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4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41화(241/275)
“쟤는 안 도와줘도 돼?”
“죽진 않겠죠.”
아직 영법사들한테 상처를 입지도 않았고.
통성명을 마친 레이먼은 마차에 들어와 한가하게 창밖 혈투를 구경만 했다.
정말 구경만 말이다.
그는 스칼리가 뜻밖의 수확이라 생각했다.
저 정도 실력이라면 앞으로 있을 전쟁에도 쓸모가 있을 거다.
게다가, 저 푸른 검은 영법을 무효화하는 데 효험이 있는 듯했다.
그 덕분인지 영법을 쓰는 3기사단들 몇몇이 쉽게 나가떨어졌다.
‘생각해 보니 크리스에게 준 검도 비슷한 색이었지. 비슷한 색인만큼 같은 효과면 좋을 텐데.’
일단 그건 나중 문제다.
지금 주시해야 할 건 3기사단장인데.
지금 스칼리의 실력으로 3기사단장을 이기긴 어려울 듯했다.
아무리 마법을 쓰지 못한다 해도 한 공국의 기사단장 자리까지 오른 만큼 마검사를 다루는 법 정도는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레이먼은 굳이 눈에 띄는 행동을 하고 싶진 않았다.
‘가급적 얼굴을 드러내는 건 피하고 싶기도 하고.’
바텔바흐의 기사단은 복귀 후, 있었던 일을 전부 보고할 거다.
괜히 얼굴을 보여 서머셋에게 자신이 1왕자를 도왔다는 어떤 힌트도 주고 싶진 않았다.
복잡한 레이먼의 머릿속을 알 리 없던 1왕자가 말했다.
“그런데 레이먼.”
“네.”
“네가 매너스가 그렇게 칭찬하던 스플린 가의 공자인 건 알겠다. 하지만 그게 왜 네가 여기 있는지 설명해 주진 않잖아.”
1왕자가 특유의 뚱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 매너스 전하가 제가 좋은 애라고 하던가요?”
회귀 전에는 그랬던 거 같은데.
“어. 생각하는 것도 깊고 말할 때 재치도-. 뭐야? 어떻게 알았어?”
평가가 달라지진 않은 모양이군.
“그거야 저도 케네스 전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요.”
“말 돌리지 말고. 그래서 너랑 저 아이가 왜 여기 있냐고.”
케네스가 스칼리를 가리켰다.
레이먼이 말했다.
“꿈을 꿨어요.”
“뭐……?”
“1왕자 전하가 돌아오는 길에 습격을 당하는 꿈이었고 혹시나 해서 국경 근처 숲으로 왔더니 계셨던 겁니다. 저놈은 그냥 딸려온 거고요.”
“그걸 믿으란 말이야?”
케네스가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어쩌겠습니까. 사실인걸.”
레이먼이 어깨를 으쓱했다.
케네스는 그런 레이먼을 보고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레이먼은 그가 제국에서도, 스턴에서도 겪어본 적 없는 유형의 귀족이었다. 최근 스플린 가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왕족을 이렇게 대할 정도인가?
케네스는 스플린 공작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이렇…지는 않았다.
즉, 이건 그냥 눈앞의 이 녀석이 이상한 놈이란 소리다.
케네스가 깔깔 웃은 뒤 알았다는 식으로 창밖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스칼리는 어느새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이제 남은 건 3기사단장뿐이었다.
“네 친구 저러다 죽겠다. 쟤 살리려면 네가 나서야 할 거 같은데.”
“전하는요.”
“나는 마법을 안 쓴 지 오래됐고, 매너스가 그렇게 귀애하던 마법사의 실력도 보고 싶기도 하고.”
케네스가 웃었다.
“알겠습니다. 또 이동해야 할 테니 일찍 끝내는 게 좋겠죠.”
그러나 레이먼도 마차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뭐야, 도와주는 거 아니었어?”
“도와줍니다.”
어차피 최근에 마법을 쓰지 않아 몸도 근질근질한 참이었고, 바텔바흐의 기사들이 얼마나 잘 훈련되었길래 1왕자를 습격까지 했나 싶기도 했다.
