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1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19화(19/275)
“그럼 이만 가볼게.”
“심심하면 우리 클럽에도 놀러 와.”
“알았어요.”
마격클럽 학생들이 클래스를 떠나고 레이먼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진짜 버틀러가 되어버렸잖아.’
물론, 나쁘진 않았다. 학생회는 다른 신입생들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클럽이기도 했고, 원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생회는 그야말로 윗선에 줄을 대고 싶어 하는 자제들에게 딱 맞는 공간이었다. 왕자에 입김 센 명문가 자제들이 모여있는 클럽이었으니까.
레이먼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유는 달랐다. 모든 건 자신만의 연줄, ‘유타’가 학생회에 들어갔을 때의 이야기였다.
레이먼은 침대에 누워 시스템을 켰다. 얼마 전 바뀐 창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왕 후보 선별 완료 ] [ 왕족 중 가장 먼저 감화한 대상자에게 왕 후보 자격을 부여합니다. ] [ 왕 후보 : 1. 유타 스테디움 스턴 ] [ 왕 후보는 추가가 가능합니다. ]유타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왕 후보가 되었다.
레이먼은 창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기뻐해야 하나? 아니면 뭐라도 해야 하나?
레이먼은 새로 생긴 특성과 왕 후보 목록을 번갈아 바라보다 다시 창을 껐다. 베개에 코를 박고 엎드린 레이먼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해보았다.
‘유타가 내 첫 번째 왕 후보가 되었으니 일단 유타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해. 하지만… 그 비밀이 진짜면 꽤 힘들 것 같은데.’
차라리 내 생각이 모두 틀린 거라면 좋겠지만.
‘아니면 유타한테 네 비밀을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야, 기다려야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유타가 나한테 말할 때가 오기를.
레이먼이 몸을 뒤집어 이번엔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일단 가보고 서머셋을 왕 후보로 추가할 수 있을지 봐야겠어.’
***
며칠 정도 푹 쉬고 나니 레이먼은 수업도 참석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 그가 복도에 등장하자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가슴과 등, 어느 한 곳 가릴 것 없이 눈치가 보여 몸이 따가울 정도였다. 아무래도 학생들 사이에서 레이먼은 ‘도움도 안 되는 5왕자를 의리로 구한 멋진 학생’으로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정말로. 누가 내 뒤에서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니까?
보건실에 다녀온 레이먼은 2교시인 완드 개발 수업부터 참석했다. 일주일을 빠지고 나니 완드를 완성한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 봐! 우리 엄마가 웃고 있어!”
‘쟨 정말로 나무를 엄마 얼굴로 조각하고 있잖아?’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완드를 이미 완성한 레이먼은 완드 개발 수업 때 딱히 할 일이 없어 다른 아이들이 완드 만들기를 하는 광경을 구경만 했다. 오닉스도 레이먼이 빠진 일주일 동안 완드를 완성한 모양이었다. 검고 불길해 보이는 구불구불한 모양의 완드였다. 저런 완드로 마법을 쓰면 마법이… 구불거리면서 나가지 않을까?
유타 역시 완드를 완성한 모양이었는데 그는 팔찌 형태로 완드를 만들고 다녔다.
1학년 마법진 수업 연강까지 끝나고 나서야 유타와 오닉스, 레이먼은 모두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유타는 결국 납치범들을 고용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밝혀내지 못하는 중이라 말해주었다.
“그렇구나. 그건 아쉽게 됐네.”
“그렇지?”
“아니, 지금 다들 그게 중요해?”
오닉스가 옥수수 감자 찰밥을 푸며 말했다.
“오늘 그날이잖아.”
“무슨 날?”
레이먼이 물었다.
“신입생 클럽 환영식 말이야. 우리야 뭐 그렇다 쳐도 레이먼 너는 너 혼자 학생회에 들어갔잖아. 뭘 어떻게 한 거야?”
“나도 바란 적 없어. 애초에 유타 너는 왜 안 들어간 거야?”
“음.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좀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야말로 버틀러 명단에 네 이름을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데.”
“나보다 놀랐겠어? 버틀러를 이렇게 막 뽑아도 되는 거야?”
오닉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 가서 물어보던가. 아, 저기 자리 비었다.”
하아. 레이먼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듣다 보니 유타는 정치 토론 클럽에 들어갔다고 한다.
정치 토론 클럽이라니. 이름부터 학생답고 평범했다.
