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5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51화(251/275)
유타의 방 안에는 유타와 카렌이 있었다.
유타가 서머셋과 티타임을 가진 지 3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레이먼은 잠에 빠진 채였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유타는 해야 할 일은 빼먹지 않았으나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사람처럼 돌아다녔다. 특히 티타임 이후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다크서클이 더 진해졌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 볼이 패였다.
카렌은 멍한 얼굴의 유타에게 조심스레 손을 들어 질문했다.
“저, 유타 님-.”
“응?”
“옷을 갈아입으시려고요?”
“그런데.”
“평소에는 저를 밖으로 내보내셨는데 오늘은 있어도 되나… 해서요.”
카렌이 어색한 듯 볼을 긁적였다.
5왕자 유타는 예전부터 제 몸을 남에게 보이는 걸 싫어해 옷이나 목욕 시중을 절대 들이지 않기로 왕성에서 유명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카렌이었기에 그걸로 유타에게 질문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자신이 있는데도 나가 있으란 말 없이 겉옷을 벗기 시작해 놀란 것이었다.
“제가 나가는 편이 좋을까요?”
카렌이 슬쩍 웃자, 유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 갈아입으실 옷은 침대 위에 올려두었어요.”
“고마워.”
카렌은 방 밖으로 나가 문 앞을 지키던 렌스 곁에 섰다.
카렌은 렌스가 굉장히 불편했다. 그는 잘 웃지도 않았고, 농담이 잘 통하지도 않는 데다가 한두 마디 하는 것도 전부 유타 전하와 관련된 것뿐이었다.
그녀는 렌스에게 왜 유타 전하가 굳이 옷을 몇 겹이나 입는 건지, 방에는 왜 붕대가 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괜히 물었다가 호기심에 목이 날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타 님을 매우 가까이서 모신 사람이라면 분명 알 텐데. 밝히지 못하는… 사정이라도 있으신 거겠지?’
카렌의 종족은 인간에 비해 눈치가 빨랐고 모든 감각이 예민했다. 딱히 확답받지 않아도 그녀는 유타의 비밀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상태였지만 그 비밀을 말하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이겠지. 그럼 나도 열심히 도와드려야지.’
혼자 여러모로 결심을 마친 카렌이 렌스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저, 렌스 님.”
“…….”
“저희 둘 다 이름에 ‘렌’이 들어가는데 유타 님을 모시고 있잖아요. 뭔가 운명 같지 않나요? 카렌, 렌스! 헤헤…….”
“그렇습니까.”
오, 세상에. 더 어색해졌잖아!
카렌은 더 끔찍해진 분위기에 몇 가지 농담을 더 던져봤지만 상황은 악화될 뿐이었다. 카렌은 얼른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저, 잠시 다른 곳에 다녀와도 될까요? 금방 돌아올게요.”
“알겠습니다.”
렌스는 수다쟁이 카렌이 얼른 자리를 뜨길 바랐다. 그녀가 옆에 있으면 포레스튼의 오닉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라며 꾸벅 인사를 한 카렌은 시종인들이 한데 모여 밥을 먹는 식당 옆 작은 방으로 향했다. 옹기종기 모여 식사 중이던 시종인들이 카렌을 발견하곤 환하게 인사했다.
“카렌, 오랜만이다!”
“얘들아-!!”
“우리 말썽쟁이 카렌, 5왕자님 곁에서 힘들지 않아? 이리 와서 앉아. 요즘 왜 여기 와서 밥을 안 먹는 거야.”
“미안해, 아무래도 유타 님이랑 같이 밥을 먹을 일이 많아서. 헤헤.”
“카렌, 잘하고 있나 보네! 다행이다.”
카렌은 유들유들한 성격 덕분에 인기가 좋았고, 시종인들은 카렌 몫의 점심을 접시 가득 담아 내밀었다. 따끈따끈한 크림 스튜에 푹 찍어 먹는 빵은 언제 먹어도 최고의 점심이었다.
시종인들은 카렌에게 궁금한 게 많았는지 끝없이 질문을 해댔다. 5왕자의 업적이나 다정한 성격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으나 그와 직접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어 본 왕성의 시종인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유타 님은 정말 성격이 좋으셔. 내가 아무리 실수를 해도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으시다니까?”
“어떻게 그런 분이 다 있어?!”
“그런데 틀린 건 틀렸다고 할 수 있는 분이시지. 매너스 전하랑 두 분이 함께 얘기하는 걸 보면 한 폭의 그림이나 다름없다니까.”
“정말 그렇더라. 매너스 전하는 풍채도 좋으셔서….”
