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3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30화(230/275)
“바텔바흐는 좀 어땠습니까?”
“나쁘진 않았습니다.”
“나쁘지 않은 것치고는… 많이 둥글게 변하셨네요.”
바텔바흐의 한 카페.
레이먼이 바텔바흐를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베일이 그를 만나기 위해 외출한 것이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게 있기도 했고. 훈련도 하지 않으니 바텔바흐를 즐기고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얼굴이 좋아질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까지 둥글게 변했을 줄이야.
기사단을 나간 지 이제 2주도 안 되지 않았나?
그동안 얼마나 먹어댄 것인지, 아니면 훈련이 그 정도로 혹독했던 것인지 놀라울 정도였다. 베일이 고개까지 슬쩍 숙이며 진지하게 레이먼의 턱선을 살폈다.
레이먼은 내가 그 정도야? – 라는 얼굴로 니콜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니콜이 슬쩍 눈을 피하곤 휘파람을 불어댔다. 니콜이 저렇게까지 할 정도면 정말 그 정도인 모양이었다.
“바텔바흐의 음식이 입에 맞았나 보네요.”
“여기 음식이 전체적으로 간이 세서 맛있더라고요.”
“네.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겠네요.”
다른 테이블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던 케이가 풉 웃었다. 신문 뒤에 얼굴을 숨기고 있어 베일에게 들키진 않았다.
“그런데 단장님.”
둥글게 변한 레이먼이 물었다.
“왜 자꾸 존대를 하세요?”
“스턴 왕국의 공작가라면 저보다 지위가 높습니다.”
“타국인데요?”
“외교 문제로 발전할 여지를 남겨두고 싶지 않아서요.”
베일이 찻잔 손잡이를 쥐며 말했다.
“그래서 정확히 언제 스턴으로 돌아가십니까? 그걸 물어보러 온 겁니다.”
“글쎄요. 일단은 내일 짐을 정리하고 이틀 뒤에 돌아갈 예정입니다. 저와 연락할 수 있는 스크롤은 넉넉히 드리지 않았나요?”
“아, 그건 잘 숨겨두었습니다.”
“마법의 흔적이 남지 않게 잘 처리해두었으니 들켜도 평범한 서류 뭉치로 보일 겁니다.”
1기사단장 베일은 생각보다 유능했다. 레이먼이 기사단을 나온 이후에도 그는 따로 스크롤을 통해 연락을 남겼다.
연락 스크롤은 실시간으로 연락하는 것 외에도 편지처럼 하고 싶은 말을 목소리로 담아 날려 보낼 수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 수신자가 연락을 받자마자 스크롤을 재사용할 수도 있었기에 나쁘지 않은 연락 방법이었다. 다만, 발음이 정말 정말 좋아야 하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아니었지만.
베일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음, 그럼 하나만 더 물어도 되겠습니까?”
“네.”
“현 바텔바흐의 공왕 전하께서는 성정이 온순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전쟁도 불사할 분이기에 기사단 역시 그에 맞춰 대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지금 공왕 전하가 즉위하시고 스턴과 사소한 분쟁이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텔바흐의 공왕은 페인이 공국에서 머무를 당시 바뀌었다.
즉위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 많던 즉위이기는 했다. 선대 공왕의 유일한 후계자가 지닌 성품이 그 아버지와 매우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현 바텔바흐 공왕은 욕심이 많은 사내였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사내였다. 그런 점이 페인과 좀 비슷하긴 하다 생각 중인 레이먼에게 베일이 물었다.
“이번 일 역시 제국이 벌인 일이라는 소리가 공왕 전하의 귀에 들어가면… 솔직히 그분께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국과 저희 공국이 싸워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겠지만 승자는 될 수 없을 겁니다.”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일이 이어 말했다.
“하지만 그때 저한테 말씀하셨죠. 이 일로 제국이 바텔바흐를 칠 일도, 바텔바흐가 제국을 칠 일도 없을 거라고. 그렇게 확신한 이유는 뭡니까?”
비록 그때, 이 남자의 기세에 밀려 그런 결정을 내렸으나 베일은 확실한 이유가 필요했다.
1기사단의 절반이 날아갔다. 이 사태는 아무 말로 덮을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베일이 공왕에게 보낸 공문에 자세한 배후는 적어 두지 않았다. 그러나 공왕과 알현할 날이 머지않았기에 베일은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가 이렇게 스턴의 공자와 대화하고 있는 것도 반역죄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베일은 자신이 어떻게 되든 바텔바흐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만약 이번 일로 제국이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 차라리 지금 여기서 이 도련님을 배신하는 게 옳았다.
얼굴빛이 좋아진 레이먼을 바라보며 그가 물었다.
“내일 공왕 전하를 만나 뵙습니다. 아직은 판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거 참. 이렇게 협박을 당할 줄이야. 니콜, 내가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
“도련님이 워낙 제대로 말을 안 해주시잖아요.”
“뭐야, 넌 내 편 들어야지.”
“말만 이렇지, 저는 언제나 도련님 편인 거 아시면서. 판이 뒤집혀도 도련님의 승리일 겁니다.”
니콜의 세 치 혀가 오늘도 달달했다.
베일은 조금 당황했다.
이제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다 쳐도 이렇게 친밀한 사이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분위기에서 저런 만담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좋습니다. 명확한 이유를 한 번 더 말씀드려야겠네요. 일단 현 공왕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공왕은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르게 된 겁니까?”
