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31)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31화(31/275)
마리아 스웨인. 피데스 클래스의 영원한 1등.
쟁쟁한 가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돈이 없는 가문의 딸이었다.
그녀가 피데스 클래스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은 오로지 ‘공부’였다. 실전도, 필기도 모두 놓치지 않는 마리아는 언제나 1등을 차지했다.
마리아는 당연하게도 2등이 누구인지, 3등이 누구인지 찾지 않았다. 그들과 자신의 자리가 바뀌는 일은 영영 없을 예정이니까.
뒤를 바라보는 인간은 도태된다. 그녀는 언제나 앞을 바라보았다.
만약 과거가 자신을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도 그녀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학생이었다.
“하아.”
그래서 마리아는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대체 누가 그딴 짓을.’
그녀가 혀를 끌차며 밀리포레에 실린 사진을 바라보았다. 모자이크 처리 탓에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교수도, 학생도 당최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학생들이 전부 전교권이라는 말이 붙을 걸로 봐선 분명 5등 안에 드는 녀석들이겠지. 몇몇 학생들은 신문을 보고 마리아를 곁눈질하기도 했다.
그녀가 3학년 피데스 클래스의 1등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니까. 그녀는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입학시험에서 1등을 받은 사람이 굳이 이런 시험지를 받아 챙길 리가 없잖아.’
차라리 얼굴이라도 시원하게 밝혔으면 내가 의심받을 일은 없잖아.
“알겠습니다. 확인하러 가죠. 다만, 여기 모인 학생들이 너무 많군요. 교무실은 그리 넓지 않으니 밀리포레를 만든 학생들과 피데스 클래스의 3학년 클래스장만 함께 가도록 하죠. 3학년 1, 2, 3등도 함께 가면 좋겠군요. 의심을 받는 게 당신들 셋인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교수의 말에 마리아는 흔쾌히 고갤 끄덕였다. 따라오는 애들은 아마 2, 3등인 듯했다. 어디선가 얼굴을 본 기억은 있는데.
‘수업 참여도가 꽝인 애들이잖아?’
이래서는 밀리포레가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군.
도리어 지금까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게 더 대단한데.
여하튼 마리아는 자신의 무죄만 입증된다면 아무 상관 없었다. 그저 이 상황이 빨리 종결되기를 바랐다.
교무실로 향하는 복도는 교수의 호통에도 조용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리아는 그런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유독 조용한 오닉스와 레이먼을 흘긋 바라보았다.
오닉스는 몰라도 레이먼이라는 이름은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버려진 왕자를 목숨을 걸고 구해줬다는 녀석. 생긴 건 꽤 멀끔하게 생겼네.
‘클럽도 같이 하는 걸로 봐선 정말 사이가 좋나 봐?’
소문으로는 단순한 기회주의자에 무능력을 친분으로 감추려는 놈이라고 판단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건 자신의 무지한 편견인 듯했다. 그러기엔 레이먼의 몸에서 감출 수 없는 마력의 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이먼보다 유타 쪽이.
“유타 님, 승리하고 돌아오세요!”
“왕자님! 오늘도 잘생겼어요!”
“하하하, 우린 잘 다녀올 테니 모두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어.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니까!”
“꺄아아아-!!”
마리아는 순간 등줄기 오한이 오소소 돋아 그대로 고갤 획 돌려버렸다. 학생들에 밀려, 걷다 보니 어느새 레이먼 바로 옆에 서서 걷고 있던 마리아에게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마리아 스웨인 선배님이시죠?”
“명찰을 봤니?”
“네, 죄송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피데스 클래스 3학년 중에 제일 똑똑하신 걸로 유명하시더라고요.”
“맞아.”
“그래서 이번 도움이 꼭 필요했어요.”
“내 도움이? 어째서?”
“그래야 제 계획이 어그러지지 않고 이행될 테니까요. 간단해요. 나중에 어떤 답에 대한 근거를 확실히 들어주시면 됩니다.”
