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3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35화(235/275)
유타는 생각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일까? 혹시 레이먼이 나를 위해 준비한 깜짝 환영식의 일종인가?
하지만 환영식이라면 스턴에 돌아온 레이먼에게 내가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혼란스럽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와중 우연히 마주친 레이먼의 눈빛에 유타는 이 상황이 그저 장난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유타는 곧장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노인을 마주 보았다.
“할아버님, 혹시 제가 어떤 무례를 저질렀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그 레시피 말이다.”
“레시피라면 어떤 레시피일까요?”
“네가 내 차를 술에다 섞어 마시고 케이크에도 섞어 만들어 먹었지 않았느냐.”
아, 그때 레시피를 달라고 했던 ‘윌로스 차’를 말하는 건가?
레이먼을 슬쩍 보니 맞는 듯했다.
“혹시 레시피 속 윌로스 차의 주인이 할아버님이세요…?”
“나니까 이렇게 말하지.”
노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유타가 답했다.
“제가 그 차를 정말 좋아해요, 할아버님. 제가 좋아하는 귀하고 멋진 차를 어떻게 하면 더 조화롭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 그렇게 종종 해 먹었지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유타의 부드러운 답변에 노인은 깜짝 놀란 듯했다. 사실 정식 유통된 차로 뭘 해 먹든 무슨 상관인가. 도리어 유타가 그에게 큰소리를 칠 수도 있었다. 그도 자신이 억지를 부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전혀 다른 그의 반응에 구겨진 인상이 펴지진 않았지만 살짝 누그러진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크흠. 내 차로 그런 해괴한 짓을 하는 놈은 내가 처음 봐서 그런 거다. 말을 먼저 심하게 한 건 미안하게 됐다.”
“처음 보시면 놀라실 수도 있죠. 그럼 그 해괴한 레시피를 확인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그래. 도련님이 한 명이 신분을 숨기고 들어온 탓에 나까지 절차가 복잡해졌지만 말이다.”
노인이 혀를 끌끌 차며 성을 냈다. 유타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무릎을 굽혔다.
유타를 올려다보던 노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한쪽 무릎을 바닥까지 꿇은 유타가 말했다.
“윌로스 찻잎은 스턴에서 매우 귀하게 유통되고 있답니다. 제 레시피 때문에 입국하셨으니 제가 레시피를 이용한 요리라도 대접해드리는 건 어떨까요?”
노인은 햇살처럼 웃는 청년을 응시했다.
청년이 말했다.
“저도 예전부터 이 차를 발견하신 분이 누구신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함께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 나누면 훨씬 좋을 것 같아서요. 레이먼, 할아버님을 너희 집으로 모셔도 괜찮을까?”
“어, 상관없어.”
“정말 레이먼 공자의 말대로구나.”
“네?”
노인이 고갯짓으로 슬쩍 레이먼을 가리켰다.
“그 레시피 주인이 워낙 잔정이 많아 이곳에 오면 요리도 해줄 거라고 했거든. 그 말 그대로구나.”
“네가 그랬어?”
“틀린 말은 아니잖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노인이 쥐고 있던 지팡이로 유타의 구두 굽을 탁 쳤다.
“이놈이… 공작가 자제한테 반말을 이렇게 해대면 안 되지! 아무리 친구라 해도 신분이라는 게 있는 거야!”
노인의 눈치를 살피던 유타가 하하 웃으며 레이먼을 곁눈질했다.
“레이먼……. 설마 말씀 안 드렸어?”
레이먼이 답했다.
“어. 굳이? 이 할아버지, 어차피 레시피의 주인이 누구인지만 궁금해했거든.”
“그것도 그렇네. 좋아요, 할아버님. 제가 레이먼한테 반말을 하는 이유는 저 아이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해줘서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쯧쯧.”
혀를 끌끌 차는 노인의 손을 여전히 꼭 잡고 있던 유타가 물었다.
“할아버님은 제가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괜찮으세요?”
“뭐?”
“할아버님이랑 친해지고 싶어서요. 어때요, 할아버지?”
“상관은 없다만 난 너랑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레시피를 생각한 애 얼굴이 궁금해서 와본 거지.”
