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1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11화(211/275)
2기사단장 세페르.
그는 같은 바텔바흐 사람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드높았다.
실력과 인성이 비례하는 단장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그는 정말 자신이 꼴리는 대로 행동했다.
그와 절친한 1기사단장은 ‘하고 싶은 대로’라는 좀 더 격식 있는 문구가 있으나 세페르에게는 ‘꼴리는 대로’라는 문구가 더 어울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기사단 시험에는 보통 세페르 단장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그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아무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두 단장뿐이었다.
심지어는 세페르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실력도 여물지 않은 놈들을 상대해야 하기 위해 검을 드는 것 자체가 수치라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 3단장과 싸울 뻔하기도 했다. 3단장은 지원자들의 가능성을 믿었고 그들 중 몇몇 지원자들에겐 검을 맞댈 기회를 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세페르가 직접 시험에 나선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저놈 누구야?
– 아, 저 사람은 콜이라는 지원자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 콜이라……. 이봐, 너. 네가 2차 담당자지? 내 이름 넣어놔. 저 콜이란 놈은 내가 맡아서 해야겠으니까.
뒤늦게 콜로세움에 찾아와 결투 장면을 보게 된 그가 콜에게 흥미가 생긴 것이다.
아마 그게 니콜의 불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적당히를 모르는 사내였다.
그런 세페르와 시험생이 맞붙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일개 기사에게 막을 방법 또한 없었다. 기사단 내에서 단장의 말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같은 단장들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개 서로의 일에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즉, 세페르가 지원자 콜과 싸우겠다고 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 안녕하십니까!
–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니 굉장히 마음에 드는군. 그래, 내 이름은 세페르다. 바텔바흐의 2기사단의 단장이지.
– 그렇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꼭 입단하고 싶어서요.
– 그래? 이번 결투에서 승패는 중요치 않지. 기사단장인 내 눈에만 들면 된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할 테니 네놈도 최선을 다해라. 그걸 보려고 왔으니까.
니콜은 세페르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사자 갈기처럼 훌륭한 모발을 갖고 있었고, 그의 이목구비와 풍기는 분위기가 퍽 잘 어울렸다. 거기에 목으로 슬쩍 보이는 흉터 자국까지.
그는 명실상부 매우 훌륭한 단장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니콜이 보기엔 그랬다.
“그럼 시작할까.”
단장의 말 한마디에 결투가 시작되었다. 콜은 허리춤의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세페르의 검 역시 그와 같은 롱소드였다. 길이는 그가 더 길었다. 검을 제대로 휘두르면 곧바로 닿을 것 같았다.
니콜은 먼저 거리를 벌렸다.
일반적인 검에 비해 롱소드는 거리가 멀어도 금방 공격이 가능한 자리까지 간격을 좁힐 수 있었다. 근육 위로 핏대가 솟았다.
꽉 쥐고 쿵 휘두르기. 상대의 공격권에 들어가지 말 것.
기본만 지켜도 이길 수 있다. 상대가 강할수록 기본을 지키기 어렵지만, 니콜은 이 두 방식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뭐. 이 정도인가.”
안타깝게도 세페르 정도의 실력자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니콜이 벌린 거리를 그는 곧바로 따라잡았다. 니콜의 눈에 그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대신, 코끝까지 다가온 세페르가 웃는 얼굴은 보였다.
“느려.”
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검날의 반대편으로 니콜의 허리를 내리쳤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니콜은 그대로 나뒹굴었다. 턱 막힌 목구멍 틈으로 기침이 새어 나왔다. 빨갛게 물들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이렇게 큰 고통은 처음이었다.
“가능성은 있어, 가능성은.”
세페르는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 지원자를 봐주는 사내는 아니었다. 그는 금세 검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니콜에게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
니콜은 최선을 다해 막았지만 이미 갈비뼈가 몇 대 나간 상태였기에 완벽히 막을 수는 없었다.
팔, 다리, 어깨, 몸통 할 것 없이 피가 흘렀다.
더 이상 그 광경을 지켜보다 못한 기사가 달려와 콜이 패배했다고 알렸다.
“세페르 님, 이미 승부가 나서 더 이상 시험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어? 그런 거야? 이봐, 더 할 수 없어?”
“더…….”
니콜은 곧장 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세페르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보내. 생각보다 약하네.”
“예! 어, 얼른 가봐.”
기사는 얼른 니콜을 대기실로 밀어냈다. 그리고 니콜은 계단을 비척비척 걸어 내려왔다. 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도련님을 보았다.
도련님께 꼴사나운 꼴을 보여선 안 되는데. 도련님이 절 거둬주고 친절을 베푼 순간부터 도련님을 쭉 지켜줄 거라 다짐했는데.
‘그런 다짐을 하기에는 제가 너무 약했나 봅니다. 그래도 도련님,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세요.’
푹 쓰러지는 니콜을 받아낸 레이먼의 이름이 1조 마지막으로 불렸다.
세페르는 레이먼이 가명 레이로 치른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올라오는 레이먼의 눈빛을 보게 되었다.
살기등등한 눈빛이었다.
‘저런 눈빛을 한 놈이 시험자 중에 있단 말이야?’
세페르는 레이먼을 위아래로 훑었다.
주근깨가 핀 콧잔등, 갈색 꽁지머리. 흐물흐물한 작은 체구.
올라오는 폼이 단정한 게 겉모습과 태도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청년이었다.
행색을 보면 잘 봐줘야 제 도련님께 어깨너머로 기품을 배운 귀족 가문의 종자, 아니면 그냥 곡괭이나 좀 만져본 평민인데.
어떻게 저런 눈을 갖고 있는 거지?
‘사람을 한둘 죽여본 놈이 아니다.’
