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1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10화(210/275)
결투장으로 향하는 복도. 니콜은 무어라 말도 못 한 채 서성였다.
물론 도련님이 이기시겠지?
그래도 남은 4명의 실력이 말도 안 되게 달리면 어떡하지?
니콜은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구르는 바람에 결투장에서 나는 큰 함성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결투를 끝마치고 돌아온 레이먼이 니콜을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뭐 해?”
“그거야 도련님 생각을-. 도련님!”
“레이.”
“아, 레이 님! 무슨 일이세요? 왜 벌써 돌아오셨어요?!”
“못 들었어? 끝났으니까 돌아왔지.‘
“끝났다고요?”
레이먼의 말에 니콜은 곧장 그의 몸을 살폈다. 상처 하나 없고 지친 기색도 없었다.
“도련님이 이기셨군요!”
“그럼 내가 질 줄 알았어?”
“당연히 아니죠.”
니콜이 단호하게 몸을 홱 돌렸다.
꼴을 봐서는… 걱정만 잔뜩 한 것 같은데.
“아니면 말고.”
레이먼은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장갑을 벗고 본 맨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결투를 빨리 끝내기 위해 마법을 쓸까 했지만 굳이 쓰진 않았다.
기사단 시험은 마법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그러니 조금 전 그 빠른 속도는 마법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대정령 아모르와의 계약 덕분이었다.
[ 나랑 계약한 걸 다행인 줄 알아라. ]‘예, 예.’
정령과 계약하면서 체력이 평범한 인간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마법을 썼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도움이 됐다.
완두콩 모양을 한 아모르가 뿌듯한 듯 어깨에서 콩콩 뛰었다.
콜로세움에 마법 감지 도구나 마법사가 있을 수는 있어도 정령사는 없겠지.
게다가, 정령의 힘은 사용 금지한다는 조항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레이먼을 실격 처리하지도 못할 거다.
‘애초에 대정령의 힘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겠지.’
결투를 끝낸 레이먼이 대기실로 돌아오자 그와 같은 조를 했던 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를 반겼다.
“꼬맹아, 너 아까 이름이 레이라고 했지? 진짜 대단한데? 아까 그 속도는 뭐야?!”
“네 검을 우리 눈으로 따라잡지도 못했다.”
“그렇겠지.”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꼼짝없이 졌을 거야. 고맙다.”
“그래.”
레이먼과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들. 실력도 그저 그랬다.
레이먼은 대충 답만 하고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말을 걸지 말란 뜻이었다. 물론 눈치 없던 그들은 몇 마디 더 걸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그제야 대기실이 조금 조용해졌다.
다음 결투가 시작되었다. 레이먼의 조만큼 빨리 승부가 난 곳은 거의 없었다.
결투는 점심시간도 없이 쭉 이어졌다. 니콜의 결투는 아직이었다.
“200번, 200번 없나요?”
해가 다 지고 저녁이 되어 마지막 결투를 알리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니콜의 번호가 불렸다.
“드디어! 도련님! 제 차례입니다! 이야, 이러다 다음 날로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다행이네.”
내일은 결투장에 찾아오지 않아도 되겠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니콜은 준비된 롱소드를 꺼내 허공에 크게 한 번 휘둘렀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귀를 찢었다.
니콜의 결투는 워낙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관객이 보진 못했다.
하지만 그 결투를 본 사람들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결투를 준비하고 조원이 모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완벽한 기사단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 저는 강합니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저를 믿고 대열을 맞춰주세요.
– 예! 저를 믿고 양쪽으로요! 걱정하지 마세요.
– 한 번 휘두르면 끝날 놈들입니다!
사기를 북돋고 다 함께 승리했다.
니콜의 결투는 레이먼 다음으로 빠르게 끝났다. 하지만 그 방식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그날 시험장에 찾아온 이들은 레이와 콜이라는 두 이름을 확실히 기억하고 떠났다.
“오늘 결투를 치르신 분들은 4일 뒤에 다시 오시면 됩니다.”
결국 첫날의 결투는 밤 9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레이먼과 니콜은 콜로세움을 나서는 인파에 뒤섞여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해가 기울고 거리가 어두웠기 때문에 누군가 그들을 찾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말이다.
“거기, 레이와 콜!”
***
“지금 우리를 부른 거지?”
“네, 레이 님! 대체 누굴까요?”
“너 시험 안 치른다며!”
콜로세움에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두 사람은 한 사내에게 붙잡혔다.
케이프를 푹 눌러쓰고 있어 누군지 몰랐지만 두 번 목소리를 듣자마자 두 사람은 동시에 한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
“케이 님?”
“케이?”
“그래, 나다.”
