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7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75화 (완결)(275/275)
그날 친구들이 떠난 뒤, 레이먼은 곧장 재활 훈련을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5년 동안 바뀐 게 많아. 어떻게든 일어나야 하는데.’
일단 눈부터 떠야겠지.
흡.
눈두덩이가 미동도 없다가 몇 분 정도 더 연습하자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한 거라곤 눈두덩이를 파르르 떤 것밖에 없는데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모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레이먼, 너무 걱정하지 마라. 누워만 있어도 내가 필요한 건 전부 다 해주마. ]‘예, 그것참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정령님도 시스템 창을 보진 못하잖습니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왕을 만드는 데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앞으로 5년 더 일어나지 못해도 유효기간이 지나서 죽는 일은 없겠지.
‘그나저나 현 왕은 5년이나 더 살아 있는 건가? 이그니스 님의 힘이 생각보다 더 강력했던 모양이네.’
레이먼의 일기장에 나온 미래에선 늘 서머셋이 승리했기 때문에 현 왕이 제 수명까지 살아 있던 경우가 없었다. 대개 저주에 걸린 채 그냥 죽었고 사냥터에서 죽기도 했다.
참으로 각양각색의 방면으로 사망했던 왕이었기에 정해진 수명도 길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모르 님, 현 왕은 건강하십니까?’
[ 현 왕? 건강하지. 유타랑 이그니스가 종종 가서 건강 상태를 봐주거든. ]‘그래요? 뭐… 국정은 잘 보시고?’
[ 흠. 그건 애매하구나. 최근엔 왕실 업무 대부분을 유타와 매너스가 대신하고 있다고 알고 있거든. 딱히 걔가 나서는 일이 많지는 않아. ]스턴의 왕을 ‘걔’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대정령밖에 없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레이먼은 다시 눈두덩이에 힘을 빡 주었다.
‘그럼 아직 후계자가 정확히 정해지진 않은 거죠?’
[ 네가 누워 있는 동안 그 논의는 거의 멈춰 있었지. ]‘그럼 지금 그 논의에 대한 정보 좀 캐오세요. 제가 필요한 정보가 그거니까.’
[ 이놈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일을 하려는구나. ]‘예, 빨리빨리 일해야 빨리빨리 편하게 살죠.’
흡.
다시 힘을 빡 주자 갑자기 눈두덩이에 힘이 확 들어가더니 눈에 번쩍 뜨였다.
“헉!”
[ 레, 레이먼! 눈을 떴다! 네가 눈을 떴다!! ]늦은 밤이라 방이 어두운 게 천운이었다.
이 상태에서 바로 조명을 봤다면 눈알이 그대로 뽑혀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아….”
어두운 공간에서 시스템 창만 보다가 천장이라도 보게 되니 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눈 뜨는데도 이 정도면 팔까지 움직이려면 또 한참이겠군.’
[ 레이먼! 레이먼! ]‘아모르 님, 그렇게 둥둥 떠다니신다고 더 잘 보이거나 그러지도 않-. 아, 얼굴 너무 가깝습니다. 좀 치우시죠?’
[ 네가 없는 동안 내가 그 인성파탄자 놈이랑 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이거 봐라, 내 얼굴에 생긴 주름. 보여주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 ]‘뭐 딱히… 변한 것도 없는데요. 그리고 지금 나이 정도면 주름이 100줄 정도 생겨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제가 말한 거, 알아 오세요. 도와주신다고 한 건 아모르 님이셨습니다.’
[ 당연하지. 대정령이 한 입으로 두말하겠느냐. 계약자야. 잘 보고 배우거라. ]아모르는 그렇게 말하곤 어디론가 휙 날아가 버렸다.
‘하, 피곤하네.’
겨우 눈 한 번 뜨느라 힘을 많이 써서 그런지 레이먼도 순식간에 잠에 빠졌다.
그날 이후로 레이먼은 매일매일 몸을 움직이기 위해 훈련했다.
레이먼은 아모르를 이용해 유타에게 할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엔 유타를 통해 엘프국의 파릭사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보내고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파릭사는 레이먼의 집에 방문했다.
