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6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65화(165/275)
“우리가?”
케네스가 되물었다.
인생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긴 했지만, 이토록 어처구니가 없는 말은 처음이었다.
이제 막 졸업해 왕성에 들어온 햇병아리 마법사 동생을 상대하라는 뜻인가?
승부가 너무 명확히 보이는 말에 케네스는 매너스가 자신보다 먼저 반대할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매너스는 그 대결을 반대하긴 했지만 뭔가… 달랐다.
케네스가 이길 것이라 확신하는 게 아니라 유타가 굳이 대결까지 해야겠냐는 느낌이었다.
“케네스 형님의 마법은 우수하시지만, 제국에 넘어간 후로는 마법을 쓸 기회가 많이 없었어. 그러니 굳이 대결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매너스는 케네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케네스는 귀찮은 일을 정말 싫어했고 사서 고생하는 일은 죽어도 만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재밌는 일에는 꼭 끼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도 어느 순간 곁으로 와 이리저리 참견하는 케네스에게 유타와의 대결을 제안한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케네스는 아직 유타가 대정령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다.
그때, 케네스가 심드렁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내가 굳이 왜 그래야 하지? 대결을 하기엔 5왕자가 너무 어리고, 나는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로가 덜 풀렸어. 게다가, 유타와 대결을 해서 이겨봤자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잖아. 여름이 시원해지는 일도 없을 테고. 귀찮기만 하지.”
매너스의 반응이 탐탁지 않긴 했지만 케네스는 유타와의 대결에서 얻을 게 없다 판단했다.
5왕자의 전쟁 출전을 반대하는 것쯤이야 1왕자의 권력으로 손쉽게 가능했다.
그런데 왜 굳이 몸을 쓴단 말인가.
힘들고 옷만 더러워질 것을.
“유타가 왜 이렇게 자신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별로.”
레이먼의 도발에도 케네스는 그저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난 설령 내가 져도 유타가 참전하는 건 반대할 거야.”
“레이먼, 이제 괜찮아. 내가 직접 말씀드릴 테니까.”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어 보이던 케네스를 지켜보던 유타가 레이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레이먼은 유타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 있는 얼굴에 그에게 차례를 넘겼다.
“형님. 형님이 무어라 하시든 전 전쟁에 나갈 겁니다.”
“그러니까-.”
“전쟁에 나가서 공을 세우고 싶습니다. 더 이상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요.”
“…….”
유타가 어느새 눈가에 가짜 눈물을 머금고 케네스를 바라보았다.
버려진 왕자라는 오명은 벗겨진 지 오래였으나 케네스가 그 사실을 정확히 알 리가 없었다.
케네스가 알고 있는 정보라고는 ‘유타가 5왕자궁을 하사받긴 했다.’ 정도였다.
왕자궁을 소유하지도 못했던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케네스의 머릿속에서 유타는 여전히 무시 받는 막내 왕자였다.
“공을 세우면 제게 더 이상 뭐라 할 사람이 없지 않을까요…?”
유타가 눈물을 훔치는 척 고개를 홱 돌렸다.
케네스는 하소연을 하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하소연을 듣는 데에는 익숙지 않았다.
“형님이 왜 반대하시는지도 전부 알아요. 하지만 형님은 이런 저를 이해해주셔야죠. 형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유타.”
유타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똑 흘렀다.
케네스를 설득하기에 눈물만 한 것이 없었다.
레이먼은 옆에서 열심히 유타의 거짓말을 읽으며 상황을 즐겼다.
“끄응. 하지만 네 실력이-.”
“형님이 모르는 게 한 가지 더 있어요.”
“….”
“대정령과 계약한 건 레이먼 한 사람만이 아니에요.”
그때, 유타 곁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사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목구비는 뚜렷했으나 전체적인 선은 부드러웠고, 풀어헤친 긴 머리 뒤로 금빛 물결이 일렁였다. 성별을 파악하기도 전에 케네스는 눈앞의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매너스, 설마.”
“유타가 졸업 직전 빛의 대정령과 계약했습니다. 스턴 내 마법사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아직 일반인들 중에는 모르는 이들이 많고 국외로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았기 때문에 형님도 몰랐을 겁니다.”
케네스는 그제야 매너스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빛의 대정령이라니.
