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Make You a King as a Possessor RAW novel - Chapter (5)
빙의자가 왕으로 만들어 드립니다-5화(5/275)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마력을 사용하는 법도 대충 익혔고, 체력도 원하는 만큼은 올렸다. 설마 다른 애들이 니콜처럼 근육질인 건 아니겠지? 뭐… 설마 마법사가 주먹질을 하고 다니겠어?’
여하튼 레이먼은 제 목숨에 대한 걱정으로 이틀 전부터는 아예 자지도 못했다. 몸은 커졌는데 다크서클이 한참 내려와 얼굴은 푸석해졌다. 덕분에 몰골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도련님, 잘생긴 얼굴이 엉망이 되셨어요. 책을 너무 많이 읽으신 거 아니에요? 마법에 재능이 없어도 도련님은 제게 소중한 분이니 몸을 아껴주세요.”
“너 말이야. 어릴 때부터 날 봐왔다고 말이 너무 심하지 않냐?”
“에이, 허락해주신 건 도련님이잖아요. 아, 어머님께선 사교모임에 참석 중이시라 배웅을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상관없어.”
실제로 니콜과 실제 레이먼은 격의 없이 지낸 모양이었고. 지금의 레이먼 역시 이런 관계가 불편하진 않았다.
“포레스튼으로는 바로 가실 거죠?”
“그래. 시험이 끝난 후에는 수도 사거리에 잠깐 들를 거야.”
“오?”
“가서 새로운 책 좀 사 오려고. 왜, 너도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괜찮으시다면 장 스 베리의 베리베리 케이크를 한 조각만.”
니콜이 굽실거리며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장 스 베리. 장 스 베리라. 하긴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았다. 마침 가고 싶었던 서점의 바로 옆에 있는 가게였으니 레이먼은 흔쾌히 ‘그 부탁을 허하노라’라고 말하고선 마차에 올라탔다.
“형님.”
“응?”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열린 문 바로 옆에 동생이 와 있었다. 그러니까, 이름이…
“아드리안. 나를 배웅하려고 온 거냐?”
아드리안은 아무 말 없이 멀뚱히 레이먼을 올려다보았다. 아드리안은 포레스튼에 입학하기 위해선 아직 2년이나 남아있었다. 아직 아카데미를 궁금해할 나이도 아니지 않나? 똑똑한데다가 재능까지 타고난 놈은 떡잎부터 다른 건가?
“포레스튼의 입학시험에 가시나요?”
“그래. 나도 일단은 스플린 가문이니까.”
“포레스튼은 기숙 아카데미지요.”
“그렇지?”
“16살부터 입학할 수 있고요.”
“그렇지?”
딱 그 정도의 질문을 마친 아드리안은 조막만 한 몸으로 꾸벅 인사하고선 타닥거리며 도망쳤다.
“허어.”
동생의 친절한 배웅까지 곁들어진 시험 일정이라니. 합격하지 못하면 죽을 예정인 것 빼고는 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
포레스튼으로 마차는 마법이 걸린 고급 마차였다. 숲 안쪽에 자리한 저택이다 보니 가는 길이 거칠었으나 마법 덕분인지 멀미는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입학시험은 어떤 걸까? 1차, 2차로 나뉘어 있으면 좋겠는데. 1차가 이론이라면 이론으로 커버를 치면 되고, 그럼 2차는 실기일 테니 그때 가서 망하면 되니까. 만약 시험이 한 번뿐이고, 처음부터 실기 시험을 치른다면 나는 분명 깃털보다 빠르게 바닥으로 나가떨어질 거야.’
마차 안에서 한마디도 없이 앉아 있는 그의 모습에 마부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최근 레이먼 도련님이 이상해지셨다고는 들었지만.’
원래부터 조용한 분이긴 했다. 그래도 나긋나긋하고, 집안에 폐는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분이셨는데. 최근 들어 더 특이해지셨다.
생전 읽지도 않던 가십지까지 읽으시고, 또 생전 가시지도 않던 기사단 훈련까지 가시고.