“네, 할아버지. 일단 저 친구 집에서 하루만 머물러주세요. 레시피의 재료들을 준비하려면 하루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홱 돌렸다. 그는 이미 레이먼의 집에서 며칠 머물기로 계획했던 모양이었다. 때마침 짐을 모두 챙긴 유타가 돌아왔다.
“짐이 저렇게 많아요…?”
“조금씩 챙기다 보니. 할아버지 짐도 좀 챙겨야 했고.”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드리안도 깜짝 놀라 혀를 내두를 양이었다. 분명 기념품을 챙겨온다고는 했지만 저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는데. 짐가방 5개가 기차 한 량의 양이 되어 돌아온 것 같았다. 거의 그 정도의 변화였다. 일단 마차 하나로는 옮기지 못할 짐의 양에 아드리안은 미리 불러둔 마부에게 마차 몇 대를 더 부탁했다.
마차가 도착하자마자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가장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올라탔다.
“할아버지, 급하게 올라가지 좀 마시라니까.”
“혼자서도 잘 올라탔어.”
“그래도 다치면 위험하잖아요.”
레이먼은 능숙하게 그와 대화했다. 유타는 그런 레이먼의 모습이 색달랐다.
그는 마차에 짐을 싣던 니콜에게 다가가 물었다.
“레이먼이 원래 저렇게 넉살이 좋았나?”
“저도 놀랐어요. 우리 도련님이 저렇게 살갑게 대하는 걸 진짜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래….”
유타는 투닥거리지만 사이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는 떠나는 마차를 배웅하며 크게 기지개를 켰다. 기차역에 숨어 있던 렌스가 유타 곁에 섰다. 유타는 서둘러 기차역을 떠나 왕실로 향하는 마차를 탄 뒤, 말했다.
“렌스, 오늘 준비할 게 많을 거 같아.”
***
레이먼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상대를 대하는 데에 익숙했다. 뒷골목 정보상 헌터였던 자신을 찾아오던 이들 중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 할아버지, 이거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이름으로만 사람 찾는 건 나도 못 해.”
– 이건 뭐예요? 나 주려고 가져온 거라고요? 배곯지 말라고?
– 몸도 안 좋으신데 이제 그만 찾아와요. 이 돈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지.
대부분 정이 많고 따스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엔 솔직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젊었던 날을 후회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로 인해 인생의 많은 게 변했다고 답하는 이들도 많았다. 유태하는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걸 꽤나 좋아했고 모닥불 위 마시멜로처럼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타오른 날도 많았다.
하지만 이곳에 온 뒤로는 과거처럼 친근한 노인을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 공작가의 도련님이라는 직책이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 만난 타인의 할아버지는 레이먼에게 꽤나 친숙했다. 이득이 될 것 같아 만난 이였지만 대화할수록 친숙했다.
“할아버지, 스턴은 어때요? 좋아?”
“바텔바흐보다 동네가 화려해. 눈만 아프지.”
“할아버지 저택이 더 으리으리하잖아요. 왜 그렇게 튀는 저택을 짓고 사는 거예요?”
“내 마음이지.”
“그러니까 장사치들이 꼬이는 거잖아요.”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게다가 이 저택이 내 집보다 몇 배는 크고 화려하지 않느냐.”
그리고 그가 그 말을 하며 투덜대는 순간, 마차가 부드럽게 정차했다. 그리고 레이먼이 문을 활짝 열며 마차에서 내렸다.
“맞아요, 우리 집이 좀 그렇죠?”
“이게 너희 집이라고?”
“본가는 영지에. 수도에 있는 건 타운 하우스라 본가보다는 좀 작죠.”
그는 레이먼이 내민 손을 지팡이로 가볍게 쳐내며 마차에서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손님에 놀란 집사가 니콜에게 슬쩍 귓속말을 한 뒤,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어서 오십쇼, 도련님. 손님이십니까?”
“어. 제일 좋은 방 하나 내드려. 만족하실 때까지 계시다 갈 거야. 나는 내일 저녁에 왕성으로 가야 하고.”
“왕성으로 간다고? 날 두고?”
“저도 일은 해야죠. 저녁엔 돌아올 테니까 걱정 마세요. 왜요? 외로우셔?”
