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6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62화(262/275)
“그런 걸 왜 궁금해하는 거야, 베일?”
대공이 다시 책상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궁금해한 적 없었잖아.”
“스턴은 곧 전쟁을 치를 적국입니다.”
“이미 몇 번 치렀지.”
“예. 그러니 스턴이 저희를, 그것도 전하께까지 방문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 전하를 방문한 객이 스턴에서 온 자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1기사단장으로서 제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알 필요 없어.”
“전하, 부디 충신의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나를 대뜸 의심부터 하는 자를 충신이라고 하지 않지. 베일, 자네는 1기사단장의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구나.”
베일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적어도 그 손님이 누군지 이야기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주인을 믿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대공을 욕하더라도 베일은 그를 꼬박꼬박 전하라 부르며 따랐고, 결국엔 그가 바텔바흐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 저자의 눈을 보아라.
이미 욕망으로 주름진 눈가와 탁해진 눈빛, 그리고 손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어제보다 나아진 점이라곤 오로지 ‘부’밖에 없는 사내를 지도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
“헌데…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경은 죽은 단원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예…?”
“경이 주변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제국이 퍼뜨린 저주에 단원들이 모두 당하지 않았나. 불쌍한 놈들 같으니.”
베일이 양 주먹을 꽉 쥐었다.
대공은 억지로 분을 참으려는 베일을 보며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스턴으로 이야기의 주제가 쏠리는 걸 막으려는 모양새였다.
베일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베일이 말했다.
“전하, 제가 말씀하고자 하는 바는 제 불쌍한 단원들이나 제국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니 제 질문에 답을 주십시오. 조금 전 제가 마주친 자가 스턴에서 온 인물이 맞습니까? 맞다면 어째서 여기까지 찾아온 것입니까.”
“…….”
베일이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자, 대공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초에 스턴이 여길 찾아온 게 뭐가 나빠. 찾아올 수도 있지.”
그가 말했다.
“스턴이 우릴 도와주기로 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마법사를 빌리기로 했고. 그걸 위한 지리 선정이야.”
“전하, 스턴에서 마법사를 빌리기로 하셨다니요. 그건-!”
“다 생각이 있어서 하는 일이니 주인을 의심하지 말거라. 이 이상 주제넘게 나섰다간 나도 너를 용서하기 어렵겠구나.”
“하지만 전하, 스턴 측이 우리를 도와줄 이유가 없습니다. 스턴과의 전쟁에서 스턴의 도움을 받는다니. 이 소식을 들으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단원들도 반대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스턴이 우릴 도왔다는 건 빼고 전달해야지. 베일, 너는 너무 고지식하구나.”
대공이 말했다.
“그리고 애초에 이번 전쟁에서 이기는 건 스턴이야. 이 전쟁에서 그들이 원하는 건 승리가 아닌 다른 거고.”
“그럼-!”
쾅.
그때, 대공의 주먹이 책상을 내리쳤다.
“베일, 여기까지다. 이제 그만 나가봐. 더 정확한 작전은 전쟁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 전해질 거다.”
그 말을 끝으로 베일은 대공의 방에서 쫓겨났다.
터덜터덜.
훈련장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훈련장에 돌아가자마자 단원들이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인원을 보충했지만 여전히 전보다 훨씬 적은 수였다.
멍청한 대화와 함께 서로의 머리를 목검으로 내리치고 있는 단원들을 지켜보며 베일은 생각했다.
‘만일 이 전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땐, 남아 있는 이놈들이라도 지켜야겠지.’
***
출전 날이었다.
레이먼은 베일이 준 편지를 다시 읽었다.
편지는 베일이 스턴에서 온 손님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스턴의 마법사 중 바텔바흐 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자신이 바텔바흐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레이먼은 출전 전날까지 베일과 편지를 두세 번 정도 주고받았다.
자신이 할 일이 정해진 걸 확인한 베일은 마지막 편지에 “고맙다.”라는 한 줄을 써서 보냈다.
이른 새벽 출전을 위해 모인 스턴의 군대는 총 3만.
