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84)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84화(184/275)
챈들러 아이작은 장래가 유망한 소년이었다.
그의 천재적인 머리는 이미 대내외로 유명했고, 다들 그가 어떤 마법사가 될지 기대했다.
그건 그의 형제나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특별한 압박은 없었다.
아이작 가문은 자신의 자식들에게 뛰어날 것을 강요하는 가문은 아니었다.
아이작 가가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챈들러 아이작은 더욱 자유롭게 연구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 중이던 챈들러가 심하게 앓았을 때였다.
도통 열이 내리질 않자 그의 아버지는 신전에서 신관 한 명을 불렀다.
단순 감기로 신관을 부르는 경우는 잘 없었기 때문에 그 신관은 성심성의껏 챈들러를 돌보았다.
챈들러의 열이 내려가고 기침이 잦아들었으나 신관의 표정이 좋지 않자 아이작 백작이 물었다.
– 왜 그리 표정이 안 좋으시오? 혹 우리 아들에게 문제라도 생긴 것이오?
– 도련님께서 최근… 다른 마법사를 만난 적이 있으십니까?
– 우리 아들이? 없는 걸로 아는데.
– 도련님의 몸에 강력한 저주가 걸려 있습니다.
신관의 목소리는 떨렸고 아픔 속에 겨우 정신을 차린 챈들러 역시 신관이 하는 말을 모두 엿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30살에 죽을 것이며, 마법을 많이 쓸수록 그 속도가 빨라진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왜….’
처음 든 생각은 왜 자신이 그런 저주에 걸렸는지, 였다.
그 뒤로 몇 년간 아이작 가에는 수많은 이들이 비밀리에 오고 갔다.
그들은 자신이 누굴 치료하는지도 모른 채 저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그러나 치료는 번번이 실패했고 먼저 포기한 쪽은 챈들러였다.
포레스튼 입학 직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영지로 다시 돌아와 30살이 될 때까지 조용히 살 겁니다. 대신 아카데미를 다닐 때만큼 내버려 두세요.
– 차라리 아카데미를 가지 않는 건 어때. 저택에 머물면서 치료도 받고-.
– 안게트 형님, 받을 치료가 더 이상 없잖아. 더 무서운 쪽은 나야. 감수하겠다는 쪽도 나고.
– …….
그렇게 챈들러 아이작은 포레스튼에 입학했다.
교수도, 학생도, 다들 그가 얼마나 천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기대했다.
그는 모두의 기대만큼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실습에서도 훌륭한 실력을 보였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잠을 자며 보냈다.
그런 그를 학생회로 부른 게 서머셋이었다.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학생회에 들어오는 건 어때? 우리 클럽은 학생회 사람들만 쓸 수 있는 건물이 따로 있으니 그곳이라면 편하게 잘 수 있을 거야.
챈들러는 자신을 학생회로 불러준 서머셋을 호의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서머셋이 어딘가 수상하다는 점도 알고 있었지만, 부러 남들에게 말하고 다니지 않았다.
포레스튼을 졸업한 후에는 서머셋에게서 몇 번 왕실로 오라는 편지가 왔지만 챈들러는 무시했다. 아카데미를 다닐 때도 멋대로 살겠다 했으나 사실은 무서웠다.
언제까지 마법을 쓸 수 있을까, 만약 왕성에서 쓰러지면 모두가 알게 되는 건가?
그렇게 아이작 가로 도망친 챈들러는…….
“그만, 그만. 선배의 감상 섞인 이야기를 들으려고 온 건 아닙니다.”
“거 참, 다들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사람도 없었잖아요.”
“하하, 그것도 맞는 말이지. 이 꼬맹이가 맹랑하기는.”
“이제 선배 키 정도는 됩니다.”
레이먼은 그동안 자신이 겪은 챈들러 아이작에 대해 생각했다.
마법을 쓰는 걸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모순적인 사람이야.’
“어쨌든 선배는 저주를 풀고 싶은 건 맞는 거죠?”
