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4)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4화(24/275)
신청서의 이름을 본 초초의 눈이 사슴의 눈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초초 교수는 주머니에서 다급히 안경을 꺼내 쓰고선 신청서와 레이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블랭킷? 블랭킷 아그닐?”
“네.”
“블랭킷은 이미 학생회의 일원일 텐데? 클럽장을 맡겠다고 말을 하던?”
초초 교수가 고갤 모로 기울였다. 그녀가 알기로 블랭킷은 학생회 일만으로 충분히 바쁜 학생이었다. 게다가, 최근엔 상회 일도 돕는다고 들었는데. 그런 애가 이 신생 클럽의 클럽장을 맡겠다고 했다고?
“클럽 관련 교칙을 보면 클럽장은 이름만 올려도 된다고 되어있어서요. 게다가 블랭킷 선배님은 포레스튼에 신문이 꼭 필요할 거라고도 말씀해주셨어요.”
“왜?”
좋아, 물었다.
초초의 질문에 레이먼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답했다.
“신문을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인기는 없지만 훌륭한 수업 같은 거요. 축복 수업도 매우 훌륭한 수업이지만 오해하고 있는 학생들이 꽤 많잖아요. 저는 그런 수업들을 학생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 뭐, 다른 것도 알릴 수는 있겠지만요.”
“……호오.”
초초 교수의 축복 수업은 학생들의 진로와 관계없는 단순 교양이었는데, 그런 강의가 인기까지 없으니 언제 폐강될 위험에 처한 강의이기도 했다. 그런 교수들의 입지는 포레스튼에선 그리 단단하지 못했다.
그래서 초초는 포레스튼의 영향력 있는 학생들이나 교수, 주로 중앙귀족이나 왕족 출신을 노려 친해지곤 했는데 지금 레이먼이 던지는 미끼는 그에게 양쪽 모두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다.
“저희는 그런 알짜배기 정보들을 긁어모아 포레스튼의 학생들에게 뿌리는 게 저희 클럽의 목표입니다. 아, 물론 제가 지금 말하는 계획은 전부 다 유타가 낸 아이디어입니다.”
“유타가?”
초초의 반짝이던 눈이 이젠 뽑힐 듯 커졌다.
그 5왕자가 직접?
초초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그녀도 멍청이는 아니었다. 유타가 버려진 왕자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납치를 당했음에도 왕실에서 포레스튼 측에 어떠한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 왕자를 챙겨주는 게 자신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가.
초초는 서머셋과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애초에 서머셋이 초초에게 그리 흥미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초 역시 그와 어떠한 접점도 없었다. 4학년인 서머셋은 곧 졸업이었고 아마 그동안 초초에게 그와 친해질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초초에게는 오직 유타만이 그와 왕실을 연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게다가 겨우 클럽 하나다. 이걸 허가해준다고 그에게 문제를 제기할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이 꼬맹이들은 어떤가. 아마 자신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겠지.
게다가 5왕자가 시작한 신문에 초초의 수업을 실어준다면?
어쩌면 축복 수업에 흥미를 지니는 학생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포레스튼의 강의는 인센티브제. 학생이 많이 들을수록 돈도 많이 주니 그 돈으로 더 화려하고 비싼 마도구를 만들 수 있겠지. 돈과 마도구, 양 쪽 모두 좋아하는 초초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주 훌륭한 생각이야. 너희들이 클럽을 만드는 이유는 포레스튼을 위해서구나.”
“그럼요!”
“그런 학생들의 뒤를 밀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좋다, 허가하마. 대신 클럽 최소 인원은 채워야 할 거다. 클럽장을 제외하고 3명이다.”
초초의 손을 쥐며 레이먼이 기운차게 답했다.
“감사합니다!”
어차피 세 번째 멤버는 정해져 있었다.
초초의 승인을 얻고 곧장 생활관으로 돌아온 유타는 뚫린 벽 너머, 책상에 앉아 공부 중이던 오닉스에게 다가갔다.
“가입할래?”
“귀찮아.”