베일이 말한 바텔바흐의 수 2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수였다.
“레이먼, 나랑 유리페랑 너무 안 맞는데 꼭 같이 있어야 해?”
챈들러가 레이먼의 어깨에 가볍게 팔을 걸치며 몰래 속삭였다.
“왜요. 유리페 전하는 좋으신 분입니다.”
“그게 아니라… 너무 꼼꼼하잖아. 뭐든 적당한 게 좋은데.”
“선배님이 대충 사시니까 잘 맞는 파트너가 될 것 같습니다.”
“헉, 헉, 헉!”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뛰어다닙니까?”
출전을 위해 모인 성문 앞에서 리트리버와 험프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험프라는 저 사내는 유타와 최근 친해졌다고 들어서 굳이 전쟁에 부르지도 않았는데 따라온 모양이었다.
레이먼에게 반쯤 몸을 기댄 챈들러가 답했다.
“누가 먼저 시작했냐고 물은 거면 저기 금발 머리.”
“리트리군요.”
“저 멍청한 놈을 따라다니는 놈에 대해 묻는 거라면 험프도 전쟁에 참전해. 원래라면 굳이 참가할 필요가 없었지만.”
“왜요?”
“축복 마법사의 수가 생각보다 많아. 총 60명을 모았어.”
회귀 전에는 50명이었던 축복 마법사의 수가 늘었다.
아마 용병 중에서도 축복 마법사를 모았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타국에서 온 험프는 굳이 이번 전쟁에 참가할 필요가 없었는데, 유타가 참전하니까 같이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했거든.”
“유타를요?”
“어. 유타를 본받고 싶다던데.”
그 이상은 나도 몰라. 그렇게 말한 챈들러가 어깨를 으쓱했다.
챈들러와 대화가 끝난 뒤, 레이먼은 크리스에게 향했다. 크리스는 검날을 점검하고 있었다.
“선배님.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오, 레이먼. 당연하지. 무릇 귀족이란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이들을 지키기 위해 늘 준비된 상태여야 하니까 말이야.”
잘 갈린 검날의 한 면에 크리스의 얼굴이 깨끗하게 반사되었다.
크리스는 검날에 비친 레이먼을 보다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서머셋도 이번 전쟁에 참전한다던데. 레이먼, 너는 요새 서머셋하고는 잘 지내고?”
“네. 얼마 전에도 제 타운 하우스에서 따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거 다행이야! 그놈이 요즘 예전과 좀 달라졌거든. 주변에서 잘 북돋아 줄 필요가 있어. 아마 왕성의 일이 생각보다 더 힘들어서 그런 거겠지.”
크리스는 여전히 서머셋을 완전히 신뢰했다. 그는 서머셋이 이상한 소문에 얽히는 탓에 다른 이들과 관계가 틀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크리스의 반가운 듯한 미소에 묘한 낯을 한 레이먼이 말했다.
“선배님께서는 최근 왕성에 서머셋 선배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퍼진 것도 알고 있으십니까?”
“당연히 알지. 하지만 레이먼, 너도 알다시피 귀족이나 왕족은 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는 법이야. 그러니 옆에서 잘 챙겨줘야 하지.”
크리스가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아마 그는 서머셋에 대한 어두운 소문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눈만 보면 알 수 있지.’
크리스가 가진 서머셋에 대한 신뢰는 그의 반역에도 분명 큰 힘이 되리라. 파비앙 가문을 등에 업을 수 있으니 말이다.
레이먼은 고민했다. 이곳에서 당장 진실을 말해 두 사람의 사이에 균열이 가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크리스는 그런 레이먼의 말을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레이먼은 전쟁 직전, 확률이 낮은 모험을 하지 않기로 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됐다.”
이날, 레이먼은 결국 두 사람의 사이를 일부러 갈라놓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전쟁이 끝나면 크리스는 서머셋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게 될 테니까.
***
레이먼은 후방 처소로 향했다.
지난 회차에서 이곳은 졸업반 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회차에는 그 자리가 실력 좋은 용병들과 마탑의 마법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레이먼은 축복 마법사들의 신원을 한 명씩 살폈다.
