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30)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30화(30/275)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아, 레이먼! 넌 정말 최고야!”
유타가 배를 부여잡고 웃으며 레이먼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와 반대로 레이먼은 별거 아니라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지금 맞은 어깨가 아파 뒤질 것 같았다.
이 새끼, 사실 옷 아래 전부 근육 아니야? 체지방률 몇 퍼센트냐?
“너 때문에 내 임팩트가 줄었잖아.”
신난 유타와 반대로 오닉스가 툴툴거렸다.
실제로 레이먼의 실기 시험 이후로 클레임 교수는 어떤 마법에도 큰 감명을 받지 못한 듯했다.
“교수님은 뭐라셔? 아까 따로 불렀잖아.”
유타의 질문에 레이먼이 생각했다.
– 레이먼 반 스플린. 네 마법이 우수하다는 건 인정하지. 학기 초 너에 대한 소문도 전부 거짓이었다는 것도 알겠어.
– 감사합니다.
– 하지만 다신 그런 돌발 행동은 하지 않도록.
– 예.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마력 양이 부족해 완드에 마력을 덮어 그 마력으로 물 위에서 균형을 잡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
– 변명은 됐다.
– 예. 어…… 그런데 저 만점은 맞나요?
– 알려줄 수 없다.
– …그런가요.
– 하지만 넌 이미 알고 있잖아.
– 하하,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레이먼은 교수와 나눴던 대화를 복기하고선 대꾸했다.
“별거 없었어.”
“정말?”
“어, 그냥. 주의 조금 받은 정도야. 그건 그렇고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 밀리포레 작업에 들어가야지.”
“난 쉴 거야.”
“너 지금까지 쭉 빠졌잖아.”
“네 놈들이 따로 공부를 안 해도 성적이 좋은 괴물들이니까. 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됐어, 안돼. 네가 할 일은 미리 빼뒀거든.”
“야…! 야야!! 옷깃 잡지 마!! 어? 어어? 멱살 잡지 마라!!”
***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요, 클레임. 표정이 이상한데 무슨 일 있었어요?”
말 그대로였다. 클레임의 표정은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보고 온 사람 같았다.
“레이먼이라고 아십니까?”
“스플린 가의 레이먼이요? 모를 리가 없죠. 유타를 구했잖아요.”
“마력 양도요?”
“레이먼의 마력 양이요? 글쎄요. 그리 특출나다고는 느끼지 못했는데요.”
“저도 그랬습니다.”
클레임이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는 실기 시험 채점표를 펼쳤다.
30점 만점. 1학년 실기에서 30점 만점을 받은 사람은 클레임이 아는 한 고작 4명이었다.
완드의 완성도, 마법의 질, 마력의 양. 세 가지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은 얻는 건 쉽지 않았다. 완드의 완성도가 높아도 마력의 양이 부족하다면 마법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마력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면 완드의 내구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마법이 폭주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 3명이 만점을 받았다. 기록을 갈아치운 거다. 오닉스와 유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넘치는 마력이 수업 때도 느껴졌고 본인들이 그 마력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했다. 아마 어디서 예습을 하고 왔겠지.
반면 레이먼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쉽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뛰어난 가문의 머리 좋은 녀석이니 마력 양이 받쳐주기만 한다면 쉽게 왕실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 테니까.
워터업 자체도 어려운 마법은 아니었고, 숙련도만 따지면 유타나 오닉스 쪽이 높았다. 그런데도 그 녀석의 마법은 눈길을 끌었다.
‘…어떤 미친놈이 완드로 서핑을… 후, 그래도 만점은 만점.’
총 30점, 만점. 레이먼 반 스플린.
클레임은 그 숫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밀리포레 출판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기사는 이제 거의 완성 단계였다. 그 전에 딱 하나 확인이 필요했다.
똑똑-
새벽의 클럽 하우스에 새로운 손님이 오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초대된 손님이기도 했다. 레이먼이 문을 열자 하얀 이불을 귀신처럼 두른 피데스 선배가 있었다.
“이게 왜 필요한 거야? 너희들도 정답 채점이 하고 싶어서?”
그는 구겨진 쪽지를 레이먼에게 건넸다.