“너는 애인이 옆에 있는데 그런 말이 하고 싶냐?”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카렌은 자연스레 주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요새 뭐 재밌는 일은 없어?”
“재밌는 일? 아, 하나 있는데. 이거 좀…… 무서운 거야.”
쭉 말을 잇던 시종인들의 목소리가 작게 줄어들었다. 카렌도 덩달아 몸을 테이블 깊숙이 숙였다. 카렌이 작게 속삭였다.
“왜, 뭔데 그래.”
“이거 진짜 내가 말했다고 하면 안 돼? 알았지?”
카렌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시종인들도 서로를 번갈아 바라보며 굳게 다짐하듯 눈짓했다.
“밤에 마법사님들의 집무실 쪽 복도를 지나친 적이 있거든? 그쪽이 우리 숙소로 가는 지름길이잖아. 원래는 업무시간 외에는 가면 안 되니까 몰래 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 집무실 문이 열리는 거야. 놀라서 기둥 뒤에 휙 숨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오는데 눈이 새카맸어.”
“눈이 새카매? 눈동자 색이 새카만 사람은 많이 있잖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녀는 주위를 한 번 더 홱홱 둘러보더니 더 작게 속삭였다.
“흰자위가 없었다니까아아-!”
“으악!”
“야, 소리 지르지 마!”
“정말 눈이 전부 새카맸어?”
“응.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손도 약간 새카맸어.”
카렌이 물었다.
‘유타 님이 직접 소문은 내지 말라고 했는데. 딱 좋네.’
“세상에나!”
“나 진짜 너무 무서웠잖아. 근데 발걸음도 이상했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웅얼거리기도 하고. 그 뒤에 누가 방에서 나온 것 같았는데.”
카렌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서머셋의 방을 나오자마자 새까맣게 변했던 정령이 떠올랐다. 그때 그 정령도 몸과 눈이 새카맣게 변해서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흠…. 그때랑 비슷한 상황인 거 같은데.’
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 카렌, 오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으렴. 그리고 만약 소문을 내고 싶다면 절대로 네 입으로 전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때의 정령과 눈이 새까맣게 변한 남자의 일이 똑같은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그때 그 일을 소문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카렌이 곁에서 지켜본 유타는 선량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카렌은 그런 유타를 위해 무언가 꼭 해내고 싶었다.
그녀는 주변에 있는 정령들에게 마음의 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저기…… 내 목소리 들려?’
그녀의 눈엔 늘 정령이 보였지만 한 번도 말을 걸어본 적은 없었다. 정령이라면 분명 사악한 존재는 아닐 거라 생각은 했지만 확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타 곁에 있으면서 배운 게 있었다. 적어도 카렌 주변의 정령들은 그녀가 말을 걸길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설령 그녀가 마법사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얘들아, 너희들이 저 메이드 옆에 살짝 속삭여 줄 수 있어?’
정령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목소리를 듣게 할 수 있다는 거지?’
‘네가 말을 걸어줬으니, 우리도 보답할 수 있지.’
그렇게 말한 정령들은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날아다녔다.
카렌은 놀랐다. 그녀의 귀에 처음으로 정령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소문을 낸 사람이 누군지도 다들 헷갈리게 됐으면 좋겠어. 그것도 할 수 있어?’
‘왜 그래야 해?’
‘왜 그래야 하냐고?’
‘그거야 소문을 낸 사람이 나라는 게 소문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할 수 있어?’
카렌의 대답을 들은 정령들은 잠깐 고민하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시종인들의 귓가로 날아갔다. 몇 초 되지도 않아서 시종인들은 뭔가 대단한 걸 들은 것처럼 눈을 커다랗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게 정말이야?”
“하지만 그분이 왜 그러겠어.”
“그거야 우리도 모르지. 어쨌든 4왕자 전하는 조심하자. 알겠지?”
그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서 나눈 대화는 우리만 아는 거야, 알겠지?”
방을 나서며 카렌은 이 방에 있던 모두가 비밀을 지킨다 해도 이 비밀이 왕성 전체로 퍼져나갈 걸 알고 있었다. 이미 장난꾸러기 정령들이 잔뜩 신난 얼굴로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 안 깨어나면 어떡할 건데? 지금 내 계약자가 죽게 생겼잖아. ] [ 그건 네 계약자가 유약한 것이지. 내 탓은 아니지. ]“시…끄러워요.”