영법을 배운 이후로 다른 영법사의 기운을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레이먼의 눈에 들어온 이는 영법사가 아니었다. 영법사보다 훨씬 익숙한 기운과 외모에 레이먼이 그자의 손목을 붙들었다.
“아드리안!”
“형님!”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냐!”
회귀 전과 똑같은 대화였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아드리안은 아직 졸업하지도 않은 학생이었다. 이번 전쟁에 참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레이먼은 아드리안의 손을 붙들고 사람들 사이를 성큼성큼 지나갔다. 아드리안이 이곳에 있는 건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드리안을 다른 곳에 보내야 한다. 아드리안을 이곳에서 내보내야 해.
아드리안이 저를 내쫓을 생각으로 가득 찬 레이먼의 손목을 급하게 쳤다. 아드리안이 소리쳤다.
“형님! 형님! 잠시만, 제 얘기를 들어주십쇼!”
“더 들을 필요도 없어. 아드리안, 여긴 네가 올 자리가 아니야.”
“형님!!”
아드리안이 레이먼의 손을 확 뿌리쳤다.
원래라면 이 시점에서 서머셋이 등장해야 했다. 하지만 서머셋은 나타나지 않았다.
레이먼이 아드리안을 응시했다.
“영법….”
“뭐?”
“평소 형님답지 않습니다. 이렇게 과한 걱정을 하시는 게 혹 영법 때문입니까? 서머셋 전하께서 영법으로 노리는 게 접니까?”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아드리안.”
“그냥 소문만 들었습니다. 서머셋 전하께서 그런 쪽과 관련이 있고, 전하가 제게 관심이 많으니 혹시 저를 노리는 게 아닌가 해서요.”
“그런 게 아니야.”
“참전할 생각은 없습니다, 형님.”
아드리안의 말에 레이먼이 깜짝 놀라 짧게 대꾸했다.
“뭐?”
“전 그저 형님을 배웅하기 위해 온 겁니다.”
“…….”
“저는 포레스튼에 넘어가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아드리안이 눈을 빛냈다.
“유타 전하께서 저를 믿고 맡겨주신 일이 있거든요.”
“유타가?”
“그게 아니었다면 저도 형님을 따라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내가 너를 다시 쫓아냈을 거다.”
“하하, 예. 그런 일이 없어 다행입니다.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형님. 저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회귀 전 아드리안의 눈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아드리안에게선 그런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레이먼과 대화를 하고 돌아선 아드리안은 포레스튼으로 가기 위한 마차로 향했다. 5학년이라 별다른 수업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그때, 누군가 등 뒤에서 아드리안을 불렀다.
“아드리안.”
“서머셋 전하.”
아드리안이 고개를 숙였다.
“레이먼이 없는 곳에서 인사라도 한 번 나눠야 할 것 같아서.”
서머셋이 씨익 웃었다.
“레이먼이 나를 너무 경계하니 너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가 없구나.”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너는 어디로 가는 거냐, 아드리안.”
아드리안이 답했다.
“형님께 인사도 마쳤으니 포레스튼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졸업생 신분으로 전쟁에 참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자 서머셋이 말했다.
“그렇다면 참전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겠다.”
“예?”
“너 한 명 정도는 끼워 넣을 힘은 있어. 게다가, 그 스플린 가의 둘째이니 반대할 놈도 없을 거다. 레이먼이 네 참전을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없느냐.”
“형님은 저를 걱정하신 겁니다.”
“뛰어난 둘째가 자신보다 화려한 경력을 쌓지 않기를 원할지도 모르지. 나는 네가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서머셋이 아드리안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저 푸른 눈동자가 한 번이라도 흔들린다면 서머셋은 지금 이 자리에서라도 아드리안을 세뇌할 작정이었다.
“제가 형님보다 더 큰 공적을요?”
“그래, 내가 돕는다면 그럴 수 있지. 너도 지금 상황이 짜증 나지 않느냐. 네게 가야 할 관심이 온통 레이먼에게만 향하는 이 상황이 말이다.”
그 말에 아드리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