 소유자였으며 그들 중 1명은 졸업 당시 마탑에서도 데려오고 싶어 했을 정도로 출중한 마법사였다. 그런 마법사가 마력을 빼앗기고 기절한 것이다.
그러니 레이먼이 아무리 엘프의 가호를 갖고 있다 해도 안심하면 안 될 터.
“말려야 합니다. 레이먼 공자가 가호를 받은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의 마력을 무한히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맞아요.”
“예?”
“무한히 쓸 수 있다고요.”
옆에 서 있던 유리페는 재밌다는 듯 깔깔 웃었고 마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레이먼의 손가락 끝에 응집한 마력은 5분이 지날 무렵에도 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상이 마력의 흡수를 멈춘 것도 아니었다.
[ 그냥 마법은 아니군. ] [ 너도 그렇게 생각하나, 이그니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그니스가 유타 옆에서 걸어 나와 동상 앞으로 허리를 숙여 바라보았다. 아모르 역시 인간의 모습으로 그 옆에 섰다. 대정령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건 이 중에서 유타와 레이먼뿐이었다.
[ 인간이 사용한 마법이라면 자연의 마력을 이 정도로 흡수하지 못해. 한계가 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레이먼이 물었다.
[ 저 동상에 걸린 마법에는 한계가 안 보인다는 뜻이야. 아마 네가 오늘 온종일 이곳에 서서 마법을 쓴다면 계속해서 네 마력을 가져가겠지. 그 정도 미래쯤이야 우리 정도 되는 정령이면 예측할 수 있다. ]이그니스는 흥미롭다는 듯 동상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모르는 이후에 나올 이그니스의 말을 예측이라도 한 듯 레이먼의 귓가에 ‘저놈 말은 어느 정도 걸러 듣는 편이 좋을 거야.’라고 속삭였다.
[ 만약 이 마법이 영법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마력이 아니라 다른 걸 보이면 될 거야. ]‘어떤 거요?’
[ 뭐긴. 생명력이지. 대신 마력과 섞어야 한다. 일반인이 근처에 다가갔다는 것만으로는 발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냥 생명력을 가져가지는 않는 것 같으니.]‘인성 미쳤네요.’
[ 인성? 좋은 뜻인가? ]결국 레이먼은 마력을 거뒀다.
“어떻습니까?”
안게트가 천천히 다가왔다. 모인 이들 중 마력이 적은 편에 속하는 안게트였기에 동상과 가까운 거리에 설 수 있었다.
“계속 서 있으면 끝도 없이 마력을 빼앗기겠어요. 서클이 높을수록 많은 마력을 빼앗겼을 테고 적어도 서클에 모아둔 마력은 전부 사라지겠네요. 마법이라고 하기엔-.”
레이먼은 그동안 읽은 마법 서적을 머릿속에서 모조리 훑었다. 수식, 마법진, 약초학, 축복, 저주 마법학 할 것 없이 전부 말이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논문까지 살폈다. 그런데도 추정되는 마법은 없었다.
“난생처음 보는 마법이에요.”
“상대방의 마력을 흡수하는 마법진을 개량해 숨겨둔 건 아닐까요?”
“그런 식으로 개량을 한 마법진이라면 투명 마법까지 같이 걸어두긴 어려울 거예요. 게다가, 그 정도로 복잡한 마법진이라면 아무리 마력이 적게 필요했어도 안게트 님의 인지 마법에 걸렸을 겁니다.”
“음. 좋아!”
그때였다.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유타가 앞으로 다가왔다.
뭐지?
“레이먼. 내가 쓰러지면 잘 부탁한다?”
“뭐?”
얘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잠깐.’
아까 그 대화.
이그니스가 했던 그 말.
[ 만약 이 마법이 영법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마력이 아니라 다른 걸 보이면 될 거야. ] [ 뭐긴. 생명력이지. ]그때, 그 말을 할 때.
누굴 보고 있었지?
레이먼은 다시 한번 그 장면을 떠올렸다. 이그니스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설마, 그때 이 망할 정령이 본 게 내가 아니라 자기 계약자인 유타라면-!
