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1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19화(219/275)
포레스튼의 졸업생에게 마탑의 선물을 줄지 말지는 오직 마탑주의 재량으로 결정된다.
그 해 마탑주의 변덕에 모든 게 달려 있다는 뜻이다.
당연하게도 마탑의 마법사들은 이번 졸업생들 가운데 마탑의 선물을 받을 학생은 없을 거라 예상했다.
“오닉스는 마탑주님의 선물을 받지 못할 것 같지?”
“마탑주님이 티를 낼 것 같지도 않아.”
“그럼 선물은 없는 건가?”
그러나 그런 마법사들의 예상이 무색하게 마탑주는 직접 아티팩트를 만들어 포레스튼에 넘겼다. 케이가 받은 아티팩트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들은 케이라는 학생이 그 망토를 사용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망토에 걸린 제약은 꽤 복잡했고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 그 망토를 사용할 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탑주가 그에게 선물을 건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바텔바흐에서 돌아와 일을 시작할 때, 마탑의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 스턴에서의 적응에 도움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마탑주의 눈앞에 양피지 한 장이 부웅 떠올랐다.
마탑주는 마시고 있던 차를 그대로 뿜었다.
양피지가 진한 갈색 찻물로 물들었으나 양피지 위에 글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 마탑의 아티팩트가 발동되었습니다. ] [ 해당 아티팩트는 포레스튼의 졸업생들에게 건넨 ‘붉은 망토’입니다. ] [ 망토 속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떠오른 규칙의 읽은 마탑주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게 무슨….”
상상도 못 해본 규칙이 그 위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
[ 망토 속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 망토를 착용한 자의 마력이 규칙 반경 내 모든 이들 중 가장 높을 경우, 규칙의 적용 반경 내에선 자연의 마나를 통해서만 마법을 발동할 수 있다. ] [ 그 시간 동안에는 어떤 규칙도 해당 규칙을 우선하지 않는다. ] [ 규칙 적용 반경은 망토를 입은 사람을 중심으로 원 형태로 뻗어 나가며 반지름 500m 기준이다. ]레이먼의 규칙은 간단했다. 하지만 아무나 그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설픈 마력을 가진 경우 규칙이 완전히 무효화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케이가 이 자리에서 해당 규칙을 발동했을 경우, 케이의 규칙은 무용지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유야 단순했다. 케이가 있는 자리에 레이먼이 있었다면, 엘프의 가호를 받은 레이먼보다 마력이 높았을 리가 없으니까.
레이먼이 망토를 착용했기 때문에 어떤 예외 없이 망토의 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규칙 내에선 어떤 조무래기 영법사들도 레이먼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애당초 영법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마법사가 될 재능이 없거나 마력이 부족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들 중 레이먼보다 마력이 높은 인재가 있을 리 만무했다.
생명력을 활용하는 영법사들은 해당 규칙 아래에선 레이먼을 이길 가능성이 ‘0’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규칙을 알지 못하는 사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놈, 마법사였던 모양이군.”
레이먼이 검과 망토를 꺼낸 모양새를 보고 유추한 듯했다.
“영법이 마법보다 더 강력한 것을 알고 있나?”
“영법은 생명력을 취해 마력으로 사용하니 그 정도는 되어야겠죠.”
“그렇다면 여기가 너 같이 어린 애가 뻗댈 공간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군. 넌 이 자리에서 사라져줘야겠다.”
상투적인 악역의 말과 함께 그는 레이먼에게 달려들었다.
어차피 나머지 영법사들이 그가 단원이 아니라는 걸 눈치챈 이상, 이 자리에서 레이라는 붉은 소년과 함께 모두 제거하는 편이 현명했다.
그러나 사내가 고려하지 못한 게 있었다.
[ 망토의 규칙이 발동합니다. ] [ 자연의 마나를 통해서만 마법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무슨-.”
그가 알지 못했던 규칙이 그에게 적용되었다.
생명력으로 마법을 사용하던 그였다.
