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5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59화(159/275)
[ 왜? 뭐라고 적혀 있어? ]시스템창의 문자를 완벽히 해석할 수 없던 아모르는 헛웃음을 짓는 레이먼의 표정에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차라리 덩이 호박을 얼굴에 처맞는 게 생존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어요.”
레이먼이 새로 만든 완드를 들고 한 바퀴 휘둘렀다. 3서클급 파괴 마법을 걸었는데도 시스템창은 아주 멀쩡했다. 레이먼은 짧게 쯧 소리를 낸 뒤, 보상을 다시 훑었다. 사실상 생존에 도움이 될 만한 건 분명 2번이었다. 1번은 헌터 유태하가 죽은 뒤 세상을 보여 준다는 뜻일 테니까.
‘그쪽 세상을 아는 게 내 생존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지?’
레이먼이 발끝을 까딱였다. 결국 그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그의 입이 작은 숨소리와 함께 열렸고, 보상이 선택되자마자 시스템창이 푸른 빛으로 번쩍번쩍 빛났다.
[ …번 보상을 선택하셨습니다. ] [ 보상이 바로 지급됩니다. ]그 순간, 레이먼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
눈을 뜨자마자 상태가 나쁘지 않은 방이 보였다. 레이먼은 이 집을 알고 있었다.
‘여긴……. 좀 뜬금없네.’
인테리어를 채 끝마치지 못하고 헤어진 그의 새로운 집이었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자신만의 집. 이거 하나 마련하겠다고 사지를 동서남북으로 찢을 정도로 바쁘게 생활했던 것인데 결국 누리지도 못하고 뒤졌으니.
‘그래도 뒤진 후에 이보다 더 좋은 집에 살아서 다행인가.’
레이먼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1. 와, 대박! 당신이 죽은 이후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경하시겠어요? ]레이먼이 선택한 건 바로 1번이었다. 2번을 선택하는 게 어쩌면 가장 정석적인 선택지였겠으나 그는 1번이 선택지로 나온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 자리에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있을 때, 보통 가장 중요한 열쇠는 그 인물이 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1번 선택지의 내용이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그 자리에 있어선 안 될 것 같은 선택지.
위화감을 조성하는 인물.
레이먼은 가장 먼저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살폈다.
얼굴이 돌아와 있었다. 레이먼이 아닌 유태하의 얼굴로.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오른쪽 볼에 있는 커다란 흉터까지.
“돌아온 건가?”
[ 당신이 거울을 통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까닭은 해당 우주가 기억하는 영혼의 기억으로 이곳에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 [ 본래 영혼으로 동기화합니다. ]동기화?
[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스템창이 말한 동기화가 완료되고 거울을 다시 마주하자 유태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레이먼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동기화를 할 거면 유태하로 해야지, 왜 이 얼굴이야?”
[ 동기화가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 [ 당신이 돌아온 시점은 당신이 죽고 난 3일 뒤의 세상입니다. ] [ 주변 인물 확인이 가능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주변 인물이 없었다.
어련히 알아서 필요한 사람을 보여 주겠지 하고 생각한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자 일순 눈앞의 광경이 달라졌다.
***
죽은 헌터의 시신은 일반적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그들이 장례를 도맡는다. 하지만 유태하는 가족이 없는 헌터였고, 그런 헌터의 경우 협회에서 대신 장례를 치러준다. 3일장의 마지막 날에는 친한 지인들이 와 그의 시신을 화장터로 운구한다.
레이먼이 마주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확인하게 된 레이먼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구심을 잔뜩 담은 한마디였다.
“저놈이 내 시신을 운구해?”
지금 그의 시신을 운구 중인 건 살면서 단 한 번도 친구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놈, 그의 정보를 자주 사 가던 헌터 예지한이었다.
유태하와 달리 높은 랭크의 헌터였던 예지한은 굳이 정보 헌터를 직접 이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꼬박꼬박 찾아와 정보를 캐가던 귀찮은 놈들 중 한 명이었다. 한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예지한뿐만 아니라 정보를 자주 사가던 헌터 4명이 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갈 거면 곱게 가지, 가도 일하다가 가냐. 짜증 나는 새끼.”
