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39)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39화(39/275)
“형님 왔다!”
“노크 좀 하고 들어오지?”
“네가 내 집에 놀러 온 거잖아.”
“오.”
“오?”
“맞는 말.”
“너 근데 얼굴이 왜 그러냐?”
유타는 레이먼의 얼굴이 좋아져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왕실 제공 프로그램의 음식들은 실제 왕실 요리사가 모두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이먼은 오히려 방학 전보다 살이 빠져 있었고 얼굴은 더럽기까지 했다.
“설마 너 안 씻어?”
“조금 전에 들어와서 그래. 챈들러 선배랑 훈련하고.”
“마법 훈련? 프로그램에 그런 일정은 없었을 텐데. 기껏해야 식사나 탐방 정도만 있잖아.”
“그렇긴 한데. 뭐야, 너 모르냐?”
“뭘.”
“일단 씻고 나가서 얘기해. 나가서.”
얼굴을 뒤덮은 흙먼지를 모두 닦고 새 옷을 갈아입은 뒤, 레이먼은 유타와 함께 방을 나섰다. 방에 도청 마법이 깔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마력 부족으로 파악하지 못한 고위 마법일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주의는 필요했다.
레이먼은 유타를 데리고 챈들러 선배와 잠깐씩 돌아다녔던 정원으로 향했다.
레이먼, 유타, 렌스 세 명이 함께 어지러운 정원길을 걸었다.
“너네 형이 마법 아카데미를 하나 더 만들고 있던데.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에서 걔네랑 우리 쪽 대표가 싸울 거래. 그래서 학생회 선배들을 초대했던 거고.”
유타의 표정이 레이먼의 말을 들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급변했다.
“난 한 번도 본 적 없어. 정말로.”
“그래, 어쨌든 나랑 선배는 봤어. 아마 너나 다른 사람한테도 여태 숨기고 있었겠지. 왕실이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숨길 수 있지 않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이건 너무 이야기가 커지잖아. 포레스튼에서 그런 걸 허락했을 리가-.”
“허락이 필요하냐?”
아하.
유타는 고갤 가로저었다.
“없지.”
포레스튼에서 반대는 할지언정 그게 왕실의 결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포레스튼이 왕실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를 인정받은 만큼, 왕실 또한 그러했으니까.
“우리가 싫어도 결국 싸우게 되긴 할 거야.”
레이먼의 일기장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벌어질 일은 벌어지겠지. 적어도 지금의 레이먼이 막을 수 있는 범주의 일이 아니었다.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면 결과를 바꿔야 한다.
‘보상으로 주어진 일기장에서 ‘교류회에서 진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럼 그 일이 향후 영향을 미친다는 소리야. 뭐가 됐든… 지는 것보다 이기는 편이 나아.’
레이먼은 그렇게 결심했다.
“원래 크리스, 챈들러, 디찬 선배 이렇게 나설 예정이었는데 크리스 선배가 빠졌잖아.”
“너 그래서 훈련을 했던 거구나? 참가하려고?”
“그거 1등 하면 상품 주거든.”
“뭘로 하게?”
“비밀. 어쨌든, 이길 거야.”
“내가 도와줄 건 없어?”
“당연히 있지.”
유타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뭔데?
“너도 참가해.”
“뭐?”
“그쪽 수가 다섯은 되던데. 우리도 다섯을 채워야지.”
“나까지 해도 넷이잖아. 한 명은 어쩌게?”
“렌스?”
“렌스는 마법사가 아니야. 학생도 아니고.”
레이먼은 다섯을 채우는 편이 더 판이 커질 거라 생각했다. 만약 아드리안에게 제안한다면 아드리안은 고민도 하지 않고 할게요! 라고 답할 거다. 하지만 동생을 이런 일에 참여시키는 형이 어디 있겠는가. 레이먼은 남은 한 명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흠. 오닉스?”
“오닉스? 오닉스는 여기 없잖아.”
“불러야지. 너가 마차 보내주면 되잖아. 너 그래도 그 정도 끗발은 있지 않아?”
“끗발이 뭔데.”
“그러니까 그 정도 힘은 있지 않냐고.”
그때였다. 렌스가 손가락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켰다.
“…찾으시는 분, 혹시 저분 아닙니까?”
그 말에 레이먼과 유타가 시선을 돌렸다.
