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26)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26화(226/275)
레이먼이 기사단에 입단하기 위해 성으로 들어간 뒤, 케이는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의 보증인이 자신이었으니 레이먼이 사고를 친다면 분명 자신에게도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소문의 레이먼이 이상한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휩쓸리지 말걸!’
가족에게 말을 할 수도 없고, 다른 이에게 실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케이의 속은 점점 곪아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흘러도 별 소식이 없자 케이는 솔직히 조금 안심했다.
일주일이나 흘렀을 때는 좋아하는 당근 파이 정도는 마음껏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소화 기능이 회복되었다.
2주 정도가 흘렀다.
이제 완전히 마음이 놓인 케이가 아침에 먹을 파이의 상태를 구경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탁- 탁- 탁-
작은 새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종이로 만들어진 새의 부리가 콕콕 창문을 쪼고 있었다.
‘저건….’
수신인에게만 보이는 마법이 걸린 새 모양의 편지였다. 목에는 붉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창문을 열자 안으로 들어온 새는 케이의 손등 위로 날아와 가볍게 앉았다. 자세히 보니 스턴의 마탑의 상징인 세 개의 첨탑이 그려진 인장이 보였다.
새의 머리를 세 번 쿡쿡 지르자, 새가 다시 허공에 날아올라 편지 모양으로 돌아갔다. 새는 곧 편지로 모습을 바꿨고 꼭꼭 감춰져 있던 편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 마탑에서 선물로 주었던 망토를 사용한 것을 확인했는데, 어떤 연유로 그런 규칙을 사용한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마탑주가 보낸 편지였다.
케이는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탑주에게서 편지가 왔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레이먼이 정말로 망토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이었다. 레이먼은 기사단에서 얌전히 검술이나 배우는 중이 아니었던 거다! 제기랄. 신분 위조나 하는 새끼를 믿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답장을 해야 하나….”
마탑주의 편지는 지나치게 간단해서 어떤 규칙을 사용했는지는 힌트조차 적혀 있지 않았다.
사실 당연했다. 그 규칙을 쓴 게 원래라면 케이 자신이어야 했으므로 마탑주는 간단히 그 이유만 물으면 될 것이다.
케이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마탑의 선물을 사용할 권리는 선물을 받은 마법사에게 귀속된다. 보통 그 마법사가 선물을 언제 활용하든 어떻게 활용하든 마탑에서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문헌을 살펴도 마탑이 선물에 대해 참견을 한 기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주 가끔 마탑이 관여를 할 때도 있었다.
방해를 한 것은 아니고 마탑도 왜 그런 식으로 아티팩트를 사용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경우였다.
그리고 아마 이번에도 그런 경우 같은데….
문제는 케이 자신도 레이먼이 망토를 대체 어떻게 사용했기에 마탑주에게서 이렇게 연락이 왔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절로 머리를 감싸 쥐게 되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케이는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서랍에 숨겨 두었던 스크롤을 꺼내 간단한 긴급 마법진을 그린 뒤 부욱 찢었다.
긴급 마법진을 그린 연락 스크롤은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아도 곧장 연락을 취할 수 있게 하는 마법이었다.
추가로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기존의 연락 스크롤에 시야까지 확보되는 마법진도 걸어 두었다.
“이봐!! 레이먼!!”
[ 뭐야. ]그렇게 레이먼과 연락이 닿은 케이가 가장 처음 본 것은 바텔바흐 중앙 광장의 분수대였다.
분수대 근처 벤치인 듯했는데 기사단에 들어가 훈련을 하고 있을 레이먼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너 대체 내 망토로 무슨 짓을 한 거야!? 지금은 어디에 있는 거고?!!”
***
“시끄러운데, 이거 끄면 안 되나?”
[ 하아…. ]“정말 별일 없었고 그냥 기사단을 나온 거야.”
별일이 없었는데 기사단을 나오나?