그녀는 환한 미소로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레이먼의 손을 맞잡았다.
그때 레이먼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겨우 눈동자를 굴려 그녀에게 눈인사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레이먼, 네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왔어. 유타가 보낸 편지도 읽었단다. 네 치료를 위해 엘프가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더 배울 필요가 있다고 해서 내 마법 스승을 모셔 왔어. 자, 이분이 내 마법 스승님이셨던 렉돌 님이셔.”
‘감사합니다.’
[ 우리 아이가 감사하단다. ]레이먼의 답에 파릭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레이먼. 넌 우리 엘프국의 은인이잖아. 필요하면 얼마든지 불러도 좋아. 그리고 렉돌 님은 대정령님의 말씀을 전부 들을 수 있으니까 따로 유타를 부르거나 하지 않아도 될 거야.”
5년이나 지났는데도 파릭사의 얼굴은 이전과 똑같았다.
아마 엘프에게 5년은 5개월도 안 되는 시간이었겠지?
그래서인지 파릭사는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편안하게 앉아 레이먼에게 엘프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고 레이먼도 눈을 번쩍 뜬 상태로 파릭사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었다.
파릭사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그녀가 모셔 온 스승과 함께 마력의 흐름을 몸과 일체화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영법이 몸속을 완전히 뒤집어엎었기에 근육과 신경 체제가 전부 엉망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이었을 뿐이지 이렇게 확답을 받을 줄은 몰랐다.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자네는 엘프의 가호를 받아 마력의 흐름을 우리처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지. 근육이나 신경을 마력으로 전부 대신하는 거야. 우리 엘프국에도 몸속 근육이 완전히 녹아버린 엘프가 있었지만 재활에 성공했다. 다만, 어려운 길이 될 걸세. 목소리를 내고 허리를 세우는 데에만 4년이-.”
“이렇게 하면 되는 겁니까?”
렉돌이 설명을 하고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 어느새 레이먼이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정말 알아듣기 쉬운 설명이야. 파릭사 선배께 부탁한 보람이 있군.’
단순히 몸에 힘을 줘 일어나려 했던 전과 달리, 렉돌의 조언대로 마력을 몸 전체에 순환시킨 뒤 몸속에서 여러 가닥의 끈을 만들어 신경처럼 연결했다. 그 뒤로 허리에 마력을 끌어모으니 간단히 팔에 힘을 줘 몸을 일으켜 세우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렉돌은 깜짝 놀라 빠졌던 턱을 바로 잡은 뒤 말했다.
“…그래. 자네는 우수해서 4년까진 걸리진 않을 거 같군.”
“설명이 쉬워서 금방 이해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몸 전체를 쓰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네요.”
레이먼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을 보여주자 렉돌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 정밀한 행동이 필요한 곳일수록 움직이는 데 힘이 들걸세.”
“또 주의할 건 없습니까?”
“한 가지 있긴 하지. 자네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야. 그러니………알겠지?”
“예. 뭐. 예상했었습니다.”
“그럼 됐네.”
한 가지 조언을 더 해준 렉돌이 자리에서 일어난 뒤,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내가 할 조언은 여기까지인 듯하네. 원래라면 자네 곁에서 일주일 정도 함께할 생각이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그래서 남은 6일 동안은 파릭사와 함께 스턴을 관광할 예정이니 필요하면 찾게나. 그럼.”
그는 마지막으로 아모르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자리를 빠져나갔다.
렉돌이 남긴 말을 되새김질한 레이먼은 다시 허리에서 힘을 빼 침대에 드러누웠다.
***
스플린 가 타운 하우스의 복도.
매일같이 레이먼을 방문하는 손님이 드나드는 2층 복도에서 메이드 두 명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집안 분위기가 참 좋아요. 그렇죠?”
“레이먼 도련님이 깨어나셨잖아. 마님께서도 요즘은 매일 콧노래를 부르시고 주인 어르신도 늘 웃으시니 나도 행복해지는 거 있지? 니콜 님께 들었는데 이제 팔도 직접 움직일 수 있으시대.”