마리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레이먼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돕지 않으면? 난 네 계획 때문에 이런 상황에 휘말린 것 자체가 짜증 나는데.”
“도와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야 밀리포레에서도 정정 기사가 나가죠.”
“뭐?”
붉은 머리와 푸른 눈을 가진 소년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심해와 같은 동공의 가운데를 보고 있자면 괜한 긴장감이 몸을 적셨다.
기묘한 물웅덩이에 갇힌 마리아는 순간 할 말을 잊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정정 기사가 나가지 않으면 선배님의 성적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의심할 텐데요.”
“내가 아니라고 하면 되잖아.”
레이먼은 자신보다 키도 작았다. 몸집도 왜소했다.
“순진하시네요, 선배.”
그런데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애들이 그런 거에 관심이 있겠어요?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텐데요.”
언론, 정보, 대중. 이 세 가지가 합쳐지는 순간 그사이의 정보는 무적이 된다.
“설령 선배가 무죄일지라도 모두가 선배를 의심할 거예요. 다들 진실엔 관심이 없거든요. 그동안 쌓인 피데스 클래스에 대한 분노, 짜증을 풀 곳이 필요한 거죠. 아니면, 그냥. 남들 욕하는 게 즐겁거나.”
그렇기에 많은 정보는 언제나 가진 자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든다. 가진 자는 그 정보를 주물러 어떻게든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으니까.
밀리포레는 포레스튼의 사각지대 같은 곳이었다. 어중간한 자리에서 어중간하게 정보를 쥐고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작은 요새.
그곳에서 가장 먼저 왕이 될 사람은 유타였다.
“선배, 도와주실 거죠?”
“너 성격 안 좋다는 소리 자주 듣지?
그리고 그렇게 만들 예정이었다.
레이먼이 답했다.
“네, 그런 편이죠.”
***
피데스 클래스 3학년 1, 2, 3등과 밀리포레의 1학년들 학생들이 교수를 따라 일렬로 교무실로 들어섰다.
아직 오전 강의가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교수들은 줄줄이 들어오는 소시지들을 보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저기, 교수님? 이 애들은 대체-.”
“마침 잘됐네요. 교수님께서 증인으로 함께 해주시죠. 지금 피데스 클래스에 시험지가 유출되었다는 가짜 소문이 떠돌아서요.”
“네에? 누가 그런 소문을-.”
“이 세 녀석입니다.”
레이먼이 예의 바르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기프트 클래스의 레이먼 반 스플린입니다.”
“레이먼이라면 그 레이먼?”
“그 레이먼이 소문의 레이먼이면, 네. 제가 그 레이먼입니다.”
“어머나. 소문의 레이먼이 레이먼이라면 네가 말한 레이먼이 바로 그 레이먼-.”
“교수님.”
말장난할 시간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3학년 담당 교수는 시험지가 쌓인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학년별, 그리고 클래스별로 나뉜 시험지 뭉치들이 교무실의 중앙 테이블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아직 채점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그 안에서 피데스 클래스, 3학년들의 시험지 상자를 꺼내 앞으로 가져왔다.
“여기서 너희들의 시험지를 찾으면 된다.”
“잠시만요.”
유타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본인들이 직접 시험지에 손을 대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뭐?”
“선배님들. 선배님들이 죄가 없으신 걸 명백히 입증하시려면 확실해야 하잖아요. 그편이 선배님들께 더욱 이득 아닐까요?”
유타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여기서 자기가 직접 꺼낼 거라며 우길 수 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선배님들의 이름은 모두 알고 있으니. 잠시만요.”
“잠시만. 그렇게 따지면 너희들도 손을 대면 안 되지.”
상자에 뻗은 유타의 손을 붙잡은 건 교수였다.
“너희들도 이 사건의 관련자니까. 내가 직접-.”
