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64)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64화(164/275)
“실패 시 페널티…… 죽음.”
[ 네가 달고 다니는 아이는 정령보다 훨씬 잔인하구나. 쯧쯧. ]“보상이 메이커 포인튼데 페널티가 죽음이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고 페널티가 죽음이라.
레이먼이 턱 밑을 문질렀다.
킹메이커라는 특성을 지닌 그는 왕 후보를 왕으로 올리지 못하면 죽는다.
이미 그런 페널티를 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에서 최대 공적을 쌓지 못하면 죽음이라는 뜻은….
‘이번 임무가 왕을 옹립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겠어.’
시스템이 멍청하긴 해도 무의미한 임무를 줄 리가 없다.
보상이라는 메이커 포인트 최대치 역시 분명 죽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된다는 소리겠지.
레이먼이 시스템 창을 닫은 뒤, 다시 매너스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방음 마법이 풀리고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레이먼의 귀를 울렸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십니까?”
“레이먼! 너 설마 이걸 정말 내 선물이라고 사 온 거야?!!”
레이먼이 등장하자마자 유타와 매너스가 레이먼에게 달려와 그들이 사 온 선물을 들이밀었다.
“뭐… 나쁘지 않지 않나요?”
“레이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케네스 전하도 즐거워하셨는데.”
“재밌었어.”
“형님도 형님입니다!”
매너스가 손에 들린 상자를 내밀었다. 레이먼과 케네스가 매너스를 위해 사 온 선물은 바로 ‘수다쟁이를 위한 상자’였다.
말 많은 이들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그 속에 대고 말하면 완벽히 소리가 차단되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밖으로 절대 새어 나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과묵하다고 알려진 매너스지만 친한 사람들 앞에선 수다쟁이가 되는 그에게 ‘수다쟁이를 위한 상자’는 매우 적당한 선물이라고 케네스 스스로도 뿌듯해했던 선물이었다.
“밤에 유용할 것 같아서 샀는데, 아닌가? 쿠모르는 방음 마법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 꽤나 불편했거든.”
케네스가 제국에서의 일을 회고하자 매너스는 잔소리를 더 이어가지 못한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편, 유타는 1왕자에게 무어라 할 정도의 친분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은근슬쩍 레이먼의 발을 밟았다.
‘야, 뭐 해?’
‘나한테 왜.’
‘네가 왕성에 와서 입만 꾹 닫고 있으니 어울리는 걸 준 거지.’
아기들에게만 물리는 쪽쪽이.
유타에게 이런 선물을 줘도 되는 건지 케네스가 레이먼에게 한 번 확인했던 선물이었다.
그때 레이먼은, “유타가 요새 이런 용품에 관심이 많더라고요.”라며 대충 둘러댔다.
‘설마-.’
레이먼은 유타의 반응을 대충 예상해보았다.
이제 이유까지 들었으니 화를 내며 내 발을 밟으려나?
오닉스라면 발을 밟는 걸로도 모자라 그 위에서 탭댄스를 출 것이다.
아드리안이라면 애초에 화를 내지도 않았을 것이며, 테디 베어릴은 군소리하지 않고 선물을 서랍 안에 처박아둔 채 그대로 잊을 것이다.
하지만 유타의 행동은 예측이 가질 않았다.
친밀도도 높고 꽤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도 말이다.
‘나를 거기까지 생각해줄 줄은 몰랐는데.’
‘뭐?’
‘네 나름대로 나에게 주는 조언이구나. 제 뜻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오히려 내가 너한테 실수를 했었어.’
‘……어, 그래.’
‘실제로 쓰지는 않겠지만 늘 네 조언을 생각할게.’
세상에.
레이먼은 뜻밖의 반응에 놀라 오히려 대답이 느려졌다.
유타는 선물 받은 쪽쪽이를 봉투 안에 다시 담고 소파에 앉았다.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나선 케네스가 쿠모르 제국에서 어떻게 지냈고,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화제는 바텔바흐 공국과의 전쟁으로 넘어갔다.
“바텔바흐 공국을 부추긴 사람이 있을 거야.”
매너스가 유타와 레이먼을 바라보았다.
친해지기 전 매너스가 풍기던 분위기.
인상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위압적인 눈빛과 그 눈빛에서 드러나는 자신감.
위엄으로 무거워진 공기가 주변을 감쌌다.
“바텔바흐 공국 자체는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아. 마법사의 수는 나쁘지 않지만 제대로 된 아티팩트도 없고 애초에 전력 자체가 다르니까. 하지만 국경을 넘어오는 횟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그에 비례해 발생하는 소규모 전쟁들은 분명히 바텔바흐가 우리를 도발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야.”
“원래 이런 적은 없었나요?”
레이먼이 질문했다. 매너스 대신 유타가 고개를 가로저은 뒤 답했다.
“아주 옛날에 딱 한 번 있었다고 해. 선대 왕 이전에.”
“그때는 왜 넘어온 거래?”
“그때는….”
“정령사가 있었어.”
케네스가 말했다.
“대정령을 다루는 이가 바텔바흐 공국에 나타났고, 우리 왕국엔 없었다. 그걸 믿고 쳐들어온 거지.”
“그래서요?”
“그래서 뭘 어쩌긴 어째. 우리 쪽에 있는 대마법사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그놈만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이겼지.”
그게 가능한가요? 레이먼이 속으로 아모르에게 질문했다. 아모르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있을 수는 있는 일이라 설명했다.
[ 감히 인간이 대정령을 능가하려 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그건 대정령이 문제가 아니라 아마 그 마법사의 마력, 체력 등이 부족해 대정령의 힘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 또 다른 이유라면 그 정령이 전투와 맞지 않는 정령일 가능성도 있겠군. ]4원소의 대정령이라면 분명 대규모 전쟁에서 유리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공격형 정령은 드물었다.