‘대정령의 계약자가 5왕자인 내 동생이라고?’
그 존재를 확인한 이상, 케네스가 유타를 막을 방도는 더 이상 없었다.
제아무리 1왕자가 반대한다 해도 어떤 국왕이 대정령과 계약한 마법사가 국가를 위해 참전한다는 것을 막겠는가.
케네스가 소파 등받이 몸을 기대며 투덜거렸다.
“이런 건 미리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괜히 나만 뻘짓한 꼴이 됐잖아. 대체 왜 말을 안 해준 거야? 근황 얘기할 때 미리 말해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억울하네.”
“죄송합니다.”
“그래, 유타. 네가 이겼다. 마음대로 해. 더 이상 막는 건 나한테도 너한테도 귀찮은 일이니까.”
케네스가 테이블 위에 꼰 다리를 툭 올려놓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알아서 몸 잘 추스르고 있어. 곧 일어날 거야. 전쟁은.”
여유로운 자세와는 정반대되는 무거운 목소리였다.
***
유타와 레이먼이 방을 떠난 뒤, 두 사람만 남은 방.
여전히 조금 전 상황에 대해 투덜대던 케네스의 모습을 보며 매너스가 호쾌하게 웃었다.
“형님,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그래, 네가 잘못했지. 하아, 다음부터 유타의 말에 반대할 때는 제대로 말을 못 할 거 같아.”
케네스가 입을 오리처럼 내밀었다.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던 매너스가 홍차를 한 입 들이켠 뒤, 질문했다.
“전부터 여쭙고 싶었는데 형님은 유타를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 겁니까?”
케네스는 스턴을 떠나기 전부터 유타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두 사람이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을 텐데도 케네스는 유타의 일을 몰래 알아내 매너스에게 얘기해주곤 했다.
사실 매너스는 당시 그의 얘기, 정확히는 유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적어도 그 당시, 5왕자의 입지는 딱 그 정도였다.
“막냇동생이잖아?”
“그렇죠?”
“그게 다야.”
담백한 답이었다. 하지만 매너스가 유타를 좋아하는 이유와는 조금 다른 이유였다. 그러나 자신과 다른 그 단순한 답이 마음에 들었던 매너스가 피식 웃었다.
“그럼 저도 형님보다 동생이니 좋아해 주세요.”
“바로 내 아래인 놈이 무슨. 전쟁에서는 네가 날 지켜라.”
“스턴을 지켜야지, 무슨 소립니까?”
“다치면 아프니까.”
장난기 가득한 말투였다.
그러나 매너스는 알고 있었다.
1왕자의 전설이든, 그의 실력이 뭐가 됐든 그는 스스로 제국에서 스턴으로 돌아오기로 정한 것이다.
이 선택은 어떤 식으로든.
‘왕국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겠지.’
***
다음 날, 수도에서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어제 나누었던 무거운 이야기는 잊고 레이먼과 매너스 일행도 각자 축제를 즐기기로 했다. 왕성의 마법사들도 상당수 자리를 비웠는데, 그들 대부분이 축제 행진을 보기 위해서 마을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레이먼 역시 축제에 갈 채비를 마친 뒤, 아드리안에게서 온 편지를 읽었다.
[ 축제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1왕자님의 귀환 행진이 시작되는 시각, 광장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아드리안으로부터 ]
니콜에게서도 편지가 왔다.
[ 포레스튼으로 보내주신 케이크는 아드리안 도련님과 제가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도련님…. 제가 여태껏 먹었던 케이크 중 최고였습니다. 이 가게의 주인은 어떻게 딸기와 블
루베리 콩포트를 섞어 케이크 시트 사이에 끼워 넣을 생각을 하셨을-. ]
니콜의 편지는 읽다 말았다. 두 사람의 편지를 서랍 안에 집어넣은 레이먼은 혹시 모를 사
태를 대비해 완드 팔찌를 차고 방을 나섰다.
“정말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마탑으로 먼저 가 있는 유타에게 향하는 레이먼의 뒤를 카렌이 종종 따라오며 물었다.
카렌은 자신이 레이먼을 따라 광장을 가는 게 지나친 사치라고 생각했다.