레이먼의 태도에 한숨을 쉰 케이가 조금 침착해진 톤으로 말했다.
[ 그럼 망토는? 망토는 왜 사용했는데? ]중요한 건 망토였다.
[ 마탑에서 편지가 왔어. 왜 그런 규칙을 썼냐고 물어보던데, 네가 얼마나 이상한 규칙을 썼으면 그런 편지가 오겠어. ]레이먼이 말했다.
“아. 마탑주한테 바로 연락이 간다고 했지?”
[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 척하지 마. 하아, 일단 너 기사단을 나왔다고 했지? 내가 너희 집으로 갈 테니까 그쪽에서 잠자코 기다리고 있어. ]“좀 더 둘러보고 들어가면 안 돼?”
[ 잠자코 기다려. ]스크롤이 화르륵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케이의 분노가 타오르는 푸른 불꽃으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타올라 사라진 스크롤의 재를 신발로 한 번 짓밟은 레이먼이 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집으로 돌아갈까, 그럼?”
“기왕 쉬었다 가는 김에 짐가방 하나라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니콜의 말에 레이먼이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끝까지 충성을 다해라, 니콜.”
레이먼은 정말 짐가방을 들어주지 않았고, 니콜은 양어깨에 또 한가득 짐가방을 올린 채 “도련님~!” 소릴 지르며 그를 뒤따랐다.
이제 니콜이 주인이 된 2층짜리 작은 주택의 우편함에는 그동안 밀린 우편물들이 기괴할 정도로 가득 꽂혀 있었다. 아무래도 새로 이사 오면서 작성해야 할 서류들이 밀려 있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제 집이 아니므로 레이먼은 그 우편물 중 대부분을 니콜에게 넘겼다. 별생각 없이 우편물을 건네받은 니콜은 내용을 차분히 확인한 뒤 내야 할 세금에 경악했다.
이럴 수가! 이 작은 집 하나에 이 정도 세금이 나온단 말인가!
‘도, 도련님한테 내달라고 부탁하면 안 되려나?’
니콜이 머리를 굴리며 우편물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데, 그 사이에 수취인이 다른 편지 봉투가 하나 보였다.
깜짝 놀란 니콜이 소파에 드러누워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던 레이먼에게 달려갔다.
“도련님! 편지예요! 편지!”
“그래, 편지겠지. 우편함에 꽂혀 있었으니까. 왜, 너 보고 집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나?”
“아뇨! 그런 편지가 아니라요, 작은 도련님이 도련님께 보내온 편지라고요!”
“아드리안한테서?”
아드리안한테 이 집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이 집의 주소를 알고 있는 놈은 유타 정도고. 유타가 알고 있으면 오닉스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겠지. 그렇게 알게 된 건가?’
오닉스와 아드리안이 그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되었다는 건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레이먼은 니콜이 내민 편지를 받아 들었다.
아드리안과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드문 건 아니었다. 아드리안이 입학하기 전에는 자주 편지를 썼으니 말이다. 아드리안이 보낸 편지의 대부분은 최근 공부한 내용이나 읽은 책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은 마탑에서 일하고 있으니 마탑에서 연구한 일지를 내게 보여주려고 하는 건가?
별 기대 없이 아드리안의 편지를 읽어내리던 레이먼의 어깨가 파들파들 떨렸다.
“도련님? 왜, 왜 그러세요? 편지 내용에 무슨 문제라도-.”
“하하… 하하하하!”
“도련님……?”
“니콜, 이거 정말 아드리안한테서-. 아니, 이 글씨체면 아드리안이 맞겠지.”
실컷 웃느라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레이먼은 편지를 다시 읽어 내렸다.
[ 레이먼 형님께형님, 바텔바흐에선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마탑에서 형님이 시키신 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지옥을 지키는 수문장이 있고 수문장이 동료로 누굴 데려오고 싶은지 묻는다면 전 형님을 말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오닉스 선배님께서는 악마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과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하셨는지 저로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요.
