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28)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28화(28/275)
훈련은 3일 연속으로 계속됐다. 방과 후에 2시간 정도 훈련 후, 12시까지 필사. 그런 일상을 반복하자 처음보다 느는 속도는 줄었지만 확실히 늘긴 늘었다. 그것도 매우 효과적으로.
내 주식계좌도 이런 식으로 늘기만 했다면 헌터 짓을 금방 그만둘 수 있었을 텐데. 불행히도 그 당시 그가 발을 담그고 있던 주식과 코인 시장은 금리 인상으로 개같이 폭락했지만.
지금쯤 올랐으려나, 내 돈.
됐다, 이미 그쪽은 끝난 인생인데.
‘그 계좌 대신 이쪽 계좌는 개같이 떡상했지.’
[ 레이먼 반 스플린 (킹메이커)체력 : 1100
마력 : 4000 ]
챈들러의 수업은 효과적이었다. 차라리 그가 교수가 되는 편이 나을 거 같았다.
이 정도 마력 양이면 1학년 중에서 중간은 할 터였다. 원래는 거의 꼴찌 수준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레이먼은 3일 동안 시험 범위 복습까지 필사를 마쳤다. 1,000페이지 전체를 완벽히 암기했다. 확인도 끝냈다. 거기에도 챈들러의 도움이 컸는데, 일일이 책과 필사본을 대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챈들러가 눈으로 훑고 일일이 퀴즈를 내주며 레이먼의 암기 상태를 전부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오닉스.”
“말 걸지 마.”
“너는 시험을 잘 쳐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거야? 왜 그렇게 목숨을 걸어.”
“너보다 못 치는 게 싫어서 그런다, 왜.”
“그럼 포기해. 1등보다 못하는 건 당연한 거야.”
미친놈. 오닉스가 낮게 중얼거리며 다시 책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척 보니 이제 두 과목만 복습하면 끝날 것 같았다.
“클럽 활동은 안 할 거야?”
레이먼이 칭얼거리듯 다시 물었다. 하지만 오닉스는 답하지 않았다.
얘가 대놓고 무시하네. 뭐, 어쩔 수 없지.
다행인 건 유타는 모든 공부를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레이먼은 일단 유타와 클럽 활동을 이어 가기로 했다. 예견대로 챈들러의 도움은 받았으니 이번엔 블랭킷의 차례였다.
유타가 물었다.
“지금 블랭킷 선배한테 가는 건 정보를 사려고 하는 거야? 그때 그 피데스 선배가 한 말만 믿고 있을 순 없으니까.”
“맞아. 그 선배가 모를 리가 없지.”
생활관은 학년별로 다른 층을 썼다. 레이먼은 오디트의 생활관으로 향했다. 유타를 아는 오디트 학생들은 모두 흘끔거리며 유타를 쳐다보았다. 레이먼의 얼굴도 다 아는 모양이었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데?”
“선배 방에서. 3인실인데 오늘은 선배님뿐이래.”
레이먼이 어떤 방문 앞에 멈춰 섰다. 방문에는 문패 하나가 걸려있었다.
[ 블랭킷과 친구들 ]똑똑.
“들어와.”
다정하고 명랑한 목소리. 유타와는 첫 대면이었다.
“어서들 와. 자, 여기 앉으렴. 너희들이 온다길래 쿠키도 몇 가지 준비해뒀어. 단 건 좋아해?”
유타가 본 블랭킷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웃는 얼굴엔 의심보다는 온화함이 가득했고 입고 있는 교복도 어디 하나 구겨지지 않고 정갈했다. 덜렁거릴 것 같은 느낌을 상상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책상 위도 깨끗하고.
“신문 읽어봤어. 재밌더라.”
“그거 때문에 찾아왔어요.”
“응? 뭔데?”
“피데스 클래스에 시험문제가 유출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어머, 그래?”
“알고 계셨죠?”
레이먼은 그녀가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피데스의 선배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으니까.
오디트 클래스에도 그런 제안이 들어갔었다고.
