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0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00화(200/275)
“살릴 수 있는지는 봐야 알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레이먼이 침대로 다가갔다. 유타도 뒤를 따랐다. 유타의 뒤에 선 이그니스는 여전히 코를 틀어막고 있었다.
레이먼은 회귀 전 기록을 떠올렸다. 왕실 마법사로 입성한 이후 왕실 보관 기록을 몇 번 열람한 적이 있었다. 그 기록엔 당연히 에글린턴의 기록도 있었다. 학생 명부와 성적에 관한 기록이 전부였지만. 하지만 만약 테이텀처럼 죽는 학생이 있었다면 그런 기록이 없을 리가 없다. 누군가는 그 학생의 사망을 기록했을 것이다.
만약 그 기록이 없다면 그럴 이유는 두 가지.
나콘 테이텀이 죽지 않고 넘어갔다거나,
나콘 테이텀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숨겼거나.
레이먼은 침대 위에 누운 테이텀에게 다가갔다.
테이텀의 주변엔 죽은 이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냉기가 감돌았다.
확인하지 않아도 그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유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타는 테이텀의 손을 한 번 잡아준 뒤 가슴 아래까지 내려온 이불을 어깨까지 다시 덮어주었다.
‘이그니스 님.’
[ 듣고 있다. ]유타는 침대에 누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뒤론 울고 있는 아이가 서 있었다. 레이먼은 부러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굳이 아이를 감싼 한기에 잠식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봤자 레이먼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없었고 자신까지 테이텀에게 붙었을 때 아이의 희망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 아이는.’
[ 죽을 거다. 내가 되살릴 수 있는 건 저주에 걸려 병든 자이지 저주로 인해 이미 죽은 아이가 아니니까. ]그렇다. 나콘 테이텀은 이미 사망했다.
아마 아이가 느낀 숨이 이 아이의 마지막 숨이었을 것이다.
‘이그니스 님께서 말씀하신 그 저주에 이런 죽음의 저주도 깃들어 있습니까?’
[ 아마 저주에 침식되어 영법을 익히려 했겠지. 마력이 아니라 생명력을 쓰는 영법은 맞지 않는 자가 잘못 쓰면 순식간에 생명을 빼앗겨 죽음에 이른다. 영법사의 수가 많이 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지. 그 죽음의 순간을 버틴 자만이 영법사가 될 수 있으니까. ]가만히 내버려 두면 이 아이와 같은 사망자가 늘어나겠네요.
유타가 일어나자 숨죽인 채 서 있던 아이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이의 얼굴엔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입꼬리 끝에는 희망도 작게나마 걸려 있었다.
그 훌륭한 5왕자님을 이곳까지 모셔 왔으니까 분명 테이텀도 살아날 수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가 뒤로 돌았을 때 아이의 표정엔 다시 그림자가 졌다.
“저, 테이텀은-.”
“테이텀은 훌륭한 학생이었네요.”
“네……?”
유타는 무언가를 꽉 쥐고 있는 테이텀의 손을 들어올렸다.
“죽음의 마지막까지 보석을 꽉 쥐고 있습니다. 아마 보석에 저주가 걸려 있었다는 걸 죽기 직전에 알아차린 모양이에요.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영법…아니, 마법으로 봉인했네요.”
해주는 하지 못했지만 보석이 깨지면서 저주가 아이들에게 더 크게 번지는 것을 막았다. 아마 나콘 테이텀은 살았더라면 좋은 마법사가 됐을 것이다.
유타를 데려온 두 아이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들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테이텀에 대해 좀 더 물어볼 게 있는데.”
아이들을 달래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은 낯을 유지한 레이먼은 이성을 잃고 흐느끼는 아이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너희들이 울고만 있으면 아무 도움도 안 돼.”
“흐어어엉.”
[ 그런 식으로 위로하면 애들이 울음을 그치겠느냐. ]전 위로한 적이 없는데요. 레이먼은 의아했다.
‘테이텀과 가족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 아이들이 테이텀과 입학 후 알고 지낸 시간은 기껏 3년일 거다. 그 3년간 24시간을 함께한 것도 아닐 텐데.