마탑에서 제가 이룬 것이라고는 거지발싸개 같은 오닉스 선배님의 성격을 조금 닮아간 정도입니다.
거지발싸개라니. 정정하겠습니다.
오닉스 선배님의 성격은 매우 훌륭하세요. 마탑에서 겪은 오닉스 선배님은 생각보다 더 똑똑한 부분이 있으시더라고요.
어쨌든 바텔바흐에서 돌아오실 때는 제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하나 갖고 오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를 내버려 두고 방학 내내 바텔바흐에서 비밀스러운 관광을 즐긴 형님을 도저히 용서하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아드리안 반 스플린 올림 ]
평소 하고픈 말을 잘 못 하는 아드리안이었으니 오닉스에게 그런 성격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잘 배워올 줄은 몰랐어.”
“왜요, 어떻게 쓰셨는데요? 저도 좀-.”
“안 돼. 네가 보라고 쓴 편지는 아니잖아.”
“에이, 도련님!”
레이먼은 아드리안의 편지를 다시 읽어내렸다.
[오닉스 선배님의 성격은 매우 훌륭하세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자기가 쓴 게 아니라 오닉스가 추가한 것 같은데.
오닉스가 옆에서 코치라도 해줬나?
‘이런 편지를 받아 놓고 답장을 안 할 수는 없지.’
레이먼은 테이블 위 깃펜과 종이를 집어 들었다. 바텔바흐에 온 후로 아드리안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없으니 서운해하는 아드리안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레이먼이 편지를 쓸 틈도 없이 커다란 노크 소리가 집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문을 열자마자 잔뜩 성이 난 케이가 등장했다.
레이먼이 말했다.
“화가 너무 많은 사람은 건강이 좋지 않다던데.”
케이도 지지 않고 답했다.
“나는 원래 화가 없는 사람이었어.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망토는 가방 안에 있어.”
“어떻게 사용했는지부터 듣고 싶은데.”
케이는 자연스레 레이먼이 앉은 소파의 맞은편에 앉았다.
니콜은 거칠게 열린 문의 상태를 한 번 살핀 후에야 차와 함께 가방 안에서 망토를 찾아 꺼내왔다.
“……지금까지 한 말, 전부 진짜는 아니지? 거짓말이지?”
그리고 니콜이 망토를 찾기 위해 짐가방을 전부 뒤지고 그들에게 돌아왔을 때쯤에는 원래도 창백했던 케이의 낯빛이 이제는 푸르딩딩하게 변해 있었다.
니콜은 아주 오래전 강에 빠져 의식을 잃었던 사람과 얼굴빛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망토를 그의 무릎 위에 슬쩍 올려놓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러니까 네 말은 1기사단의 절반이 죽었는데 그 이유가 전부 영법 때문이라는 거잖아.”
“어.”
“1단장이 그 기사단원들을 모두 죽였다고? 그래서?”
“그리고 그 사람을 돕기 위해 네 망토를 쓸 수밖에 없었단 거지.”
“미쳤군.”
케이가 이마를 짚었다.
그는 말단 귀족인데다 망해가는 집안 살림 때문에 바텔바흐의 정사에 크게 관여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스턴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니 더욱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지금 데려온 이가 1기사단의 절반을 날려버리는 데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이 정도 일이면 나중에 따로 불러내는 거 아닌가?’
“레이먼, 솔직히 말해.”
케이가 말했다.
“너는 바텔바흐의 검술이 배우고 싶다고 했어. 하지만 내가 선생님을 구해줄 수 있다고 했을 때도 거절하고 기사단에 들어갔잖아.”
만약 정말 검술이 ‘배우고’ 싶은 거라면 선생을 구해 이론과 실전을 모두 배우는 편이 훨씬 빠른 성취를 거둘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레이먼은 이를 거절하고 기사단에 들어갔다.
이 사건이 터지기도 전에 말이다.
“알고 있었어? 이런 일이 터질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