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2화(22/275)
“응, 당연히 괜찮지.”
유타는 생각보다 괜찮은 듯 아무렇지 않게 커피맛 우유를 들이켰다. 목이 타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레이먼은 지금 마주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잠시 머리를 굴려야 했다.
“괜찮아. 일상이야.”
“저번처럼 그냥 싸우지?”
오닉스가 말했다.
“첫날에는 깽판 잘 쳤잖아.”
“그땐 날 욕한 게 아니니까.”
유타는 자신의 욕을 듣는 데에는 꽤 익숙한 듯 웃었다.
‘전보다 심하군.’
원래도 신입생 중 몇몇은 5왕자를 대놓고 기피하거나 뒤에서 숙덕대긴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얘, 얘들아 사람들이 다 듣는데-.”
그나마 한 놈은 양심이라도 있는지 주변 눈치를 살피며 걱정했다.
“야, 우리끼리 얘기하는 걸 누가 들어?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중간고사 공부 언제부터 시작할 거?”
“몰라. 한 일주일? 뭐라도 해야지. 외울 거 많잖아~.”
“공부하는 척 오지네, 진짜.”
그 패거리는 얼마 있지 않아 휴게실을 떠났고 분위기는 다시 환기되어 클럽에 대한 화제로 돌아왔다.
‘분위기 한번 살벌했네.’
물론, 포레스튼 내 유타의 입지가 원래도 좋은 건 아니었다. 4왕자 서머셋이 버젓이 4학년에 버티고 있었고 5왕자 유타에겐 어떤 특별한 점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버려진 왕자라는 타이틀까지 있는 왕족에게 줄을 대려는 귀족은 대부분 어딘가 하자가 있는 놈들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은 예상할 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일국의 왕자가 납치를, 그것도 아카데미 한복판에서 당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왕자는 무사히 돌아왔고 만약 그가 왕실에서 아끼는 후계자였다면 그 흑막을 알아내기 위해 왕실에선 뭐라도 했을 거다.
어딘가에 있을 증거로 흑막을 찾아낼 수도 있었고, 왕자를 위해서라도 가짜 증거를 만들어 가짜 흑막을 광장의 단두대에 데려가 참수형에 처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놀라울 정도의 무관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납치범들은 안락한 감옥에 갇히고 끝. 그 과정에선 어떤 추궁도, 고문도 없었다.
물론, 그들의 흑막이 왕실 측에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긴 했다. 그 범인이 4왕자인 서머셋이 유력하다는 설도 함께.
그러나 그뿐이었다. 유타를 납치한 이들의 흑막을 캐내려는 이는 없었고, 서머셋을 추궁하려는 세력은 더더욱 없었다.
즉, 왕실은 5왕자를 납치한 범인 찾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극히 당연한,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5왕자는 왕실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5왕자의 납치는 어쩌면 왕실이 주도한 걸지도 모른다. 즉, 5왕자는 명실상부, 왕실에서 버려진 존재다. 왕실의 입장에서는 5왕자의 존재가 오히려 눈엣가시일 수도 있다.
그게 남들이 보는 유타의 위치다. 줄 댈 필요도 없는 썩은 동아줄. 마치 전생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뭐, 그 위치가 맞긴 하지.’
이는 레이먼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유일한 왕 후보 유타가 왕이 될 확률이 있긴 한가?
오히려 지금이라도 당장 우리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고 새로운 왕 후보를 추대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학생회에 남아 서머셋에게도 줄을 대야 하는가?
‘좋아.’
“레이먼, 어디가?”
“쉬러.”
미래를 결정한 레이먼은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방으로 향했다. 니콜이 없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상태창을 켰다.
[ 레이먼 반 스플린 (킹메이커)체력 : 1000
마력 : 1500
특성 : 양심이 쓰레기, 이렇게 눈치가 좋은 놈은 싫은데 ] [ 왕 후보 선별 완료 ] [ 왕 후보 : 1. 유타 스테디움 스턴 ] [ 킹메이커 전용 특성
– 선별
– 예견
– 세치 혀
– 대리 희생 ]
‘정리해보자.’
레이먼이 추측하는 유타의 비밀은 ‘유타가 여자라는 것.’
하지만 이 비밀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로 먼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유타가 먼저 오픈하면 모를까. 비밀까지 포함해서 유타는 왕으로 만들기 좋은 후보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아카데미를 졸업한 3왕자나 입지가 좋은 4왕자가 유타보다는 훨씬 유력한 왕 후보였다. 그러나 3왕자와는 왕실 마법사가 되기 전, 직접 만날 수 있을지 불분명했다. 4왕자와의 관계는 아직 보류.
