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67)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67화(267/275)
“네가 왜 이곳에…. 아니, 전부 네 계획이었구나.”
“형님.”
“네가 나를 막아설 줄은 몰랐어. 네가.”
언제부터였지.
장자도 아닌 넷째인 내가 이 왕국의 왕좌를 탐낸 것은.
잘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꿈을 꾸었다.
무언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4왕자의 자리는 주어진 권력에 대한 의무도, 왕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다.
–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십니다.
– 1왕자 전하도, 3왕자 전하께서도 매우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셨죠.
1등을 해 봤자, 이미 다른 이들이 해낸 공적이었다. 훌륭한 마법을 써도, 어떤 노력을 해도 이미 남들이 밟아온 길을 걷는 건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다른 이들이 밟지 않은 길을 찾게 된 것은?
그 길을 걷기 위해 어떤 일을 해도 죄책감을 갖지 않게 된 것은?
영법사가 되는 법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래서 더욱 운명이라고 느꼈다.
운명이 자신을 영법사가 되는 길로, 왕좌로 가도록 이끌었구나.
영법사만 될 수 있다면 분명 더 고차원의 마법을 쓸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분명 왕위로 가는 길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겠지.
영법사가 된 이후,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아버지였다.
– 서머셋, 나는 네가 올바른 길을 걸었으면 한다. 너라면 분명 악마의 속삭임에도 넘어가지 않을 거다.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 한 번 한 실수는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 하지 않을 수는 있지. 부디 내가 네게 못된 아비가 되지 않기를 빈다.
비밀을 들켰을 때, 숨이 쉬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아버지만 사라진다면….’
영법만 제대로 쓸 줄 안다면 아버지를 서서히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알지 못하게, 동시에 누구도 치료할 수 없게.
하지만 그 계획을 방해한 건…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막내였다.
빛의 대정령과 계약한, 버려진 왕자.
정실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던 5왕자.
처음 포레스튼에서 그 아이를 마주쳤을 때는 약간의 측은함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떤 발악을 해도 저놈은 왕좌에 오르지는 못하겠구나.
‘욕심 많은 어미 밑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나날은… 괴로웠겠지.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젠가 도움을 주긴 해야겠군.’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변했다. 포레스튼에 있던 부조리를 해결했고 모두가 외면했던 빈민가를 구제했으며 빛의 대정령과 계약까지 해 자신을 방해했다.
‘왜 유타에게만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거지? 레이먼, 레이먼 반 스플린.’
유타와 자신의 차이.
그 차이를 만든 건, 누가 봐도 레이먼 반 스플린이라는 존재뿐이었다.
솔직히 말해, 레이먼이 없는 유타가 다른 이들보다 나은 점은 빛의 대정령뿐이지 않나.
페인을 제외한 다른 형님들도 포레스튼을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했고 마법 실력 역시 우수했다. 매너스 자신도 그 정도 실력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왕좌에 올라갈 정당성이 부족했다.
그 정당성을 채우기 위해 서머셋은 바텔바흐의 공왕과도 거래해 억지 공적을 채웠다.
하지만 유타는 빛의 대정령과 계약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목숨을 걸었던 그의 노력을 따라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 준 건 아마 레이먼 반 스플린이라는 존재겠지.
서머셋은 유타의 검이 자신의 목을 겨누는 이 상황 속에서도 레이먼을 바라보았다.
“레이먼, 왜 나를 택하지 않은 거지?”
어차피 영법을 배운 것에 더해 1왕자 케네스까지 암살하려 했다는 사실이 들킨 이상, 서머셋은 더 이상 왕좌에 오를 수 없었다.
반역죄로 처단당하거나 지하 감옥에 죽을 때까지 갇히게 되겠지.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라면 서머셋은 망할 궁금증이라도 해결하고 싶었다.
“유타가 나보다 나은 게 뭔지 모르겠어.”
서머셋이 어깨를 으쓱했다.