이런 정상적인 클럽이 있는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런 곳부터 들렸을 텐데. 오닉스가 가리킨 곳에 한 자리를 차지한 레이먼은 소고기 스튜 카레를 크게 떠 입안에 집어넣었다.
***
클럽 환영식은 점심시간 이후 있을 모든 수업을 대체할 정도로 큰 행사였다.
포레스트는 마법 명문 아카데미가 아니라 놀 게 많은 것으로 명문 아카데미가 아닐까.
실제로 들어와 보니 하는 일이라곤 클럽에서 마법으로 눈덩이나 굴리거나 구름에 다이빙을 하고 저들끼리 시시콜콜한 이야길 나누는 게 전부였다. 물론 이건 1학년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학생회 건물 문 앞에 선 레이먼이 크게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 뒤, 안으로 들어섰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빨간 식탁보가 둘린 테이블 쪽에 앉은 여학생이 보였다.
“이름.”
차가운 분위기 때문인지 말을 쉽게 붙이진 못할 것 같았다. 레이먼은 이름을 말하고 이름표를 받은 뒤 무도회장처럼 꾸며놓은 로비 쪽으로 다가갔다. 1학년은 레이먼뿐이라 그런지 다들 레이먼보단 키도 체격도 컸다. 레이먼은 구석으로 이동할까 생각하다 중앙에 마련된 간식으로 걸음을 돌렸다.
‘이거 장 스 베리의 케이크잖아.’
꽤 값이 나갈 텐데.
니콜이 이 모습을 봤으면 소리를 질렀을 텐데… 누군 한참을 기다려 겨우 사 먹는다는 맛집 케이크를 이렇게 아무나 먹는 별것 아닌 간식으로 내놓다니.
‘역시 중앙 귀족들이 모여서 만든 클럽이라 그런가, 통이 크네.’
도서관의 역사책이 말해주듯 학생회는 이름만 학생회지 실질적으로는 잘 나가는 귀족 자제들이 왕실과 미리 연줄을 대놓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이로웠다.
기본적으로 회장의 근처 자리는 왕실 직계나 방계가 앉는 자리였고 나머지는 그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귀족 혹은 수도 중앙 귀족들이 자리를 채웠다. 레이먼 역시 공작가의 자제였기에 재능은 그렇다 쳐도 가문으로서는 버틀러로 들어올 자격이 충분했다.
레이먼이 케이크를 한입씩 맛보는 사이 누군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안녕.”
다람쥐처럼 양 볼을 빵빵하게 키운 레이먼이 뒤로 돌자 햇살처럼 눈 부신 미소를 띤 학생 한 명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너 볼이 아주 빵빵하구나? 케이크는 전부 먹고 말해도 좋아. 나는 블랭킷이고 오디트의 4학년이야. 학생회에서 행정직을 맡고 있어. 행사 일정이나 회계 장부 같은 건 전부 나한테 물어보면 된단다. 넌 신입 버틀러 맞지? 2학년? 3학년? 낯익은 얼굴이 아니네?”
“레이먼입니다. 어… 1학년이에요.”
“아, 네가 그 레이먼이야!? 정말 반가워!”
그녀는 진심으로 반가운 듯 레이먼을 양손을 붙들었다. 손아귀 힘이 말도 안 되게 센 걸로 보아 그녀는 기사 가문임이 틀림없었다.
“우리 집은 수도에서 커다란 상회를 하고 있어! 원한다면 구경하러 와!”
“상회요?”
아니네, 기사 가문. 레이먼이 재차 묻자 블랭킷이 환하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응! 우리 상회는 돈 되는 건 전부 취급하고 있으니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내게 말해도 좋아.”
그렇게 말한 그녀는 깜빡했던 뒷말을 재빠르게 덧붙였다. 아, 값을 치를 돈만 있으면 말이야.
‘덧붙인 말이 더 본심 같은데.’
레이먼은 생각하는 듯 턱에 잠시 손가락을 걸었다. 살짝 고갤 든 레이먼이 물었다.
“그럼 정보도 상관없는 건가요?”
“말했잖아. 돈 되는 건 전부 취급한다니까. 정보든, 뭐든. 돈이 된다면.”
블랭킷이 싱긋 웃었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환하게 빛났다.
‘귀족 중에 상회를 하는 귀족이 있었나. 유력 귀족 중엔 없었는데.’
