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3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39화(239/275)
“아모르 님, 안 나오시면 계속 부를 겁니다.”
예전이었다면 레이먼 곁에 딱 붙어 있었을 아모르였지만 사실 그가 제대로 얼굴을 비추지 않은 지 벌써 몇 주가 지나 있었다. 그동안은 별로 부를 일이 없어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얘들아.”
레이먼은 아모르 대신 다른 정령들을 회유하기로 했다. 그는 레이먼 주변을 떠도는 하급 정령 중 하나를 잡아 물었다.
“너희들 아모르 님이 어디 계시는지 알지?”
[ 아…! ]“몰라?”
[ 아아! ]정령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하급 정령은 인간의 언어를 하지 못했다. 그들은 레이먼의 말에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모습에 레이먼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모른다고?”
[ 아, 아아-! ]“거짓말이네.”
[ 아……. ]“너희들 거짓말하면 날개 색이 변하잖아. 몰랐어?”
[ ! ]파닥파닥. 레이먼의 말에 정령들이 놀라 날개를 파닥였다. 그동안 정령의 눈을 가진 사람이 없어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하급 정령까지 볼 수 있는 레이먼은 달랐다.
하급 정령은 중급 정령과 달리 거짓말을 하는 등 감정의 동요가 커지는 말을 하는 순간, 날개의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모양인데. 됐다, 이유가 있겠지.”
대답과 함께 레이먼이 하급 정령을 허공으로 날렸다.
파닥거리며 하늘에 멈춰 선 정령을 밝은 빛이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환한 연둣빛 물결이 일렁이더니 이내 아모르가 날렸던 정령을 품에 안은 채 나타났다.
[ 뭘 숨기는 게 있어? ]“아모르 님.”
[ 내가 없으면 내 아이들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는구나. 정령의 눈만 가지고 있으면 다인 거냐. 애가 이렇게 버릇이 없어서야 원. ]“함부로 다루는 게 아니라 놀아준 겁니다.”
레이먼의 말대로 허공에 던져진 정령은 즐겁다는 듯 꺄르르 웃고 있었다.
“어딜 갔다 오신 겁니까?”
레이먼은 다시 업무 공간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모르는 완두콩 모양으로 변해 레이먼의 어깨에 가볍게 올라탔다.
[ 내 마음이지. ]“저는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있었습니다.”
[ 대체 뭐길래 우리 애들을 던져버릴 정도로 물어보고 싶었던 게냐? ]아모르가 툴툴댔다. 레이먼도 지지 않고 툴툴댔다.
“어떤 전설을 들었는데 대정령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 영혼을 편애한다고 합니다. 맞습니까, 이거?”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또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정령의 그 편애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도 맞다면 아모르 님, 혹시 저한테 뭐 실수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 ……. ]“그 말을 듣고 보니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에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레이먼은 회귀 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맞지 않는 영혼. 어떤 세계에 맞지 않는 영혼은 그 세계에 잘 어우러질 수 없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 내가 그런 이야길 했었나? ]“했었죠.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레이먼이 말했다.
“이 몸은 여러 번 같은 시간을 반복했습니다. 수많은 영혼이 각자의 시간을 거쳤고, 그때마다 실패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온 거죠. 하지만 그들의 일기에 정령을 봤다는 이야기나, 정령과 계약했다는 소린 없었습니다. 아마, 제가 정령과 계약한 최초의 레이먼일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저만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겠죠.”
여기까지만 들어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라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희한하게 제가 이 몸에 빙의하기 전, 유태하라는 인물로 살았을 때는 늘 그 세계에게 버림받은 기분으로 살아왔거든요. 그렇다면 당연히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게 뭔지는 정령님도 아시겠죠?”
레이먼이 멈춰 선 채로 어깨 위 완두콩을 양 손바닥 위에 올렸다.
그다음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아모르 님, 저는 원래 이 세계에서 태어났어야 하는 사람 아닙니까?”
[ ……. ]“뭔가 잘못돼서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곳에 태어났고 그걸 되돌리기 위해 몇 번이나 다른 영혼이 이 몸을 차지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한 거 아닙니까?”
레이먼의 가설을 들은 아모르가 답했다.
[ 반은 맞고 반을 틀렸구나. 하지만 내가 그걸 다 말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거라. 나는 너를 도와주고 사랑하는 존재지, 네 모든 걸 발견해 주는 존재가 아니다. ]“제가 그런 정령은 싫어한다고도 말했습니까?”
[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린데 주스테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스턴의 주신인 주스테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조금 뜬금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놀라 뒤집힐 소식이었다.
레이먼은 담담하게 답했다.
별로 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거참… 쓸모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 정령들이 대충 만들어 둔 가상의 신격이지. 세상에 절대적인 정의란 존재치 않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아모르가 뜸을 들였다.
그리고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레이먼의 시야를 가렸다.
그는 다시 인간의 모습이 되어 레이먼 앞에 섰다.
이럴 때는 뭔가 진지한 대화를 할 거란 소리였다.
어머니가 자신을 ‘레이먼!’이 아니라 ‘레이먼 반 스플린’이라고 부를 때처럼 말이다.
[ 답을 제시해 줄 순 없지만 네 해답이 오답인지 정답인지는 알려줄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내 답은 아까 전과 같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요?”
[ 그래. 그러니 남은 반을 찾아내 보렴. 그럼 내가 널 더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한 아모르는 하급 정령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부른다면 또 나타날 테지만 레이먼은 굳이 한 번 더 아모르를 부르지 않았다.
