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16)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16화(216/275)
그 후로 5일이 더 흘러 10일이 지났다. 바텔바흐 기사단의 합동 훈련 날이었다.
1기사단부터 3기사단이 모두 모이자 그 수가 수백에 달했다.
물론, 바텔바흐의 모든 기사가 모인 건 아니었다. 외곽이나 국경의 경비대는 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평소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다 보니 정신이 없긴 매한가지였다.
레이먼도 그 속에 섞여 있었다.
“단장님들은 이 난장판 정리 안 하고 뭐 합니까?”
“정기 훈련이 처음이라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예.”
알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기사단의 정기 훈련 내용을 일반인이 원래부터 알고 있는 게 더 수상했을 거다.
루어는 설명할 거리가 생긴 것에 신나 입을 열었다.
“정기 훈련은 기본적인 대련과 비슷하지만 달라. 원래 오후 훈련은 뭘 했지?”
“기본 검술 훈련과 같은 기사단원들과 대련을 했죠.”
“그럼 부족한 게 뭐지?”
“실전이죠. 하지만 바텔바흐 국경 근처에는 야생동물이 자주 나와서 그때 실전 경험을 채운다고 선배들한테 들었는데요.”
“맞아. 하지만 야생동물이랑 사람은 다르지. 예측이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는 점에선 동물이 더 제격이야. 하지만 녀석들이 우릴 검으로 공격하진 않으니까. 그래서 정기 훈련 때는 인간과의 실전 훈련을 하는 거야.”
모의 실전 전술 같은 건가.
그런 연습은 어느 국가의 기사단도 하는 거 아닌가.
‘이번 훈련에서 얻을 정보는 별로 없겠어.’
정기 훈련 날 레이먼의 계획은 이러했다.
단체 훈련으로 모두가 지쳐 있다면 한밤중에 훈련장을 쓰는 이들은 없을 거다.
이 말은 곧, 다른 기사들이 밤중에 굳이 훈련장에 찾아올 리스크가 현저히 적은 날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몰래 영법을 탐구하거나 배우는 이들이 모이기 좋은 날도 당연히 정기 훈련 날이 될 터.
그렇게 생각한 레이먼은 그 현장을 급습할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적어도 이날만큼은 한밤중 있을 기사단의 정찰이라도 널널해질 것이다. 모두가 훈련 때문에 많이 지쳐있을 테니까.
대신, 오늘이 아니라면 영법사들이 무리 지어 훈련장에 모두 모일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정기 훈련이라고 특별한 건 없네요.”
루어의 설명을 다 들은 레이먼이 말했다.
그러자 루어가 잔뜩 힘이 들어간 표정을 지은 뒤 소리쳤다.
“그럴 리가!”
어찌나 목소리가 컸는지 그 주변 사람들은 모두가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듯했다.
“왜 소리를 지르십니까?”
“단체 훈련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하다고. 너도 알다시피 요즘 스턴 왕국이랑 우리 사이가 안 좋잖아?”
“그런가요?”
“국경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잦은 걸 보고도 모르겠어? 그것 때문에 2기사단은 골머리를 썩이기도 했다고. 그리고 스턴의 기사들은 우리와 달리 두 부류가 있지. 알고 있나?”
레이먼이 말했다.
“일반 기사와 마검사요.”
“잘 아네.”
“당연하죠.”
레이먼이 심드렁한 얼굴로 답하자, 루어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당연하지?”
“기사…된 도리? 그리고 제가 원래 그런 쪽에 관심이 좀 있었잖아요.”
적당히 위기를 넘긴 레이먼이 어깨를 으쓱하자 루어는 자연스레 다음 말을 꺼냈다.
“하긴. 어쨌든 스턴의 기사들을 상대한다는 건 결국 마검사들과 맞서야 한다는 거야. 그게 안 돼서 여태껏 우리가 그들보다 약하다는 소릴 들어왔으니까.”
“뭐….”
당연한 거 아니겠나. 기껏해야 공국의 기사들이다. 심지어 마력에 재능도 없는.
뛰어나다 해도 그들은 결국 바텔바흐라는 작은 공국의 기사에 불과했다. 스턴이 진심으로 그들을 상대하면 바텔바흐 같은 작은 공국은 언제든지 멸망할 수 있었다.