이해는 갔다. 슬플 수 있고, 눈물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소중한 친구였고 지키고 싶던 관계라면 눈물이나 흘리는 게 아니라 내 질문에 답을 하는 게 테이텀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는 데 훨씬 도움이 될 터였다.
‘그리고 정말 테이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우는 건 아니죠.’
[ 사랑의 정령과 계약했으면서 이렇게 정이 없어서야. 유타나 아드리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넌 이렇게 울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쯧.’
[ 유타를 보고 배워.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다가온 유타 옆에 서서 레이먼도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위로했다.
“테이텀의 죽음을 바꿀 수 없으면 너희들이 그 억울함을 풀어주기라도 해야지. 우는 건 나중으로 미뤄두고.”
내 예상이 맞다면 회귀 전에도 나콘 테이텀은 아마 죽었을 거다. 영법 때문에 죽었다면 시체에 그 흔적이 남았을 테니 이 시체를 어떻게든 수거하려고 했을 테고. 그렇다면 테이텀의 죽음을 가장 먼저 알게 된 교수는 누구지?
“이런 상황이 생기면 에글린턴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사람이 있나?”
아이들은 우느라 레이먼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레이먼은 그들의 어깨에 다시 손을 올린 뒤 꽉 눌렀다. 그제야 울던 아이들이 레이먼에게 고갤 돌리고선 깜짝 놀라 히끅히끅 딸꾹질을 했다.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고 했잖아. 날 도운 다음에 울어.”
“…….”
“테이텀의 죽음을 알고 있는 어른이 또 있나?”
그들을 앞장서 데려온 여학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한테도 말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톰이 그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아마 교수님이 따로 오실 거예요!”
“누가 오지?”
“그게-.”
그때였다. 방문이 끼익 소릴 내며 열렸고 그들이 로비에서 봤던 톰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뒤로 처음 보는 중년 남성이 아이를 따라 들어왔다.
태생적으로 은발인 유타와 달리 나이를 먹어 은빛으로 물든 흰 머리와 잘 정돈된 수염. 자글거리는 주름이 눈가를 가득 채웠고 녹색 눈동자는 그의 온화해 보이는 주름과 퍽 잘 어울렸다.
한편 제 키를 넘길 정도로 긴 지팡이를 든 남자는 매우 놀란 얼굴이었다. 그는 먼저 테이텀이 누운 시체를 바라봤고, 다음으로 울고 있는 학생들과 레이먼, 그리고 유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요?”
그리고 레이먼은 저 얼굴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
회귀 전, 서머셋과 자주 정원을 거닐던 왕실의 원로 마법사 중 하나였다.
***
스턴의 왕실 마법사 중에서도 마법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훌륭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최상의 지위가 바로 원로 마법사였다. 별도의 작위만 없을 뿐, 왕성 마법사들 사이의 회의에서 그들의 한 표는 다른 마법사들의 의견을 모두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떤 이에게 힘을 실어주는지가 매우 중요했는데, 원로 마법사 중에서 그런 권력과 가장 동떨어져 있는 이가 한 명 있었다.
왕국 마법 정책 제정을 거부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왕성을 떠났던 원로 마법사, 탈렌 보가페.
탈렌 보가페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이는 극히 소수였고, 그는 가끔 매너스와 서머셋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만 왕성에 얼굴을 비추었었다. 굳이 따지자면 매너스보다 서머셋과 만나는 시간이 좀 더 길긴 했지만 그가 서머셋의 오랜 스승이었다고 들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이 사람이 에글린턴의 교수로 있었다고?’
한편 방에 들어온 탈렌은 방 안에 있는 이들 중 스턴 왕국에서 가장 존귀한 혈통에 속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금방 깨닫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탈렌 보가페가 스턴의 5왕자 저하를 뵙습니다.”
“교수님!”
아이들은 탈렌을 보자마자 달려갔다.
“그래, 얘들아. 내가 왔으니 안심하렴.”
“테이텀이, 테이텀이!”
“나콘이 죽었, 죽었-.”
울음을 그치지 못한 아이들이 띄엄띄엄 상황을 설명했지만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들을 달래던 유타가 탈렌 보가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톰이라는 학생에게 들어서 아시겠지만 나콘 테이텀 학생은 사망한 게 맞습니다.”
“확인을 마치…셨군요.”
“예.”