다시 불러봤자 똑같은 답만 늘어놓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원래 이곳에 속한 영혼은… 맞는 모양인데.”
신기한 기분이군.
레이먼이 왕성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매끄러운 석면 위에 스턴의 건국 신화가 그려져 있었다.
레이먼은 저런 그림 양식이 어쩐지 익숙한 게 그가 미술에 관한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세계 자체에 익숙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모르와 대화를 나눈 뒤 돌아가는 길이었다.
레이먼은 개인 집무실로 돌아가는 유타와 마주쳤다.
“레이먼!”
“유타…, 그리고 저 아이는.”
“아, 왕실 시종인은 처음 보지? 카렌, 인사해.”
“안녕하세요! 유타 전하의 개인 시종인이 된 카렌입니다!”
“아냐, 알아. 쟤.”
“안다고? 레이먼, 네가?”
원래라면 레이먼의 시종인이 되었을 아이였다. 아마 개인 집무실이 유타에게 돌아가면서 카렌은 유타의 시종이 된 모양이었다.
전생에 카렌은 꽤 이용 가치가 있었다. 허둥대긴 했지만 책임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정령을 볼 수 있었으니까. 매너스 옆에도 정령의 눈을 가진 놈이 한 명은 있으니 유타에겐 두 명 정도 있으면 좋으려나.
레이먼은 유타에게 물었다.
“저 시종인, 정령을 볼 수 있으니까 나중에 시킬 거 있으면 알아서 잘 시켜봐.”
“어?”
“맞지?
유타가 대정령과 계약했다는 소식은 아직 시종인들 사이에선 많이 알려진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즉, 이건 카렌뿐만 아니라 유타에게 해주는 조언이기도 했다.
그 대신 유타가 정령의 눈을 가진 시종인을 두게 된다면 어떻게 활용할지, 레이먼 자신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유타는 레이먼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조언 고마워, 레이먼. 일단 갈까, 카렌?”
“아, 네! 안녕히 가세요!”
카렌은 남겨진 레이먼의 눈치를 보며 후다닥 유타를 따라나섰다.
레이먼은 다시 동기들이 있는 업무 공간으로 돌아갔다. 기껏해야 5명이 안 되는 동기들은 여전히 소란스럽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래서 교수님들 얼굴이 늘 죽상이었구나.”
“다시 공부하고 싶어….”
“그런 말 할 시간에 선배한테 가서 결재 도장이라도 받아와. 어, 레이먼.”
“레이먼, 왔어? 스칼리가 너 찾던데.”
“스칼리가?”
왕성에 입성한 포레스튼의 마법사들은 적어도 한 번, 모두 모여 식사를 해야 했기에 마법 기사단에 들어간 스칼리를 알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 불꽃 같은 스칼리가 기사단에 입단하지도 않은 날 왜 찾아와?
레이먼이 물었다.
“스칼리가 왜?”
“크리스 선배가 네 얘기를 많이 했었다면서 그 비법이 궁금하다고 찾아왔대. 그래서 우리는 네가 화장실에 갔다고 했지.”
일하기 싫었는지 다른 동기들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스칼리는 기다렸어. 거의 30분은 기다린 것 같은데?”
“근데 너 변비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내가 크리스 선배를 만나고 온 걸 알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
“어, 변비야. 나를 닮고 싶지 않으면 채소 좀 먹어.”
“우웩.”
“이거 네 서류지? 도와줄게. 내 건 다 끝났으니까.”
“우웩이라고 한 거 취소할게, 레이먼.”
동기가 건넨 서류는 전생에 몇 번 처리해 본 적 있는 형식이었다.
익숙한 형식이다 보니 이번에도 금방 끝났다.
하지만 굳이 티를 내진 않았다. 티를 내면 분명 일감을 더 던져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레이먼은 챈들러가 돌아오면 언제 선배들과 만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알람과 함께 상태창이 떠올랐다.
[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포레스튼을 무사히 졸업해 왕실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전생에도 본 적이 있는 알림이었다.
[ 당신은 총 3명의 왕 후보를 등록하였습니다. ] [ 왕실에서는 더 많은 왕 후보를 만날 테지만 더 이상 후보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 메이커 포인트를 전부 소진하였습니다. ] [ 향후, 보상으로 메이커 포인트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 [ 그래도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오랜만에 듣는 시스템의 음성이었다.
역시나 보기에는 [네]와 [네]뿐이었다.
보상을 받지 않기- 라는 선택지는 없다는 뜻이다.
레이먼이 [네] 를 누르자 시스템 창이 한 번 환하게 빛났다.
그의 눈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 1. 이런,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전혀 없네요. 어때요?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겠어요? ] [ 2. 이런, 무언가 꼬인 모양이군요. 1왕자가 돌아오는 일정이 늦춰졌어요. 이유를 알아보시겠어요? ] [ 하나를 선택해 주세요. 두 선택지 모두 당신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레이먼은 두 선택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두 선택지 모두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1번은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어린 시절을 기억해내는 게 생존에 도움이 정말 된다는 소린가?’
실제로 레이먼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간 채였다. 유태하라는 이름을 붙인 건 자기 자신이었고, 부모님이 누군지 모른 채 떠돌이로 살았으니까.
1번은 궁금했고 2번은 필요해 보였다.
레이먼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하나의 선택지를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