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0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09화(209/275)
이름이 불린 레이먼과 니콜은 구석에 마련된 천막으로 향했다.
입단 신청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광장에서 곧바로 진행되었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임시 천막을 수십 개 설치해 신청을 받는 것이다.
지친 표정의 직원이 레이와 콜의 이름이 적힌 신청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가 없는 다른 한쪽 손은 서류 뭉치가 가득 담긴 상자를 가리켰다.
“여기 사인해주시면 되고, 주소랑 실제 거주자명이 포함된 거주 증명서는 이쪽으로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니콜이 강아지처럼 활짝 웃으며 서류를 내밀었다. 니콜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직원도 살짝 미소 지었다.
그는 니콜이 건넨 증명서를 확인했다.
종이에는 레이와 콜의 거주 신고 날짜가 적혀 있었다. 직원은 대충 날짜를 확인한 뒤, 확인증을 건넸다.
“시험 힘내세요.”
“네, 그러려고요. 감사합니다.”
“콜. 그만하고 가자.”
“네, 레이 님!”
레이라는 사내를 따라 강아지 꼬리를 흔들며 떠난 그를 직원이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는 다시 한번 증명서를 확인했다.
바텔바흐의 기사단 시험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텔바흐 공국의 남자인 이상 한 번은 쳐보는 시험이었다.
그러다 보니 관리에 소홀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개중에선 가명을 써서 합격한 뒤, 가문의 명을 밝히는 귀족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바텔바흐의 기사단은 딱히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실력을 증명해냈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한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바텔바흐 거주 조건 역시 사실상 허울뿐에 불과했는데, 실제로 바텔바흐의 기사단 합격 이후 귀화한 이들도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까지 아는 경우는 기사단 내부자 정도였지만.
그렇다 보니 직원들은 서류를 대충 확인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문제가 있다면 기사단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거주 신고가 지나치게 최근이긴 한데.’
직원은 거주 신고가 이제 2주가 지난 레이와 콜의 증명서를 다시 상자에 집어넣었다.
‘뭐… 좀 수상하긴 하지만, 기사단에서 알아서 거르겠지.’
한편, 확인증을 받고 집에 도착한 니콜은 점심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치즈를 꺼내던 니콜은 함께 들어오자마자 곧장 거실 소파에 드러누운 레이먼에게 말했다.
“그런데 도련님, 진짜 통하니까 신기하긴 하네요.”
“뭐가.”
“아니, 솔직히 신분증도 없이 거주 증명서만 내민 거잖아요. 심지어 집을 살 때도 가명으로 구매할 수 있었고요.”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갈 때가 있거든.”
스턴이나 바텔바흐는 현대 사회에 비해 신분증의 중요성이 확실히 떨어지긴 했다. 레이먼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계획을 짤 수 있었다.
“니콜, 아까 받은 확인증 좀 줘 봐.”
“아, 네!”
앞치마를 두르던 니콜이 입고 나갔던 옷 주머니에서 확인증을 꺼내 레이먼에게 건넸다.
확인증에는 ‘레이’라는 이름과 신청 번호가 적혀 있었다.
“확인증 뒷면에 시험 일정이랑 장소가 적혀 있대요. 전 그럼 다시 식사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치즈가 녹는 냄새와 버터 바른 빵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니콜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사이 레이먼은 확인증을 꼼꼼히 살폈다.
기사단 입단 시험은 열흘 뒤의 오전 9시. 장소는 광장에서 동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콜로세움이었다. 마치는 시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입단 시험은 일주일에 걸쳐 진행되는데 각종 결투에서 이겨 올라가는 상위 30명만이 기사 수련생으로 입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위 30명 중 3등 안에 들어간 세 명만이 곧바로 기사로 인정받았다.
‘계획이 틀어지지 않으려면 3등 안에 곧바로 들어야겠어.’
내가 3등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도련님, 이것 좀 보세요! 치즈가 이만큼 늘어납니다!”
니콜, 저 바보 놈도 3등 안에 들어갈 수 있겠지?
***
드디어 시험 날이 밝았다.
레이먼은 혹시나 싶어 시험 전날까지 니콜과 몇 번 검술 대련을 해보았다.
