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1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15화(215/275)
레이먼이 망토에 걸린 마법을 알아낸 방법은 간단했다.
망토 안감 속 마법진을 꺼내 해석한 것이다.
마탑의 선물인 만큼 망토 하나에 해석하기 귀찮을 정도로 부가적인 마법이 많이 걸려 있었다. 다른 마법사들이라면 중간에 해석을 포기할지도 모를 방대한 양이었다.
혹시 몰라 레이먼은 망토의 마법에 대한 설명을 종이에 써두었다.
케이가 읽었을 설명서와 추후 비교해보기 위해서였다.
[ 망토를 입은 자는 살아 있는 규칙이 된다. ] [ 망토 주머니에 원하는 규칙을 적은 쪽지를 넣고 입는다. ] [ 쪽지에 적힌 규칙이 적용 반경에 간섭하는 시간은 대략 1시간이다. ] [ 그 시간 동안에는 어떤 규칙도 해당 규칙을 우선하지 않는다. ] [ 규칙 적용 반경은 망토를 입은 사람을 중심으로 원 형태로 뻗어 나가며 반지름 500m 기준이다. ] [ 해당 마법으로 지정 불가능한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마법
2. 감정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마법
3. 해당 규칙을 통해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게 될 여지가 있는 마법
4. 이 외에도 타인을 저주하거나 해당 규칙을 제정함으로써 과거나 미래, 현재에 지나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마법은 제외된다. 당 기준은 마탑주가 결정하며 망토 속 쪽지의 규칙이 능력을 발휘하는 즉시 마탑주에게 보고된다. ]
“특이한 마법이야.”
간단히 말하면 ‘규칙 제정’ 마법이었다. 보통 기사단 훈련이나 동물 훈련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마법이었다. 물론 그럴 때는 제한이 이렇게 복잡하지도 않았고 실현 가능한 규칙 역시 훨씬 간단했다.
하지만 이 망토는 지정 불가능한 규칙을 잘만 피한다면 꽤 엄청난 규칙 역시 제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선물을 주다니.
‘이 정도 선물을 받을 놈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중간에 바텔바흐로 넘어와 스턴으로 돌아오지 않은 건가.’
나중에 한번 확인해야겠어.
어젯밤 적어둔 망토에 대한 설명을 되새긴 레이먼은 책상 위 달력을 살폈다.
달력은 다양한 일정으로 빼곡했다. 레이먼이 적어두지 않았어도 정기적인 훈련 날은 미리 적혀 있었다. 레이먼은 그중에서도 오전에 합동 연습을 하는 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앞으로 10일 뒤.
그때쯤 망토를 써야겠어.
***
5일이 지났다.
기사단 훈련은 더 이상 레이먼을 괴롭히지 못했다. 단장까지 포함해 그 누구도 정령 마법을 눈치 못 챈다는 사실을 확인한 레이먼은 그 뒤로는 아모르의 힘으로 훈련을 대충대충 끝냈다.
예를 들어 아침 훈련 중 윗몸일으키기를 해야 한다면 하위 정령들을 불러 몸을 받쳤고 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힘들이지 않아도 뒤에서 정령들이 그를 밀어주었다.
아모르의 불만은 하늘에 닿을 듯했지만 레이먼은 무시했다.
[ 사랑으로 내 아이들을 챙겨라! ]‘그러고 있잖아요. 매일 제 체온을 느끼게 해주는 게 사랑 아닙니까. 이게 진정한 의미의 따스한 사랑이네요.’
[ 저! 저! 저! 뺀질이 놈을! 이그니스가 보고 싶구나, 이그니스가 보고 싶어! ]세상에. 아모르 입에서 이그니스가 나오다니.
그 미친 얼빠 빛의 정령을 아모르가 먼저 외치는 날이 올 줄은 그조차도 꿈에도 몰랐겠지. 그러나 레이먼은 그의 외침을 한 귀로 듣고 흘렸다.
한편, 레이먼의 훈련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자 1기사단 선배들도 이젠 레이먼을 꽤 아끼게 되었다.
“이봐, 레이! 오후에는 나랑 검술 대련이다!”
