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47)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47화(247/275)
“그러니까…….”
“태안이가 불렀거든. 들어간다.”
“크리스, 신발 벗고 들어와라. 저번에 너 신고 들어왔잖아.”
“그거야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훌륭한 헌터는 한 번 실수한 일을 잊지 않아.”
순식간에 들이닥친 4인방은 레이먼이 원래 알고 있던 이들과 똑같은 외모를 갖고 있었다. 크리스, 챈들러, 오닉스, 유타.
왜 이 네 명이 갑자기 이곳에 들이닥쳤는지 알 수 없었다. 레이먼이 유태안을 노려보자 태안이 투덜거렸다.
“형이 이삿짐센터를 부르지 않겠다고 했잖아. 아무리 방이 작아도 그렇지, 우리 둘이서 하기에는 정리할 게 너무 많아. 유타 누나는 오늘 할 일도 빼먹고 왔다니까?”
“태하가 이사한다고 해서 미리 스케줄을 조정해 놨어. 이거부터 정리하면 되는 건가?”
이곳에선 유타의 성별이 이미 드러난 모양이었다. 이름도 똑같고.
챈들러와 유타, 크리스의 이름이 똑같다는 건 알겠고.
레이먼은 그다음으로 포도알 머리 오닉스를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도 오닉스는 여전히 보라색 곱슬머리였다.
“뭘 봐?”
“오닉스, 너도 이거 들어.”
“빗자루? 여기는 청소기도 없어? 야, 너 저번에 산다고 했잖아.”
“그러게. 아직 없네. 나중에 집들이 하면 선물로 사 가면 되겠다.”
“하아. 이게 손님 맞을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있네.”
네 사람은 이미 이 집에 꽤 익숙한 듯 보였다. 그들은 가져온 빈 상자에 물건을 정리했다. 숨겨야 할 정보는 따로 챙겨두었기에 도와주는 것 자체에 문제는 없었지만….
레이먼은 당황스러웠다.
유태하였을 적을 포함해 이 집에서 자신 이외에 온기를 느껴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정보상으로 살면서 죽지 않기 위해 매번 주소를 옮겨 다녔었는데. 영법이 만든 꿈에서는 그럴 일이 없어 보였다.
‘이래서 시험을 통과 못하는 놈들이 생기는 건가.’
검은 꿈에서는 욕망과 관련된, ‘자신이 가장 바라던 상황’만을 모아 보여주는 듯했다. 그걸 물리치고서라도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면 영법사가 될 자격이 있다는 뜻이겠지. 만약 꿈에서 최상위 마법사에 도달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욕망을 이룬다면, 그 영법사는 과연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오려 할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레이먼은 돌아가야 했다.
그 점만은 아직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욕망이 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그리고 이들을 제거하면 이 꿈이 끝나는 건 맞는 건가?’
레이먼이 깊은 생각에 잠긴 틈을 타, 태안이 슬쩍 옆자리에 와 앉았다.
“형, 이제 곧 여길 떠나는데… 어때?”
“뭐가.”
“그래도 여기선 꽤 오래 지냈잖아. 이제 내가 계약한 집으로 가면 굳이 집을 매번 옮길 필요도 없어. 거기 보안 시설이 꽤 좋아서 다른 헌터들도 많이 계약하거든. 내가 있는 길드 소속 헌터들도 대부분 그 아파트에 살고.”
“길드 내에서 사이가 나빠지면 큰일이겠는데.”
“형, 그런 일 없어. 형이 성격이 얼마나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좋은 편이니까.”
“…….”
레이먼은 유태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곳에 있는 유태안은 꽤 밝고 말을 잘하는 편이었다.
사회생활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것 같은 성격이었다.
이런 아드리안의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레이먼은 그냥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어차피 곧 깨어날 꿈에서 정을 붙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성인 6명이 짐을 챙기니 금방 정리가 끝났다.
짐 정리가 끝나자마자 크리스가 몰고 온 트럭에 상자를 싣고 유태안이 새롭게 계약한 집으로 향했다.