‘유타는 아까 그 얘기를 다 들었을 거잖아!’
영법은 생명력을 이용한 마법. 기본적인 방식은 마력을 끌어다 쓰는 것과 비슷하다.
즉, 우수한 마법사일수록 영법에도 재능을 가진다는 소리다.
유타는 영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지만 생명력과 마력을 몸의 한쪽에 응집시켰다.
유타는 그 순간 몸에서 무언가 쑥 빠져나감을 느꼈다.
‘세상에.’
만약 폐 한쪽이 찌그러져 길바닥에 눌어붙은 쓰레기처럼 수백 명의 사람에게 밟히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 것이다.
“쿨럭.”
“유타! 이런 미친!”
유타의 입에서, 엘프국에서 레이먼이 피를 쏟았던 그날처럼 울컥하고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유리페가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달려왔고 안게트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아….”
유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래도 얼굴이 잘난 건 아는 것인지 등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아니지, 안 괜찮은가?’
먼지와 피로 얼룩진 시야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아픔이 몸을 쿡쿡 쑤셨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유타는 레이먼에게 모종의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질투는 아니었다. 질투도 따라잡을 수 있는 이에게나 느끼는 감정이니까.
훌륭한 친구를 둔 것은 앞으로의 전쟁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겠으나 유타는 종종 생각하곤 했다.
‘내가 정말 레이먼과 함께 선 게 맞을까?’
이미 다른 후계자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인 자신.
그런 자신보다 훌륭한 친구.
그 친구가 없으면…… 자신의 존재가치는 뭘까?
‘왕족의 피가 흐른다는 걸 빼면 나한테 남은 게 뭐가 있지?’
내색하진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고민이었다.
뭐 하나 레이먼에 비해 잘난 점이 없었다.
만약, 레이먼의 핏줄이 스턴 왕가였다면 논란의 여지 없이 그가 왕위에 올랐으리라.
그런 레이먼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해내는 것이 유타가 레이먼에게 자신의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행동이기도 했다.
이따금 레이먼을 바라볼 때면 그가 왜 자신을 왕위에 올려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빤히 보였으니까.
‘왕실에 입성한 이후에 마음이 바뀌더라도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건 없겠지.’
이그니스 님은 이런 내 생각을 이미 읽고 있었던 걸까?
[ 만약 이 마법이 영법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마력이 아니라 다른 걸 보이면 될 거야. ]그래서 내 눈을 또렷이 쳐다보며 저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저런 반응을 보인 걸 보면 레이먼은 생명력과 마력을 결합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유타가 움직였다.
아이작 가의 영지 문제는 곧 스턴 왕국의 문제.
생각해보면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레이먼이 아니라 왕실이었다.
레이먼이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하면 됐다. 필요한 일이기에.
그것이 왕이 되려는 이가 져야 할 책임이자, 그를 따르는 이에게 보일 자격의 증명이었기에.
“쿨럭.”
“이 멍청한…놈아!”
쓰러진 유타를 등에 업은 유리페가 속 시원히 욕을 한 뒤, 이번엔 안게트를 향해 외쳤다.
“안게트 님! 가장 가까운 치료원으로 갈 거예요! 어디죠?”
“가장 가까운 치료원이라면 주스테 신을 모시는 교단이 운영하는 치료원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시죠! 마차를 준비해라!”
“치료원은 됐습니다. 이 상태로 바로 아이작 가로 돌아가면 됩니다.”
묘하게 침착한 레이먼이 그들을 멈춰 세웠다.
“마차에서 바로 치료하고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편이 좋을 것 같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유타가 계약한 정령이 그를 치료해줄 겁니다. 계약자가 죽으면 안 되니까.”
