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4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45화(245/275)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뭘까?
강력한 힘. 물론,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낫다. 하지만 ‘강력한 힘’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개념이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그 힘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운?
강력한 힘에 좋은 운이 따른다면 분명 이길 확률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 운에 싸움의 승패를 맡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레이먼이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정보’였다.
어떤 이에게는 허접한 쓰레기 같은 정보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었다.
“레이먼, 네가 가져온 소문들 전부 이상한 건 알고 있지?”
레이먼이 정리해 둔 소문들을 읽던 유타가 말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도 있네.”
“필요한 소문은 전부 기억하고 있어. 불륜도 있던데.”
“정확한 정보는 아니잖아.”
유타의 잔소리에 레이먼이 말했다.
“협박하기엔 좋지. 사교계에 그런 소문이 나는 것 자체가 본인 명성에 해가 되니까.”
“레이먼, 오닉스도 너보다는 사악하지 않을 거야.”
“어디까지나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의 이야기야.”
레이먼은 쓰레기 같은 정보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정보를 건지고 싶었다.
레이먼이 가문이나 포레스튼의 클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정제된 정보였다. 물론 상인을 겸하는 블랭킷 선배에게 묻는 방법도 있었지만… 레이먼은 그보다 더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을 만들고 싶었다.
중간 다리를 건너지 않은 완벽한 날것의 정보를 얻을 방법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은 최고의 재화였다. 이미 처리해 봤던 서류를 다시 보는 일은 그리 고되지 않았고, 그 대가로 정보를 얻는다면 꽤나 값싸게 치르는 셈이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양질의 정보가 많기도 했다. 길바닥에 떨어진 사탕 껍질보다야 좋은 정보라면 꽤 괜찮은 정보였다.
왕성에는 타국에서 귀화한 마법사들도 꽤 있었는데, 그들이 주는 정보 또한 꽤나 쏠쏠했다. 스턴에 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쓸모 있을 법한 정보라면 레이먼은 그 역시도 받아줬다.
그 과정에서 이미 알았던 척하며 정보를 더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레이먼은 굳이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신뢰는 주기적으로 정보를 얻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레이먼, 이건 뭐야?”
유타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레이먼이 얻은 정보 중 하나였다.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받아줬어.”
유타가 내민 건 영법에 관한 타국의 이야기였다. 물론 그곳에서 영법은 영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진 않았다. 영법은 검은 과실, 영법사는 그 과실을 먹은 이들로 불렸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가 말하는 과실이나 과실을 먹은 자가 영법과 영법사를 말한다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만큼 영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유타는 적힌 이야기를 읽어내렸다.
“과실의 대가는 생명력이다. 이들은 마법을 쓸 수 있는 서클이 망가졌거나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영법, 맞는 거 같지?”
“맞아. 뒤에 뭐가 더 있지 않나?”
“하지만 서클이 없는 이들 중 과실을 먹은 이들과 같은 힘을 쓸 수 있는 종족도 있다. 바로 엘프……이다. 어쩌면 엘프는 이미 과실을 먹고 진화한 종족일 수도 있다.”
유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스턴에서 엘프가 쓰는 마법과 영법의 취급은 확연했다.
무한한 자연의 마나에서 출발하는 엘프의 마법은 인간의 마법보다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서클이 아니라 순수한 자연에서 출발하는 힘이었으니까. 그러나 영법은 달랐다.
서클이 없는 대신 강제로 생명력을 사용해, 몸 안에 없는 마나를 만들어 마법을 사용하는 게 영법이었다. 그래서 강력한 힘을 자랑하지만 결국 사용하는 자를 망치게 된다.
고귀한 생명을 건드린 대가로 힘을 사용할 때마다 정신이 흐릿해지거나 욕망에 휩쓸려 사용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엘프가 영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기보다는 서클에서 그 힘이 출발하지 않는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뜻이겠지.”
