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6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61화(161/275)
말이 유학이지, 사실상 볼모와 같았던 1왕자의 귀환은 스턴 왕국에게 축제나 다름없었다. 물론 모든 이가 이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백성들 중에는 1왕자의 귀환이 드디어 제국에게서 왕국이 완전히 벗어났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고, 제국이 1왕자를 허수아비로 세우기 위해 돌려보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태도가 어떠하든 결국 둘의 공통점은 ‘본국의 왕자가 돌아왔다!’라는 하나의 사실이었다.
그가 복귀하는 날이 정해지자마자 왕성은 축제 준비로 분주해졌으며 이는 대목을 맞이하게 된 수도의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놈의 축제. 다들 뭐가 그리 신났는지 모르겠어.”
축제에서 쓰일 마법 폭죽의 제조를 맡은 오닉스가 레이먼의 집무실에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은 카릭이 빠진 밀리포레 원년 멤버들만의 티타임 시간이었다.
특별한 대꾸 없이 차를 홀짝이는 세 사람의 모습에 익숙한 오닉스가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그 마법 폭죽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분이야. 하나 만드는 데. 근데 그걸 100개나 만들어야 해. 얼마나 걸리는지 알겠어?”
테디가 답했다.
“2,200분?”
“뭐?”
“아, 아니다. 2,000분이군.”
답이 나오는 순간 찻잔을 들던 유타와 레이먼의 손이 정지했다.
‘이걸 틀려?’
‘그, 그래도 고쳐서 맞았으니까….’
충격에 빠진 이들 사이에서 오닉스만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테디가 수학에 약해.”
“넌 또 왜 이래. 진짜 반응이 ‘뭐?’가 다야? 오닉스, 너 성격이 많이 죽었구나?”
“포기한 거라고 해. 이 새끼 약물 만들 때 매번 계량을 실수한다고. 마탑 옥상에 대가리만 그대로 걸어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테디도 성적 괜찮지 않았어?”
“숫자가 필요한 과목은 하나도 듣지 않았다.”
테디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두어 번 쳤다.
“어쨌든.”
오닉스가 분위기를 갈무리하듯 말을 이었다.
“1왕자가 오면 어떻게 되는 거야? 너희들처럼 행정 마법사로 돌아오는 건가? 애초에 1왕자가 마법을 쓸 줄 알긴 해? 소문으로는 몸도 약해서 제국에서도 골골댔다던데.”
“그렇게 말하면 불경죄로 잡혀갈 거다.”
“오냐. 잡혀가면 너부터 참수시켜야겠다. 대가리 씻고 기다려라, 숫자 바보.”
“너희들은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 게 없어서 좋아.”
유타가 빙그레 웃었다.
“형님이 돌아오는 건 아마 바텔바흐 때문에 그럴 거야.”
“바텔바흐?”
“몇 개월 전부터 바텔바흐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잖아. 2왕자도 돌아왔고. 국경 쪽에서 소규모 분란이 일어나고 있으니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지. 그때 1왕자가 전력이 되길 바라서 데려오는 게 아니겠어.”
“하지만 그건 1왕자가 전력이 될 때의 이야기지.”
오닉스가 반박했다.
“제국에서는 스턴 왕국에 있을 때보다 마법을 제대로 배웠을 가능성도 적어.”
“그런 식으로 꾸미기 위해 데려오는 걸 수도 있잖아?”
“그런 식으로 계속 ‘혹시?’라는 조건을 달면 이 대화가 끝나지도 않을걸.”
차를 한 모금 털어 넘긴 레이먼의 말이었다.
오닉스는 어딘가 마뜩잖은지 혀를 짧게 찼다.
“쳇. 어쨌든 1왕자가 돌아오는 바람에 내가 할 일이 늘었다는 게 문제라고.”
“네 일이 늘어난 건 내 즐거움이지.”
“네 일도 늘어나게 저주라도 걸어줘?”
오닉스가 간만에 레이먼 앞에서 완드를 치켜들었다. 다행히 더러운 성질머리는 여전한 모양이었다.
그때, 타이밍 좋게 테디 베어릴이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닉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뭐? 벌써?”
“그래, 괜한 짓 말고 얼른 돌아가. 괜히 늦어서 또 야근하지 말고.”
“야근은 정시에 가도 하는 거야.”