“네, 네.”
“레이랑 먼저 연습하기로 한 건 나야!”
니콜은 그 사실에 감복했다.
도련님의 저질 체력이 여기 와서 다 낫다니. 어쩌면 바텔바흐 땅의 기운이 도련님께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걸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한 니콜은 매일 밤 바텔바흐 훈련장의 모래를 몰래 병에 모았다. 스턴에 돌아가면 그 흙을 스플린 가문의 훈련장에 뿌릴 생각이었다.
레이먼에게 처음 다가왔던 선배, 루어 역시 레이먼을 잘 챙겼다. 그는 서서히 자신과 친한 기사들을 레이먼에게 소개했다.
“레이, 얜 나랑 같이 매일 훈련하는 놈이야. 너랑 잘 맞을 거다. 얘도 너처럼 이상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거든.”
“그렇군요. 부족한 후배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레이 네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다른 애들이 웃겠어!”
“하하, 그런가요. 하지만 정말 부족합니다.”
레이먼이 말했다.
“그래서 밤에 혼자 훈련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아, 그래? 자율 훈련은 좋지. 어디서 하려고?”
“글쎄요. 훈련장은 사용이 안 되니까요. 훈련장 근처 공터에서 하면 어떨까요? 어차피 밤에 훈련장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안 계시니 방해도 되지 않을 테고요.”
루어가 말했다.
“하지만 선배들의 잠을 방해할 수도 있지. 기왕이면 저녁 자율 훈련 시간에 끝내도록 해. 소등 이후로 나오면 단장도 크게 화낼 테니까.”
“음……. 그렇군요. 그럼 혹시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장소가 따로 있을까요?”
“글쎄.”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작게 중얼거렸다.
“구석으로는 오면 안 될 텐데……….”
“네?”
“아니, 아니다. 딱히 특별하게 조심해야 할 곳은 없어. 기사단 규칙을 지킨다면 네가 소등 이후로 나올 일은 없으니까.”
나오지 말란 소릴 거창하게 하는군.
레이먼은 루어의 말에 대강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선 알겠다고 답했다.
훈련장 중 가장 구석진 위치에 있는 훈련장 ‘파도’.
– 구석으로는 오면 안 될 텐데…….
조금 전, 루어의 말로 레이먼의 확인하지 못했던 과거의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조금 전 중얼거린 걸로 봐선 그쪽이 확실하군.’
***
스턴 왕국의 마탑.
졸업 여행을 떠난 레이먼과 달리, 오닉스는 평소처럼 마탑에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는 레이먼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뒤통수를 한 번 휘갈겨 줄 생각이었다.
바텔바흐에 그렇게 오래 있을 거라고 오닉스에게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학 중에 간다고 했지만 설마 방학 내내 있을 줄이야. 게다가 그놈이 남긴 편지도 가관이었다.
– 동생이 방학 때 마탑에서 일할 거야. 널 많이 보고 배우라고도 전해줬거든?
잘 봐줘. 성질머리 죽이고. 돌아가면 확인할 거야. 선물 사 갈게. 바텔바흐에는 네가 좋아하는 간식이 많잖아?
그럼 이 새끼는 내 성질머리를 알면서 자기 동생을 여기 남기고 떠난 건가.
그 편지를 받고 얼마 있지 않아 포레스튼에서 마탑의 일을 도울 놈들이 들어왔다. 곧 마탑의 정식 연구원이 될 오닉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엔 레이먼이 편지에서 말한 대로 아드리안도 있었다.
그래서 오닉스는 정말 말 그대로 잘 봐주기만 했다. 아드리안은 혼자서도 일을 척척 해냈고 심부름을 시키면 군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일했다. 놀라울 정도였다. 오닉스가 종일 투덜대며 했던 일들을 아드리안은 묵묵부답으로 해내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어려운 심부름이거나 해야 할 양이 많은 잡일은 전부 아드리안이 맡게 되었다.
저 정도면 한 번쯤은 자신이나 다른 직원들에게 말하지 않을까 싶어 내버려 두었다.
