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56)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56화(256/275)
매너스와 케네스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고개가 자연스레 레이먼 쪽으로 향했다.
레이먼이 일전에 했던 부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학생을 참전시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머셋이 저런 이야기를 직접 꺼낼 줄은 몰랐단 말이지.’
서머셋이 자신의 의견에 부가 설명을 더했다.
“어차피 바텔바흐와의 전쟁에서 스턴은 늘 승리하지 않았습니까. 학생들에게 미리 실전 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좋죠. 축복 마법이 가능한 학생 위주로 뽑는다면 직접 싸우는 최전방으로 갈 필요도 없으니 학생들의 안전도 확보가 가능할 겁니다.”
“그렇게 들으니 또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 학생이잖습니까.”
“그래도 성인입니다. 다 큰 어른이 그 정도 생각도 못하겠습니까.”
“댁은 30살까지 철이 없어서 일도 잘릴 뻔해 놓고서는….”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으나 누구 하나 단호히 서머셋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서머셋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져 있다고는 하나 아직 그의 세력이 무너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유력한 왕위 계승자인 서머셋에게 밉보일 수 있는 마법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과거에 학생이 참전했던 전쟁이 있습니까?”
“아뇨, 없었지요.”
바로 유타와 레이먼이었다.
서머셋은 두 사람이 반대할 것을 이미 예상한 모양이었다.
그는 안정적인 어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찾아보면 한 번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전례가 없다 해서 하지 않는 것만큼 멍청한 일이 어딨겠어.”
“과거에 학생들을 참전시키는 일이 빈번하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레이먼, 과거의 행적이 모두 옳다고 볼 순 없어.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도 있는 거지. 그때의 잘잘못을 이제 와서 따질 수는 없겠지만 도전은 있어야 하지 않겠니?”
서머셋의 답변을 들은 레이먼이 웃었다.
“물론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케케묵은 과거는 버려야죠.”
“뭐…?”
서머셋은 살짝 당황했다. 기대한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레이먼은 그렇게 말하곤 스윽 뒤로 빠졌고, 유타가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형님,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학생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정한다면 이 또한 옳지 못한 일일 겁니다.”
“그렇다면 네 말대로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겠구나.”
유타가 고개를 저었다.
“왕실에서 내려온 질문에 학생들이 어떻게 곧바로 참전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겠습니까. 허울뿐인 자율성입니다. 더군다나 축복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마탑과 용병으로 활동하는 졸업생을 모두 합치면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그래, 유타의 말이 맞지.”
케네스가 유타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구석에서 한마디도 꺼내지 않던 2왕자 페인의 눈썹이 크게 들렸다.
‘케네스 형까지?’
저 형은 대체 언제 꼬신 거야?
페인이 서머셋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나한테 화풀이할 것 같은데.’
하지만 페인은 서머셋을 도우려 하진 않았다.
그가 서머셋에게 부탁받은 건 바텔바흐의 기사단과 연결해 주고 가만히 있는 일뿐이지, 그를 도와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더군다나, 페인도 유타와 레이먼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궁금했다.
케네스까지 유타의 말에 힘을 싣자 대세가 기울었다. 중립을 지키던 마법사 중 몇몇이 서머셋의 의견에 반대표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긴 앞으로 스턴을 이끌 소중한 학생들을 전쟁에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죠.”
“용병으로 빠진 이들 중에도 축복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들이 많을 겁니다. 축복 마법은 국민들의 일상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니까요.”
“그럼 일단 서머셋의 의견을 보류하고 마탑과 용병들 사이에서 더 모아보는 걸로 해도 괜찮겠나?”
매너스가 마무리하는 뉘앙스의 말을 던지자 다른 마법사들도 일제히 동의했다. 서머셋은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에 이어지는 회의에선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이전의 회의와 비슷하게 흘러갔고 바텔바흐와의 전면전을 시작할 곳이 어디인지를 좁히는 정도로 회의는 끝이 났다.
***
회의가 끝나고 서머셋은 마지막까지 회의장에 남아 있었다. 벽 쪽 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페인이 서머셋에게 물었다.
“야, 언제 나갈 거야? 회의장에 우리밖에 안 남았어.”
“…….”
페인이 재촉했지만 서머셋은 답하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회의장 전경을 바라보며 서머셋은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분명 무언가 틀어졌다.
바텔바흐의 기사단들이 몰살당한 것?
그 과정에서 영법에 대해 누군가 눈치챈 것?
모든 게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던 건가?
아니, 그보다 일찍 틀어진 것이다. 왕성에서 일할 생각은 없다던 챈들러가 돌아온 것도, 케네스 1왕자가 멀쩡히 살아 돌아온 것도 전부 우연은 아닐 테니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누군가 일찍부터 계획을 세운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내가 알 수 없겠지.”
서머셋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야 여길 나가겠네.”
페인도 즐겁게 일어나 서머셋 옆으로 갔다. 서머셋에게서 느껴지던 묘한 살기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화풀이를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페인이 물었다.