결국 별 소득 없는 대화와 함께 티타임이 끝나고 오닉스와 테디는 급히 왕성을 빠져나갔다.
마탑에는 지각비 제도가 있는데 5분 이상 지각하는 순간부터 개인 연구비에서 돈을 빼갔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고 방에 남은 유타에게 레이먼이 말했다.
“꾸며내기 위해 데려왔다는 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야. 1왕자를 왕세자로 책봉하고 싶다면 그를 전쟁영웅으로 만들고자 하는 세력이 있겠지. 그들이 1왕자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왔고, 이 시기에 1왕자가 돌아온다는 것, 즉.”
“곧 진짜 전쟁일 발발할 거란 뜻이군.”
레이먼은 단박에 매너스를 떠올렸다.
일전에 매너스가 그를 도울 것이라 한 걸 기억한 것이다. 관련해서 더 이상 물어보진 않았지만 레이먼은 매너스의 생각이 지금은 바뀌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왕을 치료한 유타의 기적을 눈앞에서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게다가 매너스 또한 내 리스트에 들어왔던 왕 후보였다. 왕 후보에 들어온 이들은 대개 서로에게 우호적이었다.
“참전할 거야?”
유타가 물었다.
“해야지.”
활약할 생각은 없지만. 유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매너스한테도 가봐야겠어.”
레이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매너스의 이름을 언급하자 유타의 눈빛이 일순 흔들렸다. 레이먼은 그 흔들림을 보지 못했다.
“매너스는 왜?”
유타가 질문했다.
“일전에 매너스는 1왕자를 지지할 거라 말한 적이 있거든. 너한테도 말해줬잖아.”
“그걸 지금 확인하러 간다는 거야? 형님이 우리한테 솔직하게 말해줄 거라 생각해?”
“뭐, 일단은?”
날 신뢰한다는 의미로 왕 후보에 들어온 이상은 말이다. 그러나 이 목록을 유타에게 설명하거나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
레이먼은 “그냥 느낌이 그래.”라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에겐 거짓을 간파하는 특성도 있었다. 만약 매너스가 거짓말을 한다면 바로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운데.”
“네 형님을 좀 믿어보는 게 어때? 이번에 네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었던 것도 매너스 형님 덕이 좀 있잖아.”
“그래, 알고 있어. 내가 조금 예민했나 봐. 미안.”
“아니. 그럴 수 있지.”
“레이먼, 친구로서 날 배신하지만 마.”
무슨 그런 걱정을.
왕 후보 3명 중 2명이 왕좌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상황에 너 말고 내가 밀어줄 놈이 누가 있겠냐.
“걱정하지 마.”
레이먼이 떠나고 유타는 한동안 그가 떠난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레이먼은 자신의 소중한 친우였다. 하지만 그들이 이제부터 살게 된 공간은 포레스튼이 아닌 왕성. 배신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곳에서 우정이라는 얄팍한 감정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유타는 알 수 없었다. 동시에 유타의 마음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마법사가 되고 어머니를 만난 그날 이후부터 말이다.
***
포레스튼을 졸업한 후 처음으로 성에 돌아왔을 때, 유타가 가장 처음 만난 이는 바로 제 어머니였다.
자신을 버려진 왕자로 소문내고 성에서 고립시킨 그녀 말이다.
그러나 유타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화를 내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유타! 우리 아들!”
그녀는 유타의 인사에 한달음에 달려 나와 그를 껴안았다. 그녀는 유타를 얼른 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가는 내내 그녀는 복도에서 유타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유타에게 이렇게까지 칭찬을 퍼붓게 된 것은 포레스튼에 입학해 에글린턴과의 교류회에서 승리하고 난 이후부터였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유타의 몸을 살폈다.
“몸은 어때? 붕대는 너무 조이지 않고? 차라리 마법으로 변장하는 편이 낫지 않니?”
“마법은 들킬 염려가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괜찮아요.”
“그래. 그래…, 그렇구나. 어떻게 찾아온 기횐데. 네 성별을 들켜 이런 기회를 날릴 수 없는 일 아니겠니. 그렇지, 유타?”
“네, 어머니. 염려하지 마세요.”
소파에 앉은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유타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유타의 양손을 붙들고 다시 말했다.