[ 레이먼! 저리 비켜, 이그니스! ] [ 이 자식이, 친구 좋은 줄 모르고! ] [ 레이먼, 몸은 좀 어떠냐. 제대로 돌아온 게 맞느냐. ]아모르가 레이먼의 볼을 양쪽으로 쭉 잡아당겼다. 그 손을 가볍게 탁 내친 레이먼이 말했다.
“예…. 뭐. 크게 변한 점은 없네요. 영법을 배우면 뭐가 달라질 줄 알았더니.”
[ 넌 이미 풍족한 마나를 갖고 있으니 그렇지. 다행인 줄 알아라. 다른 놈들은 영법을 배우자마자 생명력에 대한 갈증에 시달리니까. 일단 쉬어라. 한동안은 몸이 무거울 수도 있다.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뭔데. ]“일전에 제 영혼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었잖아요.”
레이먼이 말했다.
“제가 진짜 레이먼이었습니까?”
[ ……. ]“다른 영혼에 의해 억지로 다른 세상에 날아가 그 비참한 운명을 버텨서 다시 돌아온 겁니까?”
[ 꿈에서 그런 걸 보고 온 모양이구나. ]아모르는 대답 대신 일단 쉬어라- 라는 말로 답했다.
레이먼은 오히려 그 말에 더욱 확신했다.
식사 시간이 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에 들어온 니콜은 눈을 뜨고 있는 레이먼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도련님!! 깨어나셨군요!!”
그 꼴을 보자마자 레이먼은 니콜이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걸 단박에 눈치챘다. 뭐, 완벽할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형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드리안도 헐레벌떡 달려왔다. 머리가 까치집인 걸 보니 한동안 정신없이 지낸 게 분명했다.
“2주?”
“예.
현실과 꿈에서의 시간 흐름이 생각보다 비슷해서 놀랐다. 보통 꿈에서 1년이 지나도 현실에선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거나, 그런 식으로 조정해 주지 않나?
아드리안은 레이먼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을 떠나고 이 기쁜 소식을 스플린 부부에게 알렸다. 그들은 영지의 일만 마치고 곧바로 타운 하우스로 가겠노라 이야기했다.
한편 레이먼의 쾌차 소식을 들은 유타와 오닉스는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레이먼에게 찾아왔다.
“레이먼.”
그리고 유타는 타운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저벅저벅 걸어와 레이먼의 볼을 꼬집었다.
이놈의 볼을 왜 보는 놈마다 꼬집는지. 레이먼이 불만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렸다.
“살아있는 거 맞네.”
유타는 침대 옆에 준비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냥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지.”
오닉스도 그 옆에 앉았다. 이 두 사람은 레이먼이 왜 긴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영법, 그 미친 걸 배우겠다고.
“너 그거 배운 거 들키면 감옥에서 썩어야 해. 아냐?”
오닉스가 목을 손가락으로 그으며 끽하고 죽는시늉을 했다.
“너희들만 입 닫으면 될 문제야.”
레이먼은 자신이 쓰러진 사이 있었던 일에 대해 전해 들었다. 마탑에서는 이상하리만큼 공격형 아티팩트의 생산량이 늘었다고 했다.
“왕실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무기 생산을 요청했다고 하더라고. 귀찮게, 쯧.”
특히나 테디와 리트리가 매일 밤을 새우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령이 없는 놈들이라 그런 거라며 구시렁거리기도 했다.
유타는 왕성에 퍼진 소문, 그리고 덧붙여 1왕자의 행보에 대한 소식을 전해줬다.
1왕자는 스턴에 복귀한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는 매너스와 함께 현 왕의 집무실을 자주 찾았고 스턴의 구석 영지로 시찰을 가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이 모든 일을 하면서 왕위에는 관심이 없다- 라는 식의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그 말에 레이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1왕자님께서 잘하고 계시네. 그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는, 서머셋 쪽에서 뭐 말 나온 건 없어?”
카렌 덕분에 퍼진 소문에 대한 물음이었다.
서머셋의 방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저주에 걸린다는 이상한 소문. 실제로 서머셋 주변에 죽어 나가거나 실종된 이들이 몇몇 있어 소문은 더 크게 번지고 있었다.
유타가 답했다.
“지금 평판은 최악이지. 하지만 곧 그 소문을 무마시킬 다른 소문이 등장할 거야.”
아마 그렇겠지. 원래라면 1왕자가 죽었을 전쟁도 곧 터질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그때 1왕자를 죽이면서 자신이 영웅이 될 시나리오도 세웠을 가능성도 있었다. 회귀 전과 상황이 달라졌으니 그의 계획에도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레이먼은 손을 한 번 꽉 쥐었다 펴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막아야지, 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