그날 대련의 결과는 소문이 나지 않았지만 우리 연약한 첫째 도련님이 이길 리 없지 않은가! 방 안에서 책만 읽으시는 우리 도련님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지금의 레이먼이 꽤 좋았다. 이전의 그는 성품은 착했으나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귀족이기에 자못 당연하다고 생각하였으나 내심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도련님은 전혀 달랐다. 방에서 나오는 시간은 현저히 줄었음에도 오히려 다가가기 훨씬 쉬워졌다.
‘이봐들, 나 얼마 먹지도 않으니까 소화하기 쉬운 걸로 줄 수 있나?’
‘에헤이. 고기는 다 같이 나눠 먹어. 다음에, 나는 다음에 먹겠다.’
‘…스테이크? 스튜가 아니고 스테이크라고…? 크, 크흠. 그런 거라면 뭐.’
말투도 묘하게 변하신 것이 얼핏 다른 사람인가- 라는 멍청한 생각도 들게 하였으나. 어떻게 다른 사람일 리 있겠는가. 얼굴도 그대로, 목소리도 그대로, 고용인을 생각하시는 마음도 그대로이신 것을.
‘포레스튼 아카데미라.’
큰 도련님이 합격하시기엔 어렵겠지만 그래도 잘 해내셨으면 좋겠군.
***
한참을 달리던 마차는 웅장한 성의 정문 앞에서 멈춰 섰다. 말의 투레질을 달랜 마부가 잽싸게 달려와 문을 열어주자, 레이먼이 천천히 내려왔다.
쨍한 햇살이 하얀 피부를 모조리 태워 먹을 것 같았다. 속에서 온갖 욕지거리가 들끓었다. 아, 이렇게 더울 거면 태양을 반만 갈라버리고 싶다. 이쪽 세계가 친환경이라 그런가? 유독 더운 거 같기도 하고.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겠고. 태양아, 제발 인간 배려 좀 해라.
복잡한 속내를 숨기고 레이먼은 마부를 향해 짧게 말했다.
“고맙다.”
레이먼의 인사에 마부가 모자를 벗어 가슴팍에 대며 환히 웃었다.
“뭘요.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시험이 끝날 때쯤 다시 모시러 오면 될까요?”
“아니, 잠시 마을에 들렀다 갈 거라서. 알아서 가면 돼. 돌아가서 쉬어.”
“저,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 몇 가지만 더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깃펜이나 편지는 모두 챙기셨나요?”
레이먼이 자택 밖으로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종들도 자택 밖 레이먼을 처음 본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마치 7살 난 제 아들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기분이었다.
“전부 챙겼어."
"소, 손수건은요?“
“챙겼어.”
“행운을 부르는 작은 토끼 인형 열쇠고리는-.”
“챙겼어. 근데 이봐-.”
“죄, 죄송합니다. 제가 걱정이 되어 그만. 그, 잘 다녀오십시오. 꼭 붙으실 겁니다!”
레이먼 반 스플린. 스플린 가문의 장자. 둘째에게 가려진 안타까운 첫째.
마부의 눈에 레이먼은 그저 ‘재능은 없지만 가문에 등 떠밀려 마법 시험을 치르러 가는 첫째’ 정도로 보였다. 담담해 보이지만 정말 담담할 리 없다. 가자마자 망신이랑 망신은 전부 당할지도 모르는데.
진심을 숨기지 못하는 마부의 응원에 레이먼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
터벅터벅. 포레스튼의 시험 전용으로 지어진 성 복도를 가로지르며 레이먼은 그동안 알게 된 스턴 왕국과 마법에 대해 복습했다.
스플린 가문이 자리 잡은 스턴 왕국은 중앙 대륙의 신흥 국가였다.
활발한 전쟁으로 영토를 넓혀나가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있는 왕국이기도 했다.
스턴 왕국의 마법 아카데미 포레스튼은 체계적으로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육 기관이었다. 보통 마법을 배우는 왕족이나 귀족 자제들이 많이 다니는 아카데미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마법을 쓸 줄 아는 평민들은 대개 길거리나 혹은 용병들에게 마법을 배웠다.