레이먼은 마차 창문을 반쯤 연 뒤, 크게 소리쳤다.
“하나 하면 바로 이쪽으로 뛰어라!”
그리고 스칼리는 그게 자신에게 한 말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나!”
스칼리가 한 발자국 크게 내딛자마자 레이먼의 손목 팔찌가 번쩍였다.
검은 완드로 변한 팔찌가 레이먼의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그가 둥글게 한 번 휘두른 뒤, 아래로 선을 확 그으며 중얼거렸다.
‘스카이 스피어.’
쿠구궁.
마차로 뛰어오던 스칼리의 발이 그대로 붕 떠올랐다. 충격에 바닥이 뒤흔들린 것이다.
다시 바닥에 떨어진 스칼리가 본 건 거대한 창이었다.
푸른색 전기로 빛나는 창이었지만 그동안 보았던 마법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마법. 전기와 빛, 두 가지 마법이 결합이 가능했던가?
누가 결합할 생각을 했나?
원소 시간에도 전기와 빛의 결합은 배운 적이 없었으니, 애초에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 규모의 마법이라면 어지간한 마나 서클로는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내달린 스칼리가 바닥에 나동그라져 마차에 부딪쳤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의 눈에 창이 내리꽂은 자리가 보였다.
마법을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때려 맞은 3기사단장의 두 다리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다행히 그의 검이 피뢰침 역할을 해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마차 안의 1왕자가 어안이 벙벙해져 물었다.
“저거…… 네가 한 거 맞아?”
“네. 최근에 7서클이 되어서요.”
“세상에, 7서클? 진심이야?”
“네. 정확히 말하면 ‘7서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아시지 않나요? 매너스 전하가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 제가 엘프들한테 가호를 얻어서 서클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그렇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와, 매너스가 말한 것보다 막 나가는 녀석이네.”
“한 번에 마무리 짓기엔 이러는 편이 좋았거든요. 숨어 있던 기사들도 한 번에 처리했고요. 그런데…… 전하께서는 어쩌다 여기서 잡힌 겁니까?”
레이먼이 주변을 한 번 휙 둘러보았다.
사방으로 나무만 울창한 숲 한가운데에 화려한 제국의 마차는 어울리지 않았다.
“습격당했으니까.”
“일국의 왕자를 태운 마차가 내뺄 정도로 제국의 기사들이 그렇게 약하지 않을 텐데요.”
“저놈들이 특이했거든. 몸에 깊은 상처를 입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달려들었고 호위 기사의 수는 정해져 있으니까.”
예상했던 대로다.
아마 정신을 놓은 몇몇 이들은 영법에 걸린 게 맞는 모양이었다.
‘바텔바흐를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바텔바흐에서 서머셋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강한 듯했다.
“그러니 기사 몇몇을 두고 마부가 도망가기 시작했어. 제국까지 멀지 않았고 국경만 가도 기사들이 떼거리로 지키고 있었으니 그편이 현명한 선택이긴 했지. 마차는 덜컹거리고 헛구역질은 올라오고 말이야. 물론 중간에 숨어 있던 놈들한테 붙잡히긴 했지만.”
꽤 급박했을 상황을 1왕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하가 그렇게 될 동안 마차를 함께 타고 있던 자는 뭘 했습니까?”
“얘는 그냥 시종인이야.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고.”
레이먼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종인은 말했다.
“그 상황에선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변명처럼 들리긴 했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레이먼도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예, 압니다.”
“레이먼!”
도망친 스칼리가 마차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방금 네가 한 거야?!! 완전 대박… 어라, 이분은.”
“1왕자 전하시다.”
스칼리는 1왕자를 본 적이 없었다.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국으로 넘어갔으니 레이먼과 같은 학년이라면 1왕자의 생김새를 정확히 모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검은 머리, 붉은 눈동자, 그리고 몸에 흐르는 마력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이분이 스턴에서 매우 귀한 존재인 것을 말이다.
“1, 1, 1왕자 전하를 뵙습니다!”
“어, 그래. 일단 마차 안에 들어와.”
“네!”