“유타가 당신보다 나은 점이요.”
레이먼이 턱을 쓸어내렸다.
“딱히 없습니다.”
“뭐…?”
“서머셋 전하의 마법 실력은 굳이 ‘그런’ 걸 배우지 않았어도 이미 뛰어났을 테고, 왕실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계셨으니까요. 빛의 대정령과 계약한 점에서 유타가 전하보다 얼굴은 나았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유타 쪽이 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유타는 조금 당황했다.
‘뭐지? 날 까려고 이 자리에 세운 건가?’
레이먼이 굳이 따지지 않아도 유타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있었다.
레이먼 반 스플린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도 버려진 왕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포레스튼을 졸업했을지도 모른다.
“그… 저기 레이먼? 나 노력하고 있으니까, 하하.”
“게다가 서머셋 전하도 노력은 하시니까요.”
레이먼의 반박에 유타가 다시 쭈굴해졌다.
서머셋은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거지?
아무리 같은 학년, 같은 기숙사의 친구라고 해도 이 정도까지 유타를 위해 노력할 까닭은 없었을 것이다.
“케네스 전하도, 매너스 전하도 유타보다 부족한 점은 없으십니다. 그리고 아마 그 점이 서머셋 전하를 이렇게까지 만든 걸지도 모르겠네요.”
“…….”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면 제가 유타를 택한 게 아닙니다.”
레이먼은 킹 메이커라는 칭호와 왕 후보에 대해 몇 번이나 다시 생각해 보았다.
처음 왕 후보에 유타의 이름을 올렸을 때, 레이먼은 유타가 자신이 선택한 왕 후보라고 생각했다.
킹 메이커라는 건 그런 거니까.
자신이 점찍은 자를 왕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
킹 메이커.
그게 바로 진정한 킹 메이커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 와 보면 그런 생각 자체가 자만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택한 게 아니다.
레이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말했다.
“유타가 저를 택한 겁니다.”
“유타가 너를…?”
“예. 저는 누구라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럼!”
“단지 제게 가장 처음 마음을 연 이가 유타였을 뿐입니다. 서머셋 전하, 묻겠습니다. 제가 전하께 빈민가를 도우라고 청한다면 들어주셨을 겁니까? 혹은 아무런 대가도, 이유도 없이 타인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면 도우시겠습니까?”
“네가 그러라면 그랬겠지.”
“전하께서 말씀하시는 건 모두 결과입니다. 빈민가 구제 사업을 했기에 민심이 좋아져 왕좌에 더 가까워졌다, 성군이 될 자질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왕좌에 더 가까워졌다- 라는 결과요. 하지만 그 사업이 실패한다면요? 실패의 책임이 전부 자신에게 돌아올 것도 감수할 수 있습니까?”
서머셋은 입을 다물었다.
“유타는 그런 결과를 재지 않는 유일한 왕족이었습니다. 제가 있어서 유타가 빛의 대정령과 계약하고, 타인에게 사랑받는 5왕자가 된 것이 아닙니다.”
레이먼이 말했다.
“저를 선택한 게 유타였기 때문에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겁니다.”
유타의 검 끝이 흔들렸다. 레이먼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그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레이먼의 말을 전부 들은 서머셋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지만 동시에 공감하지 못했다.
“5왕자이면서 왕좌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나를 방해한 거 아닌가, 유타. 어차피 갖지 못할 것을 욕심내는 건 똑같으면서 스스로 눈처럼 새하얀 사람이길 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아. 내 계획은 여기서 끝나지만 내가 죽는다고 해서 네가 왕좌에 오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을 거다, 유타.”
유타는 서머셋의 목을 겨누었던 검을 내려놓았다.
그는 더 이상 서머셋이 영법으로 자신을 공격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자신의 형님이자 가족인 서머셋에게 다가간 유타가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뭐……?”
“제가 한 모든 일은 제가 원해서 한 것이지 무언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니까요.”
