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28)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28화(228/275)
“합!”
“합!”
“합!”
“…….”
“하압!!”
“쟤는 왜 지치질 않을까?”
“크리스의 매력은 멍청한 머리와 지치지 않는 체력에 있잖아.”
스턴의 마법 기사단.
포레스튼에서 마법과 검술을 모두 사용하는 이들이 오는 마법 기사단은 대외적으로 가장 적게 알려진 이들이기도 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그들의 수가 많지 않았다.
포레스튼 졸업생 중 대다수는 검을 쓰지 않는 마법사가 되었다. 마법 기사단의 마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마법뿐만 아니라 검술 역시 기사단 수준으로 연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습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포레스튼 학생들의 체력이 좋진 않았다.
물론, 마법사들의 체력이 모두 엉망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 안에 틀어박혀 마법진을 연구하는 마법사 중 대다수는….
– 너무 누워만 있어도 허리가 아프더라.
– 뭐야.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
– 너도 알고 있었어?
– 당연하지. 나도 매일 누워 있거나 앉아 있으니까.
– 나도야.
체력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마검술을 배우게 되면 검과 같은 무기에 마력을 응집하는 법을 주로 배우게 되므로 대규모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대규모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고위 서클 소유자는 마검술을 배우는 것보다 마법을 배우는 게 이득이었다.
그게 바로 그들이 알려지지 않은 두 번째 이유이기도 했다.
매년 화제가 되는 세기의 천재들은 보통 왕실 마법사가 되거나 마탑에 들어갔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마법 기사단에 돌아가는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자리가 영예롭지 못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마법 기사단은 매년 철저히 실력자만을 영입했고 눈에 차지 않으면 아예 신입 기사를 뽑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실력주의적인 경향은 한 사내가 들어오고 나서 더욱 짙어졌는데,
그 사내가 바로 크리스 세바스찬 파리앙이었다.
“크리스! 이제 연습 좀 그만해!”
나가떨어진 후배들을 보다 못한 남자가 크리스를 향해 소리쳤다.
상의를 헐벗은 채 땀을 뚝뚝 흘리던 크리스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저를 부른 쪽을 쳐다보았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는데도 목소리는 침착하고 힘이 있었다.
“아직 휘두르기 100번이 남았는데?”
그의 말에 사내는 이미 죽을 것처럼 헉헉대는 후배들을 대충 가리켰다.
“너 때문에 후배들이 쉬지도 못하잖아.”
“그럼 쉬지 않으면 되는 일 아닌가?”
“크리스. 넌 정말 최악의 선배다.”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절망 섞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들을 향해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얘들아.
‘선배님….’
‘포기해….’
“그럼 연습을 다시 시작해 볼까?”
“너 그렇게 연습하면 디찬이 왔을 때 땀 냄새 심하게 날걸?”
잘린 통나무 위에 앉아 검을 닦던 사내가 ‘디찬’을 입에 담았다. 모두가 비장의 한 수로 삼고 있던 그녀의 이름에 같이 있던 기사들의 눈빛이 전부 한 곳을 응시했다.
그 시선들의 끝에 있는 크리스는 또 한 번 동작을 멈춘 채, 통나무 위 친구에게 물었다.
“그런가?”
“그래. 언제 오기로 했었지, 디찬이?”
“오후 1시.”
“지금은 몇 신데.”
“오전 11시 30분….”
“지금부터 씻고 멀끔하게 준비하고, 너 또 디찬한테 꽃 준다고 정원을 누빌 거 아니야.”
“그렇지!”
“전에도 그러다 지각했고. 그때 울면서 나한테 와서 네가 뭐라고 했지?”
차분한 친구의 목소리에 크리스가 홀린 듯 말했다.
“디찬한테 혼났다고. 그때 디찬이 내게 지각을 한다는 건 약속한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거라고 했, 지.”
그제야 크리스가 뭔가 깨달은 듯 검을 바닥으로 툭 떨어뜨렸다.
