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77)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77화(177/275)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왜… 그런 선택을 했지?”
“서머셋 님이 왕이 되셔야 했으니까요.”
[ 눈치 특성을 발동합니다. ] [ 아드리안 반 스플린의 거짓을 간파합니다. ] [ 이 사람이 왕이 되지 않았다면 분명……겁니다. 형님, 제가 형님께 도움을…이것뿐…입니다. ]속마음이 중간중간 끊겼다. 이건 아드리안이 한 말 중 거짓이 아니라 진실도 섞여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도움이라고? 지금 아드리안의 이 행동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하!”
헛웃음이 터졌다.
토가 나올 것 같아 레이먼은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대체 뭘 보고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지?’
당황스러울 정도다. 처음 생긴 가족이라며 아드리안을 믿었던 자신이 바보 같다 느껴졌다.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얻을 수 있는 결과가 겨우 이것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누구도 믿지 않는 편이 옳지 않았나.
“레이먼. 정신 차려.”
유타의 목소리였다.
정신을 차리라니. 자신의 형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반역을 꾀해, 그간 허물없이 지내던 이들을 모두 죽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정신을 차리라는 것인가.
시체를 보는 게 역겨운 것이 아니었다.
이 정도는 수도 없이 봐왔으니까.
전생이라고 해서 이 정도 개죽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유태하 씨는 언제나 담담하네요. 이 정도 시체를 보고도 놀라지조차 않은 건 당신이 처음입니다.’
‘저랑 관계없는 사람들이니 슬퍼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다른 헌터들 중 이 소식을 들은 이들은요.’
전생에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팔 가치가 있는 정보를 쫓곤 했으니까.
하지만 새삼스레 이 상황이 지금 이 정도로 역겨운 것은, 아마 저 시체들이 나와 관계없는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생각보다 레이먼으로서의 삶이 나는 꽤 마음에 든 모양이구나.
“네가 동생과 이야기를 더 해야 해. 아드리안이 그냥 저럴 애가 아니잖아. 이유가 있겠지.”
레이먼이 이해할 수 없는 건 유타의 지금 말도 포함이었다.
아드리안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건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유타는 아드리안을 믿으라며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아드리안을 믿어주는 걸까?
‘아드리안은 그럴 수도 있어.’
레이먼이 정령을 이용해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저 애의 속마음을.’
‘아드리안은 우리 계획과 내 비밀을 몰랐잖아. 그렇다면 저런 선택을 내릴 수도 있었을 거야. 객관적으로 생각해봐, 레이먼. 난 언제나 네게 도움을 받았지만 서머셋 형님은 누가 봐도 혼자 장애물 전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이잖아.’
‘그건-.’
‘하지만 레이먼. 난 왕이 되고자 타인을 이렇게 짓밟지 않아. 죽이지도 않아. 정당한 방법으로 그 위에 섰을 거야. 그게…… 내가 형님보다 그나마 더 나은 한 가지 이유였겠지.’
단 한 가지 이유.
원하는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아군의 시체를 밟고 올라서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유타라면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레이먼은 자신이 느낀 이 한 가지 이유가 그가 유타를 왕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레이먼은 이미 무수히 많은 피를 봐왔다. 그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했고, 타인의 목숨 역시 필요하다면 수단으로 취급하곤 했다. 하지만 그가 포레스튼 아카데미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이유는.
‘레이먼, 이거 어떻게 생각해? 이 마법을 배워두면 나중에 영지 시찰에 도움이 될까? 물이 부족한 영지가 꽤 많은 것 같아. 특히 북부 영토라면 더욱 그래.’
‘레이먼! 레이먼! 일어나! 발로 옆구리를 차도 안 일어나는 거면 그냥 두고 가라는 거지?’
‘오, 레이먼. 내가 네게 예의 있게 묻는다면 너도 그렇게 답해야지.’
‘주스테 신이 언제나 옳다는 건 아니야. 응? 그렇게 말해도 되냐고? 하하하, 너무 그러지 마. 그렇게 치면 너는 벌써 왕실 모독죄로 잡혀갔어야 하잖아. 그러니 신도 나를 봐주겠지.’
이 어린아이가, 왕이 되기 위해 한 모든 상냥한 노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남들 위에 서고자 하는 아이의 그 노력을 밀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 아이가, 제 부족함을 알고 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모두에게 웃어 보일 수 있는 그 숭고한 용기가.
자신의 무지와 실수를 인정하고 변하려는 그 의지가.
왕이 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이기 때문에.
적어도 킹메이커인 자신이 생각하는 ‘왕’이란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은 처음 만난 저 아이의 발버둥을 어린 시절의 자신과 동일시했던 걸지도 모른다.
레이먼이 조용히 유타를 마주 보았다.
“그러니까 네 동생을 믿어봐.”
자신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가족을 믿으라 말하는, 태양 같은 빛을 가진 이를 어떻게 주군으로 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 네 말이 맞네.”
“…….”
“아드리안.”
[ 양심이 쓰레기 ] 특성을 사용할 수도 있다. 거짓말로 회유하는 특성이니 지금 쓰면 뭔가 효과라도 있지 않을까.하지만 레이먼은 처음부터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실패했다면 넌 우리 가문을 반역죄로 멸문시켰을 거다. 그런데도 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건가?”
“왕이 될 자질이 있는 분을 왕으로 세운 게 어째서 반역죄입니까. 도리어 형님이야말로 유타 형님을 밀어주고 계셨던 거 아닙니까? 저야말로 형님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수한 사람이 왕이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1왕자, 2왕자. 그런 게 아니라 우수한 이가 왕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머셋 전하가 이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아드리안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이제 더 이상 눈치 특성도 발동되지 않았다. 이건… 아드리안이 하는 말이 더 이상 거짓이 아니라는 걸 뜻했다.