“이제 너 아니면 누구한테 정보를 물어봐, 히끅.”
“그만 울자. 우리가 이 이상 우는 건 유태하도 원치 않을 거다.”
왜 어울리지 않게 울고들 난리야?
‘나는 그냥 너희들이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평소 그의 주위를 맴돌 때의 아모르처럼 공중에 붕 뜬 레이먼이 양반다리를 한 채 팔짱을 끼곤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 오류. ]“응?”
[ 해당 우주에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 [ 해당 보상은 더 이상 당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 기존에 제시된 상황과 일정 부분 이상 차이가 있습니다. ]시스템창이 불길하게 깜빡였다.
레이먼이 질문했다.
“뭐가 다르다는 거야? 그건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
[ 화장 및 운구 장면이 다릅니다. 이들은 이 상황,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물들입니다. ] [ 보상을 회수합니다. ] [ 영혼체가 귀환합니다. ]시스템창의 빛이 레이먼의 몸을 감싸자마자 레이먼은 다시 원래 있던 사무실로 돌아왔다. 멍한 얼굴이 된 레이먼을 완두콩 형태로 변한 아모르가 책상 위를 통통 뛰어다니며 물었다.
[ 레이먼. 왜 그래. 보상이 뭐냐니까. ] [ 레…이먼? ]“시스템창 이 개새….”
[ 응? ]쾅.
분노한 레이먼이 테이블을 쾅- 치자 완두콩 모양이었던 아모르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레이먼은 이를 갈았다.
붉은 머리가 분노로 활활 타오르기 전 그는 애써 감정을 억누른 채, 다시 팔짱을 꼈다. 그는 서류 대신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푸른 잎을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시스템 망할 놈은 보상을 회수할 거면 새로운 걸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입 싹 닫고 끝이야? 게다가 그 상황은 자기가 보여 준 거잖아? 내가 그놈들이 내 시신 옮기는 걸 보여달라고 하기라도 했냐고.’
아니, 평화로워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입술을 잘근 씹은 레이먼이 받았다 빼앗긴 보상을 다시 떠올렸다.
‘시스템창이 보상을 회수해 간 건 원래 보여줘야 할 상황이 지금은 달라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지.’
그게 바로 그 4명 때문이었고.
‘나 때문에 울고 있는 4명이 그 차이를 만든 열쇠라는 건가?’
이번 보상으로 알 수 있는 건 총 두 가지.
동기화된 내 영혼체가 지금 이 얼굴과 같다는 것.
하지만 이쪽은 별로 힌트가 되지 않는다. 레이먼의 몸에 빙의한 뒤로 꽤 시간이 흘렀으니 영혼체가 이쪽에 적응한 걸 수도 있으니까.
제일 의미 있는 건, 역시 그 4명. 죽은 나를 위해 울고 있는 4명이 시스템의 예상과 크게 차이 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레이먼은 그들의 이름을 되새겼다.
‘예지한. 한지리. 정수민. 김성구.’
유태하 시절 그나마 가장 많이 접촉하고 대화를 나눈 헌터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유태하의 인생에서 특별한지 묻는다면, 유태하는 곧장 ‘별로?’라고 답할 자신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돈 잘 쓰는 호갱님들이었지, 딱히 유태하와 깊은 친분을 나누던 사이들은 아니었으니까.
레이먼은 혹시 몰라 일기장 뒷장에 그들의 이름을 써둔 뒤, 다시 일기장을 서랍장 안에 집어넣었다.
바닥에 떨어져 해롱거리는 아모르를 주워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다시 보고서를 읽기 위해 눈을 돌렸다. 때마침, 노크 소리와 함께 카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레이먼의 허락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온 카렌의 손에는 편지 대신 서빙 카트가 있었다. 티타임 시간이 온 줄 미처 모르고 있던 것이다.
“편지는 잘 전달했니?”