“세상에. 정말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아, 맞다. 우리 오늘은 더 열심히 쓸고 닦아야 해, 매너스 전하랑 유타 전하 두 분께서 오시, 기, 로……. 얘, 혹시 내 눈이 지금 이상한 건가?”
메이드는 레이먼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을 비볐다.
그녀의 맞은편에 서 있던 메이드도 덩달아 고개를 돌린 뒤 멍한 얼굴로 답했다.
“아……뇨? 아닐걸…요?”
“그, 그럼!?”
“레이먼 도련님이?! 걸으셔요!!!”
“뭐! 레이먼 도련님이?!”
메이드의 비명 소리에 근처에 있던 시종인들과 기사까지 단번에 복도에 몰려들었다.
레이먼의 방에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위치의 시종인들도 레이먼이 걱정되는 마음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도련님이! 걷고 계셔….”
“오, 주스테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시끄러워. 다들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레이먼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문밖으로 걸어 나오자 시종인들이 울먹거렸다.
“도련님이 말씀을 하신다!”
“도련님이 시끄럽다고 하신다!”
“다들 건강을 기원하는 토끼 인형을 갖고 와! 얼른 안겨 드려!”
“이제 토끼 인형 안 좋아한다니까.”
울음이 터진 시종인들을 헤집고 레이먼은 응접실이 있는 1층으로 내려왔다.
때마침 문이 열리고 오기로 했던 손님들과 레이먼이 딱 마주쳤다.
“레이먼?”
“아, 유타.”
유타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한 달 전에는 눈도 못 뜨던 친구가.
일주일 전에는 침대에 앉아 대화를 나눠야 했던 친구가.
오늘은 자신을 맞이하기 위해 복도에 우뚝 서 있는 모습에.
“하하하, 이거 꿈인가?”
뒤에 서 있던 매너스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레이먼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퉁명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답했다.
“두 사람 다 얼른 안으로 들어가죠? 저 아직 환자라 오래 서 있기 귀찮습니다.”
“도련님, 거기서는 귀찮은 게 아니라 아프다고 하셔야-.”
“니콜, 입.”
“옙!”
레이먼과 니콜의 시시콜콜한 잡담을 듣던 유타가 작게 웃음을 흘린 뒤, 활짝 미소 지었다.
“레이먼!!”
탁탁탁-.
유타는 레이먼에게 힘차게 달려가 그를 꽉 끌어안았다.
친구의 귀환을 축하하는 최고의 인사였다.
“고생했어!”
***
응접실에 앉자마자 매너스는 곧장 레이먼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러니까 이제 다 나은 거네?”
레이먼이 끄덕였다.
“네, 뭐. 걷고 뛸 수 있으니까요.”
매너스가 허벅지를 탁 치며 말했다.
“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동안 네 빈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알고 있나?”
“딱히 없지 않았나요? 우수한 인재도 많고. 제 동생도 있잖습니까.”
“아드리안? 아드리안……. 그래, 일은 잘하지. 좀 무뚝뚝한 거 빼고는.”
“아드리안이 말이 없긴 하죠. 하지만 무뚝뚝하다고 말할 정도인가요?”
어릴 때야 좀 그랬지만 포레스튼을 졸업할 때쯤 됐을 땐 그렇진 않았는데.
레이먼이 아드리안을 두둔하자 매너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레이먼. 네가 그렇게 됐는데 네 동생이 멀쩡했을 리 없잖나. 그저 일만 잘하는 진흙 골렘이었지. 그건 그렇고, 그놈 네가 일어나고 나서도 엄청 울어댔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정말인가?”
“뭐….”
가족이 5년 만에 일어났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어머니도 꽤 울었고, 아버지도… 울긴 했으니까.
그나저나.
‘이제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니. 참, 나도 많이 물러졌군.’
레이먼이 피식 웃었다.
레이먼이 멀쩡한 걸 두 눈으로 완전히 확인한 매너스는 대화 주제를 바꿨다.
“뭐, 아드리안은 그렇다 치고. 레이먼, 5년 전 일을 다시 꺼내서 미안하다만 그때 너도 영법을 배웠었지?”
“예.”
“영법을 배운 자는 예외 없이 처분을 내린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예.”