결국 포레스튼이라는 작은 무대에서 레이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유타의 영향력을 넓히는 정도였다. 아무것도 아닌 귀족들한테 무시당하는 왕족이 아니라 서머셋 정도의 위치는 되어야만 했다.
‘여기서 서머셋과 더 이상 친해지지 않는 편이 좋을까? 아냐, 그건 아니지.’
서머셋은 좋은 패다. 3왕자 다음으로 세력이 세니까. 게다가 왕 후보는 한 명이 아닐 터였다. 두 번째 왕 후보로 서머셋이 등록될지도 모를 일.
‘그렇다면 학생회에 남아야지.’
레이먼은 과거 레이먼이 남겨둔 일기장의 뒷장에 글을 이어 썼다.
‘학생회에 남아서 뭐라도 하기.’
‘근데 학생회에 남아서 뭘 하지? 서머셋과 사이좋게 소꿉놀이라도 할 거야? 아니잖아. 정보라도 캐내야겠어.’
‘클럽은 하나면 되려나? 레이먼만 왕 후보가 될 경우를 고려해서 뭐라도 더 해야 할 거 아니야.’
끄적끄적. 심드렁한 얼굴로 레이먼은 일기장 위에 글을 휘갈겼다.
톡톡.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레이먼의 마음에 가장 걸리는 건, 조금 전 휴게실에 스쳐 지나간 유타의 그 표정이었다.
– 응, 당연히 괜찮지.
매일매일 쓰레기 취급을 당해본 레이먼은, 전직 뒷골목 정보상 유태하는 알고 있었다. 진짜 쓰레기가 되지 않는 이상 그런 취급엔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태하는 인간쓰레기가 되었고 누구든 배신했고 누구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유타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했다.
‘어리잖아.’
그런 감정을 느끼고 그렇게 변하기엔 너무 어리다.
마지막 일기가 적힌 바로 뒷장. 그곳에 레이먼이 또 다른 문장을 끄적이며 볼펜을 내려놓았다.
‘유타가 왕이 되든, 되지 않든… 평판을 고쳐둘 것.’
그때, 누군가 방문을 크게 노크했다. 누가 들어도 니콜의 주먹질이었다.
“들어와.”
“도련님-!!”
“…시끄러워. 뭔데?”
“작은 도련님! 작은 도련님이 편지를 보내셨어요.”
“아드리안이?”
니콜의 손에는 푸른 안료로 염색된 편지 봉투가 하나가 들려있었다. 봉투의 겉면에는 ‘아드리안 반 스플린’이라는 이름이 수려한 글씨체로 쓰여있었다.
‘나보다 글씨가 예쁜데? 이래도 되나?’
편지는 총 세 장이었다. 첫 장은 형님의 안부를 묻는 가벼운 인사였다.
[ 레이먼 형님께형님이 포레스튼에 입학하신 지 벌써 두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니콜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만,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형님께서 건강하시길 바랐던 제 작은 소망이 전해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 (중략) ]
‘이게 14살이 쓸 수 있는 건가?’
“사실 아드리안이 나보다 형인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죠!”
레이먼은 니콜의 반응을 적절히 무시하며 편지의 다음 장을 읽었다. 그다음 장에는 아드리안이 내년에는 포레스튼 조기 입학을 위한 시험을 치를 것이며 그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 저택의 서적은 모두 읽었습니다. 형님을 조금이라도 따라잡기 위해 하루하루 정진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형님께서는 그곳에서도 많은 지식을 흡수하며 날마다 더 나은 마법사가 되어가고 계시겠지요. 늘 뒤만 따르던 동생은 이번에도 형님의 뒤를 따라 아카데미로 조속한 시일 내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이런 애가 가문을 이끌어야지.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스플린 가의 당주가 될 사람은 아드리안 말고는 없었다.
아드리안. 내 최고의 동생. 얼른 당주가 되어서 이 형님에게 놀고먹을 만큼의 재산만 물려다오.
[ 끝으로, 형님은 포레스튼의 어떤 클럽에 가입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형님과 꼭 같은 클럽에 들어가고 싶어서요.추신) 신기하게도 포레스튼에는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교내 신문이 없더군요. 그 때문에 포레스튼에 있는 클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에 관해 답장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늘 형님의 뒤를 따르는 동생
아드리안으로부터. ]
편지를 전부 읽어내린 레이먼이 천천히 고갤 돌렸다. 니콜이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이중 턱으로 침대에 누워 편지를 읽고 있던 레이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른! 얼른 편지의 답장을 쓰세요!