“네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내가 낸 소문 덕분임을 잊지 말렴. 네가 모자란 놈이 아니었다면 분명 여태 살아있지 못했을 거란다.”
그녀가 머무르는 궁은 유타에게 마치 별의 세계와도 같았다. 닿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닿고, 욕심내선 안 될 것에 손대고 마는 세계 말이다. 어머니의 손은 차가웠고, 눈은 뜨거웠다. 유타는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에서 이제 조금 벗어나고 싶다 생각했다.
“그래. 성에서의 생활은 어떻게 할 예정이니?”
“아버지께서 저를 위해 마련해준 왕자궁에 머물 생각입니다. 어머니는…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지요.”
“네가 그 사람의 자리를 얻게 될 때, 내게 선물로 새로운 궁을 주면 된단다. 나는 그거면 족해.”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가 왕자궁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혔을 때 유타는 솔직히 안심했다. 숨이 막힐 듯한 시간이 끝나고 왕자궁으로 걸어가는 길. 렌스가 슬쩍 자신의 망토를 유타에게 걸쳐 주었다.
“붕대가 세게 묶이지 않은 듯합니다.”
“아, 고마워.”
“망토에 냉각 마법이 걸려 있으니 그리 덥지 않을 겁니다.”
“렌스. 날 따르는 게 걱정되지는 않아?”
“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그냥.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피어난다.
내가 원하는 게 원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정말 나는 이런 삶을 이어 나가길 원하는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설령 걱정한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 걱정 역시 제가#제 몫입니다. 왕자님께서 제 결정에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거야말로 기사로서 슬퍼야 마땅할 일입니다.”
“경의 말대로야. 괜한 걱정시켜서 미안하네.”
“왕자님께선 제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필요 없으십니다.”
“그래.”
여전히 옳은 것이 무엇인지 유타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걸어온 길이 있다.
그녀가, 왕자로서의 삶을 택한 뒤 걸어온 길이 말이다. 그 길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면 걸어왔던 길을 끝까지 걸어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그게 누군가를 아래에 둔 자의 책임이었다. 물론, 책임이 모든 혼란을 진정시켜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무거운 어깨로 유타는 왕실 마법사가 된 후 처음 맞이하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왕자궁으로 떠났다.
그렇게 시작된 왕자궁에서의 첫 주는 단조로웠다. 레이먼과 마찬가지로 방학을 지내지 않고 곧장 업무를 시작한 그였기에, 성안에 동기라고는 아직 레이먼뿐이었다. 레이먼도 꽤 외로움을 탔는지 이상한 편지를 보내곤 했다.
[ 너 말이야, 마리아가 날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너도 마리아를 좋아하잖아. 그런데 걱정이 있어. 사실 서머셋이 우리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너는 아닐 테니 누군지 알겠지? 이 편지 내용은 비밀이야. ]대개 헛소리가 적힌 편지였는데, 유타는 레이먼식 헛소리 편지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장난을 친다면 장난으로 받아쳐 주면 될 일.
[ 오, 이런. 그거까진 몰랐는걸. 나는 네 선택을 언제나 존중해. 하지만 나의 사랑을 빼앗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어. ]유타가 편지의 의미를 깨닫는 건 그로부터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
[ 레이먼, 매너스에게 갈 거냐? ]“예. 지금 가고 있잖아요.”
레이먼은 다음 날 매너스를 만날 일정을 잡았다.
당일에 바로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알현 약속을 잡는 게 이렇게 빡셀 줄 알았다면 유타를 통해 부탁할 걸 그랬다며 레이먼은 후회했다.
원래라면 레이먼이 그를 만날 수 있는 건 무려 일주일 뒤의 일이었지만 레이먼의 이름을 들은 매너스가 만나는 시일을 앞당겨줬기에 바로 만나는 게 가능한 것이었다.
[ 뭘 물어보려고? 물어볼 게 있는 게냐? ]“지금은 누굴 지지하는지 물어봐야죠. 왕이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로 바뀐 게 있는지 정확한 확인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레이먼이 아모르와 대화를 나누며 매너스의 방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문 앞에 조용히 시립 중이던 시종은 레이먼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레이먼 마법사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들어오라 해.”
집무실이 아닌 개인 방에서 그를 만나게 된 레이먼은 매너스의 방을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대단하시군요.”
“하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이 정도로 더러운 방은 전생에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