레이먼이 이그니스를 노려보자 이그니스는 어깨를 으쓱한 뒤,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다른 이들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레이먼의 말을 믿기로 했다. 유타가 빛의 대정령과 계약을 한 것을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 모르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먼, 유타는 따로 마차를 배정받았다. 두 사람을 태운 마차에 대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 이그니스, 너는 왜 애한테 그런 방법을 알려줬느냐. 예나 지금이나 막무가내인 점은 변하는 게 없구나. 저런 게 빛의 대정령이라고 추앙을 받는 사실이 슬프다, 슬퍼.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해야 해. ] [ 계약자가 그렇게 되어도 내 힘으로 치료할 수 있으니 당연하지. 넌 그러지도 못하잖아. ] [ 그건 그렇지. ]이그니스의 빛이 유타를 감쌌다.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었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도 어느새 온화하게 변했다. 레이먼은 마차 너머 오닉스와 아드리안에게 “괜찮은 듯?”이라는 음성을 보냈고, 두 사람 역시 다행이라는 듯 마차 창문에 ‘다행이네.’라는 쪽지를 적어 화답했다.
잠이 든 유타 앞에서 레이먼은 생각했다.
‘유타의 생명력도 함께 빨려 들어간 것을 보니 영법이 틀림없어.’
혹은, 저주 마법 중에 생명력도 빨아들이는 게 있었나? 그것도 제한 없이?
‘마법의 명맥이 끊기니 알 길이 없다.’
“저기, 정령님들.”
[ 응? ] [ 뭐냐. ]“인간의 마법이라면 자연의 마력을 이 정도로 흡수하지 못한다고 하셨잖아요.”
[ 그렇지. ]“흡수가 아니라 단순히 빨아낸 뒤 없애는 거라면 마법으로도 가능합니까? 예를 들어, 저주 마법 같은 경우요.”
[ 저주 마법 중에? ] [ 흡수가 아니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하지만 저주 마법이라면 내가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 대개 그런 마법들은 사용자의 사악한 의중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마법에 걸려 직접 마력과 생명력을 유타의 몸에서 없앤 건 사람이 아니라 동상이잖습니까.”
[ 애매하군. ]이그니스도 처음으로 얼굴을 구겼다.
“만약 저주라고 하면 이그니스 님께서 금방 없앨 수 있죠?”
[ 그렇지. ]“영법이라면요?”
[ 그것도 비슷한 원리로 쓰인 마법이라면 가능하다. ] [ 그럼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없애지 왜 그러지 않았냐? ] [ 계약자가 말했다면 그랬을 거다. 하지만 내게 부탁하기 전까지 먼저 나서지 않는다. 그게 대정령의 한계이자 규칙이다. 아모르, 너도 이놈한테 말하지 않는 게 있을 거 아니냐. ] [ 그건 그렇지. ]‘뭐 정령은 인간사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거요?’
[ 그렇지. ]‘이미 이 정도면 깊은 거 같은-.’
[ 네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인간아. ]아모르가 오랜만에 대정령 같은 지엄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먼은 전혀 쫄지 않았지만 겁먹은 척하고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어쨌든 마차에서 내려 아이작 가에 도착하고 유타가 깨어나면 아주 혼쭐을 내줄 작정이었다.
‘어디서 감히! 왕 후보가! 킹메이커한테 말도 안 하고 죽으려고 해?’
***
“아니, 진짜 죽으려고 한 건 아니야.”
“‘아니… 진짜 죽으려고 한 건 아니야…….’라고 착하게 말하면 넘어갈 줄 알았냐?”
저녁 늦게 잠에서 깨어난 유타에게 때아닌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한 건, 챈들러도 레이먼도 아닌 오닉스였다. 오닉스는 침대 옆 의자에 대충 한쪽 다리를 접어 걸터앉고 그 위에 턱을 괸 채 심드렁한 표정으로 다다다 말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레이먼은 ‘이런 일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하며 두 사람을 구경했다.
“머저리야, 너 왕자야! 왕자! 저 옆에 유리페 왕녀 안 보이세요?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어야 아이작 가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고.”
“미안해.”
“미안하면 다야? 미안하면 다냐고! 몸 건강히! 몸 건강히 있으라는 말을 이 두 놈들은 왜 못 알아 처먹어서-.”
두 놈이라니.
‘갑자기 나는 왜?’
레이먼은 은근슬쩍 오닉스의 잔소리에 끼어든 자신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부정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