– 다 처리했습니다. 이쪽에 두면 될까요?
– 아드리안 학생, 어제 맡긴 일들 아닌가요? 대체 언제….
– 아……. 해야 할 일이라 다 했습니다. 여기 두면 되는 게 맞나요?
– 아드리안! 너는 우리 마탑의 복덩어리야! 오닉스랑 너무 다르잖아~
다르긴 하지.
‘저렇게 어떻게 살아?’
저 정도면 시키면 다 하는 건가?
아드리안의 성격이 유순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제 형의 말을 잘 듣는 모범생. 딱 그 정도 감상이었다. 유순하다고 하기에는 주변에 친구도 없었고 상냥한 말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일하는 꼴을 보고 나니 성격이 말랑하다 못해 푸딩처럼 으깨질 수준이었다.
“아드리안.”
“네?”
오닉스는 왜 레이먼이 아드리안을 자신에게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무언가를 또 열심히 하는 아드리안 옆에 의자를 툭 놓았다. 옆자리에 앉은 오닉스가 물었다
“뭘 또 그렇게 해?”
“부탁받은 게 있어서요.”
“너 왜 이렇게 열심히 해?”
“열심히… 하는 게 이상한가요?”
아드리안이 말했다.
“그게 문제라면 고치겠습니다.”
아드리안은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정말 자신이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는 건가. 나름 눈치가 좋은 애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너 마탑에 관심 없잖아. 마탑이 하는 연구에도 딱히 관심 없고.”
“네, 그런 편이죠.‘
“마탑에 나중에 들어올 생각도 없지?”‘
“네.”
“그런데 왜 이렇게 하는 거야?”
“형님이 마탑에서 일하라고 하셨고, 오닉스 선배님 옆에서는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을 거라고 하셨거든요.”
그렇게 답한 아드리안은 들고 있던 서류의 다음 장을 넘겼다. 오닉스가 대충 살피니 그 서류는 아드리안이 할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학생한테 시킬 만한 난이도도 아니었다. 물론, 방학 때 오닉스가 본 논문들은 대충 저 정도 난도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거 누가 시킨 거야?”
“예? 아… 잠시!”
“기다려.”
오닉스는 아드리안의 서류를 그대로 빼앗아 들었다. 연구 내용을 보니 누구의 서류인지 알 것 같았다. 딱 봐도 노가다로 틀린 숫자를 찾아내는 게 싫었기 때문에 만만한 아드리안에게 시킨 것이다.
‘아드리안이 레이먼의 동생인 걸 모르진 않을 텐데.’
“기다려.”
그렇게 말한 오닉스는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오닉스?”
“선배, 이거. 선배 자료 아니에요?”
“어? 아, 그거…그게…….”
“마탑주님이 학생한테는 자세한 연구 자료를 넘겨주지 말라고 하셨을 텐데요. 그리고 선배 뒷감당은 가능하세요?”
“어?”
“어어, 만 하지 마시고. 쟤, 레이먼 동생이잖아요. 레이먼 반 스플린. 자기 사람은 끔찍하게 챙기는 그 양아치요.”
오닉스의 말을 다 들은 선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드리안이 워낙 얌전하고 말도 없던 탓에 절대 제 형에게 이를 성격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여전했으나 ‘오닉스의 입’은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는 쭈뼛대며 서류를 집어 들었다.
“내, 내가 하려고 했어.”
“그러시겠죠.”
반대편 손에 들고 있던 서류까지 툭 집어 던진 오닉스를 아드리안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닉스가 되돌아오자 아드리안이 말했다.
“형님이 화내실 거예요.”
“레이먼이?”
“네….”
“레이먼이 왜 화를 내?”
“오닉스 선배 옆에서 잘하라고 하셨는데 일을 망쳤으니까요. 설령 그게 선배 탓이라도요.”
“뭐?”
허. 오닉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 동생이 방학 때 마탑에서 일할 거야. 널 많이 보고 배우라고도 전해줬거든?
잘 봐줘. 성질머리 죽이고.
레이먼. 아드리안이 잘못되면 그때는 내 성질머리를 얕본 네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