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74)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74화(274/275)
“도련님, 오늘은 몽블랑입니다.”
“도련님, 오늘은 밤빵입니다.”
“도련님, 오늘은…….”
레이먼이 의식을 되찾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니콜은 매일같이 찾아와 빵을 처먹었다.
감동적이었다.
목숨만 겨우 붙어 있는 주인 곁에서 늘 빵을 먹어주는 집사라니.
레이먼은 그렇게 충직한 신하를 두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물론 그건 자신이 아예 정신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지만.
냄새도 맡아지고 목소리도 다 들리는 상황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빵 냄새를 맡는 하루하루는 고역이었다.
차라리 내게 죽음을- 이라며 소리치고 싶었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조차도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라도 깨달은 게 있다면 5년 동안 레이먼은 정말로 식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버텼다는 것이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던 까닭은 엘프의 가호 덕분이었다.
마력이 끝없이 몸 안을 순환한 덕분에 부족한 영양분을 마력으로 채운 것이다.
물론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로지 누워만 있을 때나 가능한 일 같았지만.
‘근데 제가 왜 일어나진 못하는 겁니까?’
[ 그거야 나도 모르지. 억지로 마력을 받아들인 부작용 아니겠느냐. 그러니까 내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누누이 말했는데 이 모자란 계약자 녀석아. ]‘그럼 눈앞에서 동생이 죽게 내버려둡니까? 그리고 제 동생의 저주를 정화하면 유타의 평판도 올라가지 않습니까. 올라가긴 했죠?’
아모르가 한숨을 픽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도 남 생각을 먼저 하다니.
[ 올라갔다. 어쨌든 네 목숨이 붙어 있는 것도, 아드리안의 저주가 해결된 것도 이그니스 그놈의 힘이 필요했으니까. 내가…… 쓸모가 없는 것 같아 미안할 뿐이지. ]‘그런 소리 마세요.’
[ 레이먼…. ]‘말동무할 입은 있잖습니까.’
[ ……. ]‘그래서 올라간 명성으로 유타는 잘하고 있습니까? 국법을 바꾸는 데는 성공한 것 같은데. 그 이후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래.
내가 누워 있는 5년 동안 발전이 없었다면 어차피 레이먼은 죽을 운명이었다.
내게 등록된 킹메이커 후보들 중에서 왕이 되고자 의욕을 내비친 사람은 걔뿐이었으니까.
‘사실 서머셋이 죽었으니 이제 내 후보들 중에서 누구든 왕이 되면 되긴 하지.’
누워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레이먼은 시스템 창을 볼 수 있었다.
시스템 창으로 확인한 결과, 현재 왕 후보는 총 3명.
유리페, 유타, 매너스.
케네스는 뭐가 부족한 건지 왕 후보에 오르지도 않았다.
여기서 매너스…는 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왕위에 관심도 없다고 했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니까.
‘오늘 병문안 오는 게 유타라고 했죠?’
[ 그래. ]‘이그니스 님한테는 제가 깨어났다고 말씀하셨습니까?’
[ 아직 말 안 했지. 그놈 골탕 좀 먹이고 싶어서. 걔가 너한테 조금 미안해하고 있거든. ]‘그분이요? 왜요?’
[ 너를 구하지 못했다고. ]그 이그니스가?
유타가 아니면 신경도 안 쓰는 줄 알았는데.
‘그분이… 그렇게 성품이 훌륭한 줄은 몰랐습니다.’
[ 이그니스 그놈도 가끔 인성을 갖출 때가 있다. 어쨌든, 그 애가 오는 건 늦은 오후니 조금 자두거라. 그 정도는 내가 도울 수 있으니까. ]레이먼의 무의식 속 아모르가 부드럽게 웃었다.
연둣빛으로 이뤄진 거대한 손바닥이 레이먼의 얼굴을 가리자 봄이 온 듯한 생화 향이 느껴졌다.
[ 쉬어라, 레이먼. ]***
레이먼이 정신을 차린 건, 방 안을 가득 채운 소음 때문이었다.
“아니, 단추가 떨어져서 그렇다. 이 단추는 내가 내일까지 수선해 주겠다.”