“와… 여길 계약해 줬어?”
“길드에서 많이 도와주긴 했어요.”
그리고 태안이 계약한 집은 그가 말했던 대로 엄청나게 삼엄한 보안을 자랑했다.
1층에서 자동으로 입주민 확인이 이루어졌고 함께 온 손님 역시 모두 신분 확인이 끝나야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집을 계약할 정도면 길드 내에서도 유태안의 능력이 꽤나 상위권에 자리해 있다는 뜻이었다.
“정리는 내가 할 테니까 이제 그만 가보지?”
“도와준 사람 저녁은 사줘야지.”
“유태하, 너도 사나이라면 우리 저녁은 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레이먼은 그들을 내쫓고 싶었지만 그들은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마 저녁을 먹을 때까지 거실에 죽치고 앉아 있겠지.
레이먼은 결국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네 명이 거실에 모여 저마다의 이야기를 꺼내는 동안, 레이먼은 이사하면서 새롭게 생긴 자신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레이먼은 이 아파트를 들어선 순간, 어떤 기시감을 느꼈다. 그리고 유태안이 계약한 이 아파트가 자신이 죽기 전 계약했던 꿈의 집이라는 걸 깨달았다.
정보상으로 번 모든 돈을 긁어모아서 처음으로 가졌던, 셋방살이가 아닌 온전한 자신의 집.
‘근데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지. 그 꿈을 이런 식으로 이룰 줄은 몰랐는데.’
똑똑.
“들어와.”
레이먼은 누군지 묻지도 않고 들어오라고 답했다. 어차피 밖에 있는 사람 중에 노크까지 할 사람은 유타나 유태안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노크를 한 사람은 유타였다.
“태하야, 계속 안에만 있을 거야?”
“아… 뭐. 그럴 거 같은데, 왜?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데…. 너한테 하나 부탁할 게 있어서.”
“부탁?”
“이사해서도 정보상 활동은 계속할 거지?”
“갑자기 왜?”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우리…… 길드 관련해서야. 괜찮아?”
유타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레이먼은 잠깐 고민했다. 더 이상 꿈에서 정보상으로 일할 생각은 없었다. 그럴 쓸모도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꿈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저 고민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건데….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내게 저런 걸 물을 리가 없는데. 알아두면 좋을 게 있을지도 모르지. 가능한 일이라면 부탁 하나쯤은 들어줘 볼까.’
레이먼이 말했다.
“그래. 알아는 볼게.”
레이먼의 답에 유타가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나중에 찾아올게.”
밝게 웃는 미소 뒤로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유타는 그 말 외에도 몇 가지 쓸데없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다 방을 나섰다.
“그럼 얼른 나와.”
“어.”
유타의 말로는 거실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도 정보상에겐 꼭 필요한 대화일 거라고 했다. 어차피 별 흥미는 없었지만 혼자 방에 있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레이먼이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였다.
[ 장소 이탈이 확인되었습니다. ]“시스템 창……?”
[ 킹 메이커의 장소 이탈로 인해 칭호 변경이 실행됩니다. ]아니, 잠깐. 왜 제멋대로 내 칭호를 변경해?
[ 현 장소 인식 완료. ] [ 검은 꿈에서 레이먼 반 스플린에게 내려진 칭호는 두 개입니다. ] [ 첫 번째, 잊혀진 과거를 찾는 자. ] [ 두 번째, 미로에 빠진 자. ] [ 해당 칭호는 일시적인 칭호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갈 시 다시 변경됩니다. ] [ 칭호 변경에 따른 임무 변경이 실행됩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새끼가 왜 이제 와서 난리인가.
게다가, 시스템 창이 꿈속에서도 나올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다.
레이먼이 잠옷 바지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자 시스템 창이 띠링 소리를 내며 새로운 미션을 알렸다.
[ 잊어버린 과거를 기억해 내세요. ] [ 검은 꿈에서 벗어나세요. ] [ 해당 임무 성공 시, 킹 메이커 칭호가 복구됩니다. ] [ 실패 시, 사망합니다. ]이제 실패하면 죽는다는 저 문구도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잊어버린 과거라…….”