레이먼은 아모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엘프의 마법과 영법의 뿌리가 비슷하다고 했던가.
유타가 물었다.
“근데 이 말대로라면 마법사는 영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건가?”
“서클을 스스로 파괴하거나 서클이 아주 작다면, 영법사가 될 순 있겠지. 라 디밀레 축제 때 봤던 영법사들도 그런 종류일 수도 있고.”
“굳이 그럴 이유가 없잖아.”
“있지. 더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성취에 필요한 기간도 더 짧고.”
레이먼은 소문을 더 읽어내렸다.
“과실을 먹고 검게 물든 자 중 강력한 이의 힘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만큼 섬세한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고대에는 이 과실을 이용해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경우도 있다고……전해진다. 레이먼, 이 정보를 알려준 마법사가 누군지 기억해?”
“어. 기억해. 스턴에서 좀 떨어진 소국에서 온 마법사야. 우리 선배야.”
“우리 선배라고?”
“그 사람도 포레스튼을 졸업했으니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자. 이다음 일정은 뭐야?”
“영상구 사업 회의가 있어. 수입이 너무 늘어나서 은행 두 개로 감당할 수 없게 됐거든. 다른 은행을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
“다행이네.”
“레이먼, 넌 뭐 하게? 나랑 같이-.”
유타는 혹 함께 가겠냐는 듯 운을 띄웠다.
그러나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레이먼이 유타의 말을 툭 끊었다.
“이 소문들을 전부 들은 대가로 처리해야 할 서류가.”
그렇게 말한 레이먼은 테이블 위 가득 쌓인 서류를 가리켰다.
“저렇게 많아서. 일단 저걸 다 쳐내야 해.”
“도와줄까?”
“네 할 일이나 잘해. 그냥 잘하는 걸로는 서머셋을 이기기 어려우니까.”
“냉정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어서 유타는 더 이상 레이먼을 붙잡진 않았다.
레이먼은 동기들과 함께 일하는 회의실로 향하지 않았다.
사실 해야 할 일은 전부 끝낸 상태였다.
그는 곧장 스플린 가의 타운 하우스로 향했다. 혹시라도 엿들을 수 있는 다른 마법사들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타운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니콜이 레이먼을 반갑게 맞이했다.
“도련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방으로 가시려고요? 차라도 내어 드릴까요?”
“됐어.”
방으로 향한 레이먼은 문을 닫기 직전, 자신을 졸졸 따라온 니콜에게 당부했다.
“지금부터 방음 마법을 내 방 전체에 걸 거야. 네 목소리도 나한테 들리지 않을 거고.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니 만약 내게 손님이 찾아오면 전부 내보내.”
“도련님께 손님이 찾아올까요? 만약 유타 전하께서 오시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요?”
“누구든. 내가 나올 때까지 이 방문, 절대 열지 못하게 막아.”
“알겠습니다. 뭐, 위험한 일을 하시려는 건 아니……. 벌써 닫았네.”
레이먼은 니콜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
니콜은 콧등을 한 번 긁적인 뒤에 열중쉬어 자세로 문 앞에 섰다.
레이먼이 1시간 뒤에 문을 열지, 하루 뒤에 문을 열지, 혹은 3일 뒤에 문을 열지는 니콜도 몰랐지만 그는 레이먼이 문을 열 때까지 절대 자리를 벗어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레이먼은 문을 닫자마자 목을 갑갑하게 하던 맨 위 단추를 하나 풀고 그를 불렀다.
“아모르 님, 계시죠?”
[ ……. ]“주머니에 숨어 계신 거 다 아니까 나와보시죠.”
그 말에 초록 완두콩이 주머니에서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완두콩은 점점 커져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고 그가 늘 보던 아모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넌 대정령을 너무 깔보는 경향이 있다. ]“꼬박꼬박 존대하고 있는데 제가 언제 아모르 님을 깔봤다는 겁니까?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뭔데. 네 영혼에 관한 거? ]“그거 말고. 옛날에 저한테 저는 엘프의 가호를 받았으니 영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하셨죠?”