세페르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롱소드의 손잡이를 다시 쥐었다.
그는 새로운 시험관을 부르기 위해 나서는 직원을 불러 세웠다.
“잠깐, 잠깐. 이번 시험도 내가 치러도 괜찮겠나?”
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세페르 단장님. 하지만 조금 전 콜도 마음대로 결투를 하셨잖아요.”
“저쪽도 재밌을 것 같아서. 그리 지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그쪽은 어때? 나랑 해도 괜찮겠나?”
레이먼은 한숨을 쉬는 직원을 바라보았다.
그는 통신석으로 다른 이들에게 오지 말란 이야길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저 단장이라는 사람을 말릴 힘은 없는 듯했다.
그리고 상황을 봐선 지금 눈앞의 저 세페르 단장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니콜과 경기를 치른 게 분명했다.
레이먼은 세페르의 질문에 여유 섞인 미소를 지었다.
“네. 저야 영광입니다.”
굳이 더러운 손을 쓰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미소였다.
동시에, 아마 척 봐도 자존심이 세 보이는 저놈은 이런 미소를 싫어할 거다.
“마지막이라 일찍 끝내고 싶었거든요.”
종지부를 찍는 레이먼의 도발에 세페르는 이성의 끈이 탁 끊어졌다.
“아, 그래?”
세페르가 목을 좌우로 한 번씩 꺾었다. 그는 기분이 곧장 표정이 되는 사람이었다.
불쾌감에 찌그러진 미간과 애매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그의 심정을 알려주었다.
“내 이름은 세페르다. 바텔바흐의 2기사단장이지. 승패는 상관없다. 내게 그 실력을 증명하면 너도 우리 기사단에 들어올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까.”
이번에도 별도의 시작 소리는 없었다. 세페르의 말 한마디에 두 사람 모두 검을 뽑아 들었다.
***
1기사단장과 3기사단장은 저녁 식사를 즐긴 후 다시 콜로세움으로 돌아왔다.
– 콜이라는 놈은 내가 맡겠다.
세페르가 1조의 콜을 맡은 덕분에 그들에게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식사를 배부르게 마치고 돌아온 1단장과 3단장은 관객석으로 향했다.
아마 콜과의 결투는 이미 끝났을 것이다.
콜이 1조에서 2등으로 합격했다고 했으니 이제 1등의 시험 결투만 남아 있을 것이다.
“1등은 누구랑 붙는 거야?”
“우리 부단장.”
“너희 부단장? 그놈도 꽤 셀텐데.”
“어차피 1조의 시험은 이기라고 하는 게 아니니까.”
1조는 해마다 전원이 합격하는 조였다.
그들 사이에서 등수를 매기는 게 단장과 부단장들의 역할이었다. 애초에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평범한 기사단원과 결투를 시키는 5조에서 2조와 달리 1조는 실력을 인정받은 기사들이나 부단장 위주로 시험을 진행했다.
세페르처럼 단장이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 드문 경우 중에 단장이 패한 결투는 단 한 번뿐이었다.
“구경이나 하자고. 내가 너희 부단장 검술 팬이거든.”
3단장은 발걸음을 빨리했다. 복도를 지나 콜로세움 결투장의 빛이 새어 들어왔다.
달려 들어간 3기사단장과 달리, 1기사단장은 느긋하게 걸어 들어갔다.
어차피 부단장이 이길 결투였다.
먼저 도착한 3단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난간에 매달려 입만 떡 벌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1단장이 말했다.
“필. 왜 그래? 평소라면 보자마자 시끄럽게 떠들어댔을 놈이.”
하지만 잇따라 도착한 1기사단장 베일도 말끝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는 3단장처럼 할 말을 잃은 채 결투장 위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먼저, 베일이 놀란 점은 지원자와 싸우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부단장이 아니라 세페르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세페르가 지명한 콜이라는 놈은 지금 결투장 위에 선 청년은 아니었다. 콜은 분명 좀 더 몸집이 크고 단단한 거대한 놈이었다. 그런데 세페르 앞에 선 청년은 작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놀란 점은… 이 결투에서 지고 있는 쪽이 지원자가 아닌 세페르 쪽이라는 사실이었다. 필 역시 그 이유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듯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심각한 낯으로 팔짱을 낀 베일은 결국 커다랗게 고함쳤다.
“이봐! 세페르!”
두 사람의 기운을 느낀 세페르가 무너진 자세로 뒤를 돌았다. 그는 이미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고, 몸에는 가벼운 자상들이 길처럼 수없이 새겨져 있었다.
“봐주는 건 그만둬라. 우리 기사단의 수치다!!”
“제기랄! 누가-!”
베일의 말에 분에 들어찬 세페르가 소리쳤다. 그러나 그는 결국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차마 – 누가 봐줬다는 거야-! 같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은 자신이 진심으로 이 결투에 임했다는 걸 자백하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잘 지켜봐라, 이 망할 놈들아!”
투. 그는 가래침을 뱉으며 일어났다.
지원자 레이는 뚱한 얼굴이었다. 놈은 대신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듯했다.
‘어딜 보는 거지? 허……리? 내 허리를 보고 있는 건가?’
세페르가 무심코 자신의 허리를 살핀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레이먼의 검집이 그의 허리를 콱 찍어 눌렀다. 그리고 떼지 않았다. 마치 뼈를 부러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검집은 세페르의 몸을 파고들었다.
콰직, 콰지지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세페르의 귓전을 때리고, 그의 입에서 단말마가 나올 때쯤에서야 레이먼은 그의 몸에서 떨어졌다.
그는 니콜이 다친 곳과 정확히 같은 위치의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일단 갈비뼈 두 대.”
레이먼이 중얼거렸다.
“그다음은 다리 힘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