레이먼에게 잊어버린 과거는 아마… 유태하인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식으로 고아가 됐는지 전혀 기억하고 있는 게 없으니까.
유태하의 몸으로 기억하고 있던 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은 혼자였다는 사실, 그뿐이었다.
그 잊어버린 과거를 되찾을 기회를, 그것도 이 꿈속에서 주는 건 아마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이 꿈에서라면 강제적으로라도 그 기억을 되찾을 기회가 있다는 것.
두 번째, 기억을 찾는 게 킹메이커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무언가 도움이 될 거라는 것.
레이먼은 이 두 가지를 확실히 기억하고 방을 나섰다.
“그 게이트를 배정받은 게 왜 내가 아니라 너인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어.”
“그냥 내 실력이 더 좋나 보지. 그걸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와, 싸워라. 싸워라.”
“남의 집에서 싸우진 말아 주세요. 새집이거든요. 아, 형!”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유태안이 레이먼을 반갑게 맞이했다.
레이먼은 자연스레 그 속에 섞여 들어갔다.
***
아드리안은 오늘도 수도에 위치한 타운 하우스로 향했다.
매번 외출 허가를 받는 게 힘들긴 했지만 교수님들도 어느 정도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다.
“아직도… 그런 거냐?”
“네.”
“그래, 알겠다.”
스플린 가의 장남, 레이먼이 타운 하우스에서 갑자기 쓰러진 지 무려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처음 그를 발견한 것은 레이먼을 찾기 위해 방문을 열었던 아드리안이었다. 니콜도 레이먼의 모습에 놀라 도련님-! 이라며 소리쳤다.
@- 도련님께서 아무도 방문을 열지 못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 니콜, 지금 3일째야.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방 안에만 있다고.
레이먼의 명에 따라 니콜은 열심히 아드리안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문을 활짝 열자 침대에 누워 있는 레이먼이 보였다. 시체처럼 누운 레이먼은 3일 동안 물조차 마시지 않았는지 입술이 잔뜩 말라 있었다.
당황한 아드리안이 의원을 부르기 위해 입을 떼자, 아모르가 나타나 상황을 설명했다.
@- 그래서, 의원을 부르면 안 된다고요?
– 정확히 말하면 상황을 알리는 것 자체가 좋지 않지. 붉은 치는 지금 영법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고 있는 셈이니까. 스턴에서 영법사라는 게 밝혀지면 징역 500년 아니냐?
– …….
– 레이먼은 깨어날 거다.
– 멀쩡한 상태로 말씀입니까?
– …….
아모르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그니스에게도 캐물었으나 이그니스는 대답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저 계약자가 원했기 때문에 대정령은 그에 답한 것이다- 라고만 앵무새처럼 말할 뿐이었다.
타운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아드리안은 곧장 레이먼의 방으로 향했다. 때마침 방을 청소하고 나오는 시종인과 마주쳤다.
“형님은?”
“아직 주무시고 계십니다.”
“그래, 알겠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종인의 말대로 여전히 잠에 푹 빠져 있는 레이먼이 보였다.
아드리안은 그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는 레이먼의 표정에 아드리안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곳에서는 편하십니까, 형님.”
그러나 레이먼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드리안은 레이먼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 알고 있었고, 그걸 위해서 자신의 형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도 알고 있었다. 왜 그 위험한 영법을 배우려는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레이먼이 잠에서 깨어나는 날엔 묻고 싶었다. 왜 굳이 영법을 배우려 하느냐고.
“물어볼 게 많습니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
“그러니까 깨어나십쇼. 많은 이들이 형님을 기다립니다.”
***
“좋네. 꿈이 좋아.”
한편, 레이먼은 꿈에서 최상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별히 해야만 할 일도 없이 집에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삶이라니.
꿈이라 그런지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공작가에는 없는 초고화질 초대형 최신 TV를 켜는 순간이었다.
지잉-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 오늘 잠깐 볼 수 있어? – 유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