마법사의 메이드나 집사들은 대개 그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동안 왕성에 남아 남은 업무나 집안일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싫어?”
레이먼이 몸을 돌려 카렌 쪽을 바라봤다.
“아, 아뇨. 그게.”
카렌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숨겨뒀던 귀나 꼬리가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레이먼 님은 볼 때마다 잘생겨지시는 거 같아.’
확 붉어진 카렌의 귀를 바라보던 레이먼이 슥 허리를 굽혀 카렌과 눈을 맞추었다.
“싫으면 안 가도 돼.”
“그게 아니라! 제가 딱히 잘한 것도 없는데… 따라가도 되나 해서요…….”
“날 돕고 싶지 않은 거야?”
“아뇨!”
카렌이 황급히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눈앞을 꽉 채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레이먼이 서 있었다.
푸른 눈동자가 일렁이자 카렌의 속마음도 울렁거렸다.
레이먼은 별거 아니라는 투로 카렌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그럼 따라와. 필요해.”
“…네!”
***
“왔어?”
카렌을 데리고 도착한 마탑 입구에선 유타와 렌스가 이미 그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 있어?”
오닉스와 테디가 마탑에 있느냐는 짧은 질문에 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끄러운 걸 보니 있어. 마탑은 아직 축제 준비가 안 끝난 것 같던데?”
“그래?”
그럼 일단 들어가서 확인해봐야지.
똑똑-.
“…….”
똑똑똑-.
“안 들리나 봐.”
노크 소리에도 마탑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원래라면 마탑의 막내 마법사가 나와 그들을 안내해줘야 하는데도 말이다.
답답했던 레이먼이 문고리를 쥐고 잡아당기자… 정말 문이 열렸다!
세상에!
깜짝 놀란 레이먼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이는 함께 있던 유타도 마찬가지였다.
도넛처럼 둥글게 변한 눈을 문틈 사이로 바짝 붙였던 레이먼이 재빨리 얼굴을 빼고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다들 머리 숙여!”
레이먼의 외침에 그의 뒤에 서 있던 일행 모두 한꺼번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빠져나온 무언가가 그들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뭐야?”
“뭐긴 뭐야. 폭죽이지.”
하마터면 누군가 다칠 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닉스였다.
마법 폭죽용 액체가 들어간 플라스크를 품에 안은 그의 얼굴은 어쩐지 심드렁하면서도 짜증이 묻어 있었다.
“날아다니는 폭죽을 개발하려다가 실패했어. 저건 실패작.”
“내버려 둬도 돼?”
“됐어. 터져봤자 그냥 꽃가루만 날릴 거야.”
오닉스의 눈 밑에 내려온 다크서클이 그가 얼마나 마탑에서 고생하고 있는지를 말해줬다.
레이먼은 오닉스가 그 꼴로 있는 게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일단 들어와. 거의 마무리 단계니까.”
오닉스가 문을 열고 네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음악?”
평소의 마탑에서는 들리지 않던 음악 소리가 들렸다.
오닉스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불면’ 마법을 건 음악이야. 밤을 새우지 못하면 준비를 마칠 수가 없었거든. 물론, 귀마개
를 하고 잠들어버린 선배들도 있어.“
오닉스가 공중에서 안대와 귀마개를 착용하고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는 몇몇 마법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평소라면 손님맞이용 원탁 테이블이 놓여 있었을 마탑 로비에는 폭죽이 담긴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우-우-.”
“완성- 완성-.”
“끝났나 봐. 이제 저걸 축제 현장으로 옮겨야 해.”
“그건 우리가 할게. 테디는?”
“저기.”
“저건 시체잖아.”
“어, 저게 테디. 야, 가자. 애들 왔다.”
“ -. …………그래.”
원래도 테디 베어릴이 평소보다 4배는 더 느리게 답했다.
마탑의 폭죽을 모두 실은 마차와 함께 레이먼 일행은 축제가 열리는 수도 마을로 향했다.
1왕자의 행진까지 아직 꽤 시간이 남아 있었다.
레이먼은 아모르를 카렌에게 맡긴 뒤, 혼자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응?”
축제를 둘러보던 레이먼의 시야에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아직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쟤가 왜 지금 여기에 있지……?’
레이먼은 골목 안쪽으로 향하는 그를 따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