케이는 대체 뭐 하는 거냐며 길길이 날뛰었고 레이먼은 무시했으며 니콜은 그 사이에서 허둥지둥했다.
“너희들 대체 어쩌자고 이 시험에 참가한 거야?”
“사람 잘못 봤습니다.”
“이미 내 이름 말했잖아. 변장 마법을 쓰면 모를 줄 알았어? 그 정돈 마력 좀 다룰 줄 아는 마법사는 눈치챌 거라고.”
“칫. 어쩔 수 없나.”
“도련님, 어떡할까요.”
“납치해.”
결국 케이는 레이먼의 새로운 집으로 안내받아 모든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 진정한 듯 목소리에 힘을 뺐다.
“후우. 대체 네가 기사단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우리 기사단에서 뭐 정보라도 빼내려고?”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런 거라면 내가 너를 막아야 해. 네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막 나가는 건지 알아두란 소리야, 레이먼. 네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우리 기사단에 숨어들면 누구나 의심하지 않겠어? 혹시라도 네가 발각이라도 돼봐. 너랑 친하게 지내던 스턴의 사람들 모두 바텔바흐 사람들에게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맞는 말이긴 한데.”
레이먼은 자신이 하는 일이 바텔바흐에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영법사는 마법사와 달리 생명력을 취하는 존재다. 그런 그들이 기사단에 숨어 들어있다면 분명 기사단의 체력과 생명을 갉아먹고 있을 것이다.
아마 모르는 사이 쉽게 피로감을 느끼거나 깊은 수면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등의 가벼운 증상을 겪고 있는 자들이 늘겠지.
그런 의미에서 레이먼이 하려는 행동은 바텔바흐에도 이득일 터였다.
‘이걸 말할 수 없는 게 문제지.’
다리를 꼰 채 의자에 앉은 레이먼이 발끝을 까딱였다. 그는 가만히 케이를 응시했다.
생각해보면 [예견]은 왜 저놈이 도움이 된다고 한 거지? 기사단에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사해본 결과 작은 남작 가문의 둘째 아들이던데. 가문을 잇는 것도 아닌 놈이 대체 뭐가 쓸모가 있다는 거지?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레이먼은 결국 생각하길 포기했다. 때가 되면 [예견]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겠지.
꼬고 있던 다리를 푼 레이먼이 모르는 척 대충 답했다.
“뭐, 알아서 할게.”
“네가 진짜 입단하면 난 기사단 쪽에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
케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니콜은 부엌에서 스프를 끓이고 있었고, 레이먼은 평화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레이먼은 케이의 말에 살짝 뜸을 들이다 느긋한 어조로 답했다.
“그럼 나는 너를 죽여야겠군.”
“어……?”
“네가 내 계획을 방해한다고 했잖아.”
“아니.”
“그럼 내가 너한테 무슨 자비라도 베풀기를 바라?”
“그, 그게 아니라. 너는 무슨 죽인다는 말을 그리 쉽게 하는 거야?”
“쉽지 않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핏덩이인 건 피차 마찬가지면서.
한데 케이는 웃기지 말라며 화라도 내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레이먼의 푸른 눈동자가 무서웠다. 아름답다고만 생각한 붉은 곱슬머리가 용암처럼 보였다.
포레스튼에서 유타에 잘만 다가가던 학생들이 왜 레이먼에게는 쉽게 말을 걸지 못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한껏 겁에 질린 케이의 손이 저도 모르게 바들바들 떨 때였다. 긴장된 분위기를 먼저 해소한 건 레이먼이었다.
“걱정 마. 바텔바흐에 피해가 갈 만한 일은 절대 안 해.”
“케이 님! 도련님! 저녁이 다 되었습니다!”
“저녁은 먹고 가.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수도 있으니.”
“끄응…. 알았어. 너 연락 스크롤 3개 더 주고 갈 테니까 바로바로 받아.”
“그래, 그래.”
저녁을 먹기 위해 레이먼은 케이를 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 케이의 쓸모를 찾진 못했지만 곁에 둬서 나쁠 건 없겠지.
‘계획을 방해한다면 나중에 죽이면 되니까.’
***
4일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콜로세움을 찾았다. 1,000명은 되었던 지원자들은 이제 확 줄어 반이 남았다.
500명 남짓한 1차 합격자들은 각자 명찰을 받았다. 레이먼과 니콜의 명찰에는 1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다른 지원자들을 살펴보니 1부터 5까지 숫자가 있었고 어떤 기준으로 나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1에 속한 이들은 결투에서 두각을 보인 지원자였다. 숫자가 커질수록 실력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했다. 레이먼과 같은 조를 했던 4명은 전원 5조에 속했다.