“너 괜찮냐? 뭐, 다 계획한 대로 되는 게 없는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요.”
묘하게 침착한 서머셋을 보며 페인은 생각했다.
‘뭐 다른 믿는 구석이라도 남겨둔 건가?’
그러나 페인은 곧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 서머셋이 앉아 있던 의자가 그대로 불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머셋은 회의장에서 나와 페인을 버려둔 채 어디론가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놀랍게도 포레스튼이었다. 왕성에 퍼진 어두운 소문이 아직 전해지지 않은 포레스튼에서는 학생 모두가 서머셋을 반겼다.
“4왕자님이 오셨대!”
“저분이 그 4왕자님이셔?”
“그런데 서머셋 님께서 어쩐 일이시지?”
“아드리안을 보러 온 거 아니야? 걔 형이 왕족분들이랑 친하잖아.”
서머셋에게 익숙한 건 이런 풍경이었다. 경외로 가득 찬 눈빛과 자신을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는 자신이 이 스턴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학생들을 향해 밝게 웃어주는 서머셋의 눈에 작은 불꽃이 타올랐다.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지.’
그가 세워온 계획은 조금 틀어지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아드리안.
레이먼과 마찬가지로 대마법사가 될 자질이 있고,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가문도 있으며, 레이먼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 아드리안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1왕자를 죽인다면 그다음으로 가장 유력한 왕 후보는 자신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매너스는 왕위 계승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똑똑-.
교무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응접실의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서머셋이 들어오라고 말하자 문이 천천히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안으로 들어왔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서 와, 아드리안. 네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잠깐 들렀지. 어서 와서 앉아.”
“네.”
“뭐 마실 거라도 줄까?”
“아뇨, 곧 수업에 들어가야 해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 너무 단호하게 말하니 서운한걸. 그래도 편지까지 주고받는 사이인데.”
그 말에 아드리안이 답했다.
“최근에는 제가 답장을 드리지 않았으니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지 않을까요?”
“그래도 답장을 준 적은 있으니까 말이야.”
영법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영법사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세뇌하는 일은 두 사람의 실력이 현저히 차이 날 때만 가능했다. 그렇지 않다면 영법으로 직접 상처를 낸 후에 이를 매개로 저주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이조차도 마음에 틈이 있어야 가능했지만, 서머셋은 상처만 낼 수 있다면 아드리안에게 저주를 걸 자신이 있었다. 끝없이 형과 비교당하는 자리에 있는 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전쟁에 아드리안을 동원해 저주를 걸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아드리안을 전쟁에 끌어들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래서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아카데미 생활은 어때?”
“괜찮습니다.”
“졸업하기 전에는 내 질문에 답을 줬으면 좋겠는데.”
“이미 답을 드렸습니다. 저는 형님과 뜻을 함께할 생각입니다.”
그러자 서머셋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니 답이 아니지.”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은 그것뿐입니다.”
“나는 네가 형을 그렇게 아끼는 이유를 모르겠어. 물론 난 레이먼을 좋아해. 보면 볼수록 영특하니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거든. 하지만 레이먼 때문에 네가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아. 아드리안, 편지로도 몇 번 말했지만 너는 형만큼 훌륭하고, 형보다 더 높게 평가받을 가치가 있는 아이야. 그리고 레이먼이 아카데미 입학 전에는 너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도 나는 이미 알고 있지.”
서머셋이 아드리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눈에는 네가 레이먼의 그림자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단다.”
“…….”
“형의 몫까지 힘내야 했던 네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말이야. 만약 죄책감 때문에 레이먼에게 목을 매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런 게 아닙-.”
“그리고, 네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서머셋의 손가락에서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났다.
아드리안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그가 영법과 관련된 자라는 건 형님께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서머셋이 자신의 눈앞에서 이 정도까지 모든 걸 밝혔다는 건-.
“무언가 뜻대로 잘 안 풀리신 모양입니다.”
“그래. 그래서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걸 없애기로 했지.”
피어오른 검은 안개가 점차 바닥으로 퍼졌다. 응접실 바닥이 검게 물들었다.
서머셋은 아드리안을 잘 알고 있었다. 강한 척해도 속은 레이먼처럼 단단하지 못했다.
몇 번 쥐고 흔들면 그대로 넘어질 놈이었다.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강합니다. 그러니 이런 협박을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서머셋의 예상과 상황이 다르게 흘러갔다. 그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아드리안…의 성격이 원래 이랬던가.
“스플린 가는 스턴에 꼭 필요한 가문이기에 현 왕께서도 쉽게 내치지 못합니다. 그런 가문을 전하께서 이런 식으로 겁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많이 변한 것 같구나, 아드리안.”
애써 당황한 모습을 숨긴 서머셋이 다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응접실 문이 쾅 소리와 함께 열렸다.
“아드리안, 잘했다.”
“레이먼…?”
초대하지 않은 손님의 정체는 레이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