물론 니콜이 연전연패를 하긴 했지만, 이 정도 실력이면 나쁘지 않았다.
잔뜩 신이 난 얼굴의 니콜이 검을 챙기며 레이먼에게도 질문했다.
“도련님, 검은 챙기셨어요?”
“대충.”
일주일 반이라는 기간 동안 레이먼과 니콜은 각자에게 맞는 새로운 검도 구매했다. 니콜은 롱소드, 레이먼은 레이피어였다.
“변장 마법도 걸 테니까 여기 서봐.”
“어차피 아무도 저흴 모를 텐데 굳이 마법을 걸어야 할까요?”
“신청할 때도 변장 마법을 건 채 신청했으니까 똑같은 얼굴로 가야지.”
레이먼은 신청 서류를 제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니콜, 그리고 자신에게 변장 마법을 걸었다.
변장 마법을 건 레이먼의 얼굴은 평범한 갈색 머리의 꽁지머리 소년이었다. 니콜은 주근깨가 사라지고 우락부락한 얼굴을 한 거친 사내였다.
“너무 험상궂은 얼굴이라 싫네요.”
“잘 어울려. 네 그 몸뚱어리랑.”
“너무 강해 보이잖아요. 반전 매력이 필요한 법인데요.”
콜로세움 근처에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그들 대부분은 근육질에 몸이 컸다. 니콜과 거의 맞먹을 정도의 근육질도 있었다.
근육질들 사이에서 도리어 눈길을 끈 것은 레이먼이었다. 작은 체구에 근육 하나 없어 보이는 꽁지 머리 소년.
얼굴도 평범, 몸도 평범, 심지어 검도 가벼운 레이피어였으니.
“쟤는 바로 탈락하겠어.”
“저놈은 내 상대니까 노리지 마라.”
예상대로 레이먼은 주변 모든 이들의 사냥감이 되었다. 니콜은 키득키득 웃었다.
“도련님을 깔보다가 다리 하나 나가면 웃기겠습니다.”
“지금 네 주인이 모욕당하고 있는 게 웃기냐?”
레이먼의 말에 니콜이 아주 크게 손사래를 쳤다.
“오, 아뇨. 도련님! 아주 아주 기분이 나쁩니다!”
가벼운 장난만큼이나 니콜과 레이먼은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 오전 9시가 되자 콜로세움의 무거운 돌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확인증을 배부했던 직원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확인증과 얼굴을 대조한 뒤 사람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대기실에는 하반기 신청자 총 1,000명 정도 되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재도전자도 있었다. 그들은 이번 대련에서 누구와 맞붙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갈색 꽁지머리 자식은 누가 나오든 지겠어.”
“이봐, 꼬맹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냐?”
“너무 그러지들 마. 쟤도 얼마나 용기를 내서 나온 거겠어.”
나쁘지 않은 키인데도 기사단 지원자들 중에서 레이먼의 키는 확실히 작은 편에 속했다.
작은 키에 왜소한 근육을 가진 지원자는 레이먼이 유일했다. 적어도 그의 눈에 들어오는 지원자들 중엔 그랬다.
“옆에 붙어 있는 놈은 형제인가?”
“형이겠지. 형이 동생 먹을 걸 다 뺏어 먹고 큰 모양이야.”
게다가, 그들은 니콜이 레이먼의 형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머리 색이 같았고 니콜이 레이먼보다 키가 확연히 컸기 때문이다. 늙어 보이는 외모도 한 건 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눈에 레이먼은 ‘형을 따라 지원한 동생’ 정도였다.
“꼬맹아, 힘내라.”
“그래, 고맙다.”
레이먼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귀찮다는 듯 손을 털며 답했다. 한데 그와 동시에 그들의 눈이 동시에 레이먼을 향했다. 레이먼의 답에 놀란 모양이었다.
‘반말을 쓴 게 문제인가. 근데 자기들이 먼저 썼잖아?’
레이먼의 답을 들은 몇몇 놈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대부분 싸가지 없는 꼬맹이에 대한 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레이먼을 건드리진 못했다. 그 옆에 있는 니콜이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30분이 흐르자 직원 한 명이 대기실로 내려와 안내를 시작했다.