“선대께서 더 이상 국정을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 선대라는 분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휴양지로 유명한 섬나라에 가 계십니다. 그분의 안위는 기사단 중 몇몇이 꾸준히 보내주고 있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정말이었다.
선대 공왕이 국정을 본 건 총 20년. 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국정을 본 군주는 많지 않았다.
충분히 지칠 만했다. 그렇게 지친 군주가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 역시 이상하지 않은 흐름이었다.
“휴양지로 아예 떠나가실 정도면 정말 많이 지쳤나 봅니다. 그 정도로 힘드셨다면 분명 티가 나셨겠지요?”
“전혀요. 그래서 모두가 존경하는 겁니다. 그분은 퇴임하기 전 주까지도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는 언질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요? 언질은 줄 만하지 않나요? 그 정도로 업무에 철저하고 계획적인 분이신데요?”
베일이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그거야… 가신들에게 걱정거리를 먼저 안겨줄 필요는 없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분이 그럴 분이라고?”
“그건…….”
의문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전 주까지만 해도 충분히 국정을 소화하시던 분이 한순간에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니까.
“저도 소문을 들은 게 있거든요.”
회귀 전에도 스턴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은 게 있었다.
바텔바흐의 공왕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었는지, 그들의 성정이나 평판이 어땠는지 말이다.
평화롭던 바텔바흐에서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 건 새로운 공왕이 즉위한 이후였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바텔바흐에 와서 아모르에게 몇 가지 일을 부탁했다.
영법사들이 모일 밤이 올 때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고, 정령이라면 인간이 갈 수 없는 곳도 충분히 갈 수 있을 테니까.
[ 네가 말한 대로였다. 하지만 이걸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정령으로서의 감이 그렇게 얘기해주네. ]‘제가 아모르 님 말을 들을 것 같습니까?’
[ 이 망할 계약자가-. ]‘근데 이번만큼은 들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의견이 같거든요.’
“이번 일과 현 군주님께서는 아무래도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
“그렇다면 군주님께서는 자기가 이 일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할 테고 가신의 헛다리를 좋아하실 가능성이 크겠네요.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제국을 적대시할 멍청이는 아닐 겁니다.”
레이먼이 말했다.
“아직 때가 아니니까요.”
“그때는 어떻게 확신합니까?”
“공왕이 손을 잡은 이는 아마 제가 생각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렇다면 공왕은 그 사람의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그’의 우선순위는 제국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번 일로 일이 늦춰졌을 수도 있죠.”
베일이 물었다.
“어떤 일이 말입니까?”
“영법이 뭡니까?”
“생명력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술법이죠.”
“영법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습니까?”
“세뇌 마법으로는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저희 기사단처럼 정신력이 높은 경우에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기사단인 그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바텔바흐 사람치고 많이 알고 있는 편이긴 했다.
레이먼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게다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세뇌 마법은 효과가 크지 않아 세뇌보다는 저주를 익히는 편이 사람을 죽이는 데에 좋죠. 하지만 영법은 애초부터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만약 마법을 걸지 않더라도, 단순히 영법으로 상처를 입히는 것만으로도 세뇌가 가능해진다면 어떻습니까?”
“…그건.”
“1기사단이 국경에서 싸운 적이 있습니까?”
“보통 2기사단이지만 한 번 있습니다. 마검사가 많다는 소문을 듣고 경험이 많은…. 설마.”
“아마 그때겠죠. 몇몇 기사들은 세뇌당했을 테고, 그 틈을 타 쥐새끼 한 마리가 숨어든 겁니다.”
베일은 감탄했다. 바텔바흐에서 보낸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모든 정세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판을 보는 시야가 자신보다 몇 배는 되는 사내였다.
마치 이번 삶이 두 번째 삶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지럽네요.”
“그러니까 저랑 오래오래 이야기를 하셔야죠. 저도 스턴에 돌아가면 할 일이 아주 많아서요. 그걸로 알게 되는 게 있으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수다 떨고 싶을 때도 연락해도 좋아요.”
“정말입니까?”
“물론 거짓말입니다. 할 말 있을 때만 하세요.”
레이먼이 싱긋 웃었다. 어느새 두 사람이 카페에 앉은 지 1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더 있으려면 차를 한 잔 더 시켜야 할 것 같은데. 더 있을 겁니까?”
슬슬 자리를 파하자는 뜻이기도 했다. 그 뜻을 알아차린 베일이 의자 옆에 뒀던 검을 들고 일어났다.
“아뇨,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어난 베일은 레이먼에게 손을 내밀었다.
“조심히 잘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레이.”
그가 내민 손을 맞잡으며 레이먼이 답했다.
“감사합니다. 단장님도 부디 건강하시길.”
마지막 말은 나름은 진심이었다.
***
“그만 돌아다녀라.”
탁, 탁, 탁.
“정신 사나워.”
탁, 탁, 탁.
“정신 사납다고!”
퍽-!
해먹에 누워있던 오닉스가 집어던진 책에 머리를 맞고 나서야 소년은 멈춰 섰다. 정수리를 맞히고 떨어진 책을 주워 든 소년, 아드리안이 말했다.
“거짓말쟁이.”
“뭐가.”
“안 오잖아요.”
“뭐가.”
“답장 말입니다.”
아드리안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편지를 보낸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는 걸로 보아 분명 형님은 답장을 적지 않은 게 분명했다.
“야, 바텔바흐의 편지가 그렇게 빨리 오겠냐?”
“하지만-!”
똑똑-. 그때였다. 아드리안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탑으로 온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