레이먼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치맛자락 속 숨겨진 카렌의 꼬리가 살랑거렸다. 그녀는 늑대족 특유의 송곳니가 보이는 미소와 함께 레이먼에게 찻잔을 내어주며 답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
다행히 카렌은 믿을 만한 시녀였다. 그녀가 전달한 편지 내용은 시간이 지나도 소문이 퍼지지 않았으며 레이먼이 받은 유타의 답장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급하게 회의장으로 향하는 레이먼의 머리 위 아모르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 그런데 레이먼. ]“예.”
[ 카렌 말이다. ]“네. 왜요?”
[ 만약 그 애가 편지 내용을 봤고 그 내용이 영 흥미롭지 않아서 소문을 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 거냐? ]아모르의 질문에 레이먼이 피식 웃었다.
“그럴 리 없어요.”
확신이 담긴 목소리에 아모르가 레이먼의 정수리를 퍽 때렸다.
“왜 때려요?”
[ 이놈아.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건 없어. ]“제 어그로 실력 모르십니까?”
[ 어그로? 그게 뭐냐? ]“관심 끄는 거요. 밀리포레부터, 아니 전생부터 길러온 어그로 실력입니다. 10대 소녀가 보고 그냥 지나칠 내용이 아니에요.”
[ 그 내용이 뭐였는데? ]“저랑 스웨인 가의 마리아, 유타, 서머셋이 사각관계라는 내용입니다.”
[ ……. ]“참고로 서머셋이 좋아하는 건 접니다.”
[ 유타는…? ]“마리아요. 전 마리아를 좋아한다는 설정입니다.”
아모르의 입이 떡 벌어졌다. 레이먼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소문 안 내고는 못 배기겠죠?”
[ 동의, 동의한다! ]아모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주변에서 이야기를 함께 듣던 하급 정령들도 소란스러워졌다. 레이먼이 말했다.
“그런 겁니다. 원래 소문이라는 건 악의적이고 흥미로울수록 빨리 퍼지는 법입니다.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관계없이요.”
[ 왜 그렇다고 생각하지? ]“나는 실수할 수도 있지만, 타인의 실수엔 관대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겁니다.”
[ 재밌구나. 하지만 네 말대로 편지 속 내용은 정말이지 입이 근질근질하군. 나라도 소문을 냈을 거다. ]“정령님은 사람 아니잖아요.”
[ 하지만 감정의 정령이지. ]“그러네…. 일단 회의부터 하고 얘기하죠.”
얕게 숨을 몰아쉰 레이먼이 회의장 앞에 섰다. 그가 행정 마법사로 배치된 이후 처음 들어가는 회의장이었다. 레이먼이 이번에 참석하는 회의는 1년 차에서 3년 차 마법사들이 참석하는 회의로 수도의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이자 왕성 내 행정 마법사들의 건의 사항을 확인하고 해결하는 자리였다.
그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회의장 문을 열었다. 방음 마법이 얼마나 완벽하게 걸려있던 건지! 문을 열자마자 레이먼의 얼굴 바로 옆으로 비행 중인 빗자루가 휙 지나갔고, 그의 얼굴 위로는 밀가루가 떨어졌다. 동시에, 소란스러운 목소리들이 장 내에서 복도로 퍼져 나갔다. 지옥에서 온 개들이 짖어대는 것 같았다.
“제 자리가 너무 좁다니까요!”
“아니, 그게 왜 제 탓입니까?!”
“그쪽 완드가! 빗자루니까! 그딴 흉악한 크기로 완드를 만들 거면 책상 위에 올려두질 말았어야지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쪽 구역 양아치들은 그쪽이 해결을 해야죠.”
“제가 왜요.”
“당신이! 공격 마법에 더 익숙하니-!”
“혹시… 쪼셨습니까?”
레이먼은 서둘러 뒤를 돌아 문을 닫았다. 뒤돌아선 레이먼은 저 짐승들의 싸움에 자신이 끼어들어야 한다는 게 퍽 최악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