라는…부담스러운 눈빛.
레이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콜, 편지지 아무거나 하나 가져와 봐.”
레이먼은 아드리안에게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장을 썼다. 일단 아드리안의 안부를 묻는 것부터 시작했다. 키는 얼마나 컸냐느니, 마법 실력은 어떠냐느니.
그리고 마지막. 클럽에 관해서 써야 할 차례가 왔다. 그리고 레이먼은 문득 한 가지의 의문을 품게 되었다.
‘우리 아카데미에 교내 신문 클럽이 없었나?’
입학 홍보지에 분명 클럽 관련 글이 적혀 있었다. 물론 내부 관계자들만 볼 수 있는 자료였지만. 하지만 그건 홍보지였지, 신문은 아니었다. 교내의 주간 정보를 알려준다거나 학생들 사이의 스캔들, 수업 정보나 교수 평가 등이 담긴 정기 발행 신문 따윈 없었다.
‘명색이 아카데미에 신문 동아리 같은 게 없다고?’
전생의 레이먼이 봤던 모든 판타지 영화나 드라마, 혹은 하이틴 관련 매체에서 그런 가십 기사가 등장하지 않는 내용은 없었다.
‘…왜 없지?’
없는 이유가 있을 텐데. 누군가 없앤 건가? 레이먼은 도서관에서 읽었던 포레스튼의 역사 관련 내용을 복기했다.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포레스튼의 역사가 펼쳐졌다. 정보의 바다를 검색하는 컴퓨터처럼 레이먼의 푸른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다녔다.
아니고, 이것도 아니야. 포레스튼 클럽. 폐지. 신문.
‘아, 이제야 알았다.’
레이먼이 떠오른 정보에 고개를 끄덕였다.
포레스튼에는… 애초부터 그가 찾는 교내 신문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말이다.
‘근데 이거…… 좋은데?’
이유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기회였다. 포레스튼에서 유타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 아카데미는 작은 사회고, 학생들은 그 안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강자를 찾기 마련이다. 그건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유타는 이 작은 사회에서 그들에게 빛이, 하나의 왕이 되어줘야 했다.
왕 후보가 유타 밖에 없는 나에게 그게 딱 하나 남은 동아줄이나 마찬가지였다.
황금빛 편지 봉투를 레이먼이 니콜에게 건네며 말했다.
“니콜, 이거 아드리안한테 부쳐줘.”
“네, 그럴게요. 어디 가시게요?”
“유타한테 갈 거야.”
***
“클럽을 만들자.”
“그으거 참 방과 후에 하기 딱 좋은 얘기네. 일단 와서 앉아.”
갑자기 들이닥친 레이먼을 보며 유타가 다정히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레이먼은 푹신한 의자에 앉자마자 그의 엉덩이를 빨아들이는 쿠션만큼 빠른 속도로 유타의 방 분위기를 흡수하듯 입을 열었다.
“어차피 클럽 1개는 들어야 한다며. 2개 들면 더 좋은 거 아니야?”
“다다익선이지만 무슨 클럽인지부터 들어보자, 친구야.”
“신문 클럽. 학생들의 가십거리를 기사로 만들 거야. 교내의 정보란 정보는 다 끌어모아서 신문을 발행하는 거지. 처음에는 수업에 관한 정보도 괜찮아. 무난하니까. 그리고 천천히 범위를 늘려나가는 거야. 학생들 사이의 권력 다툼, 왕실 마법사 채용 정보라던가.”
“…그건, 꽤.”
“좋지?”
“좋네.”
아니,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유타가 진심이라는 듯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레이먼의 제안은 유타에게 있어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어딜 가나 정보를 많이 쥔 쪽이 유리한 건 당연한 거니까. 귀족들이 많이 모인 포레스튼에선 분명 양질의 정보가 모일 터였다.
레이먼이 의기양양한 태도로 팔짱을 낀 채 이어 말했다. 확신에 들어찬 목소리였다.
“이걸로 포레스튼에서 네 입지는 더욱 커질 거야.”
“……”
“그럼 그 피데스 놈들도 널 무시하지 못할 테고 말이야.”
“그렇기야 하겠지.”
“그리고 넌 왕에 더 가까워질 거고.”
“……”
“좋지? 너 왕 되고 싶다며. 아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레이먼이 짧게 물었다.
“뭐야. 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