즉, 아모르 말은 어디까지나 대정령과 계약자의 상성, 그리고 대정령과 전쟁과의 상성이 전쟁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뜻이었다.
“이번에도 바텔바흐가 믿는 구석이 있을 거라는 뜻이군요.”
“그래서 1왕자를 불러들인 거지. 1왕자의 존재는 상징적이거든.”
“왜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역사상 스턴 왕국의 1왕자가 참전한 전쟁은 한 번도 져본 적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
매너스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 측에서 이젠 1왕자의 유학이 끝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 쪽에 대정령과 계약한 마법사가 탄생했다는 소문을 흘렸지. 대마법사와 비슷한 수준의 정령사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에 제국이 1왕자를 넘겨준 거지. 여기서 말한 정령사가 바로 너고, 레이먼.”
“그럼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말해.”
레이먼은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의문점에 대해 질문했다.
“현 스턴 왕국은… 정말 제국보다 약합니까? 제가 알기론 쿠모르 제국엔 대마법사가 한 명도 없다고 들었어요. 8서클 마법사 한 명이면 마법 기사단 하나를 없앨 수 있는데…. 정말 현 스턴이 쿠모르 제국보다 약합니까?”
레이먼이 질문은 중요했다.
각국의 정세는 앞으로 어떤 전쟁이 펼쳐질지 알 수 있는 척도.
즉, 유타가 얼마나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는 척도가 되니까.
케네스의 표정이 변한 건 그때였다.
유순하고 그저 생각 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눈빛에 총기가 돌았다.
레이먼이 케네스의 수석 졸업이 부정이나 비리가 아니라 확신한 것도 그 순간이었다.
“내가 볼모로 잡혀간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케네스는 직접적으로 답하는 대신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아주 훌륭한 방에서 훌륭한 식사를 했고,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않았다. 이번에 내가 왕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싸웠을 때 이길 자신이 있는 국가라면 그들의 부탁을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을 테니까.
즉, 현 스턴이 쿠모르 제국에게 마냥 당하진 않을 전력이라는 걸 의미했다.
레이먼이 짧게 답했다.
“이해했습니다. 이 시기에 1왕자님이 돌아올 수 있었던 게 궁금했습니다.”
“이유는?”
케네스가 질문했다.
“1왕자가 참전하는 전쟁은 반드시 승리한다- 라는 식의 역사라면 우리 왕국에서만 유명할 리 없으니까요. 쿠모르 제국도 이를 알고 있을 테고 그럼에도 1왕자님의 유학을 더 연장하려 하지 않은 건 간접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는 겁니다.”
레이먼이 답했다.
“자신들은 바텔바흐 공국의 행보와 관련이 없다. 그러니 너희들의 왕자를 돌려보내겠다. 돌려보낸다는 말도 이상하긴 합니다. 케네스 님께서는 여태껏 돌아올 기회가 많았는데도 자의로 그곳에 머무른 것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하지만 쿠모르는 짜증 나는 구석이 많은 제국이었어.”
“그래도 자유로웠을 테니까요.”
“…….”
정적이 흘렀다. 누구 하나 섣불리 다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매너스는 이미 레이먼이 어떤 뜻으로 그 질문을 던졌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네스 역시 답 대신 매너스의 눈을 한 번 응시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정적을 깬 건 의외로 유타의 질문이었다.
“바텔바흐 공국의 전쟁에 참전하는 건 그럼 이 방에 있는 전원입니까?”
“유타, 너도 가려고?”
“네.”
유타가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케네스는 그 상황에서 고개를 저었다.
“난 반대야.”
그 모습을 본 레이먼은 경악했다.
설마 1왕자는 내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 찾아온 악마인 걸까.
레이먼은 케네스가 고개를 젓기 전으로 돌아가 그의 머리통에 쟁반을 휘갈긴 뒤, 기절시키고 싶었다.
그냥 해본 말이나 테스트일까 싶어 특성을 써봤지만, 거짓말도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유타가 전쟁에 나가길 원치 않는 것이다.
“전쟁을 나가기엔 넌 아직 어려. 이제 막 왕실 마법사에 오른 애가 괜히 전쟁에 나섰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죽지 않을 겁니다.”
케네스가 기억하는 유타의 모습은 이보다 훨씬 어린 시절, 포레스튼에 입학하기도 전의 모습이었다.
그때 유타는 어머니의 궁에 숨어 살고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케네스와 마주친 적은 많지 않았다. 그저 얌전한 아이구나 했을 뿐.
말없이 우물쭈물 서 있다가도 말을 시키면 조잘대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긴 했지만, 그때의 모습으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할 방향으로 클 줄이야.
“유타, 넌 내가 불편하지도 않아? 지금 몇 년 만에 처음 본 거잖아.”
“불편합니다.”
“그런데도 내 말에 반대할 수 있어?”
“…….”
“1왕자의 명령인데도?”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요.”
“음….”
케네스가 물었다.
“그래, 네가 우수한 성적으로 포레스튼을 졸업했다는 얘기는 들었어. 하지만 그래 봐야 이제 막 졸업한 신입이야. 네가 전쟁 어디에 도움이 되겠어?”
케네스는 유타가 정령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대정령과 계약한 마법사로 쿠모르에 소문이 난 건 레이먼뿐이었으니 케네스는 아직 유타가 빛의 대정령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레이먼이 말했다.
“그럼 서로 마법을 겨뤄보면 되지 않을까요?”
레이먼이 싱긋 웃으며 던진 한마디에 가장 놀란 건 다름 아닌 매너스였다.
“뭐라고 했어, 방금?”
마치 조금 전 레이먼의 표정이 그에게 옮겨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