오닉스는 신문 클럽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고갤 내저었다. 하지만 레이먼도 완강했다. 지금 와서 새 친구를 사귀어가며 3명을 채우긴 싫었고, 시종인이나 기사는 클럽 멤버로 쳐주지도 않으니 남은 건 오닉스뿐이었다.
“3명을 채워야 한다니까. 너, 나, 유타까지 하면 딱 맞잖아.”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나랑 친구니까.”
“……”
그 말을 듣자 오닉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짧은 포레스튼 생활이었지만 레이먼은 오닉스에 대해 몇 가지 알게 된 게 있었다.
오닉스는 유독 ‘친구’라는 단어에 약했고, 자신들의 납치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닉스 주제에 귀여운 점도 있긴 있었네.’
“우리 친구잖아. 아니야?”
“……아니라고.”
물론 첫 만남이야 짜증 나는 녀석이긴 했어도 보다 보면 꽤 귀여운 구석이 있는 오닉스였다.
“같이 하자니까?”
“하아.”
오닉스는 생각했다. 이 새끼들을 만난 게 잘못이다. 거기서부터 내 인생은 꼬였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오닉스 역시 속으로는 이런 녀석들이 자신의 친구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제발 우리와 함께.”
“알겠어, 알겠다고. 대신, 시험 기간에는 건드리지 마. 알았어?”
“당연하지.”
이렇게 오닉스까지 합류. 다음 날, 신문 클럽은 정식으로 승인되어 클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클럽 등록이 된 이후에 그들은 클럽 하우스 중 작은 방 하나를 클럽실로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기대한 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오닉스가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여기야?”
“응.”
“끔찍하고 더러워. 클럽에 들어가는 건 취소할 수-.”
“응, 안돼.”
“렌스, 여기 나중에 좀 치워줄 수 있어?”
“예. 내일까진 정리해두겠습니다.”
“니콜, 넌 렌스가 다 치운 방에 케이크 좀 갖다 놔주라.”
“저야 좋죠! 돈은 주시는 거죠?”
“넌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주인님이죠, 도련님. 멍멍.”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서며 레이먼은 손부채로 먼지를 걷어냈다. 그만큼 그들이 얻은 방의 상태는 심각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축축한 채로 방치되어 이끼가 끼어 있었고, 벽에는 곰팡이가 가득했다. 도착한 문은 기름칠을 칠한 지 꽤 오래됐는지, 문고리를 쥐는 순간부터 삐그덕거렸고 방문을 열자 먼지가 자욱하게 껴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근데 블랭킷 선배란 사람은 뭔데 너한테 이름을 빌려준 거야?”
“빌려준 거 아니야.”
“그럼?”
“샀어.”
“…?”
“이름을 샀다고.”
“그게 가능해? 왜 가능해?”
레이먼이 어깰 으쓱했다.
“블랭킷 선배가 그래도 된다고 했거든. 돈 되는 건 전부 사러 오라고.”
그래. 블랭킷과의 첫 만남에서 그녀는 분명히 말했다.
– 응! 우리 상회는 돈 되는 건 전부 취급하고 있으니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내게 말해도 좋아. 값을 치를 돈만 있으면.
– 정보도 상관없는 건가요?
– 말했잖아. 돈 되는 건 전부 취급한다니까. 정보든, 뭐든. 돈이 된다면.
그래서 레이먼은 초초의 존재에 대해 알고 난 후, 블랭킷을 찾아갔다.
– 클럽을 만드는 데에 이름을 빌려달라고?
– 네. 일회성 사용에 1만 벨, 추후 선배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순간에는 사안에 따라 별도로 비용을 지급할게요.
– 잠깐, 레이먼. 지금 그러니까 내 이름을 돈 주고 팔라는 거지?
– 선배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돈 되는 건 전부 취급한다고. 신문 클럽은 앞으로 포레스튼의 정보의 요람이 될 거예요. 손해 보는 계약은 아닐 텐데요.
1만 벨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1,000만 원 정도. 물론 이 정도 금액은 스턴 가문에겐 적디 적은 먼지 같은 돈이었지만. 성적이 나오기 전까지 학비 이외의 자금 지원은 모두 끊긴 레이먼이었어도 전 레이먼이 모아둔 돈이 있었다. 게다가 아드리안에게 받은 약간의 도움까지.