“다 모이셨군요, 그럼 남은 일정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험은 기사단분들과 1대1로 결투를 치르는 겁니다. 5조부터 시작하고 승패와 기사단 입단은 관련 없습니다. 가장 큰 가능성을 보이거나 실력을 온전히 보여주어 기사단장 분들의 점수 합계가 높은 순서대로 상위 30명이 기사단에 입단할 수 있게 됩니다.”
직원의 설명을 듣던 니콜이 레이먼에게 속삭였다.
“다행이에요. 이러면 도련님과 제가 붙을 일은 없겠네요!”
“너한테나 다행이지.”
“에이, 도련님도 제가 입단하길 바라시면서.”
레이먼은 가끔 니콜의 이 능청스러운 태도가 신기할 때가 있었다.
이 정도면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좋아 다 무시하는 격 아닌가.
“그럼 5조부터 한 분씩 이름을 부르면 결투장으로 나와주시면 됩니다.”
1조인 니콜과 레이먼의 순서는 한참 뒤였다. 그들은 5조부터 시작해 모든 결투가 끝나고 지원자들이 넝마가 되어 대기실로 돌아오는 걸 확인해야 했다.
“이 정도로 상처를 낼 필요가 있을까요?”
개중에는 승리는 했으나 한쪽 팔에 심한 부상을 입은 자도 있었다. 더욱 꼴이 나쁜 자도 있었다. 그는 오자마자 대기실 계단에서 실신해 머리부터 떨어져 어딘가로 실려 갔다.
니콜은 그들이 한 명, 한 명 들어올 때마다 놀라 기절하려 했다. 반면, 레이먼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지켰다.
5조부터 3조까지는 정말 순식간에 끝났다. 1명당 1분도 안 걸린 결투가 태반이었다. 3조가 끝났을 때는 저녁 6시가 되어갈 무렵이었고, 2조부터는 결국 다음 날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일정이 조정됐다.
다음 날 오전 10시부터 시험은 다시 시작되었다. 2조부터는 확실히 한 명, 한 명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기사단의 수준도 높인 듯했다.
말단 기사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연차가 있는 기사들이 나왔다며 지원자들이 떠들어댔다. 그들 몸에 난 깔끔한 자상만 봐도 알 수 있는 정보였다.
오후 3시가 되자 드디어 1조에 속한 이름들이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콜도 불렸다.
니콜은 자신 있게 일어나 결투장으로 향했다.
레이먼도 크게 걱정을 하진 않았다.
‘생각보다 더 걸리는데.’
10분이 지났을 때는 니콜이 꽤 고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놈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윤곽은 나왔겠지. 단장도 아닌 놈에게 고전할 바보까지는 아니니까.
‘도대체 언제 오려는 거야?’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니콜이 돌아오지 않자 레이먼은 슬쩍 초조해졌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니콜의 정체가 들킨 건가?’
그리고 40분이 지났을 무렵, 니콜이 대기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온 모습이 결투 전 쾌활했던 이전 모습과 너무 달랐다.
피로 칠갑이 된 니콜을 보자마자 레이먼은 무언가 뚝 끊기는 걸 느꼈다.
“레이 님, 제가 졌…….”
쿠웅. 니콜은 그대로 계단에서 정신을 잃었다. 달려나간 레이먼이 그의 몸을 부축했다. 대기 중이던 의원을 불러 니콜을 맡겼다.
‘아모르 님, 간단한 치유 마법은 가능하죠?’
[ 그래. 들키지 않게 내 잘 처리해두마. 너도……감정 조절 잘하거라. ]‘예, 압니다.’
아모르가 떠나고 니콜이 대기실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이의 이름이 불렸다.
해가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고 결투장엔 피 묻은 모래가 조금씩 보였다. 아직 니콜의 피가 묻은 곳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듯했다.
콜로세움에는 이전과 달리 관객이 한 명도 없었다.
레이먼이 결투장에 올라오고 나서야 사회자는 그와 경기를 치를 기사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원자 레이와 결투 시험을 치를 기사는 단장 중 한 명인 메이-.”
그때였다. 아직 볼에 피가 묻은 건장한 남자 한 명이 경기장에 난입했다.
콜로세움의 모래를 닮은 연한 갈색 머리의 사내였다.
“잠깐, 잠깐. 이번 시험도 내가 치러도 괜찮겠나?”
“세페르 단장님. 하지만 조금 전 콜도 마음대로 결투를 하셨잖아요.”
“저쪽도 재밌을 것 같아서. 그리 지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그쪽은 어때? 나랑 해도 괜찮겠나?”
상황을 봐선 지금 저 사내가 니콜과 경기를 치른 건 분명했다.
레이먼은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네. 저야 영광입니다.”
굳이 더러운 손을 쓰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