그들도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 여태껏 조용히, 스턴을 건드리지 않고 변방의 작은 국가로 살아온 것일 텐데.
“그래서 몇 년 전. 그러니까 한…… 4년 정도 지났을 거야. 정확하지는 않아.”
4년 전이면 내가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갈 시절쯤인가.
바텔바흐와 관련해 라 디밀레에서 소란이 한 번 일었던 시점이다.
“그때 이후로 정기 훈련에서 아티팩트를 사용하기 시작했어.”
“아티팩트를요?”
바텔바흐의 아티팩트 사용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수량이었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장인들은 보통 각 국가의 소속 마법사들. 그들이 만드는 아티팩트는 스턴이 그렇게 하듯, 대부분 국가가 관리하고 소유했다.
설령 개인용도로 사용되는 아티팩트라고 할지라도 그 아티팩트가 국경을 넘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타국으로 수출되는 아티팩트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잡다한 물품이 대부분이었다. 무기용 아티팩트라면 보통 밀수였다. 그러니 그 수가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
바텔바흐 역시 연구용으로 몇 가지 아티팩트를 사들이긴 했지만…… 대부분은 실패작이거나 밀수 과정에서 손상되기 일쑤였다.
즉, 그들이 정기 훈련 때마다 쓸 수 있는 무기용 아티팩트가 있을 리가 없었다.
두 번째는 사용 가능한 자의 부족이었다.
아티팩트를 사용하기 위해선 마력이 필요하다. 일반인들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량된 아티팩트들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런 아티팩트들 중 무기용의 관리는 더욱 엄격했다.
이를테면 현대의 총과 같은 개념이었다. 마나가 아예 없거나 마법에 재능이 없는 이들도 이 무기만 있다면 자신이 지닌 실력 이상의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었으니까.
때문에 그런 무기들이 훈련 때 사용할 만큼 양이 많을 리도 없었다.
만약 그런 아티팩트들이 전부 바텔바흐로 넘어왔다 쳐도 훈련 때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력을 공급하는 마법사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바텔바흐 역시 엄연한 국가. 마법사가 한둘쯤은 있는 게 당연하긴 했다. 하지만 그 정확한 수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수준 높은 마법사가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어쩌면 스턴이 모르는 이들이라면 훨씬 많을 수도 있는 상황.
“아티팩트를 사용하려면 마력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기사단의 기사들은 마력이 없으니… 이미 마력이 깃든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건가요?”
루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정맞게 끄덕이는 고개가 짜증 나는 바람에 한 대 퍽 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 그렇지.”
겨우 짜증을 억누른 레이먼이 다시 물었다. 지금까지 지켜본 루어는 한 번에 핵심을 말하는 법을 모르는 인간 같았다.
“그럼 아티팩트에 마력을 담아둘 수 있는 마법사가 바텔바흐에 그만큼 존재한다는 뜻입니까? 어지간한 아티팩트에는 적어도 5서클 수준의 마법사가 저장한 마나가 필요할 텐데요.”
“그렇지 않겠어?”
“아티팩트의 출처는요?”
“오, 레이. 아직 네가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을 거야.”
레이먼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하자 루어는 말을 돌렸다.
“말단 기사인 너는 이런 고급 훈련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지.”
“…예. 알겠습니다. 아티팩트를 저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나 싶어서 흥분했나 봅니다.”
지금까지 자기가 나불대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
조금 전 그 방정맞은 턱주가리를 그냥 한 대 칠 걸 그랬군.
“이곳에 모인 전부가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건 아니야. 절반 정도는 마력이 깃든 검을 이용하고 남은 절반은 그들을 막는 훈련을 하는 거지. 그 인원을 나누기 위해 단장들이 이야길 나누고 있는 거고.”
“그렇군요.”
루어가 레이먼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보통 적당히 선배랑 신입을 섞어두니 어느 편이 되든 크게 걱정하지 마.”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쓸데없는 건 빼라. 얘는 말단이 왜 이렇게 질문이 많아?”
루어의 투덜거림을 대충 무시하고 레이먼이 질문했다.
“혹시 바텔바흐에 마검술을 쓸 줄 아는 분은 없습니까? 아티팩트에 마력을 부여할 만한 마법사분들도 이렇게나 계신데 마검사가 없다는 사실이 의문이어서요.”
“아마 없을걸? 할 수 있어도 굳이 선택하지 않겠지.”