예상은 하고 있었다.
서머셋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이지.
처벌을 완전히 면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그 죄는 없던 걸로 하기로 했다.”
“아예요……?”
레이먼이 되묻자 옆에 앉아 있던 유타가 대신 답했다.
“당연한 거야, 레이먼. 네가 영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우린 훨씬 큰 피해를 입었을 거야. 그럼 우리는 대정령의 계약자이자 8서클 마법사를 잃었을 테고, 동시에 반역자에겐 또 다른 기회를 주게 됐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 네 상태도 많이 반영됐어.”
“그렇군. 다행이네.”
“괜찮겠어?
레이먼에게서 이미 편지를 받아 그의 몸 상태를 알고 있던 유타가 질문했다.
“상관없어.”
레이먼은 이제 더 이상 영법도, 마법도 사용할 수 없다.
그게 엉망이 된 몸을 엘프의 가호로 억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대신 바쳐야 할 대가였다.
마법이나 영법에 사용될 마력을 전부 근육과 신경 체제에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정령과의 계약은 외부로 방출되는 마력과는 별개였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었고.
“그래. 나는 네가 건강하기만 하면 됐어. 이제 내가 너를 지켜줄 수 있으니까.”
“네가?”
뜻밖의 말에 레이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유타가 자신을 지켜준다니.
상상도 못했다.
“뭐야, 그 표정. 물론 나도 네가 떠먹여 주는 걸로 이렇게 큰 거지만, 네가 없는 동안 많이 노력했어.”
“그래, 우리 여동생이 아주 힘냈지. 전부 주스테 신의 뜻대로야, 그렇지?”
매너스가 유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짓궂게 웃었다.
“레이먼.”
“왜.”
전보다 길어진 유타의 은빛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더욱 찬란히 빛났다.
붉은 루비 같은 눈동자가 마치 호수처럼 레이먼을 안에 비추었다.
“나는 오늘부로 공식적인 왕위계승자가 됐어.”
레이먼은 잠시 뜸을 들이다 눈을 내리깔고서 옅게 미소 지었다.
“그런가.”
“응.”
“축하한다, 유타. 어때, 기분은.”
그 말 한마디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너는 네 어머니의 소원을 대신 이뤄준 걸로 만족하고 있는 건가?
나는 네게 맞는 자리를 위해 노력한 게 맞는가?
그리고 유타 역시 한마디 대답으로 그 모든 질문의 답을 대신했다.
“응, 좋아.”
레이먼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럼 됐다. 나는 이제 편하게 쉴 수-.”
“응? 무슨 소리야, 레이먼.”
“응?”
“복귀해야지.”
“응?”
“아드리안의 선임 마법사 자리를 비워뒀어. 네 자리야, 레이먼.”
“…….”
“5년 동안 밀린 일이 많아, 레이먼.”
레이먼은 그 순간 유타의 얼굴에서 악마를 보았다.
‘좀 더 누워 있을걸.’
***
레이먼이 다시 눈을 뜨고 5년이란 시간이 더 흘렀다.
“형님, 어디 가십니까?”
아드리안의 강력한 요청으로 두 사람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드리안은 곧 영지로 돌아가 정식 소가주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굳이 레이먼의 곁에 붙어있을 필요가 없는데도 여전히 왕성에 남아 일했다.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아야 한다 뭐라나.
“그렇게 연약하신 몸으로 혼자 돌아다니시면 안 됩니다.”
“아드리안. 내가 병상에서 일어난 지 5년이다. 이제 30대라고.”
“그러면 더더욱….”
“그리고 혼자 돌아다니는 거 아니다.”
레이먼이 열린 문 너머 오닉스를 가리켰다.
“얘랑 같이 유타한테 가려고.”
“아, 마탑주님도 함께이시군요. 그럼 다행입니다. 저는 그럼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레이먼이 대충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닉스가 입을 열었다.
“야, 너 그거 우리한테 넘기지 마라.”
“왜. 원래 네 거야.”
“야! 그걸 왜 우리 마탑에서 처리해야 되는데? 이유 있어?”
