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5화(25/275)
“그거 들었어? 1학년의 버려진 왕자가 클럽을 만들었대.”
“버려진 왕자면 내가 아는 그 5왕자?”
“그래! 걔! 1학년이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그걸?”
“블랭킷 선배가 클럽장에 이름을 올려줬나 봐.”
“와, 블랭킷 그 선배 어마어마한 부자로 유명하잖아. 그럼 그 선배가 5왕자에 붙은 건가?”
“에이, 설마. 서머셋 님이 학생회장이잖아. 블랭킷 선배는 학생회고.”
유타가 신생 클럽을 만들었다는 소문은 생활관 휴게실과 학생 식당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물론, 그냥 퍼진 게 아니라 레이먼이 아주 약간 간섭하긴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마법으로 눈과 머리카락 색을 바꾼 레이먼과 대화를 나누던 피데스 클래스의 2학년 아무개가 물었다.
“그런데 넌 누구야?”
레이먼이 능청스럽게 어깰 으쓱하며 답했다.
“나? 딱 보면 모르겠어?”
“모르겠는데?”
난 널 처음 봐. 이상하다. 1학년 애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렇게 고개를 갸웃한 피데스 클래스의 귓가에 레이먼이 얼굴을 쓱 들이밀곤 속삭였다. 지금 우리가 하는 대화는 1급 기밀이라도 되는 것마냥 말이다.
“어찌 됐든 말이야, 지금 왕자가 만든 신문 클럽에서 어마어마한 소식을 터뜨릴 거래. 우리 피데스의 그 양아치들 관련이라던데?”
“걔네들? 걔네들이 뭐 했는데?”
“평민 괴롭힌 거?”
“그건 원래 그랬잖아. 물론… 그게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 소식을 들은 피데스 클래스 학생들은 곧장 분노했다. 하지만 그게 밀리포레를 향한 분노는 아니었다. 가끔 있는 쓰레기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며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새끼들이 언젠가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이거 다른 애들한테도 얼른 알려야 할까?”
“당연하지!”
예상대로 피데스 클래스의 아무개가 펄쩍 날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울그락붉으락 달아오른 얼굴이 아주 가관이었다. 레이먼은 애써 웃음을 참곤 식판을 들었다.
이제 튈 차례였다.
“그래, 그래. 다른 애들한테도 얼른 알려야겠다. 아, 그런데 내가 지금 방에 뭘 놔두고 왔네. 일단 그걸 좀 찾으러 가야겠어. 점심 맛있게 먹어.”
“어어, 그래. 좋은 정보 고맙다, 야!”
그리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유타의 신문 클럽에 대한 소문은 전교에 쫙 퍼졌다.
‘1학년이 클럽을 만들다니 형평성에 위배되잖아.’
‘하지만 클럽장은 블랭킷 선배잖아. 그 클럽에 문제를 제기하면 블랭킷 선배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윽, 그건 좀. 우리 아버지가 그 쪽 상회랑은 친하게 지내라고 했거든.’
‘그런데 신문 클럽이면 나쁘지 않지 않아? 교내 신문같은 게 있으면 재밌을 거 같은데.’
그러나 다들 피데스 클래스에 어떤 스캔들이 있는지는 궁금해했다.
그리고 이 소문 외에도, 기프트 사이에선 유타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었다.
‘혹시 이 버려진 왕자는 피해야 할 황금빛 똥이 아니라 당장 손가락에 차고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금반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는 이야기가 말이다.
이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유타를 피하던 학생들도 유타에게 점점 말을 걸기 시작했다.
밀리포레의 스캔들 고발 응원과 외모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유타, 기대하고 있을게!”
“하하하. 그래. 다음 달이면 나올 거 같아. 기대해.”
“네가 우리 기프트의 희망이라고!”
“우리 왕자님! 오늘도 잘생기셨어요!”
그리고 유타는 이런 환대가 익숙지 않았다.
왕실의 성에서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건 렌스 정도였고 나머지 고용인들은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누구도 유타를 환영하지 않았다. 만약 유리아라는 이름으로 살았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아마 그렇진 않겠지.’
“유타, 화이팅!”
또다시 들리는 응원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유타가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한 발짝 뒤에서 걷고 있던 렌스가 유타의 뒤로 다가와 불안한 듯 물었다.