[ 아, 그렇지. ]영법과 엘프가 마법을 스는 원리는 그 뿌리가 비슷하다는 말을 아모르가 한 적이 있었다.
레이먼이 말했다.
“그게 지금 생각해 보니 이해가 안 가서요. 영법도 생명력을 사용할 뿐이지, 기본적으로 마법의 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서클을 사용하지 않고 엘프처럼 자연의 마나를 사용하니 이미 영법과 비슷하게 마법을 사용하는 거 아닙니까? 그때, 엘프의 마법과 영법이 비슷한 이유도 서클이 없어서라고 하셨잖습니까.”
[ 내가 그랬나? ]“예. 만약 그때 아모르 님이 하신 말씀이 전부 맞다면 왜 제가 영법을 따로 배워야 한다는 겁니까?”
[ 갑자기 무섭게 왜 그래.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냐? ]아모르가 뚱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말했다.
[ 예전에 말해줬을 때는 듣는 둥 마는 둥 하지 않았냐. ]“아뇨. 그때도 배우면 나쁠 게 없다- 정도의 감상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엘프의 가호가 갖고 싶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가호에 익숙해질수록 굳이 영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서머셋이 영법으로 노리고 있는 게 정신 지배의 종류라는 걸 알고 있는 지금.
그가 어떤 영법을 사용하든 그걸 이길 만한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힘은 마법이나 엘프의 가호가 아니라, 그 힘과 똑같은 영법이었다.
아모르가 말했다.
[ 만약 네가 영법을 배운다면 엘프랑 그냥 영법사 조무래기들보다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긴 할 거다. ]“제가요?”
[ 엘프는 자연의 마력을 사용하는 대신 생명력을 힘으로 바꿀 순 없어. 그들의 존재 자체가 자연이니까. 하지만 너를 봐라. 넌 엘프도 아닌 주제에 가호를 받아 그들처럼 자연의 마나를 사용하지만, 인간이니 생명력도 사용할 수 있지 않느냐. 그러니 영법을 배우기엔 아주 적합하지. ]아모르가 바닥에 내려와 레이먼의 이마를 한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 엘프는 생명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영법사는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넌 양쪽 다 사용이 가능하지. 생명력을 이용한 영법의 저주는 마법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네가 영법을 배운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이그니스 님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제가 영법사의 저주를 풀 수 있게 되는 겁니까?”
아모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 네가 그 영법사보다 강하다면. ]“…….”
[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럴 수 있다- 라는 이야기다. 추천하지는 않아. 영법의 부작용을 너도 고스란히 겪을 테니까. ]“생명력이요?”
[ 무한한 마나로 생명력을 대신할 수는 있을 테고,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을 필요는 없겠지. 다만, 네 생명력이 무사할 거라는 보장은 나도 할 수가 없다. 그저 가정일 뿐이다. 적어도 내가 계약한 인간 중에 엘프의 가호를 받았던 치는 없거든. ]레이먼은 잠깐 고민하다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영법을 배우는 편이 이득이네요.”
[ 아니, 네 생명을 깎아 먹을 수도 있다니까! ]“그럼 왜 알려주셨습니까?”
[ 네가 알고 싶다고 했으니까. 계약자에 대한 대정령의 사랑은 그런 거다. 하지만 네가 그걸 행하길 원치는 않아. 내 계약자가 오래 살았으면 하거든. ]레이먼은 생각했다.
아모르의 뇌는 너무 깨끗하다고. 영법사보다 강력한 영법을 내 생명력만 바치면 얻을 수 있다는데 이걸 안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영법을 사용하는 자는 스턴의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썩겠지만…….
‘그건 나중에 유타가 꺼내주지 않겠어?’
시간이 없었다.
영법을 배워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걸 배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