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63)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63화(163/275)
“정말 이 케이크가 괜찮을까?”
“아니면 저 케이크도 괜찮죠. 저 과일이 지금 제철이니까요.”
“아, 그래? 그런 거라면 네 결정을 따를게. 하지만 우리 애들이 과일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다른 건 어때?”
‘그’와 대화를 나누며 레이먼은 매너스가 했던 말을 되새김질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 형님은 왕좌엔 관심이 없어.
– 독특해, 형님은. 1왕자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사람이야.
포레스튼 수석 졸업. 훌륭한 마법 실력과 인성. 제국으로 끌려간 비운의 왕자 등등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는데….
만약 눈앞의 이 남자가 1왕자가 맞다면 그는 디저트 가게에서 케이크를 고르는 데에만 20분을 낭비하는 우유부단한 20대 청년이었다.
그를 따라 등을 굽히고 케이크 진열대를 살피던 레이먼이 겨우 허리를 펴자 그제야 그 청년도 함께 허리를 폈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잠깐, 기다려봐.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계산할게.”
그는 한참을 고민한 케이크를 포함해 총 9종류의 조각 케이크와 3종의 마카롱을 구매했다. 레이먼은 그 청년의 계산이 끝나길 기다렸다.
청년의 계산이 끝나고 레이먼이 주문을 하기 위해 계산대로 가자 청년이 그를 막아섰다. 그는 손에 들린 디저트 박스 하나를 내밀었다.
“네가 보고 있던 게 이 아이들 맞지?”
“네, 맞긴 한데. 이걸 왜 사주십니까?”
레이먼이 박스를 받지 않자 청년은 손에 들린 박스로 그의 가슴팍을 툭 쳤다.
“도와줘서 고마워. 내가 원체 이런 걸 잘 못 정하거든. 지금도 동생들 선물을 사러 동네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말이야… 내가 이곳을 떠난 게 제법 오래전이라.”
“…네. 그런데요?”
“케이크를 받는 김에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어?”
그가 싱긋 웃었다.
‘공짜 케이크라….’
레이먼은 그가 내민 박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남은 손을 내밀어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알겠습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전 레이먼 반 스플린입니다.”
“어쩐지! 네 말투가 꽤 귀족 같았어! 나는.”
그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케네스 스테디움 스턴이야.”
“…역시 1왕자님이시군요.”
“알고 있었나?”
레이먼이 가게 문을 열어 그를 밖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왕자님께선 유명하시니까요. 게다가, 매너스 전하께서 케네스 왕자님 이야기를 즐겨 하셨거든요.”
“잠깐… 붉은 머리에 푸른 눈을 한 젊은 마법사… 거기에 스플린 공작가라면… 요즘 매너스가 아끼는 마법사가 있다고 하던데, 네가 그 애구나? 레이먼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나 봐.”
“저에 대해서도 아십니까?”
매너스가 내 얘기를 전달했다는 건 알지 못했는데. 레이먼은 꽤 놀랐지만 굳이 티를 내진 않았다. 어찌 됐든 좋은 이야기만 전달했다면 레이먼이 손해 볼 건 없었기 때문이다.
‘케네스와 친분을 쌓기는 쉽겠어.’
케네스가 활짝 웃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 뒤, 답했다.
“물론이지. 좋은 애라고 했어. 그런데 레이먼, 선물 사기 좋은 곳은 어디지? 내가 시간이 없어서.”
수도 중심부 마을은 스턴 왕국 내 마을 중에서도 변화가 가장 빨리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몇 년 만에 돌아온 마을에 케네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도 이해는 됐다.
“절 따라오세요. 근처에 괜찮은 선물용 가게가 있습니다.”
“고마워. 사실 제국에서 선물을 많이 사 오긴 했는데 우리 동생들이 마을로 잘 나오질 않으니 내가 뭐라도 사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나저나 스턴은 길거리가 잘 정돈된 건 좋은데 표지판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게 문제라니까.”