“전하, 정말 그의 말대로 될까요? 일만 커질까 불안합니다.”
“나쁘지 않은 계획 같던데?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우뚝. 회랑을 거침없이 걸어가던 유타가 걸음을 멈추었다.
햇빛이 그의 등을 비췄다. 그림자로 가려져 주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렌스는 침을 한 번 삼키고 유타를 내려다보았다. 눈은 보이지 않았으나 올라간 입꼬리는 보였다.
“렌스. 너는 왕이 되기 위해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명정대함,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좋은 대답이야.”
하지만 좋은 대답이 정답은 아니다. 유타가 천천히 고갤 앞으로 돌렸다. 회랑의 끝에서 레이먼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렌스, 왕이 되기 위해선 내 사람이 필요해.”
“내 사람이요?”
“응. 사람. 내가 믿을만한 사람. 나를 믿어주는 사람. 그리고, 그중에서도.”
햇빛의 각도에서 벗어난 유타의 눈이 보였다. 그의 눈엔 전에 없던 불꽃이 피어났다. 렌스의 목울대가 한 번 거칠게 출렁였다.
유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의 심장을 울렸다.
“날 태풍의 중심으로 데려다줄 사람.”
***
“야, 이거 좀 봐.”
“뭔데?”
“대박!! 나왔다! 클럽 밀리포레의 첫 회보야!!”
그리고 일주일 뒤, 포레스튼의 생활관과 학습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처음 보는 신문 뭉치가 놓여 있었다.
[ 밀리포레 0호 : 숲속에 숨겨진 비밀 ] [ 발행호수 : 0호 ] [ 스턴력 460년 X월 X일 ] [ 밀리포레 : 포레스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여러분께 제공해드립니다. ] [ 입학 홍보지에만 적혀 있는 단편적인 정보에 그동안 답답하지 않으셨나요? 변화하는 포레스튼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으셨나요?밀리포레는 그런 당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당신이 듣는 수업의 평판은 어떨까요?
교수님의 과거는 어땠을까요?
해당 수업에 당신만 모르는 족보가 있진 않을까요?
피데스 클래스의 인기 학생 A와 오디트 클래스의 인기 학생 B가 어떤 사이인지는요?
포레스튼에 당신이 모르는 어떤 거대한 비밀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혹은 당신이 그 비밀의 주인공인가요.
밀리포레는 포레스튼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당신께 제공합니다.
*정보 제공자의 모든 개인정보는 익명으로 기사화됩니다. 정보 제공을 원하는 분은 클럽 하우스 지하 001호로 와주시면 됩니다. 혹은 그 앞의 우체통에 쪽지를 남겨주셔도 좋고요!
밀리포레는 찾아오는 여러분들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아, 그리고 다음 호의 주제는 다들 이미 알고 계시죠? 바로 피데스 클래스의 우수한 성적에 숨겨진 비밀입니다!
그 주인공이 될 학생들 중 나다-! 싶으신 분들은 미리 와서 다른 정보를 제공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공해주신 여러분들은 특별히 언급을 자제해드릴게요. 물론, 선착순입니다.
추가로 밀리포레 창간을 기념하며 클럽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유타 스테디움 스턴의 짧은 인터뷰가 뒷장에 실려있습니다. 부디 즐겨주시길. ]
밀리포레 0호. 신문 클럽의 첫 발행지의 마지막 구석에는 클럽 멤버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클럽장은 빠진 1학년 3명이 적힌 명단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레이먼 반 스플린이 짙은 볼드체로 적혀 있었다.
[ 레이먼 반 스플린(기사 작성 담당) : 클럽하우스 001호, 기프트 클래스 끝방 2층 침대 ]1학년 3명이 만든 작은 클럽은 그날 포레스튼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그들의 예상대로 학생들은 부족한 정보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성적을 잘 주는 수업은 뭐지? 출세에 좋은 수업은? 그런 교수님이 있는 수업은 뭐고 그 교수님의 취향은 뭔데?
그리고,
‘얘네 대놓고 피데스 클래스를 노렸잖아?’
서머셋이 속한 피데스 클래스. 그들 중 몇몇은 유타가 납치범의 배후에 서머셋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고 이를 기사로 실을 것이라 떠들어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휴게실에서 있던 그 날을 떠올렸다.