“1차는 조별 결투입니다. 총 5명씩 1조가 되어 움직입니다. 먼저 부른 5명이 한 조, 그다음으로 부른 5명이 한 조이니 잘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경기 내용은 대충 이랬다.
5명으로 이루어진 두 조가 결투를 진행하고, 한 조가 패배를 인정하거나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승리.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기면 된다는 뜻입니다. 불리는 번호는 무작위니까 잘 들어주세요. 번호를 듣지 못하고 나오지 않아도 실격입니다.”
직원의 설명이 끝나고 5분의 준비 시간이 주어졌다.
니콜이 후하후하- 들숨 날숨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으아, 갑자기 긴장되네요. 설마 도련님과 제가 걸리진 않겠죠?”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아, 맞다. 죄송해요, 레이 님. 여하튼, 저는 꼭 입단해서 집 받을 거니까요.”
“그래, 꼭 그래라.”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는 사이 직원이 가장 먼저 결투를 치를 번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속엔 199번도 있었다.
“199번, 199번 없나요?”
“도련-! 레이, 레이 님 번호예요!”
“그래. 다녀올게.”
이렇게 바로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절그럭 소릴 내며 레이피어를 움켜쥔 레이먼이 상대편 등을 따라 중앙으로 나섰다.
“기사들!!”
“드디어 시작이다!”
우렁찬 함성이 콜로세움을 가득 메웠다. 기사단 시험은 외부인들의 구경이 가능하다더니,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이야.
거대한 콜로세움의 관객석이 가득 차 있었다. 레이먼은 자연스레 관객석을 훑었다.
혹시나 자신을 아는 이가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차원에서였다.
그리고 그 예상처럼 맨 앞줄에 눈에 띄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케이……?’
케이였다. 인기가 많은 행사라고는 하나 스턴에서 일할 마법사이자 기사단에 연줄 하나 없는 귀족가의 자제가 굳이 맨 앞줄에서 기사단에 지원한 사람들의 결투를 구경할 이유는 없었다.
‘내 말을 안 믿은 건가?’
뭐, 상관없지. 얼굴도 머리 색도 모두 바꿨으니까.
‘그리고 예견대로라면 케이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을 테지.’
레이먼은 같은 조가 된 놈들을 쭉 살폈다.
‘덜떨어진 것들이랑 한 조.’
니콜보다 몸도 별로고, 검을 쥔 모양새나 상태를 보아하니 검술 실력도 썩 좋진 않다. 이놈들한테 뭔가를 기대하며 싸워야 하는 건가.
그러나 레이먼은 상대편을 보고 그러지 않기로 했다. 레이먼을 대며 빈정대던 것들이 섞여 있었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이곳은 스턴도 아니었고, 레이먼도 레이먼이 아니라 레이였다.
바텔바흐에 거주 중인 신분 미상의 레이라면 사고를 쳐도 별 상관없지 않을까.
레이먼의 목표는 어차피 정해져 있었다.
최대한 빨리 영법사를 만나 처리한다.
기사단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 어떻게 하려고? ]아모르가 참다못해 먼저 끼어들었다.
그때, 결투가 시작되었고 5명의 사내가 검을 뽑고 달려들었다.
대화할 틈도 없었는데 나름 대열이 완성되어 있었다.
원래부터 알고 있던 놈들인가.
‘정돈된 폼은 이쪽보다 훨씬 낫네.’
레이먼은 같은 조의 놈들을 살폈다.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놈들에게 맡겼다간 승부가 어떻게 날지 뻔했다.
레이먼은 무조건 상위 3명에 들어야 했으므로 이런 놈들에게 기회를 줄 여유는 없었다.
‘그냥 빨리 끝내버리는 게 좋겠지.’
레이먼 조의 결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누구도 꽁지머리 청년의 검을 보지 못했으나 그 짧은 시간 사이 상대편 모두가 기절했기 때문이다.
모래 연기가 걷히고 레이먼의 모습이 드러날 즘에야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승부를 낸 꽁지머리 청년 레이먼이 레이피어를 검집에 넣은 뒤, 그제야 밀린 대답을 내놓았다.
‘이렇게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