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48)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48화(248/275)
레이먼이 쓰러진 지 일주일째 되는 날.
유타는 레이먼의 빈자리를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동기들은 서류 더미에 쌓여 있어 레이먼의 병문안을 가지 못했다. 그의 동생인 아드리안이 병문안을 막은 탓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유타만큼은 레이먼의 상태를 들을 수 있었는데,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유타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내 정령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는 말이구나. 그럼… 나도 레이먼이 어떤 상태인지 들을 수 있을까? ……레이먼이 영법을 배운다고? 왜?
–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영법 같은 금기된 흑마법을 대정령이 계약자한테 왜 가르쳐 줬는지도 모르겠고요. 그걸 여쭤보고 싶어서 온 겁니다.
이그니스는 계약자의 질문이라면 대정령도 끝까지 거부할 수 없다는 식의 피상적인 답변을 할 뿐 별다른 해결책을 주진 못했다. 레이먼이 저주에 걸린 것도 아니었고, 그 스스로 꿈에 빠졌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 또한 꿈속의 본인뿐이었다.
유타는 시종 겸 비서가 된 카렌과 함께 텅 빈 복도를 걸었다.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쓰러져 있는 날에도, 자신은 일을 해야 했다.
그런 제가 한심해 견딜 수 없던 유타가 그대로 멈춰 섰다.
“카렌.”
“네, 유타 님.”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 몇 개가 있을까?”
“오늘 분량은 이미 끝내셨어요. 오늘 오후에 추가로 남은 업무는 다른 마법사분들께서 안건으로 낸 회의 자료를 확인하고 이와 관련해 답변을 준비하는 것 정도입니다.”
그렇게 답한 카렌이 슬쩍 유타의 눈치를 살폈다.
카렌 역시 유타 곁에 있었기 때문에 레이먼의 상태가 어떤지 대충 알고 있었다.
지금이야 일주일이지만 만약 이대로 레이먼 님께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유타 님은 괜찮으실까?
카렌도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만약 그 친구가 갑자기 쓰러진다면 자신도 분명 정신을 놓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카렌은 유타를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알지는 못했다.
그녀는 유타 곁에서 한마디 덧붙일 뿐이었다.
“혹시 병문안을 가시려고요?”
그러자 유타가 쓰게 웃으며 답했다.
“글쎄. 고민 중이야.”
“필요하시면 제가 마차를 불러 놓을게요!”
카렌이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유타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마 내 병문안을 레이먼은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럴까요…. 하지만 유타 님이 가고 싶으시면 가시는 게-.”
“안녕하십니까.”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누군가 끼어들었다.
카렌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유타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섰고, 유타는 그런 카렌이 그저 귀엽기만 했다. 유타와 카렌을 찾아온 이는 적어도 유타에게는 익숙한 얼굴의 시종인이었다.
그는 허리 굽혀 인사한 뒤, 말했다.
“5왕자 전하를 뵙습니다. 대화에 감히 끼어들어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지?”
유타가 카렌의 어깨를 조심스레 잡은 뒤, 그 앞에 섰다. 카렌은 유타의 손길을 따라 뒤로 물러났지만 등 뒤에 숨어서도 시종인을 지켜보았다.
“서머셋 전하께서 유타 전하를 뵙기를 원하십니다.”
“형님이?”
“네, 혹 점심 식사를 마치셨다면 차라도 한잔하는 게 어떤지 여쭈어보셨습니다.”
“거절할 수는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고개 숙인 시종인의 흰 장갑을 낀 손이 떨리는 게 보였다.
아마 자신이 가지 않으면 서머셋은 저 시종인에게 그 분을 대신 풀 것이다.
유타는 결국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카렌과 함께 시종인을 따라 서머셋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그의 성에 갈 줄 알았지만 서머셋 역시 업무를 보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일행의 목적지는 그의 개인 집무실이 되었다.
문을 열었을 때,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과 책장이 보였다. 유타가 올 줄 알았는지 테이블에는 두 병 분의 차와 간단한 다과가 마련되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안녕, 유타. 어서 와서 앉아. 차가 식겠어.”
서머셋이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의 맞은편 소파 자리를 가리켰다.
차를 마시는 동안, 서머셋은 유타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언뜻 보기엔 왕실 마법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동생을 챙기는 좋은 형으로 보였다.
“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려.”
“그런가요?”
“그럼. 네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왕실 마법사의 귀감이 된다고들 하더구나. 너 말고 레이먼도 그랬는데. 레이먼은 아직도 많이 아프니?”
“네, 아직 몸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서머셋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병문안은?”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병문안을 거의 받지 않아서요.”
“어디가 그렇게 심각하길래?”
“레이먼에게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형님은.”
그러자 서머셋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심으로 레이먼을 걱정하는 듯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서 말했다.
“레이먼은 처음부터 눈에 띄었지. 내가 회장일 때, 학생회이기도 했으니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많이 아프다고는 하는데 누구도 어디가 그리 아픈지는 모르는 모양이더라고. 크리스조차 레이먼이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고. 챈들러는……. 그래, 챈들러도 모르는 눈치야.”
서머셋의 걱정은 타당했다.
서머셋은 포레스튼 재학 당시에도 레이먼을 아꼈고, 아드리안과도 친분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가 스플린 가의 장남을 아끼고 걱정하는 일은 왕실의 일원으로서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괜찮으면 나도 레이먼을 보러 타운 하우스에 가고 싶은데, 네가 갈 때 나도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알겠습니다.”