피데스 클래스의 한 무리가 유타의 어깨를 치고 간 그 날.
그날 이후 이런 일이 생겼다. 그리고 피데스 클래스를 노리고 있다니.
정황 증거도 완벽하지 않은가.
‘그래, 이건.’
버려진 왕자가 피데스 클래스의 양아치들을 노리고 있는 거다. 밀리포레의 창간은 5왕자가 벌일 피의 복수의 서막이었다.
***
“버려진 왕자가 노리는 피데스 클래스의 승냥이 새끼들. 어때? 그리고 그다음으로 우리가 모을 정보를 터뜨리는 거지.”
“좋긴 한데, 너무 자극적이고 유치해. 무슨 7세 권장 신문이냐?”
“뭐가 자극적이야. 자극적일 거면 버려진 왕자, 피데스의 목을 따기 위해 출전하다 라던가, 사실 왕자는 버려지지 않았다? 피데스의 그놈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정도는 되어줘야지. 유치한 건 어쩔 수 없다고. 우리가 무슨 20살이냐? 16살이지.”
“7세 권장 도서 같다니까?”
“그럼 멱따는 걸로 해?”
“그러든가.”
…그런가. 멱따는 거, 진짜 쓸까?
아니지, 여기서 좀 더 자극적으로 쓸 수도 있지. 그놈들 목을 아예-. 아냐, 그건 너무 심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과거 모습에 레이먼이 고갤 내저었다.
너무 불량한 모습을 보여줘도 좋지 않다. 자칫 잘못하다간 레이먼에 대한 유타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아직 유타의 기사인 렌스의 신뢰도 얻지 못한 상태. 여기서 굳이 사악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굳이 특성을 쓸 일이 없어서 좋긴 한데. 뭐, 곧 쓸 날이 오겠지만.’
“그런데 말이야, 정말 우릴 먼저 찾아올까?”
소파에 앉아 완드를 손질하던 유타가 질문했다.
“피데스 클래스를 노린 건 잘했지만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구린 무언가가 없을 수도 있잖아.”
그 말에 오닉스가 투덜댔다.
“언제는 있을 거라며.”
“괜히 불안해지니까 그렇지.”
“괜찮아, 걱정 많은 왕자님아. 구린 게 없을 리가 없잖아. 네 잘난 머리를 잘 굴려봐.”
레이먼이 관자놀이를 검지로 톡톡 쳤다.
“너한테 덤볐다고. 아무리 네 소문이 그렇게 났어도 귀족 주제에 왕실한테. 뒷배가 없을 리가 없지. 알아보니 그놈들 피데스 내에서 평판이 그렇게 좋지도 않아. 수업도 자주 빠지고 말이야. 그런데도? 성적은 좋아.”
“성적이?”
창간호를 준비하는 동안 모은 자료 뭉치를 책상 위로 던지며 레이먼이 고갤 끄덕였다.
“귀족들은 대부분 자택에서 조기 교육을 받고 오니 그럴 수도 있다 치자. 내 동생도 받았으니까.”
실제로 아드리안은 포레스튼 졸업반 과정까지 이미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너무 좋은 게 문제지. 수업의 반 이상을 빼먹는데 3학년 중에 5등 안에 드는 놈만 세 명이야. 우릴 치고 간 5명 중에 3명. 그래서 확신했지.”
“피데스 클래스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맞아. 게다가 그놈들이 아니었으면 애초에 난 피데스를 건드리지도 않았을 거야. 뭐, 기다려봐. 곧 올 거야. 하지만 그땐 유타 네가 나서야 해. 나보단 왕족이 협박하는 게 더 효과적이겠지.”
이 일련의 대화를 듣고 있는 오닉스는 레이먼이 생각하는 대로 일이 풀릴 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애초에 피데스 놈들이 왜 굳이 여기까지 온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굳이 자신들의 클래스를 위험에 빠뜨린단 말인가. 심지어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밀리포레에서 어떤 정보를 퍼뜨릴지도 모르면서 먼저 찾아와 자수한다고?
자기 클래스 친구들을 팔아넘기는 짓을?
“하아.”
그런 일이 있을 리가-
똑똑똑-
끼익-
“저, 저기… 여기가 신문 클럽 맞지?”
“뭐야, 이건 또.”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