규칙이 발동되는 순간, 모든 힘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달려드는 속도가 순식간에 줄었다.
쥐고 있던 검의 무게가 몇 배는 무겁게 느껴졌다.
손끝에서 느껴져야 할 영법의 위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자 사내는 당황했다.
그를 지켜보던 주변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놈은? 처음 보는 놈이잖아?”
“아냐, 저 사람은 기사단에서 퇴출당한 선배님인데……?”
“예?”
영법이 풀린 건가?
주변의 수군거림과 함께 집중이 풀렸다.
그리고 그 틈을 레이먼이 놓칠 리가 없었다.
검 자루를 쥐고 있던 손등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강한 파공음과 레이먼이 쥐고 있던 검이 그대로 사내의 허리를 파고들었다.
영법사는 이럴 때를 대비해 몸에 방어 마법을 두르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규칙의 발동 아래,
영법을 통해 시전된 그 어떤 방어 마법도 사내를 지켜주지 못했다.
차라리 영법이 아니라 자신의 검술을 믿고 검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몸을 뒤로 뺐다면 승리의 행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영법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의 상대가 레이먼이 아니었다면.
콰드득-.
검이 뼈를 부수는 소리가 다른 이들의 귓전을 때렸다.
베일도 마찬가지였다.
베일은 저 영법을 쓰는 기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베일처럼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였으나 국경의 전투에서 마검사에게 패한 뒤, 기사단의 훈련 방식을 끝없이 의심하다 퇴출당한 베일의 동기였다.
전보다 얼굴이 투박해졌으나 그때의 흔적이 분명 남아 있었다. 그런 이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베일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대체… 왜.”
사내의 몸이 두 개로 나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든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여태껏 그들을 모아 영법을 가르치던 이가 자신들의 동료가 아니라 이미 퇴출당했던 단원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사내가 졌다는 것. 두 가지 사실이 그들을 압박했다.
“단장! 저희는 속은 겁니다.”
“정말입니다! 저 사기꾼 같은 놈이…!”
그 정도로 얄팍한 신뢰였다는 것이다.
영법만 있다면 마검사를 이길 수 있다- 라는 공식.
하지만 그런 영법이 무용지물이 되다니.
그리고 검술을 배웠기 때문에,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자신의 검을 믿고 막고 공격했다면 승부의 행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영법을 한 번 배운 이상, 생명력은 끝없이 영법에 갈취당할 것이다.
한 번 영법을 배운 이들은 끝없이 타락한다. 생명을 대가로 얻은 힘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레이먼은 이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죽은 사내의 몸뚱어리를 레이먼이 발로 툭툭 찼다. 사내는 죽은 게 맞았다.
베일의 치료를 끝내고 돌아온 아모르는 레이먼의 어깨에 매달린 채 말했다.
[ 죽은 게 맞구나. 거참 죽일 거면 좀 깔끔하게 죽일 것이지. 네 얼굴에도 피가 튀기고 아주 난리구나. ]‘치료는 다 끝내고 떠드시는 거 맞습니까?’
[ 외상은 다 치료했다. 속은 좀 아플 수 있어도 그거까진 이그니스가 없는 이상 치료해줄 순 없어. ]‘죽지 않을 정도만 치료했으면 됐습니다.’
레이먼은 사내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구석 나무뿌리에 던졌다.
다른 단원들은 베일과 레이먼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베일에게 달려갔다.
“단장님, 저희는 저 남자에게 속은 겁니다!”
“영법만 익히면 바텔바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서-!”
“그래서……너희들 전부.”
베일이 말했다.
“영법을 배운 거냐?”
마법을 배울 순 있었다.
꽃피지 않은 재능이 뒤늦게 발견되었다는 건 좋은 거니까.
하지만 영법은 달랐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주변의 생명력까지 앗을 수 있는 게 바로 영법이다.
단장으로서 자신이 그들의 처분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는 베일도 잘 알고 있었다.
‘눈을 감아줄 수는 없겠지.’