그 쪽지는 레이먼이 시험을 치기 전 피데스 클래스 선배에게 미리 부탁해둔 또 하나의 일이었다.
– 그 선배들 시험이 끝나면 정답을 맞혀 본다고 했죠? 그러기 위해선 따로 정답을 써두는 종이가 있을 텐데 그거 좀 가져와 줄 수 있어요?
– 걔네 맞추고 나면 매번 버리는데
– 그걸 주워 와야죠!
“채점은 아니고. 확인할 게 있어서요. 감사합니다. 선배는 정말 훌륭한 포레스튼의 학생이에요. 절대로 이 노고를 잊지 않을게요.”
“아냐, 잊어. 난 간다. 약속 꼭 지켜라!”
도도도-
레이먼은 선배가 가자마자 쪽지를 확인했다. 레이먼은 서술형 문제의 답 하나만 확인하면 됐다. 그리고 거기엔 예상한 답이 쓰여 있었다.
준비는 끝났다.
“오닉스! 이제 밀리포레를 인쇄하자!”
“사람을 인쇄소로 사용하는 놈은 너밖에 없을 거다.”
새벽을 꼬박 새우고 나서야 밀리포레 1호가 완성되었다.
다음 날 새벽, 레이먼은 누구보다 일찍 학습관에 도착해 밀리포레 다발을 교문 앞에 비치했다.
그리곤 덤불 속에 숨어 다른 학생들이 오길 기다렸다. 얼굴만 한 나뭇잎 두 개를 귀에 꽂고 기다리자 서서히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시험이 끝나서인지 다들 얼굴이 밝았다.
“야, 저거 봐!”
“뭔… 밀리포레다!”
학생들은 쏜살같이 달려와 밀리포레를 집어 들었다. 집어 든 신문에 적힌 글 중 일부는 다음과 같았다.
……처음부터 밀리포레가 피데스 클래스를 의심한 건 아니었다. 다만, 어느 정도 의문을 가지고는 있었다. 매번 수업을 빼먹는 피데스 클래스의 3학년 학생들이 성적은 유독 높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훌륭한 귀족, 혹은 마법사이기에 교수님의 말씀을 깡그리 무시하고도 시험을 잘 칠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이런 흉흉한 소문은 그들에게도 득이 되지 않기에 우린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했다. 그런 와중 우린 놀라운 이야길 듣게 된 것이다.
포레스튼의 교수 중 유력 가문과 연결된 교수가 있고 그가 피데스와 오디트 클래스에 시험지 유출을 대가로 왕실에 좋은 연구 자리를 대달라는 이야기가 오갔다는 거다. 당연히 우린 이 소문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불쾌한 소문은 소문의 당사자인 교수님께도 독이 될 것이다. 밀리포레는 포레스튼의 ‘우수한’ 교수님이 그런 취급을 받기를 결단코 원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우린 어렵사리 그 교수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해당 교수가 3학년의 피데스 클래스 학생들에게 어떤 서류 뭉치를 넘기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래와 같이 사진을 첨부한다.
(사진)
“세상에!”
“이런 일이!”
“얘들아, 이걸 좀 봐!”
“피데스 클래스 녀석들, 이래 놓고선 우리 보고 바보라며 매번 놀려댄 거야?”
“정식으로 항의해야 해!”
밀리포레는 시험 당일보다 포레스튼 전체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피데스 클래스 학생들은 충격에 빠져 변명하기 바빴다.
“이런 사진은 어떤 증거도 되지 않아!”
“애초에 이 서류가 뭔지 아무도 모르잖아!”
“뭐라는 거야! 남은 부분을 읽어보라고!”
당연히 밀리포레의 기사는 사진으로 끝이 아니었다.