스칼리가 빠릿하게 답한 뒤, 올라탔다.
케네스가 말했다.
“이거 봐, 이게 평범한 반응이라니까?”
“그렇죠.”
“레이먼, 1왕자 전하께서 왜 여기 계신 거야? 설마…… 너 알고 있었어?”
“어. 꿈이 알려주더라.”
“미친놈이지?”
케네스가 다시 낄낄거렸다. 레이먼은 손가락을 한 번 튕겨 기절한 바텔바흐 기사단을 한 곳으로 치우고 말했다.
“전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제국으로 다시 돌아가시려던 것 같은데, 돌아가실 겁니까?”
“어디로?”
“제국이죠, 어디겠습니까.”
레이먼이 창밖으로 고개를 한 번 더 내밀었다.
이동 스크롤 몇 번만 잘 잡으면 제국까진 금방 갈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케네스는 제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됐어. 어차피 습격도 없던 일이 됐는데 스턴으로 돌아가지 뭐.”
“알겠습니다.”
레이먼은 품에 있던 이동 스크롤을 꺼냈다. 좌표가 이미 정해진 이동 스크롤이었다.
제국에는 가보지 못했으니 한 번에 떠날 수 없었지만 스턴은 달랐다.
하지만 케네스는 레이먼 품속의 스크롤이 수상한 듯 곁눈질했다.
“레이먼. 이 스크롤 위 마법진, 내가 아는 이동 스크롤이랑 다른데?”
“개량했습니다.”
“어떤 부분을?”
“순간이동으로 멀미가 나지 않게 하고 좌표 설정을 좀 더 세밀하게 할 수 있는 쪽으로요. 따로 원하시는 장소가 있으시면 지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음,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요란하게 도착하고 싶진 않네.”
오랜만의 귀향이었다.
분명 엄청난 환영 인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전부 거절할 순 없더라도 도착하는 날만큼은, 혹은 적어도 하루 정도는 편안히 쉬고 싶었다.
레이먼도 그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냥 편안히 앉아 계세요. 스칼리, 너도.”
“아, 어!”
“시종인 분은 안타깝지만 마차랑 함께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네?”
“스턴에 아무나 데려가긴 좀 그래서요. 그럼 잘 돌아가십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레이먼이 스크롤을 확 찢었다.
스크롤의 마법진이 반으로 갈라지며 환한 빛이 그들을 감쌌다.
***
마차 없이 떨어진 곳은 아주 푹신한 침대였다.
몸에 아주 딱 맞았기에, 케네스는 자신이 한 번쯤 이곳에서 자봤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게 맞았다.
“형님……? 레이먼……?”
샤워 가운을 걸친 매너스가 당황한 눈동자로 그들을 반겼다.
매너스는 1왕자가 떠난 후, 1왕자가 머무르던 성에서 살고 있었다.
케네스가 그의 침대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느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 성에 마법이….”
“이동 스크롤에 고위 마법을 섞어서 쉽게 뚫렸습니다. 아, 혹시 이것도 반역죄가 되나요?”
말이 끝나자마자 레이먼은 케네스를 바라봤다. 그 의도를 알아차린 케네스는 레이먼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나랑 같이 왔으니 반역은 아니지. 매너스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렇지?”
“…….”
반쯤 가슴팍을 드러낸 채, 한 손에는 위스키를 들고 있는 모습과 매너스의 바보 같은 얼굴은 영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손에는 어느새 검을 들고 있는 걸 보아 진짜 바보는 아닌 모양이었다.
주위를 살피니 문밖에서 매너스의 방을 지키고 있던 기사도 어느새 방에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검을 들진 못했다. 침대 위에 있는 게 1왕자였으니 함부로 할 수 없겠지.
‘저 기사는 정령을 볼 수 있었지?’
“아모르 님. 잠깐 나와서 좀 도와주세요.”
“…….”
“좀.”
[ 쯧. ]연두색 정령이 하늘 위로 나타나자 기사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자신이 본 걸 매너스에게 전달했다.
그제야 매너스는 검자루를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을 살짝 뺀 뒤 물었다.
“정말 형님이랑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