“에이, 그렇게 따지면 교수님도 안 되죠,”
이번엔 오닉스였다. 보라색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더 오묘한 빛을 내며 빛났다. 포도알 대가리가 성큼 튀어나와 유타의 옆에 섰다.
“신문에 실린 거 교수님인 거 교수님도 아시잖아요.”
“…그래, 나지.”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 눈빛에 담긴 감정은 분명히 ‘분노’였다.
때마침 밀리포레의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온 초초가 교무실을 문을 열어젖혔다. 그녀는 레이먼을 발견하자마자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뛰어왔다.
“이봐! 레이먼! 이게 대체-! 이건 또 무슨-!”
“초초 교수님!”
운이 좋았다. 레이먼은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내가 이런 사고를 치라고 클럽을 허가해준 줄 알아! 너희들 이게 전부 거짓이면 블랭킷에게 전부 책임을 물을 거다!”
“타이밍 좋게 잘 오셨어요. 교수님이 여기서 시험지를 꺼내주시겠어요?”
“시험지?”
레이먼은 초초를 시험지 상자 앞으로 데려갔다.
초초는 영문도 모른 채, 레이먼이 말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찾아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
1등부터 3등까지의 시험 답안지 3장, 그리고 5등 1명.
“이놈들이 그 신문에 실린 놈들이냐?”
“전부 다 그런 건 아니고요. 교수님, 확인해도 될까요? 저희들은 그 서술형 답만 확인하면 되는 거라서요.”
“…그래.”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믿는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레이먼이 돌린 쪽지에 대해 정확히 몰랐으니까. 자신의 제자들이 설마 문제도 안 읽고 그런 대놓고 틀린 답을 써 내렸을 거라고 믿을 수 없었다.
“어머? 마리아만 혼자 답이 다르네? 이거 정답이 뭐예요, 교수님?”
그는 차마 말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고 자신의 애제자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그런데 이 답은 담당이 아닌 제가 봐도 좀 이상하네요. ‘해당 마법식은 유효하지 않으므로 마법 시동 불가’는 답이 될 수 없지 않나요? 오히려 마리아가 쓴 ‘마법식에 따라, 스노우 윈드가 시동되야 한다.’가 답인 것 같은데요.”
“예. 마리아의 답이 맞습니다.”
3학년 담당 교수는 잡아떼기로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답이 같았다고 해서 시험지를 미리 받았다고 할 수는 없죠. 그냥 서로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음. 그 말은 또 맞기야 한데.”
“아뇨, 그럴 수 없어요.”
그때 끼어든 건 마리아였다. 그녀는 레이먼을 한 번 곁눈질하고선 시험지를 집어 들었다.
“이 문제,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집어주기까지 하셨거든요. 물론 공부를 아예 하지 않은 애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기 있는 애들, 전부 우등생 아닌가요? 그런 애들이 서술형에 완전히 같은 답을 써서 틀린다고요? 누가 들어도 이상하다고 생각할걸요.”
“…그건.”
“저희 스웨인 가문은 부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공명정대함을 중시합니다. 제가 이 일에 휘말린 이상, 여기서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아버님께 건의드릴 수밖에 없어요.”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손에서 시험지가 팔랑거렸다.
“이 일을 꼼꼼히 조사 부탁드린다고.”
마리아 스웨인. 피데스 클래스의 영원한 1등.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왕실 마법사 중 가장 입김이 센 사람 중 한 명.
혹시나 해서 그녀를 휘말리게 내버려 둔 게 정답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저 교수를 직접 잡기는 어려웠을 테니까.
마리아의 말을 듣고 한참 침묵하던 그는 주윌 한 번 둘러보고선 시험지를 세게 쥐었다.
“…알겠다.”
그가 결과에 승복하는 순간이었다.
“관련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생각해보도록 하지.”
“교수님이 어떻게 저희를!!”
“조용히 해! 뭘 잘했다고 목소릴 높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