“누가 외롭다고.”
가볍게 콧방귀를 뀐 노인은 집사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니콜이 다른 시종인들과 함께 짐을 내리는 동안 레이먼은 아드리안과 밀린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자유시간 대부분은 아드리안에게 마탑에서 있었던 일을 듣는 데에 할애했다. 아드리안은 마탑에서 자신이 했던 일과 오닉스의 만행, 그리고 유타가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구나. 수고 많았네. 이제 돌아가지?”
“네. 저도 내일 오전에는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돌아가면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
“……네.”
“왜? 마탑에서 친구들 많이 사귀지 않았어?”
내 동생이 사회성이 너무 부족하면 안 되는데. 고학년이 될수록 친구가 늘었다는 보고를 듣기야 했지만, 여전히 낯을 많이 가린다고 들었다.
“친구가, 꼭 많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
“형님도 친구… 세 명밖에 없으시잖아요.”
“뭐?”
“아, 아닌가요?”
“…….”
“…….”
“하하, 하하하하!”
레이먼은 배를 움켜쥐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아드리안은 당황해 소파에서 일어났다. 안절부절못하는 동생을 보고 레이먼은 더 크게 웃었다. 아드리안이 대놓고 레이먼에게 이런 의견을 내비친 게 처음이었다. 원래는 무조건 알겠다며 대답하는 놈이었는데.
아무래도 오닉스의 속성 인성 교육이 잘 맞은 모양이었다.
“아니, 아니. 네 말이 맞지. 내가 잘못했네.”
“저, 정말요?”
“내 말이 무조건 맞진 않아, 아드리안. 나도 사람이야.”
“그렇긴 하죠….”
“어쨌든 이런 식으로 내 말이 틀린 것 같으면 뭐든 말을 해. 그래야 나도 네 상황을 알고 이해하니까. 알았지?”
“네…. 아, 그러고 보니 4왕자 전하께서 마탑에 방문하셨어요.”
“4왕자가?”
아드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감추려 했지만 생각해보니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형님이 3왕자를 싫어하시긴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 화를 내지 않고 말이다.
“네.”
그리고 아드리안의 예상대로 레이먼은 뚱한 표정이었지만 언성을 높이지도 얼굴을 붉히지도 않았다. 레이먼의 반응에 아드리안의 막혀있던 입이 뚫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머셋이 보낸 편지의 내용부터 그가 얼마나 끈질기고 집착적인지 말이다. 심지어는 4왕자가 진절머리 난다고까지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 말만큼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레이먼은 열정적으로 미묘하게 서머셋을 혐오하는 아드리안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렇게 싫어하는데 어쩌다. 역시 영법 때문인가?’
“형님?”
“아, 어. 그놈은 그냥 무시해.”
“하지만 전하를 어떻게 제가 무시합니까.”
“우리 가문은 그래도 돼. 귀족 회의에서도 우리가 없으면 어차피 의견을 제대로 내지도 못하잖아.”
사실 아무리 왕자라고는 하나 그들이 굳이 서머셋을 받들 필요도 없었다.
실제로 스플린 가의 재력과 공작가의 위세, 그리고 두 아들의 천재성 덕분에 스턴에서 스플린 공작가를 대적할 존재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왕족이 아니라면 공작가를 무시할 이들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스플린가의 입김은 이제 왕가에도 미칠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아드리안이라도 제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었겠지. 나야 유타한테 완전히 붙어있으니까.’
“그럼 정말 지금처럼 무시해도 된다는 말씀이세요…?”
“간혹 편지가 온다고 했지?”
“네.”
“오면 나한테도 보여줘. 같이 답장하면 되겠네.”
“가, 같이요?”
상상도 못 한 레이먼의 반응에 아드리안은 놀라움을 넘어 행복하기까지 했다.
형님이 이렇게 포용해주실 줄 알았더라면 그냥 전부 말하는 건데!
신이 난 아드리안은 그날 점심부터 저녁까지 방학 동안 있었던 일을 포함해 포레스튼에서 있었던 작은 소동과 자신과 그나마 친한 친구들에 대해 잔뜩 떠들었다. 레이먼은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나쁘지 않은 평화로운 방학의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