“……된다면.”
“알겠습니다. 대신 저희도 조건을 두 개 걸게요.”
“뭔데?”
“왕실 마법사에 들어와 유타의 편에 되어줄 것. 그리고 서머셋을 멀리할 것.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유타가 계약한 대정령이 날 치료해줄 거라고 했지? 그럼 당연히 은혜 갚은 챈들러가 되어야지.”
챈들러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이었다.
“하지만 서머셋을 멀리하는 건 왜? 같은 왕위 계승권자라서? 어차피 두 사람 다 진짜 왕위를 잇지는 못할 텐데. 그 위로 얼마나-.”
“…….”
“아하. 네가 말하는 주변 사람들이 다 죽을 거란 얘기에 이게 포함되어 있구나?”
서머셋이 결국 뭔가 저지른 모양이군.
“서머셋을 멀리하라고 해도 갑자기 말도 안 하면 그쪽도 의심할 텐데?”
“서머셋 왕자는 저주에 대해 알고 있나요?”
“내가 말한 적은 없지.”
“알 수도 있을 거란 얘기네요. 말을 아예 하지 말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대화를 나누고 얻은 정보를 저희 쪽에 전달해주면 감사할 거예요.”
“레이먼, 언제 그렇게 능구렁이가 다 된 거야?”
“선배 덕분이죠.”
“정말 한마디를 안 진다.”
챈들러가 하하 웃었다. 그는 ‘그래….’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무언가 고민하듯 보이던 챈들러는 결국 “네 말대로 해주가 된다면 따라주지.”라고 답했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레이먼은 활짝 웃으며 주머니에서 고이 접어둔 종이 한 페이지를 꺼냈다.
“이게 뭔….”
레이먼이 내민 건 바로 계약서였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계약 조건이 적힌 것이었다.
“여기 사인하세요.”
“이렇게까지 해야 해? 누가 보면 치료가 아니라 협박인데.”
“어차피 해주실 거 확실한 게 좋잖아요. …좋아요. 사인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유타에게 가볼까요.”
“지금?”
“네.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갑작스레 모든 전말을 알게 된 유타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챈들러 선배가 저주에 걸렸고 30살에 요절할 거라고? 그리고 그걸 레이먼이 알게 돼서 나한테 데려왔다고?
“너는 저주를 어떻게 알았는데?”
“마을에서 엿들었어.”
“너… 애초에 동상 때문에 마을로 간 건 맞아?”
“응, 당연하지.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하아.”
레이먼이 나한테 해가 되는 일을 시킬 리가 없긴 하지.
유타는 제 앞에 멀뚱히 앉은 챈들러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유타는 단 한 번도 챈들러 아이작의 몸에 그런 어마어마한 저주가 걸려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늘 한가로이 생활하던 사람이 속에 그런 과거를 품고 있을 것이라고는 더더욱.
“…….”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유타를 응시하며 챈들러도 생각했다.
‘치료한 뒤를 생각하는 건가.’
레이먼은 유타에게 그 계약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즉, 유타에게는 그저 챈들러 아이작이 저주에 걸렸으니 그걸 풀어달라는 요청만 말한 것이다.
대정령의 힘은 희귀하고 강력했으니 유타 나름대로 추후에 얻을 이익을 계산하는 건 어쩌면 당연-.
“힘드셨겠어요. 좋아요, 저주를 풀어볼게요.”
“그래, 네가 얻을 이익-. 응?”
“풀어본다고요. 아마 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아니. 그냥 이렇게?”
챈들러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 정도로 엄청난 일을 해주는데 바라는 게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레이먼은 예상했다는 듯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네. 할 수 있으면 도움을 드리는 게 좋을 테니까요.”
“…너는.”
“…….”
“아니, 아니야. 정말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네. 그동안 어떤 신관이나 마법사도 해결하지 못했거든.”
비아냥조로 들릴 수 있는 목소리에도 유타는 별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제 옆을 맴도는 대정령 이그니스에게 그저 질문할 뿐이다.