탈렌은 톰의 말을 믿지 않은 듯했다. 유타의 말에 그는 침대에 누운 테이텀에게 다가가 그의 죽음을 직접 확인했다. 탈렌 보가페는 에글린턴의 다른 어른들을 불러오라며 아이들을 방에서 내보냈다.
“테이텀이 죽은 이유는 아마 손에 들린 보석 때문일 겁니다.”
“보석이라면-.”
탈렌이 말을 흐렸다.
그가 무어라 변명도 하기 전, 레이먼이 곧바로 다음 질문을 건넸다.
“최근 에글린턴에서 강의를 다 들으면 마력석을 나눠주곤 했다는데 맞습니까?”
“예. 왕실에서 지원해주신 마력석입니다. 하지만 그 마력석에 문제가 있을 리 없을 텐데-.”
“어떤 분이 지원해주신 겁니까?”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왕실의 공식 문서로 왔기 때문에 어떤 분이 마력석을 보냈는지는 적혀있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탈렌 보가페는 한 손을 왼쪽 가슴께로 올려 고개를 숙였다.
“포레스튼에서 방문한 손님분들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군요. 이 아이의 억울한 죽음은 에글린턴에서 잘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5왕자 저하의 일행에게 어떤 피해도 가지 않을 테니 이만 물러나시는 게 어떠신지요. 죽음 곁에 있으면 죽음의 냉기가 옮습니다.”
그만 이 방에서 나가 달라는 정중하지만, 동시에 무례하기도 한 축객령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유타와 레이먼이 이 방 안에 남아 있을 명분은 없었다.
그 신분이 어떻든 두 사람의 소속은 포레스튼, 명백히 외부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봐-.”
그의 말에 앞으로 나서려는 레이먼을 유타가 막아섰다.
“그렇군요.”
유타는 탈렌 보가페에게 다가섰다. 탈렌 보가페보다 한 뼘은 더 큰 유타는 고개를 숙일 법한 데도 숙이지 않았다.
그는 눈동자만 굴려 탈렌을 내려다보았고 탈렌은 자연스레 유타를 올려다보았다.
유타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테이텀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듯했다. 듣던 대로 상냥한 5왕자의 얼굴이었다.
“탈렌 님의 의견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에글린턴은 저의 형님, 매너스 저하께서 세우시고 서머셋 형님도 아끼는 아카데미 아닙니까. 아우의 도리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제 마음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역시! 현명한 탈렌 님은 당연히 이해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탈렌의 답에 유타가 정말 다행이라는 듯 싱긋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유타의 말에 답하면서도 정작 탈렌 보가페는 이 상황이 의문스러웠다.
자신이 듣던 것, 그리고 알고 있는 것에 대한 괴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문을 열자마자 유타를 알아봤을 만큼, 탈렌 보가페는 5왕자에 대해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서머셋을 통해 들은 바도 있었고 에글린턴에 있으면서도 그의 활약이 심심치 않게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가 알고 있는 5왕자는 마법 실력이 뛰어난 데다가 총명하고, 모두에게 상냥한 은빛 천사 같은 이였다. 만약 그가 성자였다면 ‘천사’라는 말은 좋은 의미였겠으나, 왕실에 한해서 ‘천사’라는 단어는 그 뜻을 달리하기도 한다.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 늘 웃으며 천사처럼 모든 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왕실의 일원 같지 않은 사람. 그게 5왕자였다.
그러니 자신이 좋은 말로 구슬리면 그는 ‘그렇다면 그대에게 맡기겠다.’라는 말로 넘어가는 게 응당 맞는 일이었다.
서머셋 저하도 분명 그리 말했는데.
– 유타는 똑똑한 아이지만 지나치게 착하지. 제 것을 지키려면 좀 더 영악해지는 편이 좋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이 눈빛은 상냥한 이의 눈빛이 아니라.’
“그렇다면 탈렌 님이 이해하신 거라 믿고 에글린턴의 친우와 이 일에 대해 좀 더 조사해보겠습니다.”
“저-.”
“아. 그리고 테이텀의 죽음은 제대로, 왕실에도 알려야 할 겁니다.”
유타의 손이 탈렌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그럼 믿겠습니다.”
‘조용히 목을 조르는 독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