하지만 1만 벨로 블랭킷을 움직이긴 어려웠다. 그녀는 충분히 부자였고 그 이상의 이익이 없다면 제 이름을 빌려주지 않겠지.
대형 상회의 이름을 빌리는 데에는 그보다 더 큰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인센티브를 붙였다. 사안에 따라 책정되는 별도의 인센티브.
여기서 블랭킷은 생각할 것이다.
– 그 사안들이 뭔데?
그 사안들이 무엇인지.
– 정보가 모이면 생길 수밖에 없는 다양한 사안들이 있겠죠? 아시잖아요.
정보는 힘이다. 하나의 정보로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휘두를 수 있으니까. 그 사실을 레이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세치 혀 특성을 발동합니다. ]– 그 사안을 다룰 때에 선배는 누구보다 더 큰 이익을 얻으실 수도 있겠죠.
– 선배님은 상회의 딸이잖아요.
–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으실 텐데요.
거기에 쐐기를 박는 특성 사용까지.
– 좋아. 빌려줄게. 대신 내 이름을 팔아먹을 땐 나한테 먼저 와서 승인을 받도록 해.
– 그럼요. 계약서도 쓸까요?
– 내가 할 말을 먼저 해주니 고맙네.
“나중에 소개해줘.”
“유타, 우리 클럽장인데. 당연하지.”
블랭킷은 유타에게도 좋은 인맥이 되겠지. 원래 모든 선거 운동에는 돈이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레이먼, 자신의 자금 융통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블랭킷은 유타의 거대한 지갑이 되어줄 거다.
“클럽을 만든 건 좋은데 말이야.”
오닉스가 책상 위 먼지를 손가락으로 한 번 쓸어 없애며 말했다.
“이제 뭐 할 건데? 수업이나 교수 프로필 같은 걸 긁어모아서 실을 거야?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걸 누가 읽겠냐?”
“아니지, 그게 아니지. 그것보다 더 큰 건수를 건드려야지.”
“이를테면?”
유타가 물었다.
“이를테면.”
레이먼이 웃으며 말했다.
“이를테면 거대한 스캔들 같은 거. 특히 피데스 클래스 놈들이 엮인 걸로.”
***
“피데스? 왜 굳이 피데스야?”
“그때 그놈들 기억 안 나? 휴게실에서.”
“…아아- 기억나지. 걔넨 생활관 소등 시간이 지나도 방에 모여서 매일 떠들고 논다던데. 그거 때문에 다른 애들도 진짜 다 싫어해. 그런 놈들이 성적은 좋다고, 말이야.”
“그래서 건드리려고. 다들 싫어하는 애들을 건드리면 후환이 없거든.”
레이먼은 그 패거리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이름과 얼굴, 가문을 대조해본 결과 그들의 가문은 대개 백작에서 자작의 위치였는데 왕실 마법사를 배출한 비율이 높은 듯했다. 그리고 그 마법사들은 모두 유타가 아닌 다른 왕족을 지지하는 쪽이었다.
‘그런 애들은 한 번쯤 밟아주는 게 좋지. 이대로 두면 언젠가 유타 앞길에 방해만 되니까.’
당당한 레이먼의 태도에 오닉스가 인상을 구기며 질문했다.
“그런데 건드릴 만한 게 있긴 해? 레이먼, 네 그 답도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스플린 가문은 다 이래?”
오닉스가 연극배우처럼 과장되게 양팔을 허우적대며 말했다. 하지만 레이먼도 제 뜻을 굽힐 생각은 없었다.
“스캔들은 있을 거야. 없을 리가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오닉스가 물었다. 이번엔 레이먼이 아닌 유타가 답했다.
“원래 문제가 없다고 더 크게 소리치는 곳일수록 더 문제가 많은 법이니까. 그래서 그러는 거지?”
맞아. 유타의 말에 가볍게 대꾸한 레이먼이 신문 클럽실의 창문을 크게 열어젖혔다.
“내가 원래 냄새를 잘 맡거든.”
그렇게 설립 하루 차, 신생 클럽 ‘밀리포레’가 처음으로 목표를 잡은 것은 피데스 클래스의 대형 스캔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