오늘은 소리 좀 안 지르고 넘어간다 싶었더니- 아드리안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본성이 튀어나왔다. 레이먼은 오닉스 쪽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대충 틀어막았다.
“답! 을! 해!”
“네가 우리 왕실 쪽 연구를 엉망으로 만들었잖아. 책임을 져야지.”
“아니, 그게 왜 우리 탓이야? 내가 우수하고 너희 쪽 후배들이 덜떨어진 거지.”
“오닉스, 너는 왜 30대가 되고 마탑주가 돼도 말버릇이 그 모양이야?”
레이먼이 왕실 마법사로 돌아오고 몇 년이 지나 오닉스는 최연소 마탑주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탑주가 된 건 약 1년 전으로 유타가 포레스튼 재학 당시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뭐, 마탑주가 스스로 물러난 탓도 있지만.
– 네 어머니는 네가 나와 함께할 정도로 강한 아이라고 했지만 마탑주의 자리에서 외줄 타기를 해야 하는 내 위치가 네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생활비만 지원해 주면 어떻게든 살아갈 거라고 믿었지. 내가 비겁했으니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진 않겠다. 난 곧 은퇴할 거다. 그리고 마탑에서 가장 우수한 마법사에게 마탑주를 물려주고 싶으니… 네가 그 마법사가 되도록 해라.
여전히 오닉스는 마탑주를 아버지나 아빠로 부르진 않았지만 전처럼 그 새끼, 저 새끼- 라고 하고 다니진 않았다. 게다가 은퇴한 마탑주는 완전히 행적을 감추었기 때문에 욕을 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이번 주말에는 절대 일 안 해. 엄마랑 약속 있어.”
“이제 와서 효자 노릇 하네.”
“5년이나 방에 박혀서 죽네 마네 하던 아들보단 내가 낫지 않겠냐.”
오닉스가 비웃었다.
그 말에 레이먼도 딱히 할 말이 없어 “그렇긴 하네.”라며 웃어넘겼다.
두 사람이 스턴의 왕이 머무는 집무실 앞에 섰다.
신원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문 앞을 지키던 기사들이 길을 열었다.
오닉스가 앞장섰고 레이먼이 그 뒤를 따랐다.
그때, 레이먼의 눈앞에 5년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창’이 떠올랐다.
[ 킹 메이커 생존 미션 : 왕을 만들어 살아남으시오. ] [ 레이먼 반 스플린은 자신의 왕 후보를 왕으로 만들지 못하면 죽는다. ] [ 현 스턴의 왕위에 오른 사람은 유타 스테디움 스턴입니다. ] [ 또한 왕위에 오른 지 1년 동안 훌륭히 그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이는 킹메이커가 자신의 역할을 정의롭게 수행하였음을 의미합니다. ] [ 최종 결과 : 레이먼 반 스플린은 생존 미션을 완료하였습니다. ] [ 생존 미션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 [ Y ] [ Y를 누르는 순간, 모든 미션이 종료됩니다. ]‘NO는 없군. 진짜…… 끝인 건가?’
레이먼의 눈앞에 그동안 있었던 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유태하로 살았던 때부터 지금까지.
‘뭐,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나는, 여전히 이곳에 살아 있다.
레이먼 반 스플린으로.
“야, 안 들어오냐?”
문을 활짝 열고 레이먼을 기다리던 오닉스의 투덜거림이 들렸다.
문 너머로는 왕좌에 앉은 ‘유타’가 보였다.
레이먼이 가장 처음으로 얻었던 왕 후보는 어느새 홀로 저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간다. 가.”
대답과 동시에 레이먼은 시스템 창의 [ Y ]를 눌렀다.
몇 번이나 띠링, 띠링, 띠링 소리가 들렸지만 레이먼은 보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타 저하, 오늘은 저랑 결판을 냅시다.”
“오닉스, 누가 왕한테 그런 식으로-.”
이 삶이, 그에게는 가장 바라던 보상 그 자체였으니까.
[ 생존 미션 보상 확인 ] [ 기본 보상 : 생존 ] [ 추가 보상 : 변하지 않는 위치 ] [ 최종 미션이 완료되었습니다. ] [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드립니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