‘붉은 머리 계약자야. 뭔가 이상하구나.’
아모르의 목소리였다. 서머셋과 아드리안이 어떤 마법을 써도 훔쳐 들을 수 없는 대정령의 목소리에 레이먼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뭐가요?’
[ 왕좌에 앉은 아이에게서 더 이상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구나. ]‘예?’
[ 너처럼 엘프의 가호를 받았을 리도 없으니, 저건 영법에 잠식된 거다. 내가 말했지? 기본적으로 엘프의 마법 사용 방식이 영법과 비슷하다고. ]‘예.’
[ 하지만 영법은 생명력을 고갈시키지. 그런 영법을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서클이 망가진다. 서클은 마법사로서의 수명을 의미하니까. ]‘근데 그게 왜요.’
[ 그렇다면 생명력을 계속 사용하면 되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영법은 생명력을 사용하는 만큼 정신력이 취약한 마법사들에겐 쥐약이다. 너야 가호를 받았지만 마법사들 모두 정신력이 좋은 건 아니잖아? 그리고 저놈은 정신력이 약해 빠졌다. 그래서 서클은 망가지고 영법에 지배된 거다. ]‘영법이 어떻게 사람을 지배합니까?’
아모르가 서머셋을 응시했다.
[ 성정은 포악해지고 들어야 하는 말은 들리지 않게 되고 욕망에만 충실한 이가 되어버린다는 뜻이지. 하지만 저렇게 영법에 빨리 침식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인데. 바로 영법 중에서도 세뇌를 자주 쓰면 반작용으로 시전자 역시 저렇게 된다. ]‘세뇌요? 그건 마법 중에도 있습니다.’
[ 쯧, 그런 쪽의 세뇌겠냐. 내가 말하는 세뇌는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키는 방식의 세뇌다. 어쨌든 영법의 시전자는 제가 제 영법에 잡아먹히는 줄도 모르고 당하는 거지. 그럼 그 세뇌를 누구한테 사용했을까? 너한테? ]‘…….’
[ 널 봐라. 딱 봐도 성격 더러운 게 사용해 봤자다. 게다가 가호를 지녔으니 쓸모도 없었을 테고. 그럼 유타? 오닉스? 테디? ]‘아니겠네요. 그건.’
[ 그래. 너희들은 딱 봐도 세뇌당할 애들은 아니지. 각자 에고가 워낙 강하니까. 내 생각에는 네 동생과……챈들러, 그놈 쪽이다. ]‘챈들러 아이작 선배요?’
[ 아까 스웨인 영지에 챈들러라는 애가 왔었나? ]‘…….’
그러고 보니.
크리스와 디찬 선배는 바텔바흐 쪽에 가 있으니 유리페의 소식에도 제때 못 맞춰 올 수 있었지만 챈들러 선배는 올 수 있는 상황 아니었나?
아니, 지금은 불확실한 것에 귀를 기울일 때가 아니야.
‘일단 제 동생이 세뇌를 당한 건 확실한 겁니까?’
[ 저 부정적인 기운으로 보면 그럴듯한 가설 같은데. ]하지만 언제? 언제 서머셋이 아드리안을 이렇게 만든 거지?
확신할 수 없는 가설들이 머릿속에 뒤섞여 레이먼을 어지럽게 했다. 만약 세뇌를 걸 수 있는 조건이 있고 서머셋이 그 조건을 아드리안에게 착실히 실행시켜 왔다면? 아드리안이 서머셋과 몇 번 마주쳤던 적은 있지만 아드리안이 쉽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아드리안이 급격히 변한 시점은 1년 전 1왕자가 돌아가신 그 전쟁 이후.
분명 그때 아드리안에게 무언가 한 거야.
하지만 이걸 지금 눈치채봤자 무엇을 해결할 수 있지.
“형제끼리 대화는 다 나눈 모양이야.”
서머셋이 눈을 접어 웃었다.
“레이먼, 나와 함께할 생각은 정말 없는 거지?”
레이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네가 왕이 되면 난 죽는데요.’
이걸 말할 수도 없고.
“예, 없습니다.”
죽을 때가 다 되어서야 왜 내가 유타를 그토록 왕으로 만들려 했는지 이해되는 꼴도 우습다.
“말 안 들으면 목 잘릴까 봐 무서워서 당신 밑에서는 일 못하겠네요.”
“하하하하, 그래. 난 예전부터 네 그런 점이 좋았어. 어쨌든 그럼.”
“…….”
“죽어야겠군.”
마력 무력화 아티팩트로 무기력해진 그들과 달리, 서머셋은 영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서머셋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검은 번개가 유타의 머리 위로 내리쳤다.
처음은 이그니스가 막아줬다. 대정령의 힘은 강대했다. 감히 인간이 대적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힘이기에. 하지만 계약자인 인간의 마력이 막힌 상황에서 대정령이 힘을 발휘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었다.
“유타!”
“레이먼, 도망가! 가서!”
“미친놈아! 네가 가야지!”
“야! 내가 괜히 너한테-!”
이그니스의 그림자가 옅어졌다. 다음 일격을 유타가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검은 번개가 다시 한번 유타의 심장을 노렸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 납치됐던 그때처럼, 레이먼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대리 희생 : 왕 후보와 자신의 위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단, 왕 후보가 눈앞에 있을 시 사용 가능합니다. ] [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 대리 희생을 발동합니다. ] [ 대상자 : 유타 스테디움 스턴. ] [ 두 사람의 위치를 변경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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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커 포인트 사용권 발동 기준을 모두 충족시켰습니다. ] [ 킹메이커 사망으로 인해 메이커 포인트를 발동합니다. ] [ 세이브 시간대로 이동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