“왜죠?”
“바텔바흐에선 마검술보다 일반 검술을 명예롭게 여기거든. 그래서 지금 힘 그대로 마검술을 이길 전술을 구상하는 거지.”
“아, 그렇군요. 그것참 훌륭한 생각이네요.”
레이먼이 싱긋 웃었다. 속으로는 그 미소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멍청한 놈들 아니야?’
마검술이 일반 검술보다 강하단 것은 객관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었다. 한데도 미련하게 그 집착을 놓지 못하다니.
“바텔바흐의 검술도 훌륭하긴 하죠.”
그 말에 루어가 답했다.
“하지만 나는 마검술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강함이 최고 아니겠어?”
심지어 그는 그렇게 말하곤 윙크했다.
남자가 하는 윙크.
그걸 정면으로 받은 레이먼은 루어의 뜬 눈을 손가락으로 찔러버리고 싶었지만 겨우 참아냈다.
루어는 이용하기에 나쁘지 않은 놈이었고 지금처럼만 입을 나불대기만 해도 분명 무언가를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레이먼은 그에게 짜증을 내기보다는 최대한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루어가 레이먼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마검술이 나쁘지 않다는 저 발언도 감추려면 감출 수 있었을 테지만 일부러 먼저 꺼냈을 가능성도 적진 않아.’
거기 응해주는 게 좋겠어.
“예, 동의합니다.”
그 말에 루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결정이 끝났다!”
그에 맞춰 단장들의 편 가르기도 결론이 난 모양이었다.
***
이번 정기 단체 훈련에서 아티팩트를 다루는 쪽은 1기사단 전체와 2기사단의 일부였다.
그들은 앞으로 나가 상자 안에 있는 마검을 골라야 했다.
“신입도 아티팩트를 다룰 수 있도록 수를 넉넉히 준비했으니 걱정 말고 고르도록.”
“운이 좋네, 레이. 이번엔 너도 아티팩트를 손에 쥐어볼 수 있겠어.”
“감격스럽습니다.”
이미 손목 팔찌부터 아티팩트인데.
선배들 차례가 끝이 나고 레이먼이 신입 중 가장 먼저 나섰다. 레이먼은 대충 아무 검이나 들고 훈련장 맨 끝으로 향했다.
아티팩트는 예상했던 대로 마력이 이미 담겨 있었다. 검을 휘두르면 마력이 자동으로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마법진도 보였다.
‘역시 미리 마력을 담아두는 아티팩트들이군.’
스턴에서는 굳이 이런 아티팩트를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아티팩트는 바텔바흐 자체 제작일 가능성도 미뤄둘 수 없다.
바텔바흐에서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 있다는 뉴스는 스턴에도 전해진 바 없다.
즉, 이 소식은 바텔바흐에서 살았던 2왕자 페인도 몰랐거나 페인이 의도적으로 숨긴 게 된다.
페인이 서머셋을 돕게 된 데에 이 이유도 포함이 되는 건가.
‘돌아가면 페인을 만나봐야겠어.’
“훈련 시작 전 아티팩트 사용을 익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신입들은 일렬로 선배들 앞에 서도록! 신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아티팩트를 만져본 경험이 있으니 배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베일의 호통 같은 외침이 끝나자 신입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레이먼은 루어와 늘 함께 서 있던 선배 앞에 섰다. 루어와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면 그도 영법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혹은… 너무 오래 옆에 있어서 그 기운이 옮았거나.
“일단 한번 휘둘러 보겠어?”
“아, 예.”
이 아티팩트는 휘두르기만 하면 발동했지?
주변을 보니 검의 파공음이 조금 더 커진 것 외에 이렇다 할 특이점도 없었다.
쉬익-.
레이먼은 걱정 없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다른 이들과 같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했다.
“잠-!”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레이먼의 속단이었을 뿐이다.
팡-!
고막을 찢을듯한 파공음과 함께 검날 끝에서 마력이 솟아올랐다. 푸른 마력은 날카롭게 대지를 갈랐고 그대로 성벽을 무너뜨렸다.
쿠구구구궁-.
쾅.
드드드드.
흙먼지에 뒤덮인 기사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일제히 레이먼을 바라보았다.
[ 레이먼! 이 일을 어쩌냐! ]아모르도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레이먼은 일부러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