“리트리, 그쪽 방이 아니야. 너는 매번 올 때마다 위치를 까먹어?”
“미안, 미안. 아니, 집이 너무 넓어서 말이야.”
“유타 전하, 짐은 제가 들겠습니다. 오늘도 짐이 너무 많으십니다.”
“이 정도는 내가 들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유타만 오는 줄 알았는데?
목소리만 들었을 때 절대 한 명은 아니었다.
5년이나 듣지 못했을 테지만 레이먼에게는 바로 어제 들었던 목소리처럼 익숙했다.
“아드리안, 레이먼은 좀 어때?”
“평소와 똑같습니다.”
유타의 질문에 아드리안은 퉁명스레 답했다.
“다행이네. 내가 안 오는 동안 숨이라도 껄떡 넘어갔을까 봐 걱정했거든.”
“형님은…!”
“그래, 레이먼은 그럴 놈이 아니지. 그러니까 표정 좀 풀어라, 인마.”
유타가 아드리안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5년이야. 5년 동안 아무것도 안 먹어도 건강하게 살아있다고. 심지어 키도 좀 큰 것 같다니까? 이제 레이먼이 나보다 클지도 몰라.”
“잠깐. 유타 너보다 크면 나보다 큰 거잖아.”
리트리가 깜짝 놀라 성큼성큼 레이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레이먼이 덮고 있는 이불을 휙 하고 치워버렸다.
‘추, 추운데. 이걸 말도 못 하고 진짜.’
“레이먼… 뭔가 발도 커진 것 같은데? 말도 안 돼. 어떻게 잠만 자는데 나보다 클 수가 있는 거야?”
“리트리, 네 성장이 그 정도에서 멈춘 걸 슬퍼해야지. 남 탓을 하면 안 된다.”
“흑. 더 클 줄 알았단 말이야.”
“마법사는 마력 덕분에 성인이 돼서도 성장하기도 하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리트리.”
오닉스가 간만에 좋은 말을 내뱉자 리트리가 감동한 듯 오닉스에게 달려갔다.
“결국 네 마력이 쥐똥만도 못하다는 거니까.”
마무리는 오닉스스러웠지만.
‘오닉스 저놈 성격은 여전히 개같구나.’
레이먼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아드리안도 간만에 웃는 것 같아 속으로 살짝 안심했다.
그들이 레이먼을 침대에 두고 티타임을 즐기는 사이, 유타가 슬쩍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레이먼에게 일주일 동안 자신이 처리한 국정 업무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중에는 국정과는 관계없는, 바텔바흐에서 온 베일의 편지도 있었고, 엘프국에 있는 졸업생 선배 파릭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쿠모르 제국의 입지는 네가 누워 있기 전보다 많이 줄어든 상황이야. 바텔바흐 공국이 우리와 동맹을 맺으면서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바텔바흐와 스턴, 엘프국의 병력을 모두 합치면 제국을 이길 수도 있거든.”
그거 잘됐군.
“나는 이 상태가 오래가길 원해. 지금 제국과 전쟁을 치르기엔 희생될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아, 그리고 에글린턴의 입학생은 3배 가까이 늘었어. 덕분에 왕실 마법사들의 업무도 많이 줄었고. 정식 아카데미 이외에도 평민들이 마법사가 되어 고향에 돌아가 작은 교육기관을 세우기도 하는데…….”
눈을 감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레이먼은 유타의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아마 웃고 있겠지.
“새로운 바텔바흐의 공왕이 너를 꼭 만나고 싶대. 그분도 1년에 한 번은 네 병문안을 올 만큼 너를 귀인으로 생각하거든. 베일 단장이 네 얘기를 무척 좋게 한 모양이던데?”
그래야지.
베일이 여태 살아 있는 건 전부 내 덕분이니까.
“그리고 이건 국정과 관련된 얘기는 아닌데 혹시라도 네가 들으면 충격받을까 봐 얘기를 못 했어.”
충격을 받는다고?
“이번에 크리스 선배랑 디찬 선배가 결혼을 하셨거든?”
그 두 사람은 원래도 그런 사이였으니 별로 놀랄 게 없지 않나.