“오늘치 훈련은 다 끝났으니까 이제 디찬을 존중해 보는 건 어때?”
“소프,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좋아! 오늘 오전 훈련은 여기까지 하고 난 이제 약속을 준비하러 가보겠어! 오늘은 어떤 꽃이 그녀에게 어울릴지도 생각해 봐야 하고 말이야!”
“그래.”
크하하-! 라며 함박웃음을 터뜨린 크리스가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후배들은 억지로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편히 드러누울 수 있었다.
크리스는 그 길로 곧장 샤워장을 향했다. 샤워를 하는 내내 콧노래가 나왔다.
기사단에 입단한 지 3년.
그는 염원하던 대로 약혼자인 디찬과 같은 왕성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만 원한다면 약혼자에서 바로 남편이 될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완강히 거절한 탓에 아직 약혼자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사랑하는 파트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법. 크리스는 언제까지나 그녀를 기다릴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디찬과 둘만 하는 데이트도 거의 2주 만이었다. 그녀가 너무 바쁜 탓이었다.
훈련 시간이 정해져 있는 기사단과 달리, 마법 연구는 끝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디찬은 핵심 인재였기에 중간에 업무에서 빠질 수가 없었다.
샤워와 꽃단장을 마친 크리스는 디찬에게 어울리는 꽃을 구하기 위해 정원으로 향했다.
원래는 정원의 꽃을 함부로 꺾어서는 안 됐다. 하지만 크리스는 정원사와 친했기 때문에 종종 그에게 따로 부탁해 디찬을 위한 꽃다발을 만들곤 했다.
오늘도 미리 정원사에게 부탁을 해둔 상태였다.
정원을 거닐며 디찬에게 줄 꽃을 고르고 있던 크리스 옆에 누군가 스윽 다가왔다.
“어떤 꽃이 마음에 들어?”
“오늘은 디찬의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 그녀가 좋아하는 색으로 꽃다발을 만들려고 합니다. 페인 님은 어쩐 일이십니까?”
크리스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정체를 단번에 맞힌 탓에 놀란 페인이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만 들어도 아는 거야?”
“발걸음 소리가 정원사의 것이 아니었고 페인 전하의 목소리는 몇 번 들어 알고 있으니까요.”
“서머셋이랑 같이 봤을 때? 겨우 두 번이잖아.”
“파리앙 가의 식솔은 중요한 분들을 두 번이면 외웁니다.”
“재학 당시 성적이 안 좋았다고 들었는데 진짜 머리가 나쁜 건 아닌가 봐.”
서머셋이 왜 곁에 두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하하하! 서머셋은 그런 걸 보고 사람을 사귀는 친구는 아니니까요.”
“서머셋이랑 많이 친한 것 같던데. 요즘에도 자주 만나나?”
“포레스튼 때보다는 아니지만 종종 만나고는 합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정원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페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이곳을 자주 산책해. 네가 갑자기 나타난 거지. 여기가 몰래 잠자기에 좋거든.”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얼른 꽃다발을 만들고 자리를 비켜야겠네요. 저는 디찬 일이 아니면 정원을 자주 오진 않으니까요.”
크리스가 얼른 고갤 돌려 꽃을 살폈다.
그가 정원사를 불러 꽃다발을 완성할 때까지 페인은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
페인의 존재가 걸리적거렸지만 크리스는 굳이 그에게 말을 걸진 않았다.
크리스는 디찬에게 줄 꽃을 마저 고른 후 정원사 소년이 머무는 나무 별장으로 향했다.
페인도 산책이 하기 싫어진 건지 크리스에게 할 말이 있는 건지 그를 계속 따라갔다.
“고맙다!”
“별말씀을요.”
정원사 소년에게 돈을 건넨 크리스가 정원을 나서는 순간에도 페인은 말을 걸고 싶은 똥강아지처럼 크리스를 따라왔다.
페인이 정상이 아니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불안한 강아지처럼 쫓아오는 꼴을 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결국 크리스는 남은 시간 동안 페인을 정리하기로 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맞아. 근데 할 말이 있다기보다는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그게 뭡니까?”