– 이렇게 하라고!
– 그러니까 어떻게요!
– 이렇게!
물론, 체계적인 교육과정은 아니었다. 때문에 마법에 재능 있는 평민들 대다수가 포레스튼 마법 아카데미를 희망했다.
포레스튼은 실력주의 아카데미였고, 평민들도 시험에 통과하기만 한다면 포레스튼에 입학해 귀족과 같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내부 성적만 우수하다면, 평민이 왕실 마법사가 되어 작위를 얻는 것 또한 가능했다. 혹은 귀족 가문의 마법 교사가 되거나 마법 용병이 되어 떼돈을 벌 수도 있었다.
즉, 출세를 꿈꾸는 평민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포레스튼이었다.
그런 소문을 가진 포레스튼 아카데미의 시험장 정문에 선 레이먼이 낮게 읊조렸다.
“…문 한번 더럽게 크네.”
도착한 포레스튼의 정문은 은으로 이뤄졌기 때문인지 녹슨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게 좋은 재료 탓인지 혹은 주기적으로 문을 갈아치웠기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쿠구궁-
굉음을 내며 안으로 열린 정문으로 레이먼이 발걸음을 옮겼다.
‘종이비행기…?’
정문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날아든 종이비행기는 따라오라는 듯 꼬리를 흔들며 비행하여 레이먼을 어딘가로 안내했다.
1차 시험장인 모양이었다. 강의실을 빌린 걸 보니 다행히 실기 시험은 아닌 듯했다. 레이먼은 안내받은 책상에 착석했다. 얼마 있지 않은 강의실의 자리가 모두 꽉 찼다. 사교계에 모습을 내비친 적 없던 레이먼이니 익숙한 얼굴은 없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이들은 있었다.
꼿꼿이 세운 허리, 적당히 잘 차려입은 옷,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까지. 온갖 귀족적인 특징을 때려 박은 애들 말이다.
분명 귀족이겠지. 저 중의 한 명을 내가 왕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가. 하아, 시스템이 개 같은 놈……아아, 여기서도 일을 해야 한다니.
축 늘어져 하품하던 레이먼의 앞으로 그림자 하나가 스윽 들어선다.
“다들 자리에 앉았나요?”
레이먼은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가 기괴하며 듣기 싫은 소음 같다 생각했다. 장난기 섞인 한껏 들뜬 가벼운 목소리. 형체 없이 들어선 그림자가 바닥에서 점점 덩어리져 올라왔다. 검은 형체는 색을 입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그는 쓰고 있던 망사 모자를 가슴팍에 올린 뒤. 짧게 묵례했다.
‘대머리가 망사 모자.’
…최신 유행인가?
“포레스튼의 시험장에 온 걸 환영합니다. 올해는 아주 좋은 인재들이 왔군요.”
학생들을 둘러보던 푸른 눈이 레이먼의 앞에서 멈췄다. 장난기 가득한 양 눈매에 세 갈래 주름이 지어졌다.
“…그래요. 뭐, 시험을 치르는 건 인재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죠.”
그가 한 말은 명백히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교수를 할 정도가 되면 레이먼의 서클 크기가 작다는 것 정도는 간파할 수 있었겠지. 그렇다고 저렇게 티를 내는 꼴을 보니-.
‘아카데미 돌아가는 꼴이 아주 훌륭하군.’
스플린 가문은 이 모욕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기엔 자신이 가문에서 딱히 귀한 존재는 아니었으므로 레이먼은 남자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게다가 진짜 재능도 없었다.
‘사실이라 할 말이 없다.’
사실 레이먼이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다. 시험지를 뒤집어 보라는 남자의 말에, 양피지 재질의 시험지 뒷면을 뒤집자 단 한 줄의 시험문제가 보였다.
레이먼은 당황했다.
『마력이란 무엇인가』
양피지의 크기에 비해, 문제가 지나치게 간결하지 않은가.