게다가 성도 말하지 않았다. 보통 높은 가문의 자제는 이름을 말하면서 성도 함께 말하곤 했는데, 만약 성을 말하지 않는다면 이유는 두 가지였다.
자신의 가문을 상대에게 말해주기 싫거나, 가문의 이름을 말해봤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나.
“혹시 상회 이름은 뭔가요?”
“아그닐 상회야.”
“아그닐 상회요? 그 아그닐이요?”
세상에. 레이먼은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그닐 상회라면 수도의 반은 잡아먹은 그 상회가 아닌가. 수도 신문에서 뭐가 팔렸네, 뭐가 경매에 나왔네- 라고 떠들썩할 때마다 그 상품의 출처를 살피면 늘 아그닐 상회였다. 놀라운 건 아그닐 상회는 상인 가문이지 귀족은 아니었다. 즉 평민이라는 소리다.
‘평민도… 학생회에 들어오긴 하나 보군.’
블랭킷은 웃는 얼굴로 레이먼의 질문에 답했다.
“응. 알고 있어?”
“아그닐 상회를 누가 모르겠어요.”
“하하하, 그런가? 네가 좋게 본다면 다행이다. 이번 버틀러 중에서 네 인기가 제일 많거든.”
“그런 게 있어요?”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네.”
애초에 지원할 생각조차 없었으니까요.
뒷말을 겨우 집어삼킨 레이먼이 이번엔 로비에서 이어진 중앙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은 두 갈래로 갈라지는 모양새였는데 한가운데에 커다란 문이 있었다. 문 뒤에 있는 학생회실을 통해 서머셋이 등장할 느낌이었다.
“좋아. 그럼 내가 설명해줄게.”
블랭킷 아그닐이 가슴을 쫙 피곤 말했다.
“일단 입구 쪽에서 이름표를 나눠주고 있는 애 보여? 쟤가 디찬이고 피데스의 4학년이야. 저쪽에 재수 없게 생긴 애는 크리스고, 마찬가지로 피데스의 4학년. 너랑 같은 기프트 클래스 애도 한 명 있는데… 아, 저기 있네. 저기 누워서 자는 애 보이지? 쟤도 4학년이고 이름은 챈들러야. 챈들러는 보통 저렇게 자다가 행사가 시작되면 일어나.”
어… 지금도 행사가 시작된 거 아닌가?
“우리 말고도 학생회 멤버는 더 있긴 한데 버틀러가 공석인 인원은 우리뿐이야. 그래서 우리만 너희들을 따라 일찍 온 거고 나머지는 1시간 뒤에 올 거야.”
“그런 거군요. 그럼 인기 많은 버틀러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야. 우리는 모두 버틀러가 필요하지만 지금 버틀러 후보는 너 포함 3명뿐이니까. 그리고 우리 모두 너를 버틀러로 삼고 싶어 하거든!”
좋은 건가?
레이먼이 고갤 삐딱하게 기울였다.
“좋은 거예요?”
“물론이지!”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레이먼은 대충 알겠다며 답하곤 다른 버틀러를 기다렸다. 10분도 되지 않아 버틀러 3명이 모두 모였다. 2학년 선배들이었는데 클래스가 달라 얼굴 한번 마주한 적 없는 선배들이었다. 그들 모두 선망의 시선으로 다른 학생회 멤버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동시에 레이먼에게는 굉장히 적대적인 눈빛을 보내왔다.
“네가 레이먼이지? 그 5왕자를 몸 날려 구했다던?”
“네, 맞아요.”
“왜 그런 거야?”
“친구라서요.”
“거짓말도 잘하네.”
“정말이에요. 소중한 친구라서 구한 것뿐입니다.”
레이먼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양심이 쓰레기’, ‘세치 혀’ 특성을 굳이 사용하진 않았다.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선배들을 설득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더군다나 레이먼이 그러지 않아도 이들은 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말로?”
“네. 제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렇게라도 구해야죠.”
이 방 전체에 ‘도청’ 마법이 걸린 상태이니 말이다. 후배 갈구는 선배를 좋게 볼 학생회 멤버가 있을 리 없잖아? 게다가, 아무리 버려진 왕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다지만 왕족인 5왕자를 구한 걸로 시비를 거는 놈들을 말이야.
착하디착한 아이의 대답으로 무장한 레이먼이 씨익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