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76)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76화(176/275)
“서머셋 형님이?”
“2왕자님도 함께하시는 것 같습니다. 현재 매너스 왕자님께서 대치 중입니다. 얼른 가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몇몇 귀족이 서머셋 왕자님과 함께하셨는데 그중에-.”
“아드리안도 있나?”
“…….
4왕자의 역모.
레이먼은 그때 깨달았다.
‘통째로 사라진 부분이 이거다.’
일기장에서 완전히 읽을 수 없었던 부분.
– 응? 우리가 그래서 왜 죽었냐고?
– 네 동생 때문이라니까. 그놈이 씨앗이야.
–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네. 모두가 그래. 일기장을 봐도 그렇겠지. 명심하게. 일기장에 있는 내용이 일어난 일의 전부는 아니야. 원래 기록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나. 잘못된 기록이 진실처럼 기록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네. 나를 너무 믿지는 마.
일기를 쓴 영혼들조차 잊어버린 스플린 가가 멸문하는 데에 결정적인 사건이 됐던 일.
‘이게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467년의 초봄이다.
스플린 가가 멸문하는 사건이 일어난다고 간접적으로 표현된 시점은 467년의 초겨울.
지금 일어난 서머셋의 역모는 연말과 한참 떨어진 시간대였다.
이건 자신의 방심이자 실수였고, 동시에 오만과 자만이었다.
왜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한 거지?
유타에게 언질을 주었어야 했다.
그런데 뭐라고?
‘우리 가문이 4왕자와 결탁해 현 왕을 살해하는 역모를 꾸몄다 그대로 멸문한다고? 그 뒤에는 죽었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그때 죽은 레이먼은 내가 아니라고?’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홀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살아온 습관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유태하로 살아온 인생은 그렇게 레이먼의 인생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가자, 레이먼.”
회랑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유타와 레이먼 두 사람 모두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렌스는 일부러 거리를 두고 혹여나 둘에게 가까워질까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 걸어갔다.
“레이먼.”
“몰랐어. 나도.”
“그래. 나도 알아.”
아드리안. 대체 무엇이 너를 그렇게 바꿔 놓았고, 나는 무엇을 놓친 거지?
***
상황은 마차를 타고 돌아갈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순간이동 마법을 통해 유타와 레이먼을 비롯한 몇몇 전력이 먼저 왕성으로 돌아갔다.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수도와 달리 왕성 안은 쑥대밭이었다.
행정 마법사들 중 절반은 이미 자리를 비우고 도망치거나 당한 듯했고, 나머지 반은 이미 서머셋의 편인 듯했다.
레이먼과 유타가 성안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지는 마법사 한 명과 마주쳤다.
“유, 유타. 레, 이먼….”
그들과 함께 포레스튼을 졸업하고 마법사가 된 캐터였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게 꿈이었던 캐터는 왕성에서 평화롭게 문서 작업만 하는 마법사가 되는 게 가장 원하는 삶이라고 했었다.
그런 캐터의 꿈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소박한 꿈을 가졌던 청년의 이마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레이먼은 캐터에게 서둘러 회복 마법을 걸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영법사…가, 들이닥쳤는데……. 하아, 그, 영법사들이, 마력 무력화 아티팩트를.”
“영법사들이 그런 아티팩트를 갖고 있다고?”
마력 무력화 아티팩트는 굉장히 고가의 희귀한 물건이었다.
왕성이나 고위 귀족의 창고에나 들어 있을 법한 아티팩트가 한낱 영법사들의 손에 있다고?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뭔가, 이상했어. 네, 네 동생도… 아드리안이, 레이먼.”
“…….”
입술을 꽉 깨문 레이먼의 옷깃을 한 번 꽉 붙든 캐터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속삭였다.
“조심…해.”
“…쉬어. 아모르 님, 얘 좀 따로 옮겨주세요.”
[ 대정령을 이렇게 쓰는 놈은 너밖에 없을 거다. ]‘아픔도 잊을 수 있게 해주시고요.’
사랑의 대정령이면 그렇게 할 수 있잖아요.
레이먼은 캐터를 근처 성벽에 기대 앉히고 일어났다.
쑥대밭으로 변한 왕성에는 앓고 있는 이들이 넘쳐났다.
이미 죽은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마력 무력화 아티팩트가 있다면 마법 기사단도, 마법사도 모두 무용지물.
순수하게 검만을 사용하는 기사단이 있다고는 하지만 바텔바흐와의 교전이 잦아진 탓에 그들 중 반이 지방 영지에 배치되어 있었다. 영법사 놈들은 그 틈을 노린 것이다.
‘서머셋이 바텔바흐와 관련 있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 하지만 정령으로 아무리 서머셋을 감시해도 그가 내통하는 직접적인 증거를 따로 잡은 게 없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서머셋의 일을 입에 올릴 수도 없었고.’
매너스 역시 알고 있었을 텐데.
매너스는 어떻게 됐지?
왕성이 쑥대밭이긴 했지만 지나치게 조용했다.
이미 그들이 오기 전에 모든 일이 끝난 듯했다.
“일단 움직이자.”
“…그래.”
유타와 레이먼, 두 사람은 평소 전체 회의에만 사용하는 스턴 홀로 향했다.
스턴 홀은 왕좌가 있는 곳으로 왕실에 중요한 일이 있을 경우에만 문을 여는 공간이었다.
“이미… 열려 있어.”
유타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발에 챌 만큼 많은 시체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들은 피를 흘리고 있지도 않았으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창백해진 피부와 쌓인 몸뚱어리에서 느껴지는 냉기로 그들이 이미 죽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타, 어서 와.”