“그때 열린 연회에서 오닉스가 애인이 생겼어.”
‘뭐?’
레이먼은 놀라 벌떡 일어날 뻔했다.
아니, 몸은 침대에 가만히 있었어도 분명 영혼은 펄떡 뛰어올랐을 것이다.
오닉스가 애인을 만들었다고?
저놈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인성의 소유자였다고?
애인이 사람은 맞는 거겠지?
‘아모르 님, 알고 있었습니까?’
[ 아니, 그…… 나도 처음 듣는다. ]‘아니,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차라리 유타나 테디면 이해라도 하는데.’
그때였다.
유타 뒤에 숨어 있던 이그니스가 갑자기 인간체로 변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이상하구나…. 왜 갑자기 내게 레이먼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아모르, 답해봐라. ] [ 어? ] [ 네 주위에서 레이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모르 님 제 질문에 대답하면 어떡합니까? 이그니스 님이 눈치챘잖습니까.’
[ 네가 먼저 말을 걸었지 않느냐, 붉은 치야!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잖아. 아모르! ]이그니스의 목소리에 유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그니스 님……? 그게 정말입니까? 레이먼이 깨어났다고요?”
“레이먼이 깨어나?”
“무슨 소리야, 그게?”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유타에게 쏠렸다.
유타가 소리쳤다.
“이그니스 님!!”
[ 아니, 계약자야. 나한테 화를 낼 게 아니라… 아모르 놈이 레이먼이랑 대화를 하고 있지 않느냐. 나, 나도 아는 게 없어서 물어본 거지. ]이그니스가 아모르를 노려보자 아모르도 레이먼에게 물었다.
[ 어, 어떡하느냐. 말을 해? 말해? ]‘뭘 말하고 말고 정해요. 이미 다 들켰는데. 제 상황이나 잘 전달해 주세요. 아무래도 내 목소리가 들리는 건 정령뿐인 것 같으니까.’
***
“그러니까 레이먼이 깨어나긴 했는데 아직 몸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라고?”
오닉스가 인상을 팍 찡그린 뒤, 레이먼을 노려보았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리트리가 레이먼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지금 우리가 하는 대화도 다 듣고 있는 거야?”
유타가 답했다.
“응, 그렇대. 정령은 인간이 하는 생각도 읽을 수 있거든. 그래서 이그니스 님과 아모르 님 두 분은 레이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울고 있는 아드리안의 눈치를 보던 테디는 테이블 위에 있던 휴지를 슬쩍 아드리안에게 건넸다.
“아드리안, 휴지.”
“감사합니다.”
정황상 아드리안이 울고 있는 것 같은데 누워 있는 레이먼은 그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보통 진짜 형제는 동생이 울면 위로는 해주겠지?
‘근데 저놈, 저건 울 때도 소리를 안 내.’
“그럼 언제 깨어날지는 아직 모른다는 거죠, 이그니스 님?”
[ 그래. 아모르도 모른다고 하더구나. 뭐…천천히 회복하다 보면 몸도 깨어나지 않겠느냐.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레이먼이 아모르에게 말했다.
그리고 아모르는 그 말을 이그니스에게 전달했고 이그니스의 말은 다시 유타가 전달했다.
“큼큼. 그… 아드리안?”
“네, 듣고 있습니다.”
울어서 그런지 아드리안의 목소리가 살짝 답답했다.
“아드리안, 울 때 소리 내서 좀 울어- 라고 레이먼이 말했대.”
“크하하하! 크하하하하하!”
그 말에 오닉스가 배를 부여잡고 뒹굴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한참 웃고 나서야 오닉스가 속이 시원한 듯 말했다.
“진짜 돌아오긴 했네, 그 짜증 나는 놈이.”
“그리고….”
“뭐야? 또 말한 게 있어?”
유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닉스는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더 말해보라며 부추겼고 리트리도 두 눈을 반짝이며 유타에게 집중했다.
유타는 뭔가 고민하다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입을 열었다.
“오닉스, 네가 애인이 생겼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솔직히 나보다 네가 먼저 생겼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대체 네 애인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 같은 놈을 만나냐? – 라고 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