“네 말은 네가 왕위에 오르지 못해도-.”
당황한 서머셋이 말끝을 흐렸다.
멀리서 먼지바람이 일었다.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매너스와 다른 기사들이 그들을 향해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더 이상 서머셋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고개 숙인 그에게 유타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저는 한 번도 형님께 왕좌에 오르고 싶다는 말을 내뱉은 적이 없답니다.”
***
서머셋의 계획은 스턴 왕국 전체에 알려졌다.
케네스를 암살하려 했던 순간을 레이먼과 유타, 그리고 험프가 목격한 게 가장 큰 증거였지만 다른 영법사들이 자신의 죄를 적극적으로 토해낸 덕택도 있었다.
– 삿된 함정에 빠져 넘어갈 뻔했지만, 제 손으로 스턴의 1왕자를 죽여야 한다는 계획을 들었을 때 더 이상 서머셋 전하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그 정도까지 기대하진 않았지만, 험프는 자신의 죄를 덮어주려 했던 레이먼과 유타에게 꽤 큰 감명을 받은 듯 했다.
그래서 그는 바텔바흐를 도왔던 영법사들이 갇힌 지하 감옥에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알렸고, 그들이 일말의 희망을 갖고 여태껏 서머셋을 도와 벌였던 일들을 전부 자수한 모양이었다.
– 제가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던 까닭은 전부 유타 5왕자 전하와 레이먼 반 스플린 공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분께서는 제 죄를 알면서도 잘못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분명, 제가 유타 전하께 다가갔을 때 그분은 저의 죄를 알고 있었겠지요!
몰랐다.
– 하지만 그럼에도 저를 밀어내지 않으셨고 저와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레이먼 공자께서도 마찬가지! 제 가장 큰 허물을 덮을 기회를 줄 테니 제가 또 다른 죄를 짓지 않도록 옆에서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 조언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리 저는 또 한 번 나쁜 길로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바뀌었다는 걸 믿고 반성할 기회를 주심으로써 저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저 역시 다시 한번 스턴에 충성을 맹세할 수 있었습니다.
험프는 끝까지 서머셋의 명령에 따라 바텔바흐를 도왔던 다른 영법사들과 달리, 영법을 배웠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가 자수한 건 서머셋과 바텔바흐의 소통을 도운 것, 그리고 케네스에 대한 암살 계획을 듣고도 침묵했던 전적뿐이었다.
레이먼과 유타도 전쟁 후 험프가 영법을 배운 부분에 대해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험프는 더욱 열성적으로 그 두 사람을 찬양했다.
감옥에 갇힌 서머셋은,
– 이미 내 죄는 모두 알려졌으니 처분을 기다리겠다.
라는 말만 할 뿐 별다른 변명도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레이먼이 영법을 배웠다는 사실도 말이다.
서머셋은 즉결 처분해 마땅한 죄를 지었으나 현 왕은 자신의 아들에 대한 처분을 정하지 못해 고민했다. 고민의 시간 동안, 레이먼과 유타는 전쟁에서 공적을 치하하는 그 자리를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인간 세계의 요리는 쓸모가 없어. ] [ 온종일 인간 세계 요리만 먹으면서 말이 많다. ] [ 아모르, 네놈은 요리를 맛으로 먹는가. ] [ 대정령은 배가 고프지도 않잖아. 너야말로 스테이크가 먹고 싶으면 먹고 싶다고 솔직히 말해라. 고기 맛이 그리도 좋더냐? ] [ 네놈은 힘을 쓸 일이 없으니까 그렇겠지! 나는 그놈의 영법 때문에 얼마나 할 일이 많았는지-! ]“두 사람 다 시끄럽습니다.”
“정령님, 스테이크 좀 더 드시겠습니까?”
[ 오, 나의 훌륭한 계약자야. 안심은 더 있느냐? 물론, 맛있어서 달라는 게 아니다. ]물론, 약간의 여유로움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