케네스는 편지 속 그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종일 툴툴대며 앞서가는 레이먼을 따라갔다.
***
케네스와 2시간가량 마을을 구경한 레이먼이 느낀 바가 있다면 그는 정말 편지 그대로의 인물이었고 편지보다 조금 더 밝은 인상의 사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타국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도 그는 불만을 말하는 내내 얼굴을 구기지 않았고 그렇다고 성질을 내지도 않았다.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다.
불만을 온종일 얘기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데도 귀찮지 않다니.
“스턴은 여름에 너무 더운 거 같아.”
“그 옷에 냉각 마법이 걸려 있지 않습니까?”
“걸려 있지. 하지만 그건 내가 괜찮은 거지. 내 말은 그냥 스턴이 너무 덥다는 거야. 이런 마법이 없으면 걸어 다니기 정말 싫을 정도로.”
그는 그의 기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끝없이 조잘댔고, 골목 구석에 앉아 케네스를 기다리던 몇몇 기사들이 그를 보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왔다.
“왕자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어차피 감시하고 있었으면서 왜 그렇게 놀란 척해.”
“레이먼 님을 만나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고 계신다는 쪽지만 전하고 사라지셨으니 놀랄 수밖에요.”
일반인으로 위장한 건장한 사내가 케네스의 어깨를 붙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마음고생이 꽤 심했던 것 같다.
“얼른 타시죠. 약속 시간보다 늦어졌습니다. 아니면 더 시간을 좀 늦출까요?”
“아니. 괜찮아. 지금 가면 되지. 말 나온 김에 레이먼 경도 데리고 갈 거야.”
“저도요?
디저트 박스를 품에 안은 레이먼이 되묻자 케네스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를 알현한 뒤에는 매너스를 만날 거거든. 너도 같이 가면 즐거울 거 같아서. 아, 네가 싫다면 상관없어. 오, 내가 뭔가 말실수를 한 건가? 부담은 갖지 마. 내가 왕족이라고 해서 너한테 이런 명령을 할 권리…야 물론 있지만 이건 그런 명령이 아니거든. 굳이 따지자면 부탁이야. 함께 가면 내가 더 즐거울 것 같다는 부탁 말이야.”
그가 양손으로 잔뜩 손사래를 쳤다.
그는 당황하거나 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면 말이 빨라지고 많아졌다.
레이먼은 더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케네스를 따라가는 편이 그와 친분을 쌓는 데에 좋을 것이고 왕 후보 리스트에 그를 추가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가 아무리 왕좌에 관심이 없다 해도 결국 왕세자에 가장 가까운 건 그였다.
리스트에 한 사람을 더 넣을 생각에 괜히 유타 생각이 났지만, 레이먼은 애써 고개를 돌리곤 답했다.
“저야 영광입니다, 전하.”
.
.
.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이 왔다고?”
“응.”
“레이먼, 형님 말이 전부 사실이지?”
“네. 이 디저트도 케네스 전하께서 전부 사주신 겁니다.”
“내가 골랐어! 정확히 말하면 레이먼이 고른 걸 내가 다시 골라서 산 거지.”
케네스는 즐겁게 답한 뒤, 드디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그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던 후드가 사라지고 처음으로 그의 얼굴과 옷이 전부 드러났다.
그도 다른 왕족과 마찬가지로 한밤중 같은 흑발에 붉은 눈의 소유자였다.
대신, 유타에 비해 몸이 왜소했고 서머셋에 비해 날카로운 느낌이 적었으며, 유리페에 비해 성격이 유순해 보였다.
날카로워 보이기 쉬운 붉은 눈인데도 강아지처럼 축 처진 눈꼬리가 그런 분위기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후드를 벗은 뒤 느릿느릿 소파로 움직이는 발걸음 역시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케네스의 몸을 본 매너스가 말했다.
“형님, 저번에 영상구로 봤던 것보다 마르지 않았어?”
