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42)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42화(42/275)
교류회 당일.
레이먼은 아버지에게 특별히 부탁한 물건들을 캐리어에 전부 집어넣은 채 집을 나섰다.
부드럽게 나아가는 마차 안에는 아드리안과 니콜이 함께였다.
“너는 올 필요 없잖아, 아드리안.”
“형님이 가시니까요.”
“얌전히 구경만 해.”
흠. 레이먼은 아드리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드리안을 보자 왕성에 가기 전 들었던 조언이 떠올랐다. 왕성에 아드리안을 데려가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
‘걱정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잖아.’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아드리안이 없었다면 일이 이 정도로 수월하게 처리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레이먼이 창가 쪽으로 고갤 돌린 사이 아드리안은 레이먼이 선물해준 책을 펼쳐 들었다.
아드리안은 형과 함께 마차를 타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어린 자신은 언제나 레이먼의 등만 쫓아다녔으니까. 형의 등은 언제나 자신보다 컸지만 늘 작았다. 늘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깊게 굽히고 다녔으며,
어쩌다 눈이 마주치는 날에는 째려보기 일쑤였고 종종 입 모양으로 자신을 향해 욕 비슷한 말을 내뱉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아드리안은 레이먼이 좋았다.
간단한 이유였다.
유일한 형이었기 때문에.
가족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엄청난 노력가였기 때문에.
아드리안의 제 형, 레이먼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있었다. 운이 좋아 마법에 재능을 타고난 자신보다 형은 더 나은 사람이었다. 그는 매일 몇 권의 책을 읽었고 마법에 대해 연구했다.
음침하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은 노력의 증거였고 자신을 째려보는 눈빛은 슬픈 증명이기도 했다. 어린 아드리안은 그런 형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만약 형이 진정한 제 능력을 꽃피우는 날이 온다면, 그땐 자신이 먼저 용기를 내자고 결심했었다.
그날이 정말 올 줄은 어린 자신은 몰랐겠지.
레이먼이 준 책의 페이지를 몇 번이나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아드리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
마차는 어느 순간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포레스튼은 수도에 있는 게 아니었나요?”
“시험장이 그쪽이라 다들 그렇게 알고 있지만 아니더라고. 입학 설명서에는 나와 있어. 그 장소를 발설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창문에 얼굴을 바짝 붙였던 아드리안이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이제야 좀 14살 답네.’
“그런 곳에 절 데려가도 되는 건가요?”
“알 사람은 다 알아.”
레이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하곤 자신도 창밖을 바라보았다. 방학이었지만 그 주변으로 다른 마차나 이동 수단들이 보였다. 교류회 시작까지는 3시간이나 남았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만큼이나 모이다니.
다들 이날을 기다리긴 한 모양이다.
마차가 포레스튼의 정문에 멈춰 섰다. 니콜이 가장 먼저 내려 마차의 문을 잡았고 그 뒤로 레이먼과 아드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문에서 학습관, 생활관, 예배당과 훈련장으로 뻗는 드넓은 돌길이 세 갈래로 쪼개지기 직전의 갈림길에서 몇몇 학생들이 레이먼을 향해 뛰어왔다.
마찬가지로 기프트에 속한 같은 1학년 학생들이었다.
“레이먼!”
“레이먼, 기다렸어!”
“우리한테 더 설명해줄 거지?”
밀리포레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해. 아드리안이 뿌린 편지를 그대로 들고 온 아이들은 저마다의 손에 밀리포레의 한 페이지를 쥐고 있었다.
‘이런 관심.’
바라던 바였다.
레이먼은 활짝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그 뒤로 햇빛이 비쳤다. 마치 한 종교의 교주 같은 모습이었다. 학습관 쪽에 더 붙어 서 있던 다른 클래스의 학생들도 레이먼을 발견하자마자 그를 향해 달려왔다. 피데스 클래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피데스에게 레이먼은 원수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원수보다 더 거대한 적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는가! 피데스의 학생들 역시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게 레이먼을 무시하는 것보다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니콜을 시켜 평평하고 높은 돌을 가져온 레이먼이 그 위에 서며 목을 가다듬었다. 이 자리에 유타도 없으니.
‘오랜만에 ‘세치 혀’ 특성을 사용해볼까.’
레이먼이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 다들 잘 들어봐.”
[ 세치 혀 특성이 발동합니다. ] [ 당신의 말이 논리적으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 [ 당신의 말에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 [ 사람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일반 특성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 [ 온전한 설득은 불가능합니다. ]“나는 이번 겨울방학, 학생회 크리스 선배의 부탁으로 겨울 왕실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어. 나는 당연히 참가한다고 말씀드렸지. 왜냐하면 그 탐방 프로그램으로 알게 된 왕성이나 왕실 마법사의 모습을 밀리포레에 실으면 멋질 거라 생각했거든.”
그는 이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들이 포레스튼을 졸업하면 얻게 될 빛나는 미래’에 대해 설명해줄 참이었다.
[ 세치 혀 특성이 발동합니다. ]“왕실의 모습은 이러쿵저러쿵….”
“이래서 저래서… 세상에 또 어떠냐….!”
“다들 그건 봤어? 왕실 마법사의 연구실은 모두 개인실이라서-!”