그리고 왕좌에 앉아 있는 이는 현 왕, 라치오날이 아니었다.
라치오날의 시체는 아마 바닥을 잘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왕좌 바로 아래에 매너스의 시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사말을 건넨 찬탈자, 서머셋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는 서머셋의 곁에는 뒷짐을 진 아드리안이 서 있었다. 레이먼은 서머셋이 아니라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
‘아드리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딴 짓을 저지른 거지?’
뭘 생각하든 이미 늦은 건가.
“형님, 이게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긴. 내가 왕이 되기 위해 가장 빠른 길을 택한 거지.”
“1왕자 형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2년이면 오래된 거지.”
“이런 일을 꾸미지 않으셔도 충분히 왕이 될 수 있으셨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꾸미신 겁니까?”
“글쎄. 언제부터였더라. 내가 보통의 방법으로는 매너스 형님을 이기지 못할 거 같다고 생각한 순간부터지. 거의 7년 전부터 아니겠어?”
“……7년 전.”
레이먼이 포레스튼에 입학한 해다.
“처음에는 포기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포기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어. 이기지 못하면 없애면 되는 거잖아.”
“형제입니다.”
“역사 속에 형제의 난이 얼마나 많았는지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대체 아버지와 형님께 무슨 악감정이-.”
“악감정? 하하하, 유타.”
서머셋이 왕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말했다.
“악감정 따위 없어. 내가 왜 형님이나 아버님께 그런 감정을 지니겠어.”
“…….”
“내 역모에 감정은 없단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지. 유타, 네가 매너스 형님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고 생각해?”
“형님.”
“난 말이지.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는 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왕실에서는 내게 포기하는 법만을 가르쳤어.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잖아, 유타. 그래서 계획은 세운 거지. 페인 형님을 끌어들이는 건 쉬웠지. 그 사람은 스턴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거든. 그렇게 바텔바흐를 끌어들였다. 그들에게 약속한 건 아티팩트의 핵심 기술이었지. 그들이 포레스튼을 습격했을 때 기억나? 내가 부른 거야. 영법을 가르친 것도 나지.”
서머셋도 영법을 다룰 줄 알았던 건가.
“몰랐을 거야. 스턴의 그 누구에게도 내가 직접 영법을 다루는 걸 보여준 적은 없거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너스 형님이 날 의심하기 시작했어. 레이먼, 같은 형제에게 감시당하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어. 물론 나도 매너스 형님을 감시하고 있었지만. 매너스 형님이 내 역모에 동조만 해줬다면 난 형님께 계속 에글린턴을 맡겼을 거야.”
“마탑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들은 걱정하지 마. 영법사들의 결계와 아티팩트 탓에 그곳에 갇혀 있을 뿐이니까. 영법은 좋지. 생명력을 소비하지만 마력처럼 무력화시킬 방법도 없거든.”
“…….”
“대정령은 어떨까. 그건 모르겠네. 레이먼, 난 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야. 네 동생도 내게 붙었는데 너는 어때? 나와 함께할 생각은 없어?”
난 그대를 환영해.
서머셋이 레이먼을 환영하듯 손을 뻗었다.
레이먼은 그를 응시했다.
그는 웃고 있었고, 그 밑에는 시체가 있었다.
그는 망가진 걸까. 아니면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걸까.
현대사회에서 살인은 죄악이다.
물론 이 세상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옳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왕족은 즉결 처형권을 갖고 있으며 그에 대한 죄를 묻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왕족이 왕족을 시해한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역사에는 역모니, 반역이니 기록되겠지만 그저 그 일로 끝나는 게 아닌가.
매너스는 훌륭한 사내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동생을 회유하려 했을 것이고 결국 마법도 검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죽었을 것이다.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은 여전히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지금 저 자리에 서 있는 아드리안도 그랬을 테니까.
왕 후보를 두 명이나 잃었다. 유리페와 매너스는 사망했다.
남은 건 유타 한 명이었다. 그렇다면 유타는 사망한 두 왕 후보보다 무엇이 우월할까.
아마 유타는 자신이 더 우수한 점은 없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서머셋의 논리대로라면 유타가 왕이 되기 위해선 그들 모두를 죽여야 했을 텐데.
유타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서머셋과 유타의 차이였고, 그게 모든 왕족과 유타의 차이였다.
“매너스 전하는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왕이 되기에도 알맞은 재목이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너무 우수해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는 점이겠네요.”
레이먼이 말했다.
“유리페 전하는 왕위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아마 당신이 바텔바흐와 연락한다는 걸 눈치채고 무언가 하려고 했겠죠. 그래서 죽였을 겁니다. 죽이지 않으면 왕이 될 수 없다고 서머셋 전하는 생각하셨겠죠.”
“딱딱하게 존대는.”
“하지만 유타라면 죽이지 않았을 겁니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남의 목숨을 축내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레이먼은 서머셋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바라지 않던 사람이고, 왕 후보도 아니니 이제 존중할 필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서머셋을 처음부터 왕 후보로 삼았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레이먼이 고개를 저었다.
원치 않는 이를 왕 후보로 내세운 킹메이커로서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레이먼은 아드리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드리안.”
“……예, 형님.”
“이게 네 선택이냐? 아버님은 아시고?”
“예, 제 선택입니다.”
[ 눈치 특성을 발동합니다. ] [ 아드리안 반 스플린의 거짓을 간파합니다. ] [ 형님, 선택이 아니에요. 이게 형님과 제가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