“…….”
“제가 레이먼을 보러 가는 날에 형님께도 언질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날 함께 스플린 가의 타운 하우스로 가시죠.”
서머셋은 살짝 놀란 눈치였다. 유타가 함께 가자고 말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유타는 찻잔을 완전히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이제 할 일이 있어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바쁠 텐데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구나.”
“아니에요, 형님. 저도 오랜만에 형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유타. 금방 또 보자.”
유타가 서머셋의 방을 나오자, 방문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카렌이 유타를 쪼르르 뒤따랐다.
“오래 기다렸지?”
“전혀요! 대화는 잘 나누셨…나요?”
“그래, 오랜만에 형님이랑 대화를 나누니 좋더구나.”
유타가 상냥하게 웃었다. 하지만 카렌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카렌은 허공을 한 번 스윽 훑은 뒤에 불안한 듯 유타의 눈치를 살폈다. 흔들리는 동공을 숨기지 못한 카렌을 곁눈질한 유타가 물었다.
“카렌, 무슨 일이야?”
“아. 그, 그게요-.”
카렌은 다시 한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훑었다.
정확히 말하면 평범한 이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보이는 그런 공간이자, 빛의 하급 정령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었다.
“카렌, 너도 정령을 볼 수 있다고 했지?”
유타가 자리에 멈춰 서서 카렌을 내려다보았다. 카렌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네 눈에 뭐가 보이니?”
카렌은 유타의 질문에 잠시 얼버무리다 입을 열었다.
“반쯤… 검게, 검게 물든 정령이요.”
원래라면 늘 조잘거리며 환하게 빛나고 있을 하급 정령들 중 일부가 몸의 반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여전히 밝게 빛나는 하급 정령들은 검게 물들어 가는 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계속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댔다. 카렌은 그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진 것이다.
자신의 주인이 들어갔다 나온 곳은 4왕자의 집무실이지 않은가.
왕가의 집무실을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이런 불길한 징조라니.
하지만 유타는 이렇게 될 걸 예상이라도 한 듯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검게 물든 정령은 얼마 있지 않아 다른 중급 정령이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유타는 벌벌 떠는 카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괜찮아. 그 아이는 정령계로 가서 치료를 받고 돌아올 거란다.”
“하지만 갑자기 왜….”
“카렌, 오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으렴. 그리고 만약 소문을 내고 싶다면 절대로 네 입으로 전해서는 안 된다.”
카렌은 유타의 말을 듣자마자 의도를 눈치챘다.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말했다.
“네! 절대로요.”
†
꿈에 빠진 지 어느새 수일이 흘렀다.
레이먼은 오랜만에 아파트를 나섰다.
아드리안은 길드 일 때문에 저녁 늦게 도착한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완전한 자유 시간이었다. 레이먼은 오랜만에 정보상 활동을 해야 했기에 자신의 수첩을 챙긴 뒤, 카페로 향했다.
집 근처 카페에 도착하자, 유리 너머로 자신을 기다리는 유타가 보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유타가 손을 흔들었고, 테이블 위에는 미리 시켜둔 커피 두 잔이 보였다.
“그래, 무슨 일이야?”
“앉자마자 물어보는 거야?”
“그거 때문에 만난 거니까.”
“미국에서 열린 게이트 알지? 정신계 아이템이 잔뜩 나왔다고 유명해진.”
아, 그 게이트라면 알고 있었다.
정신계 아이템은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에서도 고가의 아이템에 속했다. 정신계 아이템은 시장에도 풀린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레이먼이 이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유태하로 살던 시절에도 이 아이템들 관련해서 꽤나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게이트 토벌에 우리 길드가 참가했었어. 그래서 몇 가지 아이템을 양도받았는데-.”
유타는 이어질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도난 당하기라도 했어?”
깜짝 놀란 유타의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푹 숙여 작게 속삭였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 정보는 아직 풀리지도 않았을 텐데.”
“정보상이니까. 나만 알고 있는 정보통이 있어.”
그렇지. 그 정보는 풀리지도 않았겠지.
전생에 내가 이 정보를 얻게 된 시점도 국내 유명 길드가 분실한 아이템이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였으니까.
‘어차피 경매장에 드러난 아이템에 관한 정보는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넘겼는데.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네.’
레이먼은 그들이 어떤 아이템을 잃어버렸는지, 그 아이템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아이템의 행방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템들 중에서는 레이먼이 지금 당장 필요한 능력을 가진 아이템도 있었다.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쉬워지네. 우리는 지금 그 아이템의 행방을 찾고 있어. 믿을만한 정보상이 주위에 너뿐이라서 이렇게 의뢰하는 거야.”
“보수는?”
레이먼이 아이스 커피의 얼음을 휘휘 저으며 물었고 유타는 으레 길드에서 정보상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말해주었다. 꽤 높은 액수이긴 했지만 레이먼은 꿈에서의 현찰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너무 적어.”
레이먼이 말했다.
“적어? 음, 본부에 말하면 더 올려줄 수는 있을 거야. 2배 정도면 어때?”
“그래도 적어.”
“레이먼, 2배면 분실된 아이템 중 하나는 살 수 있을 돈이야.”
“그래, 그게 좋겠어.”
레이먼이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보수로 분실한 아이템 중 하나를 나한테 넘기면 되겠어. 내가 원하는 걸로, 무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