– 그게 말이지. 나는 시험지를 공유받은 적은 없지만 걔네들이 하는 얘길 종종 들은 적이 있어. 교수 중의 한 명이 넘겨주는 거 같아. 근데 이게 피데스 클래스 한정이라기보다는 오디트나 기프트에도 연락이 갔어. 그냥 조금이라도 왕실에 친분이 있는 귀족들한테는 다 연락이 간 것 같더라고. 피데스에 왕실 마법사 친척을 둔 비율이 많으니까 더 연락이 많이 온 것뿐이야. 진짜로! 오디트에도 이런 애들이 있을지도 몰라. 아, 이거 진짜 내가 말했다고 하면 안 된다? 피데스 중에서도 진짜 가문 좋은 애들만 그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거든.
– 당연하죠.
만약 그놈 말대로 오디트에도 시험 유출 제안이 갔다면 블랭킷이 모를 리가 없었다. 오디트 클래스 학생들 중 가장 발이 넓은 그녀다. 만약 그녀에게 직접적인 제안이 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블랭킷이 그 정보를 모를 리가 없다.
더군다나, 유출 제안을 막은 게 블랭킷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레이먼은 그 부분을 파보기로 한 거다.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요.”
“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 눈치 특성을 발동합니다. ] [ 블랭킷 아그닐의 거짓을 간파합니다. ] [ – 블랭킷 아그닐의 속마음 –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 [ 그녀의 말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블랭킷 아그닐의 말과 속마음은 일치합니다. ]‘칫.’
만능일 줄 알았던 눈치 특성에도 허점은 있었다. 상대방이 거짓이 아닌 애매한 대답을 내놨을 경우, 그 거짓을 밝혀낼 수가 없다. 애초에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
‘상회의 딸 답네. 불리한 말은 전혀 하려고 하지 않아.’
상관없다. 만약 원하는 답을 주지 않는다면, 그런 답을 내뱉도록 유도하면 되지.
“신문에 이 소식을 실으려고 계획 중이에요.”
“그걸 나한테 말하는 이유는?”
“그게 말이죠.”
레이먼이 고민하는 척 한숨을 픽 내쉬었다.
망설이는 레이먼의 태도에 블랭킷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레이먼은 한참 말을 아끼다 뒷덜미를 한 번 쓸고선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오디트 클래스에도 연루된 학생이 있는 것 같아서요.”
“…오디트에?”
[ 양심이 쓰레기 특성을 발동합니다. ]“예. 오디트에만 벌써 10명이….”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처음에 오디트는 묻으려고 했는데 수가 너무 많아서…”
[ 당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립니다. ] [ 당신의 거짓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 양심이 쓰레기 특성은 그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 [ 이보다 높은 특성인 세치 혀를 활용하세요. ] [ 그러나 세치 혀 특성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양심이 쓰레기 특성은 자기 의지가 굳건한 사람한테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새로 생긴 세치 혀 특성이 그보다 조금 더 레벨이 높은 특성인 건가.
어찌 됐든 상관없었다. 레이먼이 노린 건 그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속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옆에 왕 후보인 유타가 있다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지금은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니까.
“왜요?”
“…그거야 오디트가 그럴 리가 없잖아.”
“이미 오디트에서 고발자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피데스보다 더-.”
“아니라니까! 오디트의 시험지 유출은 이미 막았-.”
“아하.”
“아.”
“하하.”
“하아.”
상회의 딸이라고 해봤자 아직 어린애지. 당황한 아이에게 빈틈이 존재했다.
황급히 입을 가려봤자 늦었다. 블랭킷은 포기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너 나 떠본 거지?”
“죄송합니다.”
“하아. 그래, 오디트 쪽은 내가 막았어. 시험지를 받은 애들도 있었는데 내가 다 빼앗았거든. 이런 건 나중에 휘말리면 귀찮아진단 말이야. 그리고 난 오디트 애들이 깨끗하길 원해. 그런 유치한 술수를 써가면서 시험 성적을 잘 받는 걸 보기 싫어.”
“하지만 선배님은 피데스 클래스 사이에서 유출 시험지를 공유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건 알고 계셨죠?”
블랭킷이 고갤 끄덕였다. 일련의 대화에서 그녀는 자신이 그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암묵하신 거네요?”
“피데스 애들까지 내가 어떻게 관리해? 디찬이나 크리스는 그걸 신경 쓸 성격도 아니고. 아닌 척하지만 기프트도 받은 애들 있었을걸. 챈들러가 막았을 테지만.”
“그런 불법행위를 좌시하고 계시다니! 여기 계신 우리 정의의 왕자님이 용서하지 않으실 텐데요!?”