“뭐가??”
“어라??”
탁탁탁. 그들의 눈에 어딘가로 뛰어가는 보라색 대가리가 보였다. 어라라. 레이먼이 유타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종종걸음으로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시계 토끼처럼 어디론가 정신없이 뛰어가는 등은 영락없이 오닉스의 뒷모습이었다.
‘쟤가 여기 왜 있지?’
‘모르지.’
‘왕성이 꽤 뚫리기 쉬운 곳인가 봐?’
‘그런가?’
‘야, 네가 그렇게 답하면 어떡해? 어, 또 어디로 간다.’
갈림길에서 두리번거리던 오닉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세 사람은 열심히 오닉스의 뒤를 쫓았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탑 하나로 이루어진 고성이었는데 꼭대기가 구름을 뚫을 정도로 높아 그 첨탑이 보이지 않았다.
“저거…”
“마탑인데?”
“그치?”
“그렇네요.”
각자 귓등에 나뭇잎을 끼운 세 사람이 마탑으로 들어가는 오닉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사라졌다.
“쟤가 뭔데 저길 들어가?”
“학생은 출입 금지일 텐데. 정식 마법사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잖아.”
“우리도 들어가자.”
“우리도 학생이잖아.”
***
“안녕.”
“와, 왕자님!”
“마탑에 좀 들어가고 싶은데.”
“어, 그게.”
“열어.”
쿠구구궁.
권력의 힘은 대단했다. 마탑을 지키는 기사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문을 열어주었다. 아무리 왕실과 마탑 간의 권력 분립이 이뤄졌다곤 해도 왕실을 척지는 것을 달가워하는 마법사는 없었다.
스턴 왕국에서 왕궁에 근무하는 마법사는 총 두 분류로 나뉜다.
왕실 마법사와 마탑 소속 마법사들.
왕실 마법사는 왕성에서 일했으며 왕실의 일을 보조하거나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다. 마법식에 관한 연구보다는 마법 제도에 대해 연구하는 게 왕실 마법사의 역할이었다.
이와 반대로 마탑 소속 마법사들은 연구에 몰두했다. 새로운 마법식이나 마법식의 새로운 활용 방법, 마도구 개발 같은 일은 모두 마탑에서 이뤄졌다.
그래서인지 마탑 소속 마법사들은 왕실과의 관계에서 좀 더 자유로운 편이었다. 무조건 왕실을 위한 일만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마법식을 왕실과 거래하기도 했다.
이익은 내야 하지만 국가로부터 자유롭진 않으니까. 여러모로 현실적인 고민을 하며 레이먼은 마탑 안으로 들어섰다.
마탑 1층에도 마법사는 많았다. 그들은 유타의 생김새와 옷차림을 보고 왕족이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매너스와 서머셋은 아니니… 5왕자인가?’
‘그 버려진 왕자?’
‘맞네, 유타. 예전에 본 적 있어.’
그들은 함께 탑에 들어온 레이먼을 보고도 한 마디씩 수군거렸다.
“뭐야.”
때마침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던 오닉스가 가지고 있던 두루마기를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펼쳐진 종이 뭉치들이 레드카펫처럼 계단 위를 채웠다.
“여, 여긴 왜 왔어?”
“오닉스! 우리의 영원한 친구여!”
“우리한테 할 말이 많지 않니?”
“……제기랄.”
***
“오닉스 네 친구들이냐?”
“왕자님이 동급생이라니, 오닉스, 너도 인생이 폈구나!”
“아, 다들 조용히 하세요! 야, 너희들 이쪽으로 따라와.”
오닉스는 얼른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랐다. 그 뒤를 세 명이 뒤따랐다. 한참이나 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오닉스는 어떤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침대와 책상 등 간단한 가구 등이 있었다. 책상은 넓은 편이었는데 식 측량 도구나 깃펜, 잉크, 종이 무더기를 봐선 오닉스의 개인 연구 공간인 듯했다.
레이먼은 아무렇지 않게 오닉스의 침대 위에 풀썩 엉덩이를 놓았다.
“자, 이제 설명해봐.”
“뭘.”
“너 왜 마탑에 있냐?”
“너희야말로 왜 여기까지 오는데?”
“왕성이랑 마탑이 가깝잖아. 걷다가 널 보고 따라온 거지.”
“왜 따라온 건데?”