학생들은 레이먼이 묘사하는 웅장한 왕성의 모습과 왕실 마법사의 권력, 연구실에 흠뻑 빠져들어 눈을 빛냈다.
‘우리도 저런 미래를!’
‘1인용 연구실……’
저마다의 생각을 안은 아이들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레이먼을 끝없이 추궁했다.
“그렇게 나는 서머셋 왕자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전에 그 애들을 보게 된 거야.”
[ 세치 혀 특성이 발동합니다. ] [ 당신의 말에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몇몇 아이들이 절로 탄성을 내지르게 됩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을 한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을 말이야. 나이도 키도 전부 우리 또래였어. 그 애들은 우리를 적대적으로 노려보았지.”
“설마 그 신설 아카데미 학생들이야?! 이미 입학한 애들이 있어?”
레이먼이 답했다.
“그래. 맞아.”
“그럼 왕실이 우릴 내친 걸까?”
레이먼의 말에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이제 혼란에 빠진 아이들을 더 꼬드겨 새로운 아카데미에서 올 다섯 아이를 완전히 적으로 돌리는 것도 레이먼에겐 가능했다.
그러나 레이먼은 그러지 않았다. 3왕자가 신설하는 아카데미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렸다간 3왕자를 적대한다는 누명을 쓰게 될 수도 있으니까.
레이먼은 그렇게 되길 원치 않았다. 그는 매너스나 서머셋과 적이 될 순 없었다. 그들 역시 왕 후보가 될 왕족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등록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만.’
그에게 이번 교류회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교류회 승리’가 아니었다.
어느새 학생들은 저마다 송출 중이던 지방방송을 끄고 침묵하던 레이먼을 가만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16살의 학생들에게 이런 주제는 너무 무거웠다.
그때, 레이먼이 허리를 숙여 가장 앞줄에 선 학생의 손을 맞잡았다.
“왕실에서 우릴 내친 건 아닐 거야. 너희들도 불안하겠지. 하지만 우린 명심해야 해. 포레스튼은 유일한 마법 아카데미이기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니야.”
“그, 그럼?”
“오랜 기간 동안 포레스튼 아카데미가 쌓아온 역사, 그 가치. 그리고 그 역사 속에 함께 기록될 우리.”
웅성웅성. 예상치 못한 결론에 학생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 세치 혀 특성이 발동합니다. ]“너희들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게 정말 포레스튼이 유일한 마법 아카데미라는 가치 하나뿐이야?”
레이먼이 한 번 더 강조했다.
“우릴 진정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건, 훌륭한 마법사라는 것에서부터 오는 자긍심이잖아.”
[ 세치 혀 특성이 발동합니다. ]“그러니 우린 이곳에 방문할 손님을 양팔 벌려 환영해야지! 그리고 걱정하지 마. 우리가 이길 거야.”
우린 포레스튼이잖아. 1등은 쭉 1등이어야 해.
레이먼의 세치 혀에서 나온 번지르르한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중간고사 때 터진 사건 이후로 피데스는 다른 클래스에게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피데스 역시 결국은 포레스튼. 결국 우리와 같은 아카데미의 학생들.
모두에게 같은 목적의식이 생겼다.
레이먼이 이번 교류회를 통해 얻고 싶었던 또 다른 목표.
‘밀리포레로 인해 갈라졌던 학교를 다시 하나로 뭉쳐놓을 거야.’
딱. 그때, 레이먼이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튕겨 니콜을 불렀다.
니콜은 곧장 마차에 실어두었던 가방을 돌 바로 아래로 가져와 펼쳤다. 아버지에게 부탁해 특별히 제작한 ‘장식품’들이었다.
“이, 이건-!”
“레이먼-!”
***
레이먼이 가져온 장식품은 바로 장식용 완드였다.
장식용 완드는 마법에 사용할 순 없었다. 말 그대로 장식용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위에 작은 불빛이 들어오거나 열쇠고리를 다는 것처럼 꾸밀 수 있었다. 레이먼은 그 장식용 완드를 대량으로 생산해 들고 온 것이다.
그리고 장식용 완드의 끝에는 부드러운 실크 리본을 묶은 뒤, 포레스튼의 승리를 상징하는 빛나는 크리스탈을 끼워 넣었다. 발광 마법이 걸려있기 때문에 마력을 가진 사람이 들게 되면 각자의 완드가 별처럼 빛이 나게 되어 있었다.
포레스튼의 학생들은 모두 같은 색으로 빛나는 완드를 손에 들었다. 1학년뿐만 아니라 교류회에 참석한 모든 학년이 말이다.
교류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교수들은 믿기지 않는 광경에 몇 번이나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클래스 색이 빠진 포레스튼의 교복 망토를 입고 한 손에는 같은 색의 완드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대체 무슨-.”
“교수님도 하나 하시겠어요?”
“응? 너, 너는-.”
“레이먼 반 스플린입니다. 자, 이건 교수님이 가지세요.”
“어, 어어. 그래.”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주도한 학생.
붉은 머리, 파란 눈동자의 작은 소년이 그에게 다가와 완드를 내밀었다. 레이먼이 건넨 완드를 받아든 그는 멍하니 떠나는 레이먼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얼마 있지 않아, 포레스튼의 하늘이 시끌벅적해졌다.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 정문으로 매너스와 익숙한 5명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포레스튼의 여러분들! 얼른 교류회를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