“…정의의 왕자?”
얼결에 시선이 집중된 유타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어째 첫인상이 서로 안 좋게 생겼는데.
“선배님을 곤경에 빠뜨릴 생각은 없습니다.”
유타는 최대한 유하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유타가 이번 소동으로 얻고 싶은 건 블랭킷의 약점 같은 게 아니었으니까.
“단지, 선배님의 도움이 필요할 뿐이에요. 저흰 선배님이 피데스 클래스 소속 학생들과 유독 친한 교수님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 명단을 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쪽이 가진 정보와 대조 후 상황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신문에 실을 생각이라서요.”
“잠깐, 잠깐. 너희들 한 가지 잊은 게 있는데.”
턱에 손가락을 건 블랭킷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뭔가 켕기는 모양새였다.
“너희들 이거 잘못하면 전부 너희 잘못이 되는 건 알지? 시험지 유출이 있었다고 쳐도 증거물이 없으면 오히려 발뺌할 수도 있다고. 벌써 시험지를 다 풀고 버렸을 수도 있잖아. 게다가 그 교수가 자기는 그런 적 없다고 하면? 그땐 신문까지 낸 너희들한테 어떤 중징계가 내려질 줄 알고? 그런 너희를 내가 도우라고? 이 순진한 1학년들아, 내가 가진 정보도 완벽한 증거가 되진 못해.”
“선배님. 선배님. 만약 선배님이 정보를 주지 않아서 저희 클럽이 난처해지면 제일 난처해지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레이먼이 물었다. 블랭킷은 생각했다. 제일 난처해지는 사람?
…어.
“누군지 아시겠죠, 클럽장 블랭킷 선배님?”
“너, 설마 이것까지 다 생각하고 내 이름을 빌린 거야?”
그러니까 명의 대여는 함부로 해주는 게 아니라니까.
***
블랭킷 선배는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 피데스 클래스의 귀족 가문과 친한 교수님의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를 레이먼에게 넘겨줬다. 추가로 그 교수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도 말이다. 이런 증거물이 있었으면서 입 다물고 있었던 거야?
‘이 선배도 무섭네.’
건네준 인적 사항에 담긴 교수는 3학년 주임이었다.
유타가 고갤 쭉 내밀어 사진을 확인하곤 말했다.
“이 교수님 깐깐하기로 유명한데. 어떡하게?”
“딱히 교수님의 자백을 받아낼 건 아니니까. 대신 우리는 이 정보를 이용해서 시험 다다음 날에 밀리포레를 낼 수 있게 준비해둘 거야.”
“현행범으로 잡을 생각은 없고? 선배의 사진이 있지만 서류에 든 게 시험지와 답안지가 아니라고 잡아뗄 수도 있잖아. 차라리 현행범을 잡는 게 우리한테 유리할 거 같은데.”
유타가 제시한 방법은 이상적인 답이긴 했다. 하지만 레이먼은 고갤 내저었다.
“그건 안 돼. 그럼 우리 밀리포레의 임팩트가 줄어들잖아.”
그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밀리포레의 성공적인 출발과 유타에 대한 유명세를 드높이는 것이었다. 유타가 물었다.
“다른 방법이 있어?”
“자기들이 증명하게 만들어야지. 원래 정보전은 내가 가진 정보가 독점적일수록 곤란해지기 쉽거든.”
레이먼은 받은 명단을 활용해 곧장 밀리포레 1호 작업에 들어갔다. 망할 오닉스는 공부한다고 참여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마지막 날 인쇄 마법은 무조건 그 자식 담당이다.
기사 작업이 반 넘게 마무리되고 시험까지 이틀도 남지 않은 시점에, 레이먼은 신문 클럽에 찾아왔던 피데스의 제보자 선배를 다시 한번 불러냈다. 그는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다. 학습관 기둥 구석에 숨어 고갤 빼꼼 내민 그가 주윌 살피며 물었다.
“왜? 나 너희들이랑 있는 거 들키면 진짜 죽어.”
“선배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요. 이 쪽지를 그 답안지를 공유한 선배들한테 몰래 전달해주세요. 선배가 전달했다는 건 모르게요.”
“걔네들한테?”
“열어보진 마시고요.”
“알았어.”
쪽지 전달이 완료됐다는 전보를 받은 지 이틀, 드디어 시험의 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