“너는 영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그 질문을 듣자마자 크리스가 인상을 잔뜩 구겼다.
“영법은 죄악입니다.”
“어째서?”
“생명력으로 마법을 쓰는 건 이치에 어긋나기 때문이죠.”
“그럼 영법사를 만나면 어떻게 할 건데?”
크리스가 답했다.
“잡아 감옥에 가두거나 죽이겠죠.”
“그래?”
페인이 씨익 웃었다.
“그럼 만약 네 약혼자가 영법을 쓰게 되면 어쩔 거야?”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런 사람이 제 약혼자일 리 없습니다.”
“만~약~에~ 라고 몇 번을 말해?”
페인이 질린다는 얼굴로 허리를 쑥 굽혀 크리스를 응시했다.
페인의 붉은 눈동자는 크리스의 푸른 눈동자와 완전히 상극이었다.
“정말 만약에 말이야. 모두가 네 약혼자나 가장 친한 친구가 영법사니까 죽여야 한다고 하면 너는 어떻게 할 건데?”
“…….”
“대답하기 어렵나 봐.”
페인이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더니 구두코를 빙글 돌려 크리스를 등졌다.
“좋아. 다음에 만날 때까지 생각해 놔.”
그는 가볍게 한 손을 흔든 뒤, 자리를 떠났다.
결국 크리스만 꽃다발과 함께 혼란 속에 남겨졌다.
***
“디찬! 나의 신!”
“오늘은 지각이 아니네?”
두 사람의 데이트는 오랜만에 왕성 밖에서 이루어졌다.
왕성 정문 바로 앞에서 크리스를 기다리던 디찬이 벽에서 몸을 뗐다. 크리스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번쩍 들어 올리고 꽃다발을 건넸다. 그리고 평소대로 훈련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었고 예약했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디찬 역시 여느 때처럼 크리스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들어주다가 중간중간 적당한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크리스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수도 골목에 생긴 새로운 레스토랑으로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곳이었다.
하지만 기사단 사이에서는 데이트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인 데다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너 골목에서 가장 유명했던 레스토랑의 수 셰프가 새로 오픈한 곳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레스토랑 안에는 10개 남짓한 테이블이 있었는데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을 제외하고선 모두 비어 있었다.
“또 통째로 빌린 거야?”
“파리앙 가의 재력은 이런 곳에 쓰라고 있는 것이지. 소중한 네가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하잖아.”
“돈 낭비지만 마음은 고마워.”
“파리앙에는 낭비란 단어가 없으니 감사하단 말만 받을게.”
쓸데없는 우스갯소리로 코스 요리의 시작을 알렸다.
메인 디시는 디찬이 가장 좋아하는 연어 스테이크였다.
연어가 나오고 디찬이 포크와 나이프를 한 쪽씩 손에 들며 말했다.
“그런데 크리스, 무슨 일 있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도 봐.”
스윽-.
연어를 자르는 나이프는 여전히 부드럽고 막힘없었다. 그리고 디찬의 질문 역시 나이프처럼 거침없었다.
“네 표정이 어색해. 웃을 때 반대쪽 입꼬리가 더 올라가는 것도 그렇고. 누가 너한테 무례한 말이라도 했어? 그런 놈은 죽여버려야 하는데.”
“디찬…….”
“넌 다 티가 나. 그러니까 말을 해. 그래야 내가 널 돕든가 할 거 아니야.”
디찬의 듬직한 말에 크리스의 눈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오, 세상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격한 반응에 놀란 디찬의 미간 사이가 찌푸려졌다.
그녀는 티슈를 얼른 꺼내 그에게 건넸다. 크리스는 한 번 크게 크응- 코를 풀었다.
“대체 무슨 말을 들었길래 이래.”
“디찬, 내 사랑! 정말 미안해!”
“뭐? 나한테 왜-.”
“그 자리에서 네 편이라고 내가 얘기했어야 했는데!!”
얘는…….
진짜 뭐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