“친구라서.”
“……쳇.”
오닉스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의자에 앉았다. 팔짱을 낀 오닉스는 손가락을 몇 번 까딱이다 입을 열었다.
“우리 으쁘.”
“뭐?”
“으쁘르그. 므틉즈.”
“미친.”
“뭐라는 건데?”
유타는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알아들었다. 근데… 이 녀석 아빠가 마탑주라고?
레이먼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진 눈으로 오닉스를 바라보았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에서 나오지 않았나?
“너 지금 너희 아빠가 마탑주라고 한 거지? 맞지?”
“뭐??”
유타가 그제야 알아들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닉스는 귀찮은 걸 들켰다는 눈치였다. 그가 책상에 턱을 괴곤 삐딱하게 앉았다.
둘러댈 수야 있었다. 마탑에서 무슨 프로그램이 있다, 잠깐 일을 돕는 거다 – 라는 식으로. 하지만 레이먼이 거기에 속을 리가 없다. 오히려 뒤를 캐겠지. 그럴 바에야 선수를 치는 편이 나았다.
“너 그럼 성이 없는 게 아니라.”
“성을 말하면 마탑주 아들이냐고 물을 거 같아서 얘기 안 했다, 왜.”
“그럼 그 오두막은 뭔데? 너 혼자 따로 사는 거라고?”
“내가 같이 살기 싫어서.”
“왜? 아빠랑 싸웠냐? 가출?”
“거기까지 해. 이 이상 말해 줄 생각 없다. 볼 일 다 봤지? 이제 나가.”
연구하는 놈들은 다들 행동 패턴을 맞추기라도 했나? 설명 좀 하다 왜 다들 나가래.
레이먼이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나가라고.”
“볼 일 안 끝났어.”
이때다 싶어 유타가 오닉스에게 질문했다.
“오닉스, 너 그럼 실습 시간에 마법 쓴 거, 다 조절한 거야?”
“……”
“할 수 있는 마법 훨씬 많았을 거 같은데.”
“적당히 조절이야 했지.”
오닉스가 드러누운 레이먼을 슬쩍 곁눈질했다.
오닉스는 자신이 있었다. 레이먼이 필기를 만점을 받는다 해도 실기에선 자신이 1등을 할 거라고 예상했으니까.
처음 만났을 때 레이먼의 마력 양은 특출나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보다 적은 편에 속했다. 그래서 안심했다. 그런데 시험 당일, 그의 마력양이 오닉스를 반쯤은 따라잡은 거다. 당황한 오닉스는 결국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음 학기엔 1등 할 거야.”
“오닉스.”
오닉스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있던 레이먼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너도 같이 참가하자.”
“뭘.”
“포레스튼 vs 새로운 마법 아카데미 학생 놈들.”
“…뭔 소리야?”
레이먼은 비밀스러운 그 아카데미에 대한 얘기를 앵무새처럼 똑같이 반복 재생했다. 오닉스도 유타와 마찬가지로 표정이 계속해서 바뀌었다.
마탑 마법사들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탑이 이걸 모를 수가 있나? 아니면… 도왔나?
“역시 마탑도 몰랐던 건가?”
유타의 질문에 오닉스가 답했다.
“일단 난 몰랐어. 마탑 고위직이면 알 수도 있지. 아버지라고 나한테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니까.”
“참가해, 알았지?”
“…싫어.”
“왜? 질 거 같아서?”
“내가?”
“어.”
“넌 똑똑한 애가 세상일을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냐? 마탑주 아들인 내가 나가면 마탑이 왕자의 마법 아카데미에 반대한다는 뜻이 되잖아.”
“가면 써. 머리 염색해. 네 정체 아는 사람 왕실에서도 많이 없는 거 아냐?”
“……”
“역시 질까 봐 쫄아서-.”
“아, 한다! 한다고!”
됐다. 레이먼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닉스의 성격이야 진즉에 파악하고 있었다. 차가워 보이지만 은근 도발에 쉽게 넘어가는 녀석. 오닉스는 정말로 자리에서 일어나 씩씩거리며 다시 말했다.
“이길 수 있다고! 나!”
“그래, 너 나가는 거다. 그럼.”
씩씩거리던 오닉스는 한참이나 어깨를 위아래로 파들거리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읊조렸다.
“하, 이 망할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