그때였다.
베일에 몰려든 단원들 때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레이먼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텔바흐의 기사단에 규칙이 몇 가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거기 분명 사특한 술법을 배워선 안 된다는 규칙이 포함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 그건!”
“신입인 저도 아는 만큼 아마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법을 배우는 건 불법이 아니지 않나!”
“마법이 아니라 영법이잖아요. 저주 같은 사특한 주술을 배워 기사단의 기강을 흐트러뜨린 경우에는 퇴출, 혹은 그대로 처분입니다. 그리고 그 사특한 주술로 단장을 상처입힌 상황에서 단순 퇴출은 이미 물 건너갔을 테고 아마 그대로 처분일 텐데.”
단원들이 일제히 베일을 돌아보았다. 그때 생긴 틈으로 베일 역시 레이먼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베일은 저 ‘레이’라는 소년이 제가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단장이었다.
베일이 물었다.
“레이. 네 말은 영법을 익힌, 이 자리의 모두를 죽이는 게 옳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애초에 그러려고 온 거고.
베일을 살리는 건 겸사겸사하는 좋은 일이었다.
배드엔딩의 흐름에서 생긴 변수는 미래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꿀 가능성을 만들어줄 테니까.
단, 그 변수에 휘말린 인물이 자신에게 호의적일 때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베일이 자신에게 호의적일 수 있을까?
‘잘못하면 적만 늘리는 꼴이 되는데.’
레이먼은 베일을 부러 적으로 돌리고 싶진 않았다.
바텔바흐와 전쟁을 해야 할 상황에서 전략을 알 수 있는 스파이가 한 명 있는 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스파이를 믿을 수 없다면 상황은 더 최악이 될 수도 있었다.
베일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몸에 뚫려있던 구멍은 아모르의 치료 덕분에 새살이 돋아 메꿔져 있었다.
“너는 마법사인가?”
“…….”
“내 몸의 상처가 치료된 건 네 덕분이겠군. 고맙다.”
베일은 대지에 박아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단원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소리쳤다.
“1기사단장 베일은 바텔바흐에 충성을 다하기 위해 바텔바흐의 기사단이 되었다. 그리고 너희들은 내가 지켜야 할 영예로운 기사단원들이다.”
“단장님!”
단원들의 눈빛에 새 빛이 돌았다.
정신을 차린 단장이 자신들을 지켜주리라!
영법을 배우긴 했어도 단장이 자신들을 용서해주는 것을 보면, 자신들의 잘못이 그렇게 엄청난 건 아니었을-!
“단-!
서걱-.
툭-.
“……어라?”
“어, 어어어! 다, 단장님!”
베일의 앞에서 가장 먼저 용서를 구하던 루어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루어 옆에 서 있던 몇몇 단원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바지가 젖은 이들도 있었다.
“단장님, 지금 저희를 배신하는 겁니까!”
“우아아악-!”
“도망치지 마! 차라리 죽여!”
몇몇 단원들은 눈깔을 뒤집고 단장에 달려들었으나 이성을 잃은 단원이 단장의 실력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망토의 규칙은 여전히 적용된 채였다. 그들이 배운 영법은 모두 무력화된 채였다.
서걱. 촤악-. 핏빛으로 초원이 물드는 가운데 베일의 눈빛에 담긴 건 사사로운 정이 아닌 차가운 기사도 정신이었다.
붉게 물든 초원 위.
정신없는 단원들이 주춤하는 사이, 1기사단장은 이 자리에서 선언했다.
“사특한 주술로 바텔바흐를 위험에 빠뜨릴 뻔한 이들을 전부!”
“…….”
“이 자리에서 즉결 처단한다! 레이! 넌 나를 도와라!”
베일의 단호한 결단에 아모르도 혀를 내둘렀다.
[ 호오, 저런 놈은 인간 중에서도 보기 드문데. ]‘저야 이득이죠.’
단장의 호통에 레이먼이 씨익 웃곤 답했다.
“네,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