‘어떠세요? 저주가 보이시나요?’
[ 당연히 보이지. 아주 오래된 저주구나. 쯧, 누가 이런 걸 걸었는지. ]‘풀 수는 있을까요?’
[ 오, 내 잘생긴 계약자야. 당연히 가능하지. 보통의 마법사라면 이 저주를 푸는 데에 말도 안 되는 마력과 말도 안 되는 재료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대정령이잖니. 당연히 가능하다. 대신, 네 마력을 많이 사용하게 될 텐데 괜찮겠니? ]‘네, 상관없어요.’
[ 그럼 됐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고 유타가 붙잡은 챈들러의 손목이 환하게 빛났다.
챈들러는 간만에 온몸을 짓누르던 냉기가 온기로 바뀌는 걸 느꼈다.
무겁게 그를 짓누르던 졸음과 무기력함이 사라졌다.
동시에 그는 보았다.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5왕자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그리고 그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을.
그러나 챈들러는 유타를 말릴 수 없었다.
저주를 풀 수 있다는 희망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뭐지?’
[ 들리나 보군. 내 계약자가 네 저주를 치료하기를 원한다. 보통이라면 절대 풀지 못했을 저주다. 죽음을 대가로 한 저주라니, 이걸 사용한 마법사도 이미 죽었을 테고. ]대정령의 목소리.
처음 들어본다.
‘빛의 대정령?’
[ 왜 내 계약자의 친구들은 다 말이 짧은지 모르겠어. 이 저주를 풀고 나면 한동안 내 계약자가 피곤해할 거다. 잘 보살펴라. 지금도 앞으로도. 지켜보겠다. ]새하얀 빛이 방 안에서 폭발하듯 번졌다. 순간 사라졌다 다시 보인 유타는 챈들러의 손목에서 손을 떼곤 씩 웃어 보였다.
“어때요? 이그니스 님은 풀었다고 하는데.”
“……저주.”
저주는 반드시 몸 어딘가에 그 표식을 남긴다.
챈들러의 경우 그 표식이 매우 작았기 때문에 남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챈들러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로 향했다.
그가 지닌 저주의 표식은 귀 바로 뒤에 있는 별 모양의 작은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 검고 작은 별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없어. 저주의 표식이… 사라졌어.”
“그럼 해결된 게 맞네요. 다행이에요, 선배.”
이렇게 쉽게.
챈들러는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아 거울 앞에서 한참 동안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자유였다. 왕성에서 왕실 마법사가 되어 마법을 자유로이 써도 괜찮았고 마탑에서 하고 싶던 연구를 마음껏 할 수도 있었다.
“유타, 몸은 어때.”
레이먼은 챈들러를 확인하는 대신 유타에게 다가가 몸 상태를 살폈다.
죽음의 저주라면 분명 유타의 마력도 꽤 많이 사용했겠지.
“마력이 동난 것 같아. 그래도 선배한테 도움이 됐으면 됐지. 저 선배, 레이먼 너랑 가장 친한 선배잖아?.”
“그래서 군말 없이 해준 거야?”
“너라면 이유가 있겠지.”
유타가 싱긋 웃었다.
하지만 입에 걸린 미소와 달리 안색은 지극히 파리했다.
몸 상태가 정말로 좋지 않아 보였기에 레이먼은 급히 치유 마법을 유타에게 사용했다.
“선-.”
“침대로 옮기는 건 내가 할게.”
휘릭-.
유타의 몸이 편안하게 붕 떠올라 침대로 직행했다.
유타의 눈이 놀라 동그랗게 커졌다.
침대에 눕혀진 유타의 몸 위로 자연스레 이불이 올라왔고 공중에서 인형들이 모빌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전부 챈들러가 한 일이었다.
피로에 지친 유타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감사합-.”
챈들러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돌아선 레이먼은 아무 말 없이 소파에서 기다려주기로 했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굳이 말을 걸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