물론 이 사진으로는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왜냐하면 우린 이 서류뭉치에 든 게 시험지인지, 혹은 답안지인지 혹은 생활관 휴게실에 비치될 간식 목록인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다행이었다. 우린 그들을 믿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컨닝을 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증거 역시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우린 어떤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중간고사 며칠 전, 우린 시험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에게 어떤 쪽지를 남겼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교수의 필체로 말이다. 쪽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중급 마법식 (1)의 마지막 정답이 ‘해당 마법식은 유효하지 않으므로 마법 시동 불가’로 바뀌었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이제 의심 학생들이 시험지에 해당 정답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시험지를 받지 않은 것이고 누명을 벗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확인한 결과, 우리가 의심하던 학생들 전원 해당 서술형 정답을 쪽지와 같이 작성했다. 만약 그들이 답을 외운 게 아니라 문제를 읽었더라면 해당 문제는 ‘마법식에 따라, 스노우 윈드가 정답이다.’가 되어야 했다.
물론 그들 모두 멍청해서 시험문제를 읽고도 그 문제의 마법식이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으나.
그러나 우린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모두 전교에서 알아주는 우등생이라는 걸 말이다.
밀리포레는 포레스튼에 태풍을 불러일으켰다. 피데스 클래스 학생들은 그럴 리 없다며 길길이 날뛰었고 오디트는 꼴 좋다며 킥킥대고 웃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낸 건 바로 기프트 클래스였다.
“왕실 마법사가 될 놈들이 이런 꼼수를 쓰다니!”
“너희들은 부끄럽지도 않아?”
하지만 가만히 있을 피데스도 아니었다.
“너희 클래스에서 낸 신문이 우리 클래스를 모욕했어!”
“확인된 게 하나도 없잖아! 너희들이 그 시험지를 확인이라도 했어?!”
밀리포레에는 피데스 클래스의 누가 시험지를 받았는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니 당사자들도 직접 나서지 않았다. 괜히 나섰다간 눈에 띌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문제는 아군에서 터진다.
밀리포레의 기사에 화가 난 피데스 클래스의 학생들이 길길이 날뛰며 외쳤다.
“우린 당당하니까! 확인해보던가! 3학년 시험지를 전부 탈탈 털어 보라고!”
“그래! 그러면 되겠네!”
그 소릴 듣고 있던 당사자들은 생각했다.
‘X나 망했다.’
모든 게 레이먼의 생각대로 풀리고 있었다. 어느새 다가온 챈들러가 레이먼의 양어깨 위에 손은 얹었다.
“레이먼, 시험은 잘 쳤어?”
“네.”
“이봐, 이봐. 이럴 땐 ‘선배는요?’라고 물어봐야지.”
“여쭤보면 실례일 거 같아서요. 어차피 잘 치셨을 테니까.”
“하하하. 듣기 좋은 말이네. 그래서 밀리포레 쪽은 잘 풀릴 거 같아? 블랭킷한테 전부 들었어.”
“아마도요. 중간에 방해꾼만 끼어들지 않으면요.”
레이먼이 저 멀리 중앙 회랑에서 걸어오는 한 교수를 바라보았다. 학생들의 욕지거리가 가득한 공간을 그가 뚫고 들어왔다.
“다들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겁니까?”
“교수님! 이걸 좀 보세요!”
밀리포레를 받아든 그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그는 당황한 듯 눈알을 몇 번 굴리다 마지막에 적힌 신문 클럽의 이름들을 확인하고선 고개를 휙 들어 올렸다.
그의 시야에 레이먼, 유타, 오닉스가 차례대로 들어왔다. 이제 막 입학한 조무래기들이 이런 사고를 치다니.
짧게 혀를 찬 교수가 밀리포레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밀리포레의 표지를 가볍게 밟은 그가 제 앞의 학생들을 훑으며 말했다.
“시험지만 확인해보면 되겠습니까?”
“네!”
“네, 교수님!”
“우우, 피데스 놈들은 꺼져!”
“알겠습니다. 확인하러 가죠. 다만, 여기 모인 학생들이 너무 많군요. 교무실은 그리 넓지 않으니 밀리포레를 만든 학생들과 피데스 클래스의 3학년 클래스장만 함께 가도록 하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3학년 1, 2, 3등도 함께 가면 좋겠군요. 지금 의심을 받는 게 당신들 셋인 것 같으니까.”
교수는 학생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곧바로 교무실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모든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면 좋았겠지만, 이건 레이먼이 예상한 전개는 아니었다.
적어도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교수가 직접 답안지를 확인하겠다는 이런 전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