“여름이라 입맛이 없었어. 쿠모르 제국의 여름 음식은 끔찍해. 어떻게 여름에도 그런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거야? 장담하는데 너도 그런 곳에서 몇 년 있다 보면 익숙해지기는커녕 여름마다 몸무게가 쪽쪽 빠질 거야. 그럼 난 아버지한테 잠시 다녀올게.”
“아버지보다 내 방에 먼저 온 거야? 오, 세상에. 얼른 내 방에서 나가, 형.”
“미안, 미안. 금방 다녀올게.”
케네스가 방을 나간 뒤, 레이먼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매너스에게 물었다.
“1왕자님은 내일 오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공식적으로는 그렇다고 해야지.”
“왜 일찍 오신 겁니까?”
“글쎄? 나도 하루 전날에 올 줄 몰랐어. 원래 나랑 축제 전날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다른 영지를 도느라 그냥 축제 일정에 맞춰 돌아올 줄 알았거든. 미리 말해두는데 케네스 형님은 중요하지 않은 약속은 잘 지키는 편이 아니야.”
“중요하지 않은 약속의 기준이 뭔데요?”
“그거야 주관적 판단이지.”
매너스는 레이먼의 질문에 답한 뒤, 그의 한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매너스의 친한 척에 레이먼은 왕 후보 리스트를 다시 펼쳐 그와의 친밀도를 확인했다. 유타보다 아래였지만 이젠 후보 중에서 2등이다.
“케네스 형님이 돌아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지, 레이먼?”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굳이 아는 척 답할 필요는 없다.
“무슨 의민데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캐내는 게 중요한 거니까.
레이먼이 매너스를 스윽 올려다보자 그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한 번 터뜨린 뒤, 레이먼의 어깨를 꽉 쥐는 대신 툭툭 친 뒤 답했다.
“역시 똑똑해.”
“뭐가-.”
“아, 그래. 유타도 부를까?”
“유타도요?”
“그래. 형님이 유타도 좋아했다고 했잖아.”
“저야 좋죠. 그럼 지금 연락하겠습니다.”
매너스와 케네스를 따로 만나면서 유타의 의심을 살까 걱정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군. 레이먼은 마법 대신 하급 정령 하나를 소환해 유타를 불러냈다.
***
정령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유타가 곧장 매너스의 방으로 왔고, 레이먼은 그의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급히 달려왔는지 가슴팍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옷 너머로 다 보일 정도였다.
“레이먼, 정말 형님이 오셨어?”
“어. 좀 전에 국왕 폐하를 만나 뵙고 돌아왔어.”
“오늘이 돌아오는 날은 아니지 않아?”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돌아온 거래. 먼저 들어가 있어.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래? 알았어. 빨리 와.”
유타를 보낸 뒤, 레이먼은 재빨리 화장실로 숨어 들어갔다.
레이먼이 보통 이렇게 급하게 움직이는 경우는 두 가지였는데, 정말로 화장실이 매우 급하거나 혹은 시스템 창에서 알림이 울렸을 때였다.
[ 레이먼아. 또 네 알 수 없는 힘이 반짝이는 거냐? ]“네, 요즘 일을 아주 잘하네요.”
레이먼이 활짝 웃은 뒤, 반짝이는 시스템 창의 문구를 찬찬히 다시 살폈다.
[ 새로운 왕 후보를 만났습니다. ] [ 1왕자 : 케네스 스테디움 스턴. ] [ 새로운 왕 후보를 만난 보상이 주어집니다. ] [ 보상을 지급받으시겠습니까? ] [ 예 / 아니오 ]‘예’를 누르자 창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 새로운 장소, 새로운 왕 후보를 만난 당신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집니다. ] [ 곧 있을 바텔바흐 공국과의 전쟁에서 왕 후보 1인과 함께 최대 공적을 세우세요. 공적은 어떤 식으로 쌓아도 괜찮습니다. ] [ 보상 : 메이커 포인트 최대치 ] [ 실패 시 페널티 : 죽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